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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썼던 글이라 편의상 반말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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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잡고 쓰려고 하는데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물론 이 글은 현재 의과대학 본과 4학년으로서 스스로의 임상 실습 경험과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 수업시간에 공부한 것과 스스로 생각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참고된 글로서 한 의과대학생 개인의 생각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국의료는 크게 두가지 특성이 있다.
1. 의무보험이면서도 모든 의료를 책임져주지는 않는, 상당히 독특한 제도 하에 있다.
2. 국가보험 하에 있으면서도 정작 개별 병원끼리는 경쟁을 허용, 아니 권장하고 있다.
사실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1번부터 언급해보자.
한국의 의료제도는 처음에는 공무원 보험으로 시작되었고 87년에 전국민으로 확산되었다. 이 전국의료보험은 제약된 예산과 5공에 의한 정책이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만약 제대로된 정부였다면 당연히 재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의료보험공단을 따로 지정해서 예산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아니라 애초에 국가 예산에서 할당되는 근본적 복지 개념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당시 80년대는 한국 최대의 호황기였고 돈은 충분했다. 그리고 수구파들의 '예산이 부족해서...' 라는 이야기는 언제나 개소리라고 봐도 된다. (무상급식할 예산은 없고 멀쩡한 강 파해치는데 드는 20조원은 있는거냐?) 그저 대다수 시민들이 이익을 보는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재벌들에게 돈을 더 걷게 하는게 싫었을 뿐이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러다보니 할당되는 전체적 예산이 형편없었고 어떻게든 국민보험의 구색을 맞추다 보니 '필수적인 것' 들만 보험을 해주고 나머지는 비보험, 보험 해주는 것도 100%는 아닌 희한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노무현 정권을 지나면서 상당히 비보험이 줄어들었고 국가보험이 커버해주는 비율도 증가한 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시스템이다.
문제는 보험 적용되는 부분의 수가가 상당히 낮게 측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건 어쩌면 의료가 발전할 수록 더 심화되는데, 점점 더 많은 장비가 동원되고 그 장비들의 가격은 점점 더 비싸지면서 전체 가격에서 의사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수가의 상승률은 전체 가격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정상수인 장비의 가격을 제외한 의사의 인건비는 점점 더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외과/흉부외과의 수가를 무려 100%나 인상해줬다. 문제는 이런 인상이 가능하다는건 그동안 그만큼 수가가 비현실적이었다는거.....수가 인상 이전에 복지부 자체 평가로 '현재 수가는 원가의 70%수준' 이라고 평했었다. 수술하면 손해라는 이야기-_-)
뭐 그래도 좋다. 그렇다고 외과 의사들이 지금 굶어죽고 있는 건 아니고 종합병원 기준으로 교수들은 연봉 1억 이상씩 받고 있다. 문제가 되는건 그 돈을 버는 방식이다. 수술을 통해 벌수 없기 때문에 다른 것들로 버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1)비보험 2)기본적 외래, 클리닉 등 1,2차 병원의 역할 잠식 3)간호인력과 인턴/전공의 혹사가 있다.
첫째로 비보험인데, 굳이 찍을 필요 없는 CT나 MRI를 웬만하면 찍는다. 병원 가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내가 아는 내과교수도 '굳이 찍을 필요는 없지만 권장한다.' 라고 하고 실제로 분명히 1,2차 병원 혹은 타 종합병원에서 사진을 찍었음에도 병원을 옮기면 반드시 다시 사진을 찍어야한다. 이쪽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정확한 감별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전부 사기라는 말을 하는건 아니다.) 그 외에도 제도적 문제이기도 한데 한국의료에서 초음파는 비보험이다. 산부인과학을 공부해보면 알지만 '거의 대부분의 질환' 이 초음파를 통해 감별한다. 감별 자체가 비보험인 거나 다름없다.
두번째는 외래 같은 1,2차 병원의 역할 잠식인데, 한국의료는 '필수적인 것' 일수록 수가가 정해지므로 이익창출이 어렵다. 사실 그 자체가 틀린 시스템인 것은 아니나 문제는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2번째 문제인 '의료경쟁' 때문에 잘못된 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외과에서 이미 수술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내과에서는 기본적인 복통 같은 '당연히 1차병원에서 평가해야 할 부분' 까지 잠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권장한다. 외래 자체의 가격이 비싼게 아니라 외래는 다른 검사로 이어지므로 수익이 남는 부분인 것이다. 재벌병원 등장 이후 종합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더욱 수익창출에 목마른 병원들은 이러한 1,2차 병원산업에 대한 잠식을 적극 이용한다.
