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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 과거의 악몽 (승혁,승민 편)-
‘철썩- 철썩-’
파도소리가 유난히 커다랗게 들려오던 날 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는 외딴 어촌 마을에
부모에게 버림받아 홀로 남겨진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10살 터울의 6살 밖에 안 되는 어린 동생은 매일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우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난 동생을 꼭 안으며 파도소리만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는 일 뿐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길......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이 다 달라져 있기를....
텅 비어진 쌀독에 쌀이 가득 차여져 있기를...
바닥을 보이는 연탄이 창고 안에 가득 차있기를...
매서운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깨진 창문이 튼튼하게 변해져있기를...
우리를 떠난 엄마가... 눈을 뜨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기를....
하지만 냉정한 현실을 언제나 우리에게 배고픔과 외로움을 남겨 주었습니다.
간신히 이웃주민의 도움으로 의해 굶주린 배는 달랠 수 있었지만
간간히 사람들이 보여주는 동정과 멸시의 눈빛에.... 난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눈들이 더욱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매일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울고 들어오는 동생을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었으니까요...
내 나이 16살이 되던 해....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날
난 작디작은 동생의 손을 꼭 부여잡고 서울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그냥 그 곳에서 살았더라면.....
멸시를 받더라도.. 외로움이 사무치게 밀려오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 곳을 떠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이토록.......................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택한 내 자신이 정말 후회스럽습니다........
.............................
............................
............................
“오랜 만이다. 최승민. 킥.”
내가 처음으로 현진우를 만난 날..
가기 싫은 학교를 억지로 가기위해 집밖으로 나온 그때...
유독 춥고 서늘한 아침에 입에서 나오는 뿌연 입김보다 진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집 앞 대문 담장 옆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현진우가 있었다.
그를 처음 봤을 땐.. 지랄 맞게도 난 그 모습이 참 멋있다 생각했다.
무릎까지 오는 긴 검은 코트가 잘 어울렸고 약간 푸석한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온 몸에서 나오는 거만함이 멋있어보였다.
그땐 참 어렸었다. 미친놈처럼... 그래.. 딱 난 그때 미친놈이었다...
“형. 누구야? 형 친구야?”
“.......아.......”
“ 여어- 친구 얼굴을 벌써 잊어버렸냐? 나 현진우다. 최승민.”
가느다란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환하게 웃던 진우는 천천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현진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야비함이
그땐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카리스마처럼 보였다.
현진우의 당당함에 눈이 멀어서 그랬던 걸까?
살짝 뒷걸음치는 형의 모습을.. 흔들리는 형의 눈동자를 그땐 보지 못했다.
“오~ 니가 승민이 동생이냐? 꽤 잘생겼는데?”
“최승혁. 너 빨리 학교 가! 강의 시간에 늦은 거 아니야?”
“늦게 가도 괜찮아~ 괜찮아~”
“그래... 왜 동생을 빨리 못 보내고 난리야... 킥... 이제 대학생이지? 용돈 필요하지 않냐?”
“최승혁!!! 너 빨리 못가!!!!!!!!!!!!”
“아..알았어!!”
내 어깨위로 커다란 손을 얹으며 새하얀 치아를 들어내며 친절하게 웃는 현진우.
처음 본 순간부터 그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탓일까...
그의 행동에 들뜬 날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형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에 난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달래며 집을 나와야 했다.
나도 얼른 성숙해져 사회에 나가게 되면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주눅당하는 사람이 아닌 주눅 시키는 사람.
위로 쳐다보는 인간이 아닌 아래로 내려보는 인간....
난 집 앞에 남겨진 두 사람의 뒷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발걸음을 빨리 했다.
내가 사라진 뒤... 형과 그 남자와의 관계가 뭔지..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알지 못한 체 말이다...
......................
“훗- 니 동생 많이 컸다?”
“니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크크큭- 뭐.. 다시 컴백 한거지.. 아무리 내가 못된 짓을 했더라도..
할배한테 내가 유일한 핏줄이 잖냐”
“그..그래..”
방금 전 승혁의 어깨에 있었던 자신의 손을 손수건으로 스윽- 닦아내는 현진우.
