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5 (월) 지리산 등산 '백무동~천왕봉 왕복'

[강기상]

해마다 아들들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지리산을 오르고 있는데 이번에는 대피소를 예약하지 못해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게 되었다.

맴버 또한 해찬과 둘이 조촐하게 꾸려졌고 준비할 것도 별로 없어서 마치 동네 야산을 가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네.

아침 8시가 다 되서 집을 나섰고 느긋하게 싼타페를 몰아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30분, 주차비를 5천원 내고 채비를 갖춰 입산통제소까지 걸어가며 그간 달라진 분위기를 둘러본다.

예전에 참으로 빵빵하던 이곳이 언제부터 내리막길을 걷더니 이제는 휴가철이 절정인데도 이렇게 썰렁하게 되었다.

하긴 계곡에 들어가 발을 담그기도 힘든 통제속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관광지로서의 요소는 떨어지기도 하겠다.

캠핑을 하려면 온갖 편의를 갖춰놓은 오토캠핑장이 널려있고 물놀이를 하려면 잘 꾸며진 워터파크가 있는데다 숙박의 목적이라면 팬션이며 휴양소라고 이름 붙여진 시설이 어디 하나둘인가?

지리산에 추억이 특별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애들 데리고 가족단위로 오기엔...

하긴뭐 산 위에는 20여년 전과 비교해서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바뀌었으니 이게 대세이고 바람직한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09:41 입산통제소에 도착해 장부에 기록을 하려는데 당일치기는 그럴 필요도 없다고 한다.

캠핑장에 몇 개 설치된 텐트를 둘러보며 산행을 시작하는데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길은 단단히 돌을 박아 정비가 되어 있으니 그저 체력만으로 내딛기만 하면 된다.

계단시설을 오르는 듯한 기분마저 들지만 이것 또한 사람들이 시망스럽게 훼손을 해놔서 그런 것이고 이렇게 통행인이 줄다보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을까? 아니 훼손이 덜 되지 않을까?

참샘에 이르기 전에 챙겨간 500ml물병을 두 개 다 비우며 행여라도 폭염속에 탈수증세로 고생할 것을 대비한다.

쉬는 시간은 서서 물을 마시는 것이 전부이고 참샘에서 물을 마시고 병을 채우며 쉰 것이 휴식의 전부인데 속도는 해찬에 맞춰~

10:14 하동바위 통과

10:33 참샘

10:52 소지봉 통과

11:22 망바위 통과

11:51 장터목 대피소 도착.

참샘에서 좀 쉬었는데도 2시간10분만에 장터목에 도착했으니 제법 빠른 흐름이었다.

딱 그 즈음에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바로 천왕봉으로 오르지 않고 점심식사를 하며 날씨를 맞추기로 한다.

운이 좋았는지 라면을 베이스로 햇반과 참치 등을 넣어 요리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치우고나니 날씨는 산행하기에 딱 좋은 조건으로 돌아왔다.

해가 비치지 않아 좋긴한데 구름이 짙어서 조망은 좀 희생을 해야겠다.

지리산의 맛은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와 뗄 수가 없으니... 수십번 이곳에 올랐어도 같은 풍경은 없었던 듯.

12:37 장터목 출발

13:14 천왕봉 도착

여기는 37분이 걸렸는데 마음의 여유가 가득한 해찬이 제석봉 전망대를 둘러보기도 했고 또 날씨가 워낙 더운날인데 1900고지를 넘어서야 선선하다는 느낌이 들길래 어차피 산행과 피서가 겹친 날이니 여기서라도 좀 여유있게 늘어지자고...

천왕봉은 운무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들 올라서 있고 그 아랫쪽 평편한 곳에도 도시락을 까먹는 무리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많다.

점심무렵이라 그렇긴 하겠지만 날씨 때문인것 같다.

워낙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에 여기나 올라와야...게다가 해도 안 비치고...

8분 가량 정상 봉우리에 머물며 사진도 찍고 땀을 식히다가 해찬을 선두로 하산길에 접어든다.

이때부터는 해찬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어 적쟎히 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해가 다르게 폭풍성장을 한 녀석이 어찌나 대견한지...

13:22 하산 시작

15:49 백무동 도착.

참샘에서 한참을 기다린 듯 보이는 녀석과 달리 난 거의 벅벅거리며 내려온 행색.

거기서 백무동까지 내려가는 길에는 단 한번도 녀석의 뒷모습을 구경하지 못했다.

백무동 야영장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족욕장이 생겼는데 이게 아주 꿀팁.

어차피 계곡도 못 들어가는 판인데 이걸 이용하면 거의 모든 고충이 완벽하게 해결이 된다.

인월에서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먹고 상관을 지나며 너무 졸리길래 편의점에 들러 카페인음료를 사서 마시고 전주에 들어섰는데 한창 퇴근시간이 시작된 그때도 기온이 35℃를 가리키고 있다.

우와 다시 천왕봉으로 올라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