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아가에 대해 교부들의 성경주해를 살펴보겠습니다.많은 교부들은(오리게네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히에로니무스, 엘비라의 그레고리우스), 솔로몬이 한량없는 지혜로 쓴 아가는 신부와 신랑의 사랑을 그린 빼어난 혼인 찬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아가를 육적인 의미나 문자적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키루스의 테오도레투스는 아가는 사실적 이야기가 아니라 영적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설명합니다.
【성경본문 : 아가 1,1】
“솔로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
달콤한 혼인 찬가
제가 볼 때 이 책은 솔로몬이 혼인을 앞둔 신부의 입장이 되어 신랑에 대한 거룩한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마음을 연극 형식으로 노래한 ‘에피살라미움’ 곧 혼인 찬가입니다. 신랑은 말씀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오리게네스 『아가 주해』 서론).평화와 주님을 사랑하는 솔로몬이 도덕을 바로잡고 자연 세계에 대해 가르치며 그리스도와 교회를 하나로 결합시키고 그 거룩한 혼례를 축하하는 달콤한 혼인 찬가를 부르는 것이 아가입니다(히에로니무스 『서간집』 53,8).오리게네스는 아가는 영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설명하고, 키루스의 테오도레투스는 아가의 ‘신부’는 교회이고 ‘신랑’은 그리스도이며, 이 책은 이 둘의 신비적 결합을 노래한 작품이라고 설명합니다.
육적인 의미가 아닌 영적인 의미
신랑과 신부의 사랑에 관한 이 책에는 다윗의 후손이나 임금 등, 육적인 의미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은 담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습니다. … 그래서 책의 제목도 다윗의 자손이라거나 이스라엘의 임금이라는 설명 없이 간단히 “솔로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육적인 이름에 기인하는 의미가 이 책의 주제와 뒤섞이는 일이 아예 없도록 한 것입니다(오리게네스 『아가 주해』 서론).아가를 잘못 이해하는 주해가들은 이 작품을 영적인 내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망구의 옛날이야기보다 더 황당한 이야기를 이 작품의 줄거리라고 믿습니다.그러면서 현자 솔로몬이 자신과 파라오 딸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우깁니다. … 그러나 진지한 정신을 지닌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고귀하다’는 것은 소재에 해당하는 설명이며 신부와 신랑을 백성으로 이해합니다. … 제가 보기엔 이렇습니다.그들은 성경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으며 ‘연고, 입맞춤, 허벅지, 배, 배꼽, 뺨, 눈, 나리꽃, 사과, 나르드, 향유, 몰약 같은 단어들을 만나면 표현법이라는 너울을 뚫고 표면 뒤 영의 세계로 들어가 너울 걷힌 얼굴로 주님의 영광을 바라볼 능력이 없습니다.그래서 본문을 육적으로 해석하여 터무니없이 불경을 저지르는 것입니다(키루스의 테오도레투스 『아가 주해』 서론).
‘신부’는 교회, ‘신랑’은 그리스도
‘신부’는 교회로, ‘신랑’은 그리스도로, 신부의 시중을 드는 ‘젊은 여자’들은 아직 신부와 같은 덕에 이르러 완전함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신부’로 불리지 않고 신부의 시중을 드는 것입니다) 경건하고 힘찬 영혼들로 이해하십시오(키루스의 테오도레투스 『아가 주해』 서론).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