세번째는 의료인력의 혹사다. 일단 한국에서 전공의나 병동의 간호인력은 일종의 '임시직' 의 성격을 띈다. 전공의의 경우 전문의를 따고 페이닥터나 개원을 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들은 전문의 자격증 이후 수익이 보장되므로 전공의 때의 일시적인 낮은 봉급과 혹사를 인내하는 것이다. 간호인력도 마찬가지인데 병동의 간호사들은 낮밤이 바뀌는 나쁜 생활리듬에 상당한 혹사에도 불구하고 낮은 봉급을 받지만, 이들은 이후 대학원 진학이나 각종 특별 업무, 혹은 외래나 검사실 같은 '편한' 위치로 가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병동 경험' 이 요구되므로 이러한 과정을 인내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 '실제로 간호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상당히 낮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조직적으로 전공의나 병동 간호사들을 일종의 '통과 의례' 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그들이 스스로의 커리어를 위해서는 몇년간의 혹사를 인내하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상당히 모순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의사들은 1억 이상을 번다. 의사들이 연봉 욕심을 안내면 저런 방식을 안해도 되는거 아니냐'
일단 첫째로 의사는 일정 봉급 이상은 줘야 한다. 근본적으로 의료인은 전문인이고 현재 한국의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USMLE, 즉 미국의사고시를 볼 자격을 준다. 그 시험의 합격률이 대단히 높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의 의료는 한국의 의사들에게는 열려 있는 것이다. 최소한 '자국인 한국에서 살수 있다는 장점 +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 + USMLE시험을 보는 노력 = 미국의사로서의 연봉' 의 공식이 성립해야 한국의 의료인들이 전부 외국으로 유출되는 걸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건 현재 한국의료는 경쟁시장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에서 수익은 개인의 욕심 때문에 추구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의 도태' 를 막기 위해 추구해야 한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1000병상 규모의 암센터가 건축중이며 아산병원의 거대한 liver center, 서울성모병원의 거대한 새병원 등 현재 한국의료는 엄청난 경쟁 속에 있다. 이러한 '규모의 경쟁' 은 90년대 중반 현대아산과 삼성이 의료 산업에 뛰어들면서 가속화되었는데, 강력한 재원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삼성병원, 아산병원 앞에서 세브란스나 성모병원같은 사립병원들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물론 90년대 이전에도 종합병원의 불친절과 과잉진료, 비보험 난무는 문제가 되어 왔고 의약분업 이전에는 개원가에서도 엄청난 리베이트를 받아먹고 과잉 처방을 해 왔기에 한국의료의 문제가 단순히 시스템 문제만은 아니다. 의사들의 도덕적 타락도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게 '도덕적 타락'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소한 도덕적으로 정당하게 의료를 행할 상황은 제공해 주고 나서 도덕적인 심판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북유럽 국가들은 모든 병원이 국가 소유고 의사는 공무원이다. 이들의 3차병원 의료에서는 경쟁이 존재하지 않고 그렇기에 '과다 수익' 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굳이 1,2차 병원의 영역을 침범할 필요도, 사실 그럴 능력도 없다. 국가에서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의료보험은 국가가 모든 것을 보장하기에 '비보험' 같은 꼼수로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 필요도 없고, 솔직히 말해서 공무원인 의사들이 그런 욕심을 낼 이유도 없다.
물론 이들은 아무래도 스스로의 진료가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지 않기에 좀더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슬픈건 이정도 경향 제외하고는 한국의 의사들이 더 경쟁력을 가진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료의 좋은 점은 정확히는 종합병원 접근성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더 정확한 진료를 받는다는 것 정도라고 봐야 한다.
왜냐면 실제 의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규모의 경쟁' 으로 치달아 버리기 때문이다. 갤럭시S를 산 사람은 그 제품을 아이폰과 직접 비교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세브란스에서 A교수에게 수술받은 사람이 아산병원의 B교수와 세브란스의 A교수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똑같은 몸상태' 에서 두번 수술을 받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웃풋으로 결과를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환자들이 수술방의 수술상황을 전부 아는 것도, 실제로 '어느 교수의 손놀림이 더 화려하냐' 가 아웃풋을 결정짓는다고 전제할수도 없다.
