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격적인 말투가 예민함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혼자였던 이 전과 달리 아이가 생기고 책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아
이가 어릴 때는 내가 좀 더 움직이고 신경 쓰면 대부분 해결됐다. 칭얼대면 기저귀를 갈아
주고, 떼쓰면 우유를 먹이고, 보챌 때는 다독여주면 가라앉았다. 즉각적이진 않아도 어떻게
든 해결되기에 괜찮았다.
문제는 아이들이 크면서 시작됐다. 한 번 말해선 듣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나는 점점 날카
로워졌다. 1을 말하면 2, 4, 5, 7, 3, 8, 6을 거치고서야 1을 할까 말까 한 게 애들이다. 내겐
그 과정을 기다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냥 딱 그것만 하면 해결될 일을 쓸데없는 거
하느라 화나게 하고, 결국 한 소리 듣고 나서 서로 기분 안 좋게 실행한다. 원래 애들은 다
그런 거라지만 그걸 이해한다고 해서 화가 안 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알던 내 모습과는 달라진 지금이 스스로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다. 그래서 더 날카로워
지고, 그 때문에 더 자책하고, 더 날카로워지고, 또 자책하고... 악순환의 고리는 나와 남을
상처 준다. 그리고 그 상처가 또다시 악순환의 고리에 들러붙어 더 큰 악순환이 된다. 참 답
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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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은 다르다. 예민함이 시작인 줄 알았는데 그건 연료에 불과했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무의식중에 내가 정한 높낮이 때문이다.
나는 결혼을 하면서 딱 하나 다짐했다.
'나는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
전형적으로 수직적인 옛날 사람인 아버지는 무척 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외동
인 나는 고립된 마음으로 혼자 참고 견디는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외로웠다. 형제가 없기 때
문에 외로운 게 아니라 그냥 나 혼자 였기 때문에 외로운 거였다.
그래서 나는 친근하고 수평적인 아빠가 되겠다 다짐했다.
분명 나는 그러고 싶었다.
주말이면 항상 가족과 함께했다. 놀러가고 놀아주고 가능한 모든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썼
다. 평일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일이 끝나면 무조건 집
으로 튀어왔다. 친구를 만나려 해도 어딘지 마음이 불편해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노력해도 결국 화를 내는 부분에서 나는 수직적으로 변했다.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에 화가 나고 그걸 내뿜었다. 아이들이 나보다 아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뿜을 수 있는 거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그렇기 때문에 수직적일 수 밖에 없다.
약강강약.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
최소한 같은 높이라고만 생각했어도 훨씬 화날 일은 줄었을 거다. 모든 통제권을 내가 '전
부' 쥐고 있어야 한다는 무의식 때문에 하나라도 틀어지면 화가 나는 거다.
아이도 나름 생각이 있다. 그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 할 수 없는 거라도.
나는 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꼰대 아빠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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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알아도 고치는 게 쉽지 않다.
'이쁘게 말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입을 열어도 말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가면서 결국 듣기 싫
은 소리가 뱉어진다. 스스로도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 하나 맘대로 못하면서 아이들이 내 맘대로 돼야 한다는 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오늘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말에 배려와 높이를 담아 전하기를.
VIP 손님이라고 생각해 봐야겠다.
by. 유가 https://brunch.co.kr/@u-ga/238
(위 글은 작가님께서 행복한가에 기부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행복한가 이 외의 공간에 무단 복제 및 도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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