그런 진우의 모습에 승민은 애써 담담한 듯 진우를 쳐다보았고 치켜뜬 진우의 얼굴엔
좀 전 승혁에게 보였던 친절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 정말이지. 그땐 암담했어. 무지막지하게 내쫓기고 말이야. 대체 누가 말했을까?
할배한테.... 응?”
“진우야.. 그건..!!”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진우에 의해 승민은
예전의 기억이 물밀 듯 떠오르기 시작했다.
꽁꽁 얼어붙은 동생의 손을 붙잡고 올라온 서울이란 낯선 도시.
빽빽하게 둘러싸인 높은 건물들 중에 어린 동생과 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그렇게 쉽게 마련될 리 없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일거리는 좀처럼 구해지지 않았고
밤이 되면 지하철에서 새우잠을 자야하는 신세였다.
그 시절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사람이 현대만이였다.
대진 그룹이란 어마어마한 회사의 회장님께서 무슨 이유에선지 우리를 거두어주셨다.
동생과 내가 살만한 작은 집을 구해주셨고 월마다 꼬박꼬박 생활비도 조금씩 보내주셨다.
동생은 유치원에 난 가난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중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왜 그가 우리에게 이런 자비를 배풀어 주었는지.. 그땐 몰랐다.
그저 동생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따스한 방이 좋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냉장고에 가득 채워져 있으며
원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에 감사했고 행복해 했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공짜란 없다. 공짜란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난 현대만 회장에게서 받은 은혜의 대가로 그의 아들 현진우을 보살펴야만 했다.
처음 그 부탁을 받았을 땐 그저 철부지 도련님이
사고를 치진 않는지 감시하는 일 뿐 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와 이토록 얽히게 될 줄이야....
그를 처음본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현대만이 늦은 나이에 얻은 외동아들. 현진우 그것도 현대만의 정부의 아들이었던 현진우는
세상의 삐뚤어짐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 그의 모습은 어긋날 때로 어긋나 버린 모습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커다란 반감을 가지고 있던 현진우가 아버지의 명으로 자신의 옆에서
귀찮게 얼쩡거리는 내가 좋을 리 만무했다.
처음엔 병원에 실려 갈만큼 그와 그의 친구에게 얻어맞은 적도 있었고
심한 경멸의 말도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현진우가 불쌍했고 동정이 갔다.
별 볼일 없는 나 같은 존재가 우러러 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자제를 동정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난 그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현대만의 명령이 아닌 내 마음으로 그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외로운 사람만이 외로워하는 사람을 알아본다 랄까?
하지만...... 안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란 걸......
현진우에게 있어서 나란 존재는 하찮은 인간일 뿐 이란걸.....
그가 저질러놓은 일들의 뒤치닥거리는 늘 내 몫이었다. 싸움문제. 돈 문제. 여자문제.....
어릴 적 아버지에게 버림 받아왔던 그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의 곁에 늘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삐뚤어진 그가 변할 줄 알았다... 난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에 불과 했던 걸까.......
몇 년 전 현진우는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
그건 도저히 나 혼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버려지는 기분을 알기에.. 버려서는 안되는 것인데......................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억지로 낙태시켰고.....
그 여자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려버렸다.
뒷골목에서 떠돌아다니는 이름모를 약으로 아이를 잃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고...
환각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녀는 진우에 대한 처절한 사랑과 빛도 보지 못한 체
죽어간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채워진 핏빛 유서를 남긴 체 자살을 했다.
혼자만의 우정은 그때 사라져야만 했다. 실오라기만한 그에 대한 연민도 동정도
그때 없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난생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였으니깐..........
하지만............ 하. 지. 만............... 난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남자였기에... 죽는 그 순간까지 현진우를 사랑한 그녀을 위해서....
그녀의 죽음 앞에 흘려준 현진우의 눈물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랐기에......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떠들썩해질 매스컴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현대만 회장에게 모든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더 역효과를 낼 줄이야....
오랫동안 누적되어왔던 현진우의 만행에 휘발유를 뿌린 격이 되어버렸고
자신이 어렵사리 이룬 회사의 이미지가 망가질까 두려웠던 현대만은
곧장 현진우를 내쫓다 싶히 강제로 뉴욕으로 보내버렸다.