경쟁이라는 것은 명백히 아웃풋의 차이가 나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애니콜로 희희덕 거리던 삼성은 아이폰을 보고 깜짝 놀라서 노력해서 갤럭시S를 만들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컨텐츠를 늘려 갈 것이고, 애플은 또다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혹은 아이폰의 하드웨어를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모든 건 구매자들이 '아웃풋을 직접 비교' 할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우리가 아이폰과 갤럭시를 직접 비교할 수 없고 '아이폰의 명성' 이나 '갤럭시를 만드는 삼성의 총 자산규모의 거대함' 따위만 알 수 있다면 그게 정확한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며 그러한 기준을 기반으로 한 경쟁이 과연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까? 현재 한국의료가 그렇다. 실제 의료 자체의 품질이 나아지는게 아니라 더 큰 암센터, 더 큰 새병원, 더 큰 검진센터의 확충에만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환자에게 중요한 건 A교수와 B교수의 실력 차이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도 '객관적 지표' 로 알기 어렵다. A교수의 환자가 사망률이 높은 건 그 교수가 형편없어서일수도 있지만 그가 정말 실력자이기 때문에 말기 환자들이 몰려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의료의 경쟁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무의미한 것이 여기에 있다. 신자유주의식으로 '경쟁은 무조건 더 좋은 퀄리티를 제공한다.' 는 건 헛소리다. 그건 일단 진입장벽이 낮고 아웃풋 비교가 되는 상황에서 가능한 것이다. 의료는 진입장벽이 높고 아웃풋 비교가 어려운 분야에 속한다. 한국의 순위권 종합병원의 외과의사들이 전반적으로 실력이 좋은건 그들이 경쟁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엄청나게 수술을 많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건 모든게 그렇지만 '많은 경험' 은 일정 수준까지는 실력과 정비례하지만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경험과 실력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경험은 일종의 역치로서 작용하는 것이기에 senior staff이라고 해서 모두 junior staff보다 실력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경쟁은 앞에서 말했듯 필연적으로 '고도의 수익' 을 목표로 해야 하므로(시장에서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모든 병원은 수익을 목표로 하게 된다. 아예 미국처럼 국가보험이 없는 곳이라면 의료의 본질인 수술, 처방, 외래 등에 고가의 가격을 매겨 의료수가는 비싸지만 의료의 구조 자체는 정상적인 상황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가격을 차지해야 마땅한 수술, 처방, 외래 등은 국가가 정한 저수가에 묶여 있으므로 병원들은 수익창출을 위해 다른 꼼수에 매진하게 된다. 의료에 있어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이고, 우스갯소리로 '한국 종합병원의 3대 수익원 - 주차장, 푸드코트, 장례식장' 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민의 20%가 건강보험이 없어 찢어진 인대를 스스로 꼬매야 하는 나라를 원하지 않는다면 북유럽 식의 복지가 이루어져야하는 것이다. 일단 국가가 종합병원을 장악해야 하고 국민이 그 안에서는 모든 의료를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군사정권 식으로 모든 병원을 압수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고-_- 국립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해서 사립재단 스스로 계속 병원을 운영하든가 국가에 넘기든가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3차의료의 대부분의 환자는 소위 말하는 빅5 병원, 서울대, 아산, 삼성, 세브란스, 성모병원으로 거의 몰리는 실정이고 국립대 대학병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빅5 수준으로 만든다면 굳이 사립병원을 인수하지 않아도 된다. 국립병원은 철저히 국민보험에 입각해서 운영하게 하고, 사립병원들은 수가에 구속받지 않고 스스로 상품을 창출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대신 지금까지 BK21 등 각종 명목으로 사립재단에 지원되던 지원금은 일절 국립병원으로 돌려야 하겠다.
돈이 문제라는 주장이 꼭 나올텐데 '투명한 세제 도입' 이면 대다수 시민들은 지금 이상의 금액을 낼 필요 없다는 '자명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현재 의료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얼마전 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이 국민의료보험에 내는 돈과 알리안츠 생명같은 사보험사에 내는 비용을 전부 합치면 지금 당장 전국민 의료복지가 가능한 비용이 나온다고 한다. 물론 이 부분은 분명히 시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돈이 없어서' 못하는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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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국의 보건 체계가 다르며 생활 수준도 상이함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적절한 예를 들었네요. 물론 우리나라의 보험 체계가 타국에 비하면 의사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음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수입이라는 문제를 끌어들여서 글을 쓰시는 것은 그냥 밥그릇 논쟁글입니다. 곧 졸업하실 분께서 벌써부터 그런 사고를 갖고 계시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신다면 이런 글은 쓰지 말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자기를 포함한 의사 집단의 얼굴에 침뱉는 글을 굳이 써야 했는지 의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부끄럽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다른 리플은 다 이해하는데 이런 인신공격은 그닥 유쾌하진 않군요ㅎㅎ 최소한 이러이러해서 문제다라는 이유도 없구요.
제가 어떤 의사가 될지 눈에 보인다고 했는데 전 그쪽이 어떤 인간일지 눈에 보이네요 ㅎㅎㅎㄹㅎ
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심했군요
전 봐도 부분부분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뭐라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구요....
이에 대한 다른 의사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