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당신이 즐겨 입었던 그 빨간 티셔츠가 생각나내요.
오늘같이 화창한 5월의 봄날이면 어김없이 당신은 늘 환한 웃음으로 날 반겨주었죠. 하늘에 떠있는 해님보다도 화사하고 밝은 웃음이었어요. 난 그 웃음을 무척이나 사랑했죠. 하루하루 일상에 지쳐 찌들어 있을 때에도, 당신의 그 맑고 순수한 당신을 만나기만 하면, 아주 어린 시절 처음으로 한 남자아이가 발렌타인 데이에 사탕을 내게 살며시 쥐어주면서 수줍은 듯 루돌프 사슴 코같이 빨개지던 얼굴이 기억났죠.
아마도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나 봐요?
나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죠.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냉정한 현실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세상이 제게 가르쳐주고 싶었나봐요.
그런데도 왠지 저는 당신을 평생토록 꿈속에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바로 어제도 당신을 한참 동안이나 지켜봤지요.
무슨 일 때문인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보였어요. 애써 웃음 지으려고 하는 당신이 그리도 서글퍼 보였어요. 칠흙같이 어두운 한밤중에 깊은 단잠에서 깨어나 한참을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죠.
그냥 울음이 나왔어요. 혹시 당신, 어제 밤에 내가 흐느끼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듣지 못했나요? 난 조금이라도 누군가 듣고 달려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날이 밝았더군요. 따사로운 햇살이, 눈가를 적시고 있던, 차갑게 식어버린 눈물을 사라지게 도와주었죠.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을까요? 이제는 나 혼자 밖에는 없다고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이전과는 모든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게 이 세계는 움직이고 있었던 거군요. 만일, 만일 건널목을 건너다가 차에 치어 죽어버린다면, 실컷 울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저 당신만으로 충분했는데, 지금은, 바로 지금은 난 어떻게 해야 하죠? 아무도 내 마음에 숨겨져 있는 그 흔한 유행가 가사 같은 이야기를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난 잘 지냈어요.
토요일이면 친구들의 결혼식에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결혼하는 친구들을 축하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고 같이 밥도 먹고 요즘 지내는 이야기도 나누었죠.
친구들의 “너도 일찍 가야지”라는 말을 들으면 입가에 살며시 웃음을 띄우며 “그래”하고 대답했었어요.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서럽고 외롭던지 열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내려서 지하철 역 화장실로 들어가 마음껏 울어댔어요. 당신, 혹시라도 내 말을 들을 수 있나요. 그렇지 않으면 난 또 다시 당신을 원망하게 되겠죠.
사랑한다는 말을 했던 날이 떠올라요. 당신과 함께 푸르른 산책로를 상쾌한 기분으로 거닐고 있었죠. 어쩐지 그대 손을 살며시 꼬옥 붙잡고 ‘사랑해’라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난 잔뜩 긴장해서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고 숨이 가빠지면서 그대 손을 불쑥 잡았죠. 어쩐지 어색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한 음절씩 끊어서 “사”, “랑”, “해”라고 말했죠. 그리곤 다시 한번 조용하지만 틀림없이 “사랑해”라고 말했어요.
당신이 순간 놀라서 한참 동안을 가만히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죠. 하하하. 당신의 그 우렁찬 웃음소리에 나 역시 마음이 느긋해지고 흥겨워져서 함께 웃고 말았죠. 그리고 다시 장난스런 목소리로 귀여운 웃음을 지어보면서 ‘사랑해’하고 크게 외쳤어요.
그 때 그 순간 속이 얼마나 확 트이던지... 여고 시절 대입시험 때문에 앓고 있던 변비가 합격 후에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그 날, 하루종일 우리는 숲 속을 거닐며 아무 말 없이 싱글벙글 돌아다녔지요. 난 그대와 함께 있었죠.
아직 나를 기억하지요?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던데, 나, 당신에게 소중한 첫사랑이 아니었나요? 못 본 지가 벌써 일년인데, 내년은 언제쯤이나 올까요? 그 시간이 되면 나도 세상을 예전처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매일매일 수도꼭지에서 샘솟는 물이 고맙지 않다가도, 혹시라도 여행 중에 사막 한가운데에 낙오되어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비틀거릴 때에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알게 되듯이 그대 역시 나와 같지 않나요? 당신에게는 너무 무리한 부탁이였었나요?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이 어느 어여쁜 한 여자와 포옹을 하고 있다면 나와 함께 했던 그 진한 키스 자국은 지워지는 걸까요? 오늘도 도시 한복판을 한참이나 헤매다가 너무나도 파래서 창백해 보이는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죠. 하늘의 얼굴은 언제부터 그토록 핏기가 없이 보였을까요?