그 후..........계절의 몇 번 바뀐 지금까지 난 현대만 회장의 도움을 일체 거절했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 승혁과 함께 살아왔다. 그들과의 인연을 끊고 싶었다.
그런데... 또다시 현진우가 내 앞에 나타났다. 전보다 더욱 어긋난 모습으로............
“아..아니- 뭐.. 지금 와서 지난 일을 떠올릴 필요는 없구 말이지...... 부탁 하나만 하자.”
“뭐?”
“내가 뉴욕에 있을 때.. 꽤 짭짤한 건수를 하나 건졌거든. 근데 그게 꽤 복잡한 일이라서..
이제야 화가 누그러진 할배를 또다시 화나게 할 순 없어서 말이지...
니가 나 대신 어떤 물건을 받아와 줬으면 좋겠는데........“
“진우야...”
“거절은 안할 거라 믿는다. 예전의 우리로 돌아가야지.. 안 그래??
자세한 내용은 저기 있는 녀석이 나 대신 알려 줄거다.
그럼.. 난.. 할배가 기다리고 있어서-”
거절은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짧게 자신의 할 말만하고 돌아서버리는 진우는
곧장 자신의 차에 올라타 굉장한 굉음을 울리곤 빠르게 사라져갔다.
진우가 가고 난 뒤 남겨진 몸집이 꽤 좋은 남자가 터벅터벅 승민에게 걸어왔다.
“모레 새벽 2시. 원효대교 북단 지하에서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
“무슨..물건이죠?”
“훗.. 그건 나중에 다 알게 될 겁니다. 당신은 그냥 물건만 받아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 죄송하지만.... 진우에게 말해주십시오. 난 이제 더 이상 진우와 연관되고 싶지 않다고.
이번 일 거절한다고 말입니다..“
“......훗... 후회 하지 않을 자신... 있으신가 봅니다..”
“네??”
“아닙니다. 당신 말.. 전해드리죠.
그래도 나중에 생각이 바뀌시면 이쪽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작은 명함을 승민에게 내미는 남자. 강대현.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뒤돌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검은 차에 올라탔다.
진우가 사라진 곳으로 향하는 검은 차를 보며..
승민은 불길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
“훗. 그래? 거절했다 이 말이지?”
“어떻게 할까요?”
“걱정마. 그 녀석은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을거다. 나와 녀석은 그런 사이거든.”
“그럼 예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실수 없도록 해.”
대현의 전화를 끊은 진우는 검게 세팅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흑색 건물. 흑색 하늘. 흑색 세상. 그의 시아엔 세상이 온통 검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둡게 탁해진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던 진우의 입고리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훗.. 니가 내 말을 거절하면 안 되지........
난 내가 받은 건.. 그대로 돌려줘야 하거든.....
“ 한국대로 가.”
“네.”
진우의 말에 짧게 대답을 한 기사는 현대만이 기다리고 있는 대진그룹이 아닌
한국대로 방향을 틀었다.
바람이 거세게 아주 거세게 불어온다.
............................
“안녕-”
“어?.. 안녕하세요.”
뭐라고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교수의 지루한 강의가 마침내 끝나자
승혁은 간만에 친구들과 함께 술 한 잔 하며 수업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학교를 나섰다. 그런데 학교 정문 앞에서 자신을 반기며 기다리는 사람.
현진우가 승혁을 맞이했다. 갑작스런 그의 방문에 놀라움과 궁금증이 앞섰다.
왜 그가 여기에 있는 거지?
“여기 다니는 구나?”
“아. 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너랑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환하게 웃는 그의 젠틀한 이미지가 어른의 문에 갓 들어온
승혁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나와 이야기 해보고 싶다니.....
승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가 이끈 작은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오며 라벤더 향과 담배 연기가 섞여
오묘한 향기가 품어 나오는 클럽 안.
아직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의 모습은 아무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바 안에서 컵을 닦아내는 바텐더만이 승혁과 진우를 반겼다.
