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성장하길 바란다면, 직원 월급을 더 줘라!
노동경제학의 '효율성 임금 이론'
임직원 봉급이 높아지면 생산성도 증가
지난 2015년, 미국의 신용카드 결제 대행사
‘그래비티 페이먼츠(gravity payments)’
CEO 댄 프라이스(Dan Price)가
본인 연봉을 90% 줄이고 직원 전원 연봉을
최소 7만 달러(한화 약 7900만원)씩 주겠다 발표했다.
공동창업자인 친형 루카스 프라이스(Lucas Price)가
“회사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소송을 걸었다.
직원 2명이 새 정책에 반발해 회사를 떠났다.
일부 거래처는 “위험한 방만경영을 한다”며
거래를 끊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실험은 성공했다.
반 년 만에 회사 매출과 순이익이 두 배로 뛰었다.
직원들이 회사 부근 땅값 비싼 곳으로
이사해 오면서 출퇴근 시간이 줄었다.
임직원 자녀 출산은 5배 늘었다. 이직률은
정책 시행 이전에 비해 18% 포인트 감소했다.
결과가 워낙 뜻밖이라 “댄 프라이스가 자기 집을
팔아 손실을 감춘 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댄 프라이스가
회사 일과 무관하게 2015년 7월~2016년 8월 사이
에이비앤비(Airbnb)를 통해 게스트를 받았던 일을
미국 공화당 소속 정치인 사라 페일린
(Sarah Palin) 등이 왜곡해 퍼트린 말이었다.
오히려 지난 1월 24일엔 글로벌 광고 대행사
영앤루비컴(Young&Rubicam) 명예회장
피터 조지스쿠(Peter Georgescu)가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왜 망설이는가?
생산성 있는 인적 자원에 투자하라”는 내용으로
칼럼을 기고하며 댄 프라이스를 사례로 언급했다.
연봉 상승 후 직원들이 감사의 뜻에서
선물한 자동차를 받은 뒤 감격하는 프라이스.
출처 : 그래비티 페이먼츠 공식 유튜브 캡처
효율성 임금 이론
기업가는 회사를 운영하며
인건비를 가급적 절감하려 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댄 프라이스가 아무 근거 없이
상식을 무작정 거스른 건 아니다.
생산성이 봉급을 따라간다 설명하는
노동경제학 이론 또한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학자 칼 샤피로(Carl Shapiro)와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가
1984년에 발표한, ‘효율성 임금 이론
(efficiency wage theory)’이다.
전통적 경제학은 노동자가 발휘하는
효율성이 곧 그의 봉급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효율성 임금 이론의 해석은 정반대다.
노동자가 받는 임금 크기가
업무 효율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네 가지 모형으로 나뉜다.
‘영양모형(Nutritional Model)’,
‘태업모형(Shirking Model)’,
‘이직모형(Turnover Model)’,
‘역선택 모형(Adverse Selection Model)’이다.
영양모형은
노동자 임금이 늘어나면 더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니 자연히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태업모형은
봉급이 높아지면 노동자가 해고를 염려하며
근무 태도가 좋아진다고 해석한다. 달리 말하자면
노동자가 “이 정도 일하는데 이만큼 주는 직장 또 없다,
여기서 잘리면 큰일이다”고 생각해 넉넉한 임금을
계속 받고자 한층 더 일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직모형이란
연봉이 늘며 숙련노동자 이직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고와 신규채용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역선택 모형에선
임금이 높아질수록 우수한 인재가 몰려드니,
기업이 질 떨어지는 인력을 뽑을 확률이
줄어든다 설명한다.
'무적전략'은 아니지만
물론 댄 프라이스의 ‘그래비티 페이먼츠’가
효율성 임금 이론의 유일한 성공 사례인 건 아니다.
지난 2016년 10월 뉴욕타임스(NYT)는
“2015년엔 월마트 매출이 감소세였던 데다
자체 고객 서비스 목표를 충족한 매장이
전체의 16%에 불과했지만,
단 1년 만에 매출이 도로 상승세로 바뀌고
고객 서비스 목표를 달성한 매장도 75%로 늘었다”며
“이 배경엔 효율성 임금 이론이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2월 19일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는
급여 인상과 교육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시간제 근무 일정의 예측성을 높이겠다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정책이 사원들
업무 효율을 높인 동력이었다 해석한 것이다.
그 외에도 뉴저지주 경찰 급여가 오르자
사건 해결 비율이 높아졌다던가,
샌프란시스코 공항 직원들이 높은 보수를 받자
탑승객 줄이 짧아진 사례 등 여러 케이스가 있다.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 월마트 센터.
출처 : 조선DB
그러나 효율성 임금 이론이 만능인 건 아니다.
영양이론은 애초에 선진국에선 별 의미가 없다.
해고당하는 일이 드문 ‘철밥통’ 계통 직장에선
이 이론이 오히려 인건비 과다 지출만 유발할 수 있다.
임금을 올려주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수 이상으로
구직자가 늘어나, 공급과다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다만 이 이론의 의의는,
무조건 ‘인건비 절감=기업 이득’은 아님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많은 기업이 경영난이나 장기적 발전을 명목으로
임직원 봉급을 쥐어짜려 든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때 거꾸로 임금을 더 줘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시도도 충분히 현실성 있는 전략임을,
효율성 임금 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첫댓글 사업자 입장과 고용자 입장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열심으로 일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회사의 발전이 곧 직원의 발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