너무 무심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파요. 길거리를 거닐다가 서로 다정한 연인들과 마주치면 홀로 분에 겨워 씩씩거리기도 한답니다. 얼굴도 잘 익은 복숭아의 맑고 부드러운 연분홍의 색깔과 느낌으로 변해버리곤 하죠. 당신이 이런 내 모습을 보았다면 귀엽다며 내게 키스를 했겠죠. 또 안아도 줬겠죠. 난 그대의 손길이 너무 좋아서 늘 실신할 뻔했었어요. 당신의 약간은 차디차고 매끄러운 손이 내 몸 구석구석을 지나갈 때마다 갑자기 몸 전체에서 전기가 흐르는 바람에 그 황홀한 충격으로 난 쓰러질 정도가 된 거예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요? 자웅일체라고 했던가요?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문을 배우던 시간에 고대중국의 시들과 우리나라의 한시들이 떠올라요. 그 중 한 편의 시 일부의 내용이 이랬어요.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겹구나...” 그 땐 그냥 지겨운 말장난에 흘러 가버릴 내용이라고 여겼었는데, 세월이 지나고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되어보니 시를 알게 되고 그걸 느끼게 되고 마치 영화를 보듯 하나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군요.
기분 탓인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목을 살짝살짝 비벼대는 한 쌍의 새들이 생각나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우리 사람은 우리만의 감정을 쉽게 새들에 빗대서 말해왔을까요? 우리는 새가 운다고 말하고, 원앙 한 쌍이 사이가 좋다고 해서 전통결혼에 빠지지 않지 않던가요?
중학교 3학년 초에 가정법에 대해서 배우면서 익혔던 첫 예문이 기억나요. “I would fly to you if I were a bird." 내가 만일 새라면 당신에게로 날아갈텐데. 내가 좋아하는, 아니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손길로 인해서 나는 새처럼 가벼워졌고 어디에 있든지 당신에게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죠.
때로는 은은한 비누의 향기가 나는 손이었고 때로는 땀이 가득 차 냄새가 나는 손이었죠. 그 둘 중에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둘 다를 고르겠어요. 그대의 손은 그대의 일부이기도 하고 또 전부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나의 전부니까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내 마음의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사랑해요.“
창 밖을 바라보니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사방은 어두워서 가로등만 하나 둘씩 불이 들어와 있네요. 바람도 불지 않는데, 왜 이리도 내 마음은 흔들리고, 차가운 공기의 움직임에 얼굴을 찡그리게 되나요?
당신의 그 달콤한 입술만이 내 몸에 여기저기 흔적이 남겨져 있군요. 나도 늘 바르던 그 밝은 주황색 립스틱 자국을 그대의 하얀 와이셔츠 칼라에 묻혔는데, 아직도 빨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두었나요? 새까만 밤의 어둠이 이제는 엷어지고 있는데, 그처럼 당신의 몸도 매일 목욕을 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또 새 옷을 사 입고 나면 깨끗해져서 예전에 당신 몸에 묻었던 모든 흔적들이 다 사라지고 마는 건가요?
하루종일 일하러 돌아다니다가 밴 땀, 아침에 세수하다가 쓴 비누의 흐릿한 냄새, 식사 중에 떨어뜨린 반찬이며 밥에서 묻은 얼룩들... 그 모든 향취가 다 하나로 합쳐져서 당신을 느끼게 만들죠. 그 중 하나도 버릴 것이 없고 말고요. 오래 동안 깍지 않은 수염과 메마르고 거치러진 피부과 피곤에 지쳐 터진 입술들이 동시 내 얼굴을 덮칠 때에도 나는 기분이 좋았죠. 너무 기뻤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당신의 모든 것이 바로 나에게 다가왔으니까요. 멋있는... 그 말을 중얼거리게 되죠.
