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피한 오세훈, 만일 손학규였다면 종로로 갈까요?국민들은 내년 총선에서 오 전 시장과 안 의원이 당당하게 자웅(雌雄)을 겨루는 모습을 기대할수도 - 출처:더 뉴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潛龍)’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결국 서울시장직을 도중하차해야만 했던 오 전 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종로’라고, 특정 지역구를 콕 집어 말한 것은 그 지역이 ‘정치1번지’로 불렸던 과거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총선에서 서울 지역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곳에서 승리한다면, 강남에서 당선된 것보다는 모양새가 훨씬 좋을 것이고,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그가 지난 20일 경북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학생 강연 후, 내년 총선 출마지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 (당선이) 수월한 강남은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판단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그가 ‘종로’를 출마지로 선택한 것을 두고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가 당초 출마설이 제기됐던 서울 노원병 출마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한 발언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
그는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리한 데만 찾지 않겠다"며 "서울 또는 수도권 전체 판세에 도움이 되는 곳을 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에 따라 노원병 출마설이 불거져 나왔었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은 “그 얘기가 나온 동기가 매우 불순하다”면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실제 그는 “노원병에 출마하라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라는 취지의 주문”이라면서 “안 의원이 정치권에 들어와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민은 아직 안 의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그분이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행보가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만일 오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새정치연합 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국민이 기대를 걸고 있으니, 노원병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져야 한다는 뜻이나 다를 바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노원병 출마요구를 ‘안철수 몰아내라’는 식으로 해석한 것도 웃기는 얘기다. 어쩌면 국민은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즉 시장 직을 무책임하게 내던진 그가 강력한 대권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안철수 의원과 맞붙어 떨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노원병출마를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안철수 몰아내라’는 요구가 아니라 ‘오세훈 몰아내라’는 요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로구에서 내년 4월 총선 준비를 해오던 정인봉 새누리당 종로당협위원장이 “자신이 떨어질까 봐 겁나서 못가는 상황을 ‘안철수 의원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려는 주문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변명하고 있다”고 쏘아붙인 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국민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오 전 시장이 안 의원과 맞붙어 승리할 자신이 없어서 노원병을 회피하고, 종로라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지역을 선택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 모습은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 이른바 ‘분당대첩’으로 민주당 압승을 이끌어냈던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의 선택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혈혈단신으로 출사표를 던져서 한나라당 전 대표 강재섭이라는 거물과 맞붙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리를 일궈냈다.
그래서 당시 언론은 그의 기적적인 승리를 이순신 장군이 12척을 가지고 왜군 133척과 싸워 승리한 ‘한산도대첩’에 비유해 ‘분당대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분당에서의 승리가 4.27 재보선에서의 민주당 압승을 견인했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당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지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다.
만일 손학규 전 대표였다면, 모든 불리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적장과 맞붙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오 전 시장의 종로 지역구 선택이 아쉽다.
국민들도 내년 총선에서 오 전 시장과 안 의원이 당당하게 자웅(雌雄)을 겨루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 전 시장이 ‘선당후사(先黨後私)’한 손학규 전 대표처럼 노원병 출마를 적극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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