“와-”
“ 블랙 러시안 두잔.”
“네. 알겠습니다.”
“성인이니깐 술은 마실 줄 알지?”
“네? 아.. 그럼요.”
처음 와 본 바 안을 이리저리 신기하다는 듯 살피는 승혁의 모습에 피식거리며
웃어넘기는 진우는 자신이 늘 마시던 블랙 러시안을 바텐더에게 주문을 했다.
그 즉시 달그락거리는 얼음 속으로 커피색의 맑은 술이 따라졌다.
“근데.. 저랑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거예요?”
“그냥 저냥.. 뭐 부탁할게 있다고나 할까? 그 이야긴 나중에 하고
우리 정식으로 인사도 못 나눴네. 난 현진우라고 한다.
니 형 승민이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지낸 절친한 친구지.“
“아.. 전 최승혁입니다. 한국대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구요.”
“아- 경영학과? 공부 잘 하나 보네?”
“아니요. 잘하긴 무슨.. 간신히 턱걸이로 들어온 거예요. 공부는 형이 잘했죠.”
“그래. 승민인.. 공부는 잘했지... 킥!”
한 잔의 술이 두잔 세잔이 될 때까지..
진우와 승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보수적인 형이 이런 대단한 사람과 친구란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형과는 다르게 시원시원한 그의 성격에 승혁은 미처 형에게 하지 못한 고민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었고 주절주절 끝없는 승혁의 말에
아무말없이 묵묵히 들어주는 진우가 더욱더 승혁은 마음에 들었다.
“진우 형하곤 왠지 말이 통하는 것 같아요. 헷!”
“승민이가 좀 고지식한 면이 있어.”
“맞아요!! 맞아!! 형은 맨날 잔소리만 해 되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일을 하면
죽음이예요. 죽음.. 꽥- 하고.. ”
“맞아. 승민이 그런 성격 좀 고쳐야 할 텐데 말이야..
세상을 너무 똑바로만 보는 경향이 있어..”
알콜 농도가 높은 술을 계속해서 마셔서 그런지
취한 듯 약간 꼬인 발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승혁.
그런 승혁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기만 하던 진우의 눈이 가늘게 떠졌고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쳐졌다.
“그래서 말인데.. 승혁아...”
“네?”
“내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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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와- 우리 형이다- 안룡하세욧! 최승민 동생 최승혁!!
열심히 술 마시다 이제야 집에 도착햇슴다!!”
“이자식이 미쳤나? 이 시간까지 누구랑 이렇게 많이 마신거야?!!”
“몰라~ 알 수가 없어~ 도대체 사랑이 어떤 거길래!!!!!!!!!!!!!”
“야-야! 동네 사람들 다 깨겠다. 목소리 줄여!!”
자정이 훨씬 지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은 승혁 때문에
승민은 집 밖에서 승혁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 큰 어른이 좀 늦을 수 있는거지 유별나게 왜 그러냐고 할 사람도 많겠지만
어릴 때부터 자신의 손으로 일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보살펴온 동생이기에
승민은 승혁에게 있어 동생이기 보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자식 같은 존재였다.
그랬기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해 들어온 동생의 등을 새차게 후려쳐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단 말씀.
“힛힛- 형아야. 형 친구 완전 멋지더라. 성격도 캡 좋구. 나랑 말도 잘 통하구 말이야~”
“뭐? 형 친구? 형 친구 누구?”
“아- 거. 있잖아. 오늘 아침에 본 사람. 진우.. 진우 형말이야. 그 형 돈 진짜 많은 가봐?
비싼 술을 막막 시켜주던데?“
“너....... 진우랑 같이 술 마신거야?!!”
“넵!!! 아주 잘 마셨습니다. 후헤헤-”
승민의 어깨에 기댄 체 집으로 들어온 승혁은 쇼파에 자신의 몸을 뉘였다.
빙빙 도는 머리 속에서 승혁에게 보이는 건 승민의 깜짝 놀란 얼굴. 굳어버린 승민의 얼굴.
음....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거지?
궁금증이 잠시 솟아오르긴 했지만 더욱 짓눌러오는 술의 기운이 그 생각을 말살시켰다.