이상하죠? 그 때 알고 느꼈던 그 모든 열정과 쾌락이 순식간에 전부 사라지고 지금은 오로지 냉정과 권태가 세차게 몰려오다니요!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남자의 일이라는 것은 제게는 맞지 않는 말이에요. 내일부터라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요?
(2)
강의실을 정리하고 나서려는데, 앞쪽에 있는 학생들의 책상 하나 위에 예쁜 글씨로 쓰여 있는 깨끗한 종이가 하나 보인다. 이미 강의가 끝난 뒤라서 학생들 중에 어느 누가 과제물을 제출하려고 하다가 빠뜨렸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쯔쯔쯔. 칠칠치 못하기는... 학생들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속으로 다시 한번 대뇌이며, 무슨 내용인가 살펴보았다. 오늘 걷기로 한 영작문 숙제는 아니었다. “이게 뭐지?”하면서 한 줄씩 차근차근 읽어내려 갔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처량한 연애편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체나 글씨를 보니 여대생일 것 같은데... 아마도 이 편지를 쓴 여학생은 결코 이 편지를 헤어진 애인에게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 편지를 보낼 수 없는 곳에 그녀의 옛 애인이 있을 수도 있겠다. 혹시 내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이 여학생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문득 안타까움과 더불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제 벌써 봄이 다 지나가고 한 학기가 끝나 가는 지금까지 이 여학생은 줄곧 내 수업을 들었던 것일까? 그녀는 누구일까? 어디든지 수업시간 중에 유난히 눈에 뜨이는 학생들이 있게 마련이다. 늘 맨 앞줄에 앉아서 내가 하는 질문들을 재주도 좋게 잘 대답하곤 하던 키 크고 얼굴이 창백하던 여학생. 또 창가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다가 그것도 싫증나면 옆에 있는 친구하고 수업시간 내내 잡담하던 여학생. 맨 뒤쪽에 앉아서 조용히 공부만 하고 질문을 하면 대꾸도 못 하고 얼굴만 빨개지던 여학생.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수업 시간 중에 있는 학생치고는 이런 글은 절대 쓸 수 없을 것만 같다. 내 수업 시간 중에 그토록 진지한 학생이 있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언젠가 다시 사랑이 다시 찾아온다는 말... 나는 절대 믿지 않는다. 나에게도 청춘의 열정이 살아 있던 날들이 물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초라하고 비참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산다는 게 무얼까? 책제목 중에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것이 있었지. 늦봄의 오후의 강렬한 햇살을 달래줄 만한 그 어느 누가 내 곁에 남아 있는 걸까? 휴일이면 집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가 지겨워진다. 다른 사람들처럼 영화도 보러가고, 한층 푸르러졌을 수목원 길을 산책하고도 싶다.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예전에 썼던 부질없던 편지들이 기억난다. 이 편지의 여학생도 아마 그 때 그 심정이었겠지. 외국에 있는 그녀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려 우체국을 향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컴퓨터가 있는데, 이메일이 있는데, 무슨 편지냐고? 그 놈의 지독한 컴맹이던 그녀는 기계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했으니까. 사실, 터무니없진 않았지만 그런 대로 낭만이 있었다. 때때로 떠오르는 영감을 가지고 썼던 시들이며 소설들을 봉투에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그녀에게 붙이는 날이면 정말 기뻤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긴 했지만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아주 가끔 마지못해 오던 편지들 그리고 전화들. 언제나 내가 먼저 전화해야 했고 편지해야 했던 시간들.
그녀에게는 사랑이란 남자로부터 받는 아주 좋은 모든 것들이었겠지. 비싼 국제전화, 이런저런 선물들, 끊임없이 그녀에게 표현되어져야만 하는 관심들. 그녀가 서울로 돌아와 실망을 한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 때는 한 달에 손에 쥔 돈이 얼마나 되었더라? 한 달 과외해서 한 40만원이었나? 영문학과실에서 조교로 근무하던 일도 그만두고 논문에 집중하던 때였으니까. 만날 때마다 짜증내고, 돈을 지불해야 할 때마다 화장실 가야 한다며 사라졌던 일들이 떠오른다. 이미 다 지난 일들이다. 다 끝난 일들이다. 작년 초에 아는 사람 소개로 종로에서 여자를 만나고 있었는데, 종로에서 만났다가 인사동 쪽으로 걸어가던 길이었다. 그녀가 나를 못 본 척 하고 재빨리 지나갔다. 정말은 그녀와 짧게 인사라도 하려 했는데... 그것도 벌써 2년이 흘렀다. 그 이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시 떠올릴 만큼 중요하지도 않다. 연애가 하고 싶다.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바로 지금 사랑을 하고 싶고, 또 사랑을 받고 싶다.
