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2일) 문화일보를 봤다.
온통 정주영씨 이야기 뿐이다.
정주영씨는 문화일보의 창간자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정주영회장 별세' 소식에 온 지면이 할애된 느낌이다. 정주영씨에 대한 많은 기사와 사진들이 도배되어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박경리씨의 솔직하다 못해 소박한 애도사다.(사실 문화예술인을 아끼고 대접하는 풍토는 중요하다. 박경리씨가 소개한 '붓값'에 얽힌 일화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또하나 눈길을 잡아끄는 대목은 바로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 개통식때 테잎 커팅 사진이다. 사진은 박정희 전대통령, 영부인 육영수여사, 그리고 정주영씨가 나란히 서서 가위를 들고 테잎 커팅에 앞서 잠시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1968년 2월에 착공된 경부고속도로 사업은 단순히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의 개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경제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그렇지만 또한 측면에서 개발과 경제성장이란 이면의 그늘을 우리는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산을 깎고 물길을 건너 총연장 400km 가량의 서울-부산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불과 2년 5개월만에 초고속 속도전으로 마쳐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또하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과정 속에서 숱한 매장문화재에 대한 사전지표조사가 단 1차례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숱한 문화재가 '정주영식 스타일' 공법에 의해 깔아뭉개진 것이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당시 포크레인, 불도저 기사들이 땅을 파헤치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내다 팔아 얼마를 벌었다는 등의 공공연한 일화가 아는 사람들을 통해 전해질 뿐이다.
비슷한 무렵 무녕왕릉 발굴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던 박정희 전대통령의 문화재에 대한 '열성'을 경부고속도로 공사작업과 연관시켜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정주영 회장 별세'... 개발과 고도성장이라는 한국사회의 이면에 숱하게 쓰러져간 수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또 한 편 숱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수 많은 문화유산들이 있다.
정주영씨 사망 소식과 함께 흑백사진으로 실린 경부고속도로 개통 사진은, 개발과 번영의 이면에 짙게 드리운 과거사와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별반 달라진게 없는 오늘의 안타까운 현실이 교차되는 한 장면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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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 검정리본 달아야한다고 팀장이 거품물고 있다.
: 모두들 조문간다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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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 어제 그시간에
: 술에 쩔어서 희희덕거리고 있었다.
:
: 오후4시다.
: 아직도
: 검정 리본을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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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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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분신,재해사망일때 회사 중역놈들은 한 놈도 오지 않았다.
: 우린 머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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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어른이 돌아가셨는데...
: 머슴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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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이 좋은 오후에 자꾸 욕만 나온다... 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