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 스님의 자서전을 읽고 깨닫는 바가 있어 지난 5일(토)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은 보통 일주일간 하는 것이 상례이므로 11일(금)에 끝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송년회에서 동창들과 만나는 기쁨은 포기할 수 없으므로 10일(목)에 마무르기로 했다. 다만 현규한테 '생명의 물'을 공급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입에 댈 수 없는 것은 유감이다.
그대들은 묻는다: “사적인 일상을 왜 요란스럽게 공적인 자리에서 공개하는가?”
나는 답한다: “널리 알려야 체면상 중도에서 그만 둘 수 없으므로! 양해하시기를!”
침대에 누우면 구르르 하고 내장이 가볍게 진동하는 느낌이 간헐적으로 온다. 그러면 세포들 사이에 속속들이 스며있는 독소가 빠져나오는가 싶어 여간 상쾌하지 않다. 입속도 깔끔하지 않고 텁텁하다. 역시 체내의 때가 배출되어 고인 탓이리라.
평상시에는, 취침 중에 여러 번 깨기도 하고 새벽잠은 달아나 버리므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요즈음은 낮에 서너 시간 자는데 아주 푹 잔다. 밤에는 밤대로 약 여덟 시간 도중에 깨지 않고 깊이 잔다. 평생 쌓인 피로가 지속적인 숙면으로 일거에 해소되는 기분이다.
이미 두차례 경험했거니와, 단식 닷새 또는 엿새째에는 싯누런 액체와 함께 시커먼 숙변이 나온다. 몸속에 쌓이고 쌓인 독소가 완전히 빠지는 순간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새털처럼 가볍다. 회춘이다. 환골탈태다. 이때 가슴 속에서 솟아 오르는 희열은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진짜 희열은,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성취감이다. 내 영혼의 병도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앞으로는 새 삶의 길로 성큼성큼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오늘부터 3일 남은 나의 모험이 제발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송년회에서 환희의 꽃다발을 한아름 가슴에 안고 동창들과 재회할 수 있기를! 이렇게 나는 주님께 빌고 있다.
첫댓글 여러번 경험이 있으시니 잘 끝나시고 11일에 짜잔~~!! 웃는 얼굴로 나오세요!! 읽다보니 나도 하고 싶구만요..
반갑게 만납시다. 신사님.
여러면으로 대~~~단합니다. 저도 한번 해 보기는 해야하는데.....; 맨날 이러다가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