밖에서 농구를 하는 남학생들의 소리들과 다정하게 수다떨고 있는 여학생들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바람이 분다. 그것은 새의 깃털처럼 가볍게 또 사뿐하게 밀려오고 밀려간다. 강의실 밖의 세상은 너무나도 밝은 햇살이 하늘하늘거리는 나무들이며 꽃들뿐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이 입고 있는 옷들 그리고 그들의 마음까지도 눈부시게 비추고 있다. 나풀거리는 여학생들의 긴 머리카락들도 바람결에 날리고 있다.
하루하루 지쳐가고, 인생의 의미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요즘에 내가 만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세상의 넘치는 일들로 그들도 나도 바쁜가 보다. TV 연속극에선가 그랬다. 때가 되면 누구든지 다 혼자가 된다고. 예전에는 그 말을 정말 믿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여자를 만나야 할 때... 빨리 강의실을 나가야겠다. 벌써 청소부 아저씨들이 청소할 시간이 되었다. 청소해야 한다고 나가 달라고 한다.
집에는 가기 싫은데, 딱히 만날 수 있는 아무도 없다. 그냥 집에 가는 수밖에. 우울하다. 복도를 걷다가 만나는 학생들이 인사를 한다. 아직도 해가 기울어지지 않았다. 건물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눈이 부시게 환한 이 햇살이 이다지도 내게는 무겁게,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 세상에는 난 혼자였을까? 이대로 그대로 가긴 싫다. 외래교수실에 누군가라도 있지 않을까? 잠시 들려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가긴 가야지. 다리에 힘이 쭉 빠진 채로 버스 정류장을 다시 향한다. 그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를 탈 수 있는 고속버스 정류장까지 겨우 5분. 그 짧은 거리가 오히려 원망스럽다.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표를 사려고 하는데 우연히 동료 강사를 만났다. 그녀는 무척이나 반갑다며 내게 인사를 했다. 자기도 이제 막 인천으로 올라가는 길이란다.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이번 강의가 처음이고 또 나이도 비슷해서 쉽게 친해진 사이다. 강사들 나이가 다들 많아 보여서 말을 붙이기도 어려웠는데, 그래서인지 서로 말이 통한다고 좋아했다.
나이 서른에 호텔 데스크 주임이라... 보통 키에 보통 얼굴의 평범한 인상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굳세고 당찬 구석이 있어 보였다. 서비스업에 다년간 일을 해와서인지 사람을 정중하고 편안하게 대할 줄을 잘 알았다. 덕분에 점심 시간을 재미없게 혼자 먹거나 심심하게 혼자 쉬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 서로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달라서 여간해서는 함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그녀가 최근 들어 달라진 것 같다. 나에게 이것저것 사소한 일을 부탁하기도 하고, 강의가 없는 주중에도 전화로 서로 연락하자고 하고, 지난번에는 나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더라. 내가 보기에 그녀가 나를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나도 사실은 그녀가 싫지 않다.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렇지만 또 평범한 그런 여자라서 마음에 든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는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바쁜 걸까? 집은 인천, 직장은 남산타워 근처 호텔. 몇 번 연락을 해보았지만 늘 전화는 꺼져있었다.
한번은 마침 그녀의 직장 근처에 일이 있어 들렸다가 시간이 여유가 생겨서 그냥 그곳에 들러봤다. 호텔로 들어서기 전에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안 된다. 무척 바쁘게 보였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근처에 오면 한번 들리라고 그렇게도 여러 번 말을 해왔지만 이처럼 진짜로 찾아올지는 몰랐겠지. 호텔 커피 샾에서 1시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아직도 오지 않았었다. 처음에는 창 밖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것이 지겨워서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책을 꺼내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그것도 거의 지쳐갈 즈음 커피 샾을 나와서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 가서 호텔로 들어왔을 때에 그녀와 함께 일하고 있던 동료에게 이제는 가봐야 할 것 같다고, 그녀에게 말을 좀 전해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그러자 그녀가 곧 올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호텔 프론트 앞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 조금 더 기다리고 있었다. 지친 듯 급한 걸음으로 호텔 현관을 들어서는 그녀가 보였다. 호텔 다른 건물들에서 일을 하다가 온 것 같다. 역시 시기가 선거와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어수선하고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소위 말하는 시즌업인가 생각했다.
