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식하든 혹은 그러하지 않든 간에 수많은 심리 법칙 속에서 살아간다. "당신도 알다시피…"라는 말에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가 하면, 손톱이 짧은 것을 보고 신뢰감을 느끼기도 한다.
별 것 아닌 '그것'에서 대단한 '이것'을 유추토록 만드는 무지막지한 힘. 우리는 이를 심리(心理)라 부른다. '리니지'의 12 인기비결을 심리학으로 풀어보자.
◆희귀성의 법칙
사람들은 한정판매에 열을 올린다. 백화점 세일 마지막 날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도 이와 같다. 남은 수량 쟁탈전은 불을 보듯 훤하다. 당장 주변을 살펴보자. 넘버링이 새겨진 한정판 프라모델부터 한정판 패키지 게임 등은 여지없이 매진된다.
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혹은 "딱 10분만 세일합니다"와 같은 말에도 혹하기 십상이다. 반대로 "여기 좀 보세요" 또는 "폭탄 세일중입니다"와 같은 무한정 판매에는 별다른 감흥이나 긴장감을 느끼지 못한다. 한정(限定)이 가진 가치 상승의 법칙. '리니지'만큼 이러한 희귀성의 법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임도 흔치 않다.
'리니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레어 아이템들이 존재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초레어 유니크 아이템은 효능은 물론, 유저의 어깨에 힘을 더한다. 특히 '리니지'가 서비스 초기 채용한 인챈트 시스템은 자신만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는 매력에 앞서 희귀성의 법칙을 적극 활용한 게임 시스템이다.
생각해보라. 다수의 위험성 뒤에 느껴지는 인챈트의 무한 희열을. 유저들은 짧디 짧은 마우스 클릭 직전 한 순간을 앞두고 수 만 가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지를까. 말까." 이 같은 떨림과 설렘은 포기와 시도 욕구의 번복 횟수 및 아이템의 가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상승된다.
그리고 곧 되돌릴 수 없는 위험성은 이에 상응하는 즐거움이나 안타까움으로 귀결된다. 양날의 검. 이를 통한 초희귀성은 '리니지' 유저들의 공통된 부러움의 대상이다. 물론 인챈트의 리미트 역시 인간의 욕심마냥 그 한계가 없다.
◆선도자의 법칙
현재 '리니지' 보다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은 많다. 사운드가 뛰어나고, 타격감이 좋으며,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 이들 게임은 아직도 '리니지'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선도자의 법칙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선도자의 법칙이란 쉽게 말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제일 먼저 자리 잡는 것이, 더 좋은 혹은 더 뛰어난 스펙으로 뒤에 선보이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한 대표적인 심리법칙 중 하나다.
일례로 대서양을 최초로 단독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는 크게 알려진 반면, 그 뒤를 이은 버트 힝클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에 최초로 수입된 하이네켄은 더욱 좋은 맛에 저렴한 맥주가 등장한 현재까지도 맥주 점유율에서 30% 이상을 유지하며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초의 안전 면도기 질레트도, 최초의 세탁용 세제 타이드도, 최초의 미니밴 크라이슬러도 비슷한 사례다.
제품 자체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 성인층까지 아우른 세계 최초의 MMORPG가 바로 '리니지'다. 온라인게임 최초로 선보인 엘프와 기사 등 다채로운 게임 내 클래스, 혈맹 시스템과 파격적인 공성전 시스템, PK와 Non PK서버 등 리니지가 세운 최초의 기록들은 그 자체가 이후 온라인게임의 선례가 됐다.
◆일관성의 법칙
여기 짜장면과 짬봉, 볶음밥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가정하자. 무엇을 선택할까. 이 때 사람들은 무엇을 고르던 자신이 선택한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자신이 오판했다고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일관성의 법칙이다.
이러한 설정을 그대로 게임에 포커싱을 맞춰보자. 일정 시간 이상 해당 게임을 즐긴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일관성의 법칙과 무관하지 않다. 이 때 게임회사는 ‘역시 내 판단이 옳았어!’하고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요소들을 꾸준히 추가해주는 것만으로 보다 쉽게 유저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엔씨소프트의 경우, 이러한 일관성의 법칙을 뛰어넘는 방대한 양의 컨텐츠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여느 온라인 게임은 범접할 수조차 없는 총 22번의 대규모 업데이트. 개중에는 고객을 위한 편리한 변화부터 게임성을 대폭 강화하고, 게임 컨텐츠를 판올림 수준으로 추가하며, 게임 외적 요소들까지 대거 보강한 업데이트를 매년 진행해왔다.
일관성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요소들. 신규 유저를 이끄는 것에 비해 기존 유저의 이탈을 막는 것이 수배 이상 쉽고 효과적이다. '리니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사회성의 법칙
시트콤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웃음 포인트에 반드시 가짜 웃음소리가 끼어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제품을 따라서 구입한다. 사전 지식 없이 처음 가는 식당가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찾게 된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모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따라 가게 된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 왜일까.
다름 아닌 다른 이들의 판단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리니지는 사회성의 법칙 최고봉에 올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니지는 최대 동시접속자수 20만 명(2009년) 고지를 돌파하며 12년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만 무려 수 천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을 벗어나 대만에서만 전체 인구 2,300만명의 25%를 차지하는 600만이 리니지 회원으로 가입했다. 북미와 중국, 일본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서비스되며 게임 한류를 이끌고 있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친구가 즐기고, 친구의 친구가 즐기는 범용성은 게임 선택의 중요 잣대가 되기 십상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처럼 '리니지'는 사회성의 법칙을 타고 오래도록 장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내부에서부터 스스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하는데, 설마 재미없겠어?" 실제로 이러한 사회성의 법칙은 상당부분 탁월한 선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군중심리라고도 부른다.
◆접근성의 법칙
접근성의 법칙은 방문을 쉽게 하는 것, 말 그대로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의미다. 자물쇠가 잠겨 있는 문에 노크하는 이는 없다.
일반 대중들은 기능이 뛰어난 DSRL카메라보다 일명 똑딱이라고 불리는 컴팩트 카메라를 더 선호한다. 단순히 무게 때문이 아니다. 유저들 중 상당수가 게임 제작에 있어 C언어 등의 전문 프로그램 보다 게임 쯔꾸르를 선호한다. 게임 쯔꾸르의 기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갤럭시s나 아이폰4 보다 단순 전화기능 중심의 휴대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또 윈도우에 포함된 핀볼 게임이나 카드놀이 및 지뢰찾기를 즐기는 전 세계인들도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는 모두 접근성의 법칙 때문이다. 전문가용 보다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복잡한 것 보다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미 윈도우에 포함돼 있고, 게임성도 뛰어난, 간단히 말해 이러한 접근성의 법칙은 선택의 중요 잣대가 된다.
'리니지'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낮은 진입장벽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인터페이스, 몇 시간이면 익힐 수 있는 게임 방식, 초보자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 시스템은 기본이다.
어디 이뿐인가. 저사양에서도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게임 스펙. 전국 방방곡곡 어느 PC방에라도 설치돼 있는 저변성, 예비 친구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다양한 유저군 등 뛰어난 '리니지'의 접근성은 12년을 이어온 장수 비결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