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옳게 되려는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옳다고 믿으려는 동기를 지니고 있다.'
- 엘리어트 애런슨 (동 시대 가장 유명한 사회 심리학자 중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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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는 얘기는 옛말이고,
이제는 '합리화하는 동물'이라는 표현이 보다 더 적합해 진 오늘날입니다.
실제로, 심리학자 Kahneman은 고(故)인이 된 전 동료 Tversky와의 합작품이었던
행동 경제학 모델을 통해, 경제학자도 아니면서 2002년 노벨 경제학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행동 경제학 :
이성적이며 이상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전제로 한 경제학이 아닌,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 by 위키피디아
우리는 평상 시, 수많은 오류들을 범하면서 살아 갑니다.
'저 여자가 날 좋아하나 봐, 대쉬하면 되겠어'
같은 쓰잘데기 없는 착각에서부터
'오 이러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지금이 투자 타이밍이야'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에서의 판단미스까지
오류는 그 순간에는 정답처럼 굴었다가도, 시간이 지나고나면 본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순간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최적의 판단이노라고 믿고 또 자신합니다.
자, 우리가 망할 오류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내가 그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이미 찾았기 때문입니다.
마스터피스(masterpiece)를 만드는 궁극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그만하면 됐어, 이 정도면 됐어'
라고 소근거리는 내부로부터의 유혹
바로, 이 유혹을 극복하느냐 못 하느냐로부터 갈린다고 봅니다 저는.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로 잘 알려져 있죠.
얼마 전 막을 내린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도 그 디테일함으로 유명하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본다면,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들이 일정 수준에 만족하고 마는 사람들이었다면,
우리는 살인의 추억이나 시크릿 가든, 해리포터 시리즈를 지금처럼 구경해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인지 심리학에서, 인간 행동의 프로그램을 규명하려는 설명들 중에,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각광을 받았던 부분이 효율성(efficiency) 파트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은 그 역량이나 처리 용량 등에서 제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효율적으로 움직이고자 한다는 거죠.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ner)라는 개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스스로가 굳이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할 때에는,
치열하게 생각치 않는단 거에요.
몇 가지 cue라던지, 남의 권고, 또는, 내가 기존부터 지니고 있던 고정관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단 겁니다.
여기서,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스스로가 굳이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할 때'
즉, '이제 그만하면 됐어, 이 정도면 됐어'
라고 속삭이는 내부로부터의 유혹에 무너질 때
다시 말해, '내 선택과 결정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 그 순간'
그 시점이 바로 내 등신짓, 미친짓의 시작점이 됩니다.
애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걔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간의 크나큰 gap이 아마도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왜 이렇게 해선 안돼?? 난 이렇게 할거야 할거야 할거야 이렇게 하고 싶다고
내가 그건 아니라고 했지!! 이노무새끼, 일로 와 종아리 걷어 착착착착 (매가 종아리에 착착 감기는 소리)
우엥우엥우엥 (아둥바둥)
애들은 모르겠죠. 지들이 지들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버린 그 시점이, 바로 맞을짓의 시작이었다는 것을요.
맨 첫 줄의 내용을 복기해 봅시다.
'인간은 옳게 되려는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옳다고 믿으려는 동기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 내리려 합니다.
중간쯤의 내용을 떠올려 볼까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ner)라는 개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스스로가 굳이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할 때에는,
치열하게 생각치 않는단 거에요.'
기본적으로, 내 선택이 옳을 거라는 망할 디폴트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생각하지 않고, 거기서 딱!! 멈춰 버리죠. 왜? 아마도 난 옳을 테니까. 내가 이미 내 결정에 정당성을 확보했으니까.
즉, 난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무턱대고 믿을 거니까.
'정당(正當)'하다는 건 그럴 만 하단 얘기겠죠.
단, 구분은 명확히 하고 넘어 갑시다. 그럴 만 하단 거지, '정답'이란 소리는 아니에요.
나의 정당하다는 생각은 또한,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엔, '그럴 만 하다'고 여겨진 '나의' 생각일 뿐인데,
그런 생각에 나 자신이 쉽게 납득 당한단 겁니다.