피곤하지만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고 또 기쁘기도 한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칠흙같이 까만 그녀의 제복이 아주 어울려 보인다. 깔끔한 검은 색 호텔 정복. 짧은 스커트에 옅은 갈색 스타킹 그리고 굽이 무척 높은, 검은 구두. 그녀가 인도한 직원 휴게실 근처의 벤치에서 서로 좀더 가깝게 앉아서 이야기 하다가 보니, 그녀의 스타킹 줄이 나가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피부는 옅은 갈색이다. 그녀의 다리에 손을 대고 싶다. 내 눈이 그녀의 온 몸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 그녀도 그런 나를 의식한 듯이 다리를 꼬고 있던 자세에서 한 다리를 내려 두 다리를 딱 붙이고, 팔짱 끼고 있던 팔을 내려 짧은치마를 끌어내리고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멋적은 모양이었다. 별로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한 채 금방 헤어져야 했다. 그것이 미안해서인지 호텔을 나서려는데, 그 호텔에서 파는 먹음직스러운 하얀 티라미스 케이크 두 조각를 예쁘게 포장해서 내 손에 쥐어준다.
차표를 사고 버스 시간표를 보니 바로 버스를 타야 할 것 같다. 아쉽지만 다음 주에 보자고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번 주에 한번 만나자고 한다. 목요일쯤 전화해도 되냐고 하기에 좋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그녀에게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과연 그녀가 내게 전화를 할까?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기대해도 될까? 이번에는 괜찮을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사랑은 기다림이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사랑은 발걸음이다.
아주 돌이킬 수 없는
전혀 멈출 수도 없는
사랑은 본전치기다.
눈물보다 슬픈
상처 입기 쉬운
내 나이 스물 아홉. 지금까지 난 무엇을 해온 걸까? 겨우 시간 강사나 하려고 기껏 푼돈이나 벌려고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을 다녔나? 주말에 부담 없이 즐기는 연인들이 부럽다. 결혼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작년까지는 별로였는데... 아! 결혼하고 싶다. 돈도 없고 안정된 직장도 없이 불안정한 젊은 날을 이토록 불편하게 보내야 하는 걸까? 오래 동안 나는 꿈이 있었다. 어떤 때는 잠시 잊기도 했고 어떤 때는 그 꿈을 멀리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 꿈이 내 곁을 영영 떠난 적은 없었다. 글을 쓰고 싶었다. 소년 시절에 밤늦도록 추리소설이며 낭만주의 시들에 푹 빠졌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셜록 홈즈며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그리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들이며 헤르만 헷세의 시들에 정말이지 쏙 빠졌었다. 그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중학교 시절 한번은 아버지에게 시인이 되겠다고 고백했다고 집안이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사춘기 시절에는 누구나 그런 꿈을 가진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그리고 만약 시인이 된다면 굶어죽기 딱 맞다고 덧붙이셨지. 어린 나는 날개 꺾긴 새처럼 마지못해 아버지의 말에 수긍하긴 했지만 작가로서의 꿈은 늘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일기 쓰기와 책읽기로 내 일상의 울분을 달래고 이상을 불태우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한 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것을 거의 일년간의 뉴질랜드 어학연수 기간에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말도 사람도 다른 외국에서 지내면서 내 자신과 내 자신이 속한 곳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서 나는 장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학업을 마치고는 대학원에 들어가야겠다는 막연한 계획이 내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물론 부모님과의 충돌이 예상되는 일이었다. 안정된 직장과 안정된 장래에 관심이 많던 그분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에 내 뜻대로 대학원을 입학하고, 거기를 다니는 동안 학과 조교 일과 아르바이트로 분주한 생활이 계속 이어졌지만 나름대로 만족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차를 탔을 때에 그나마 가물가물하게 기울어가던 해가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서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차장은 굳이 차안에 조명등을 켜지 않고 있다. 창 밖에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내가 탄 버스도 교통체증 때문에 꾸물꾸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다. 빌딩의 불빛과 길가의 가로등은 낮 동안의 해만큼이나 밝아서 새까만 밤의 어두움을 저 멀리 몰아내는 중이었다. 빵빵거리는 자동차들의 경적 소리는 도심의 한 복판으로 들어왔다는 증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진한 오렌지색의 노을을 배경으로 산이며 호수며 한적한 시골의 모습이 약간 흐릿하게 비추었었는데, 어느 새 세상에 어두움이 내려와서 검은 망토로 하늘을 뒤덮었고 버스는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 가운데 파묻히고 있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지루한 잠에서 조금 전에 깨어난 듯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켰다. 속이 쓰리다.