“ 진우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데?”
“ 응?? 뭐 아무 말 안했는데. 그냥 형 뒷담아 정도?”
“............”
“아! 아! 그리고 나한테 뭐 하나 부탁하던데...”
“...!!!!!....”
“음....그게 뭐였더라???...음......아!!! 맞다.. 어떤 물건 좀 받아달라고 하던데? 형 대신해서...
형 진짜 못됐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절친한 친구 부탁 하나 못 들어주냐?
진우 형이 무지하게 서운해 하더라..............
그래서.... 싸가지 없는.... 형...대신.......내가.......부타....글...음.........쿨....쿨......“
무겁게 감겨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한 승혁은 끝까지 말을 다 잇지 못한 체 잠들어버렸고 비몽사몽 하며 들려온 승혁의 말 속에 들어있는 말의 뜻을 알아들어버린 흔들리는 자신의 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머니에 구겨 넣어뒀던 한 장의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나중에 생각이 바뀌시면 이쪽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빠르게 명함 속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거는 승민.
기계 속에서 들려오는 벨소리가 소름끼치도록 길게만 느껴졌다. 이윽고 몇 번의 신호음이 끝나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최승민. 결정은 내렸나?”
“내 동생한테 무슨 말을 한거야?”
“뭐. 별거 없었어.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형을 대신해
동생이 수고 좀 해줬으면 해서 말이야...킥!”
“.................”
“이때까지 내 옆에 붙어 다니는 대가로 할배한테 받아먹은 돈이 얼만데..
너 때문에 잡아먹은 내 금쪽같은 시간이 얼만데.....
니가 정 하기 싫다면.. 니 동생이라도 시켜 먹어야지. 그게 공평한거 아니겠어?“
수화기 속에 들려오는 진우의 악랄한 목소리에
핸드폰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해. 내가 한다구. 잔머리 써가면서 내 동생까지 이용하려 들지마!”
“그래.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나야 니 동생한테 볼일은 전혀 없지.
그렇게 화내지 마라. 친구야.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 물건만 잘 받아와주면 너도 니 동생도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깐 안심해. 그러니깐 괜히 힘 빼지 말고.. 내일 보자구. 친.구.“
‘뚜-뚜-뚜-’
정막 속에 울려 퍼지는 기계음 속에서 승민은 괴로운 듯 자신의 손을 얼굴에 가져간다
이 끊질긴 인연을 어떡하면 잘라놓게 될지..
허울뿐인 친구란 단어에 승민은 가슴 속에 뭍어두었던 얼굴을 떠올린다.
희진아........... 진우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죽어버린 너도.... 살아있는 나도........
우리 모두 외로움에 파뭍혀 사라져 버릴 것 같다.
<19화> - 과거의 악몽 (승혁. 승민 편) -
“ 저기 저 서있는 사람의 가방과 이 가방을 맞바꾸시면 됩니다.”
“...............”
웬일인지.. 마른 겨울하늘에서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렸다.
물방울이 맺힌 차 창문 밖에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승민의 시아에 들어왔다.
대현이 건내 준 가방을 손에 꼭 쥔 승민은 머리에 쓰여진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저 가방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아니.. 그것이 무엇이든 관심조차 갖지 말자. 그냥 저 가방만 건네 받아오면..
이제 진우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는 거니깐.....
승민은 다짐한 듯 차문을 벌컥 열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차 속에서 다리를 꼬아 승민의 행동을 지켜보는 대현은 음흉한 미소를 보인다.
“ 물건은 확실하다. 우리들 사이에 확인 같은 건 필요 없겠지..”
“...............”
“다음엔 더욱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자구.”
검은 정장을 빼입고 있는 남자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다리 밑을 울렸고
승민은 마른 침을 삼키며 남자가 건네준 묵직한 가방을 손에 검어들었다.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무게감에..
역시 좋은 일은 아니다 싶은 승민은 그 즉시 몸을 돌려 대현이 있는 차 쪽으로 걸어갔다.
가방을 건넨 남자 역시 승민이 건넨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 하곤
곧장 자신들의 차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수고 했습니다.”