정답도 아니고, 객관성이 보장된 것도 아닌데 말예요.
실제 합리적이라기보단, 그저 내가 옳다고 믿으려는 합리화 성향을 지니고 있을 뿐이기에,
우리들 인간은 객관적 정답(正答)이 아닌 주관적 정당(正當)에 너무나도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인간의 '긍정적 자기 지향'(나는 합리적인 사람이양)과 '인지적 효율성 추구'(이 정도면 됐엉, 충분해) 간의 앙상블이 빚어 내는
개너지(급히 만든 개+에너지의 합성어) 효과의 극치
나는 똑똑해!!! 똑똑하다고!!!!! 우하하하
처맞는 아이는 단지 주관적으로 정당했던 것일 뿐이고,
내가 오류의 늪에 빠져 버린 이유도 그 녀석과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겁니다.
난 그저 내가 옳다고 믿고 싶었을 테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럴 듯 하다고 생각했던 걸 별다른 의심 없이 정답이라고 여겼던 거겠죠.
그렇게 우리는 리즈 시절의 박경림과 함께 서서히 착각의 늪으로 빠져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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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그 순간에는 정답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
바로, 내가 부여한 '정당'성을 '정답'일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걸, 행동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우리들 인간의 실제 모습이라고 받아 들인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생각을 깊게 하고, 사고의 폭을 넓게 가져갈 수록,
내가 정의 내린 정당이 정답에 근접할 확률은 높아지겠지요.
또한, 내가 내린 의사결정에 내 스스로가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상황은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변모할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엔 참 우습단 말예요.
내가 나를 좋게, 이쁘게 보려고 했던 긍정적 의도가 결국엔 내 발목을 잡는 꼴이니 말입니다.
이 세상과 인간을 누가 만들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동전의 앞면엔 긍정(肯定)과, 동전의 뒷면엔 부정(不正)을 새겨 넣은 그 센스에는,
정말 평점 7점을 주고 싶은 심정이네요.
(토익 점수 기준임)
첫댓글 잘봤습니다~ ^^ㅋ
아 어렵군요.
그렇다고 계속 고민할수도 망설일수도 없는거잖아요. 정답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아무튼 공감합니다.
대학교에서 심리학개론으로 개념자체는 알고있는건데 어찌나 이렇게 설명을 잘하시는지..정말정말 부럽습니당~
혹시 석사나 박사과정 밟고 계신가요? 정리해서 책하나 내셔도 재밌겠네요.
석사 과정 중에 있습니다 ㅎㅎ
흠 강의를 하셔도 되겠는데요? 완전 쏙쏙 들어오네요~
항상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평소에 모든것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순간 '내가 옳다'는 전제를 깔고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글이네요 ㅎㅎ
글이 항상 재밌어요~~ 평소에 가끔 해오던 생각인데 이렇게 장문의 글로 보니 정말 재밌네요!!
머랄까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봣을 정도의 소재들을.. 학문적이면서도 일상적인말로 긁어주시네요.. 비스게의 '효자손' 같은분입니다 ㅎ
와 뭔가 와닿는게 있네요
학교공부도 이렇게 재밌다면 좋을텐데ㅋㅋ
오늘도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
저도 매번 재밌게 읽고 갑니다~
정말 쉽게 설명해주시네요~ 잘봤습니다.
매번 잘 보고 갑니다 ^^ 그런데 혹시 석사나 박사논문 쓰고 계시는 중인가요? ㄷㄷㄷㄷ;;;;
아직 석사 과정이에요 ㅎㅎ
잘봤습니다..매번 무명자님에게 깨우침을 얻고 갑니다
라스타님 말처럼 저도 요즘 비스게서 무명자님 글읽고 깨우침을 얻어갑니다
여태 쓴글만 모아서 출판해도 책이 나오겠네요..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다음편 기대할게요 ㅋㅋ
누가 되지 않으시다면 퍼가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혀 누 되지 않아용~
잘 보고 갑니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캐감사드린다능~
매번 잘 읽고 갑니다~ 공부가 많이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