지금 벌써 시간이 오후 9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저녁을 먹지 못했으니 당연하다. 머리까지 어찔하다.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입에 넣어야겠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바로 들어갈 만한 괜찮은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한 구멍가게에서 달걀 꾸러미 하나를 집어들었을 뿐이다. 밖의 바람은 생각보다 시원했다. 손이 찬 애인이 내 얼굴을 살짝 건드려 주는 느낌이다. 무심코 동료 강사인 그녀에게 집에 잘 들어갔는지를 문자 메세지로 보낸다.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지하철로 집에 오는 길은 그리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저녁에 흔히 보이는 술에 취한 승객들이나 지나칠 정도로 거슬리는 둘이 꼭 달라붙어 있는 연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좌석의 맨 구석에 머리를 기대며 꾸벅꾸벅 반쯤 졸며 왔다. 열차를 타기 전에 까먹은 달걀로 시장기는 조금 진정된 터였다. 정신을 다시 차릴 때쯤에는 내려야 했다.
드디어 집에 왔다! 집이라? 내게 집이라고 할 곳은 너무 많구나.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경기도 광주의 진짜 집. 평일마다 머무르는 이 곳 아버지 오피스텔. 화요일과 목요일에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하는 외가집. 평일이면 의례 기거하게 되는 이 곳 아버지의 오피스텔은 나를 언제나 처량하게 만든다. 아무도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 장소. 평범한 사무실에 냉장고와 침대 하나씩이 더 있는 곳. 잠이 들기 전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만 할 것 같아진다.
지난 달 식목일에 현대미술관에 함께 갔던 후배에게 전화나 한번 해볼까? 이 밤에 다정하게 내 말을 받아줄 사람은 그녀밖에 없을 것 같다. 그 때 이후로 연락을 안 한 지 두어 주쯤 되었다. 전화를 해보니 예상대로 반갑게 인사하더라. 대신에 세미나 발표 준비로 바쁜 듯 했다. 길게 전화를 붙잡을 수 없어서 지난 번 미술관을 거닐며 그림이니 조각들을 그녀와 함께라서 아주 즐겁게 관람한 것과 그 날의 날씨가 무척 쾌청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또 내가 요즘 강의로 또 여러 가지 일들로 재미있고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것과 그녀가 내일 발표준비를 미리 제대로 하지 못해 오늘밤을 새워야 할 것이라는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전했다. 그녀와의 짧은 통화가 내 마음에 위로가 되었는지 쓸쓸한 기분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차마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했다. 외롭다는 말... 겨우 다섯 마디밖에 안 되는 말이지만 어려운 말이다. 어쩌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인 서로의 소식을 묻는 것이 서로에게 서로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돕는 방패막이였을까? 현대미술관을 나와서 그녀의 학부 때 후배를 우연히 마주쳤을 때에 그녀는 아무런 어색함이 없었다.
미술관 안에서 현대 미술의 경이로움과 더불어 함께 있음으로 우리는 즐거웠었다. 우리는 그녀가 자상하게 준비한 샌드위치와 과일들을 함께 나누었다. 관람을 거의 다 마치고 나서 미술관 휴게실에 있는 테라스에서 우리는 살며시 휘날리는 바람을 감사하면서 그 동안 서로가 겪은 일들을 상세하게 서로에게 이야기하였다. 그 테라스에서 그녀의 그윽한 눈빛과 그녀의 친절함을 한껏 맛보면서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관심이 생겼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그녀의 어깨에 또 그녀의 허리에 내 손을 살며시 놓아본다. 아무런 불쾌한 기분이나 저항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간을 그렇게 길을 거닐다가 내 스스로 멋적어서 손을 뗀다. 잠시 그녀가 내게 웃으며 얼굴을 돌리다 말았다.
