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의 이권을 우선시하면서 업계인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
2003년 후반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2년간 새로 만들어진 ‘면세금’ 제도 하에서 대규모 부가가치세 ‘먹튀’사건이 발생했다.
한두 업체가 참여한 것이 아니라 거의 전방위적으로 모든 귀금속 사업자가 직간접적으로 가담해 2년 동안 수천억 원대의 부가세 탈세 및 불법 환급이 이뤄졌다. 이후 국세청 조사가 시작되고부터는 업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실제로 수백 명이 검찰조사에 넘겨져 구속되고, 수천 명이 세금추징을 받아야 했다. 이후 정부는 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은행 금 거래 전용 계좌’, ‘부가세 매입자 납부자 제도’ 등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면세금 제도는 당시 가공업협동조합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금세제개선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수 년에 걸친 로비 활동으로 만들어진 법안이었다. 당시 가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다른 기관 2곳과 함께 면세금 추천 권한을 부여받았다.(결과적으로 큰 의미가 없었지만, 당시 연합회는 이를 이권으로 생각한 듯하다.)
당시 업계의 부가가치세 면세안에 대한 제안 이유로 “금을 이용한 선진적인 금융거래 제도의 도입과 금세공원료의 양성화를 위하여 일정한 금지금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면세 혜택을 부여한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부가가치세 면세제도가 도입되면 금 거래에 있어서 편법이 상당부분 줄어들고 제조, 도소매를 막론하고 대부분 양성화쪽으로 거래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이후 업계에는 변화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귀금속 산업 양성화 방안에 대해 많은 대책이 쏟아졌다. 단체장협의회 산하 세제개혁위원회가 출범하고 또다시 재정경제부를 설득한 끝에 2008년 7월부터 ‘고금의제매입공제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런데 고금의제매입제도가 시작된 직후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고금매집 사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환율이 폭등하고 국제 금값이 덩달아 춤을 추면서 소비자로부터 어마어마한 금들이 쏟아져 나왔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으로 선순환을 기대하고 도입했던 고금의제매입제도는 금 과잉 매집으로 인해 금 수출업자에게 세금을 공제해주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고금의제매입으로 시장이 좋아지기는 커녕 소매상은 더욱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고금매입회사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소매상들의 밥그릇까지 빼앗아갔다. 소비자로부터 고금과 잡금을 매입하고, 리세팅과 가격 차익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다시 도매상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선순환 대신 특정 대형 금매집회사들이 이러한 이익을 독점하는 악순환이 수년간 계속되었다.
고금의제매입제도가 성공작인지 실패작인지는 사업의 주체에 따라 평가와 의견이 다르겠지만, 결국 업계의 양성화에도 국가의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안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중요한 논점 하나는 고금의제매입제도가 업계의 대표적인 골목상권 침해였으며 업계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고금의제매입 법안을 추진했던 당사자들이 대부분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법안 도입의 취지마저 의심케 만들었다.
이후 10여 년이 더 흘렀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주얼리산업진흥법안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개최됐다. 주얼리산업진흥법안의 핵심 요점은 주얼리업(소매, 제조, 유통) 등록제이다. 타업종 및 유사 업종의 주얼리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주얼리업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주얼리업을 한 자에 대해서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또한 제7조 3항에 따르면 “주얼리업 등록을 한 자는 정기적인 소양교육 및 직무향상교육을 이수하여야 하고, 매 2년마다 사업자등록을 갱신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이 또한 위반시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주얼리산업진흥법안의 또다른 핵심은 제30조 4항,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이 법에 따른 업무의 일부를 전담기관 또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주얼리산업진흥법안의 입법 필요성과 기대효과에 대한 발제를 맡은 김종목 입법추진위원장(사단법인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회장)은 “1994년 주얼리 분야에 대한 아무 대안도 없이 고물상 허가제가 폐지되면서 귀금속 소매상에 대한 관리나 규제가 없어 귀금속의 지하 경제화가 시작돼 현재 무자료 음성거래, 무등록 음성거래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물론 산업발전을 막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 그 누구도 고물상 허가제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고물상 허가제가 폐지되어 음성거래가 난무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무등록 사업자의 음성거래 또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타 업계인 입장에서 헌법상에 보장되어 있는 직업의 자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2년에 한번씩 사업자등록을 갱신해야 한다는 법 자체가 업계인 입장에서도 매우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거 면세금제도와 고금의제매입제도의 예로 볼 때 추진 주체의 이권을 위해 만든 법안은 결국 업계에서 환영받지도 못할 뿐더러 큰 문제만 일으키고 중도에 모두 일몰되었다. 혹여 단체의 이권을 우선시하면서 업계인들에게 불편을 강요하지는 않는지 지난날의 전철을 경험삼아 다시 한번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 김태수 편집장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