차 창문을 반쯤 열어 논 상태에서 승민은 가방을 차 안으로 넣었고
대현은 가방 안을 살펴보곤 이내 굳게 닫아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차 밖에 서 있는 승민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내며 말을 건넸다.
“ 그럼.... 뒷일을 부탁드립니다.”
“네?”
“훗.”
-에에엥!!!!!! 에에엥!!!!!!!!!!!!!
“모두 꼼짝 마!!!!!!!!!”
갑자기 어두운 공간에 들이닥쳐진
수많은 그림자들과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더욱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현장 속에서 당황한 승민은 커다랗게 떠진 눈으로
차 속에 있는 대현을 바라보았고 그런 승민의 눈을 무심히 쳐다보던 대현은 창문을
유유히 닫아버렸다. 그리고 경찰과 도망자들 사이에 어지럽혀진 공간에서 대현을 실은 차는
빠른 속력으로 그 곳을 빠져나갔다. 승민만을 덩그러니 남겨둔 체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는 승민이 였지만 우선 이 순간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만은 알았다.
그랬기에 자신들을 붙잡으려는 형사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수많은 무리의 형사들의 포위에 승민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널 불법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한다.!”
마..마약?..... 마약이라니??..... 저항하지 못할 만큼 형사에게 억세게 붙잡힌 승민은
형사들이 내뱉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함정이다.
현진우가 친 함정에.... 너무나 쉽게...... 보기 좋게 걸려 들어버린 승민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
“아. 정말. 전 정말 모른다 구요!!! 난 똘마니라니깐. 멋도 모르고 나왔어!!
저기 저 있는 놈이 가방을 우리한테 건네 줬으니.. 저 놈이 더 잘 알거 아닙니까!!!“
“이 자식아!! 니네 파가 주도한 일인데 니가 왜 몰라!! 너 바보냐?! 엉?!!”
“아씨!! 때리지 좀 마!!! 형사나리!! 그리고 모르는 걸 어떡하라고!! 젠장!!
그냥 배 째!! 아. 배 째라구!!!”
“아니 이 새끼가-!!”
오랜만에 대거 범인들을 붙잡아 온 경찰서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했고 시끄러웠다.
그 속에서 묵묵히 침묵을 유지하는 승민은 멍하니 고개를 숙인 체 간이의자에 앉아있다.
“ 너 마약 밀매가 얼마나 중죄인진 알고 있지?”
“...............”
“저 놈들한테 받은 마약 어디에 뒀어?! 주도자가 누구야?”
“.............”
“야!야!야!! 니 입에 족쇄 채운다고 될 일이 아니야!! 빨랑 안 불어?!! 엉!!!”
다른 놈들과 달리 아무런 반항도 그렇다고 자수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아무 말도 없는 승민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오른 형사는 자신의 손에 들린 수사 일지로 거세게 승민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하지만 그 폭력조차 소용없는 것인지 미동조차 하지 않는 승민의 모습에 형사는 기가 찰 뿐이였다.
“ 한 형사. 그만해!!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한 형산 다른 놈 맡아.”
“윤 선배님.............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놈 완전 독종이 예요. 속 꽤나 썩으실 겁니다.”
“.................”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치며 혀를 두르곤 자리에서 일어난 형사.
그 형사를 대신에 또 다른 남자가 승민의 앞에 앉았다.
시끌벅적한 공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낯익은 시선을 느낀 승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 윤 형사님?.........”
“오랜만이다. 승민아...”
자신을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에 승민의 눈은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녀가 죽은 뒤..... 갈기갈기 찟겨진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그녀와 관계된 사람들과는
일체 만나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되다니.......................
윤희진의 큰 오빠인..... 윤택무....
그와 이렇게 또다시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잘..... 지내셨어요?”
“나야..... 똑같이 지냈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에 온거냐? 응?”
“....................”
승민의 손목에서 찰칵거리는 수갑 소리가 택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법 없이도 살 녀석이 왜 이 곳에 그것도 마약밀매의 혐의까지 받으며 있는 것인지
택무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승민은 그저 씁쓸히 웃을 뿐이다.
“도대체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응?”