전화를 끊고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 소리가 들린다. 확인해보니 동료 시간강사로부터 집에 잘 도착했노라고 나도 잘 지내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잠결이지만 기대하지 못한 반응 때문에 마음이 즐거워진다. 목요일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피로와 흥분으로 잠이 순식간에 몰려온다.
(3)
200x년 xx월 xx일 목요일 (맑음)
오늘이 벌써 목요일이다. 몇 일간 밤을 지새면서 열심히 일했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의뢰를 받은 변역거리가 어제로 끝나서 마음도 몸도 홀가분하다.
설마, 설마 했던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의 준비로 도서관에 들어가면서 무심결에 꺼놓았던 핸드폰을 밖으로 나오면서 확인해보니까 연락이 와있었다. 그래도 왠지 내가 먼저 전화하기가 싫어서 잠자코 있었는데, 다시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지금 전화를 받아도 되냐고 물으면서 내일 저녁에 식사나 함께 하자고 했다.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두려워하는 목소리로 또 다시 “괜찮아요?”하고 물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말투로 “물론이죠!”하고 대답했다.
우리는 우선 장충공원 근처에서 만나서 그녀의 귀여운 빨간색 경차를 타고 광화문에 그녀가 잘 간다는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주변에 있는 공원을 달밤에 체조하듯 함께 산책했다. 그녀가 호텔에서 승진한 덕분에 한턱을 톡톡히 낸 셈이었다. 시종일관 그녀는 매우 재미있었다. 특별하게 무슨 말을 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편하고 즐겁게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아주 마음이 흥겨워졌다.
한달 전부터 한번 보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녀였지만 오늘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기다린 만큼의 보람이 분명하게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모처럼의 저녁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그녀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번에도 자주 오늘처럼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녀도 흔쾌히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그녀가 여유 있을 때에 훨씬 더 자유롭게 만나고 싶다.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4)
한 주가 지나고 다시 대학에서 강의가 있는 날, 보통 때보다 학교에 일찍 도착한 탓에 미리 강의실에서 시작하기 전에 다시 책이나 보려고 들어갔는데, 교탁 밑에 꾸깃꾸깃 꾸겨진 종이가 하나 있어 잘 펼쳐보았더니 지난 번 여학생의 편지에 답장인 듯이 그녀가 썼던 남학생 이름으로 “xx가”라고 백지 맨 위에 써져 있었다.
내 강의를 듣던 학생들 둘이 연애를 한 모양이다. 이 둘이 상대방의 시선이 어색해서 수업에나 제대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내가 우연하게 발견하는 이 편지들은 서로에게 전달되어서 상대방의 진정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나도 모르게 이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어느 새 싹트고 있었나 보다.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서로의 마음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을 텐데...
남녀가 교제하다보면 처음에 장점들만 보이다가 나중으로 가면서 단점들이 눈이 뜨이게 되고, 뜻하지 않은 서로에 대한 서로의 이기심과 서로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로 다툼이 있을 수도 있는데... 위대한 조각가 로댕의 조각품처럼 자신과 딱 맞는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싸우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는 것이 사랑의 일부분이 아닐까?
내 얼마 전까지의 애인은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사랑을 얻고 그것을 이루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테니까. 나도 서글펐던 깨달음만큼 자란 것일까? 나무가 자라면 나이테를 남기듯이 사람이 자라면 쓰디쓴 과거를 남기는 지도 모른다.
(5)
"xxx가"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괜한 질문이었겠구나. 너는 늘 잘 지내왔으니까. 그래도 나는 가끔씩 네가 무척 보고 싶었었어. 우리가 헤어진 지가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가고 있어. 아직도 너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와. 사랑했었다. 그것도 많이. 그런데도 어째서 우린 이렇게 된 걸까? 과거로 다시금 돌이킨다고 별로 달라질 것은 없겠지? 너를 향한 너무 많은 말이 내 가슴 속에 가득 차 있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 사람 만나기를 바랄께. 안녕.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