상업지구(commercial area)가 되어버린 유럽.
슬로베니아(Slovenija)에는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습니다. 블레드(Blejsko jezero)라고 불리는 곳인데, 이곳에는 특히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옵니다.
호수와 그 곁에 있는 높은 언덕 위의 성을 방문하고, 또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교회도 소문난 곳이어서 많은 사람이 앞다투어 즐겁게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을 찾습니다. 그래서 블레드로부터 약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상류에 있어 블레드 호수로 물을 흘려내려 보내는 보힌 호수(bohinjsko jezero)를 찾아가곤 합니다.
보힌 호수에 가면 정말 인정이 많은 사람이 운영하는 예쁜 호텔이 있고, 자그마한 교회가 있으며 드문드문 민가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과 숲이 있습니다.
보힌 호수 마을은 블레드 호수처럼 관광객의 돈주머니를 더 사랑하는 상인들의 눈동자로 번뜩이지 않습니다. 대신 그곳에는 고요가 있고 호숫가에 조용히 앉아 생각 속에 잠길 수 있는 오래된 나무 의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호객하는 요란한 상인들의 목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고, 역겨운 기름진 음식 냄새 대신 언제나 깊은 숲속으로부터 키 큰 나무와 아름다운 들꽃 향기가 맑은 바람에 실려 옵니다.
세상에는 온통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 그리고 호텔 간판들로 가득한 상업지구가 되어버린 곳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관광지 부근엔 거의 전부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뿐입니다.
그런 곳을 보러 값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호텔비며 음식값을 내야 하는 여행은 그리 좋은 여행이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소매치기까지 가세해서 여행객을 괴롭히는 여행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라 고통이고 고문입니다.
여행은 말 그대로 여기에서 행복하고 고요함 속에서 삶을 돌아보며 내일의 소중한 꿈을 꿀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안전하고 평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볼썽사나운 여행을 하며 돈은 돈 대로 쓰고 몸과 마음은 그대로 지쳐버리고 맙니다. 상업지구에서 도사리고 있는 음흉한 상인들이 설치해둔 덫에 걸려버린 것입니다.
얼른 상업지구에서 벗어나 고요의 나라로 오시기 바랍니다. 이곳에는 아직 그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습니다. 한번 용기를 내어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