“................”
“누가 너한테 이런 일을 시킨 거야?”
“.............”
“승민아. 잘 들어라. 난 니가 이런 일을 할 놈으로는 절대 보지 않는다.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이 일의 주도자를 말하지 않고
버티면 니가 다 덮어쓸 수도 있다. 니 동생을 생각해야지...“
“..............”
무릎 위에 놓인 굳게 깍지를 껴진 두 손에 괴로운 듯 이마를 뭍는 승민.
동생을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겁니다...
만약..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진우를 거론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눈에 선합니다.
내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즉시 승혁에게 달려간 진우인데..
그건 완전히 암묵적인 협박인데..
내가 어떻게 그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고뇌하는 듯 괴로워하는 승민의 모습에 택무는
순간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하나 떠올랐다.
동생의 영정 사진 앞에서 눈물로 가장한 비웃음을 보였던
인간이라고 조차 생각할 수 없는 개자식의 얼굴이.....
“설마.. 이 일을 시킨게.. 혀...”
“형!!!!!!!!!!!!!! 우리 형 어딨어!!!!!”
자신이 생각한 인물이 정확한 것인지..
승민에게 재차 확인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거론하려 할때....
낡은 문을 박차며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을 찾는 승혁의 모습이 승민에게 보여진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승민을 확인한 승혁은 믿기지 않는 듯
떨리는 발걸음을 승민에게로 가져간다.
차갑게 보이는 수갑이 형의 손목에 채워진 걸 확인하자
승혁의 목소리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형... 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형이 여기에 있어!!!!!!!! 지..집에 가자.. 얼른!!!!”
“...... 승혁아 니가 여긴 어떻게...”
“ 아씨!! 빨리 일어나!!! 형한테 여기가 어울리기나 해!!!”
“ 진정하세요!! 여기 경찰서 입니다!!”
“씨발!!!! 경찰이면 범인을 잡아야지!! 왜 우리 형을 잡아 놔??!!!!!! 대한민국 경찰
눈까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승혁아!”
“설마 설마 했어. 진우 형 말... 안 믿었는데... 형..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믿을 수 없는 일이였다. 형이 경찰서라니.. 마약 밀매라니....
법을 어기는 일이라곤 눈꼽만치도 하지 않는 쑥맥인 형이 벌인 일이라곤
승혁의 머리로는 납득이 가질 않았다.
“진우가........... 알려줬어?”
“그래!! 진우 형이 알려줬어!!!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구!! 형사님.
우리 형 이제 어떻게 되는거예요? 네??!!“
“후...... 이 녀석이 도저히 주도자를 불지 않아.
저 쪽에선 너네 형이랑 거래를 한거라고 밀어붙이니....
이래가지곤 모든 죄를 최승민이 다 뒤집어쓰는 거지. 최소 10년은 썩어야 할껄?“
“.....!!!!!......... 혀..형... 빨리 불어...... 형한테 시킨 놈이 있을 꺼 아니야!!!
형 혼자 한 일 아니잖아!!!“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조목조목 말을 잇는 형사에 의해
승민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소리치는 승혁.
승혁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승민은 입을 다물며 허공으로 자신의 시아를 맡길 뿐이다.
아무 대책도 하지 않은 채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있는 승민의 모습에
승혁은 자신의 입술을 잘근 깨물며 경찰서 밖을 뛰쳐나갔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서든 수습해야 했기에..
어떻게 해서든 형을 그 곳에서 빼내야 했기에...
승혁의 다리는 무의식중에 어떤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현진우....... 그 자식 짓이었구나.. 승민아...”
“.......아니... 아닙니다. 모두 제가 꾸민 일입니다. 제가 한거예요.”
“바보같은 말 하지마!!! 이자식아!!!!! 현진우 때문에 니 인생 망칠 일 있어!!!
그런 건 내 동생만으로 충분해!!!!!!“
머리 속에 떠올린 의심이 확신이 되어간다.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으로 동생의 죽음의 진실이 세상 속에 묻혀졌었고
그녀를 죽이게 한 당사자는 이 나라에서 모습을 감추었는데...
