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 가져다 주는 온갖 갈등과 대치에 조용히 자신을 조율하고 쾌락과 고통의 둑 사이로 편안하게 흘러가면서 어느 한쪽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둘을 아울러 경험할 수 있을 때, 그때 우리는 자유를 성취하는 것이다. "
[ 디팩 초프라, 우주 리듬을 타라 중에서]
한님
바람이 대단한 날입니다.
이웃 나라들이 겪는 여러 기후 변화를 보면서 어쩌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우리 땅에 찾아온 찬바람을 맞으니 우리도 비껴갈 수 없음의 경각심을 느낍니다.
인과응보, 삶의 전환 그리고 성찰이란 단어들이 잠시 머물다 사라집니다.
아시죠?
오늘 아침에 눈을 뜨는데 기도가 자연스레 흘렀지요.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청소도 하고, 필요한 작업도 좀 하고, 12시 알람음에 잠시 멈춰 마음도 살피는 꽤 괜찮은 시간을 보냈는디...
우리집 식구 중 한분이 내일 연수가 있다며 목욕재계를 해야 하신다 하여 흥쾌히 목욕탕으로 따라 나섰지요.
우왕~ 명절 마무리라 그런지 목욕탕에 뭔 사람이 그리 많은지요.
개인별로 앉아서 씻을 자리가 없는 거예요.
그래도 의연하게 공동 샤워기로 몸을 대충 닦고 탕에 들어가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 참 좋지? 따뜻해서..."
" 응. 그런데 씻을 자리가 없어 어쩌지? "
" 괜찮아. 탕 옆에 앉아서 때를 밀면 되지."
"그래! "
목욕탕 안에서도 몸을 느끼고 숨을 느끼며 근사하게 앉아 있는데, 자꾸 눈이 씻을 자리를 찾고 있는 거예요.
함께 앉아 있는 식구는 즐거운 듯 이야기를 재잘되는데 그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고 오로지 빈 자리를 찾아 눈망울을 굴리는 나.
그러다 한 자리를 발견.
옆에 있는 식구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짓으로 얼른 가서 자리 잡으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분은 개의치 않고 앉아계셔요.
그 사이 다른 사람이 그 곳에 가서 앉아버렸지요.
다시 두리번 거리다 빈 자리를 발견.
이번엔 더욱 힘주어 식구의 옆구리를 찌르니, 입을 삐죽 내밀며 드디어 일어나서 한 자리를 잡았어요.
그래서 얼른 그 자리로 가서 때를 밀었습니다.
혼자 앉아서 때를 미는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을 창조하신 이유가 심심해서 그랬다는 우스갯 소리가 기억났어요.
정말 저같은 인간을 보시고 웃으시겠다.
품위있는 것 처럼 앉아있으면서 때밀 장소 하나 찾느라 정신 못차리는 모습이 완전 코미디더군요.
하루 종일 틈만 나면 느낌, 생각, 나의 몸짓에 집중해보려 애쓰면서, 순간 씻을 자리 하나에 욕심을 부리니 참 갈길이 멉니다.
그래서 탐진치(貪瞋痴)를 삼독이라 하나 봅니다.
이렇게 우왕좌왕 길을 가더라도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니라 가야 할 그곳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위로가 됩니다.
이런 저의 모습이 좀 귀여우셨죠^^
하루하루 이런 코미디가 한두편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봐 주시고, 알아차리게 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 나는 영원한 영,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는 침묵의 목격자이다."
옴~
첫댓글 하하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