다시 한번 잡을 기회를 만들며 나타난 현진우.
이번엔 절대로 놓치지 않아...
택무의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
“어쩐 일이지?”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를 가다듬으며 승혁이 도착한 곳은 대진 그룹이였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에 손꼽힐 만큼 거대 기업.
승민의 친구인 현진우라면.... 이런 대기업의 아들이라면.......
반드시 형을.. 승민을 도와 줄거라 믿은 승혁.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진우의 눈빛이 예전과 다르게 냉소적으로 변해있는 건
승혁 혼자만의 착각이였을까?
“좀 도와주세요. 우리 형을...... 제발.. 도와주세요.”
“뭘 어떻게 도와 달라는지 모르겠군.”
“예?”
“후-”
가죽의자에 깊게 자신의 몸을 맡긴 체 담배연기를 깊숙이 내뱉는 진우는
자조적인 미소를 띄며 승혁을 쳐다보았고
저런 진우의 모습을 처음 본 승혁은 당황한 듯 멀뚱히 서있을 뿐이다.
“ 승민이.. 나도 구해주고 싶지.. 그런데.. 마약이란게 말이야.
이 대한민국에선 다른 범죄보다 더 엄격해. 아무리 우리 집안이 좀 난다긴다 하더라도
거기까진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형이 그런 사람 아닌거 진우 형도 아시잖아요. 정 안된다면..
변호사라도.. 구해주세요. 유능한 변호사 잘 아실꺼 아니예요!!“
“내가 왜?”
“네?”
“내가 왜 그래야하냐구. 나도 이번 일로 승민이한테 많이 실망했어.
천사같은 얼굴로 사람을 그렇게 배반하다니.. 나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 줘.“
마치 남 이야기 하듯 무덤덤하게 말을 하는 진우가..
정말 자신이 알던 진우가 맞는 건지..
승혁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난 당연히 발 벗고 도와줄 거라 확신하고 왔었는데..
냉담한 그의 반응에 승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승혁은 낙담한 듯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고 진우의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문 앞에서 자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마냥 서 있는 한 남자가 자신을 지나쳤다.
“훗... 지 형을 그렇게 만든 사람한테....... 형을 구해달라니..... 완전 바보 형제군...”
“...!!!!!....”
스쳐지나가듯 작은 목소리에 승혁은
진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대현을 바라보았지만 대현의 모습을 가려주듯 이내 쿵-하고 문이 굳게 닫혀 버렸다.
“무...무슨 소리야?......”
...............................
“웃기는 녀석이군요. ”
“킥. 그러게 말이지.. 정말 맘에 안드는 놈이야.”
여전히 가죽 의자에 다리를 꼬며 앉아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도시 광경을 내려다보는 진우는 윗입술을 살짝 자신의 혀로 핥았다.
난 내가 받은건 확실히 돌려줘...
어떤 이유에서든.... 날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겠지?
최승민...
아버지가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서 붙여준 샌님.
엄마를 버릴 땐 언제고 늙고 약해지자 전적으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을 데리고 온
아버지에게 큰 반항심을 가졌던 난 그가 별로 달가운 존잰 아니었다. 전혀!!!
내가 하는 일 마다 족족 참견을 하며 시비는 놈. 죽도록 패줘도.. 아무리 협박을 해도
내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훗. 그것도 다 아버지가 준 돈 때문에 그런거겠지..
자신에게 얻는 것이 없으면 그 어떤 것에도 매몰찬 것이 인간이란 족속들이니깐..
그런데.. 그런 놈이 어느 순간부터 꼴값지도 않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동정의 눈빛......... 불쌍하다는 눈빛............
감히 누구한테 그딴 눈을 하는 건지!!!!!!!!!! 수치심과 불쾌감이 온 몸을 휩쌌다.
오냐. 그래. 너 따위가 그런 눈으로 날 본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널 이용할 때로 이용해주마. 니 그 불쾌한 마음을
날 위해 유용하게 사용하겠어.
난 크면 클수록 모든 것에 불만이고 반항적이었다.
그와 비례해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났고
그럴 때마다 승민은 내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해결해 줬다.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편한 하인이 있는 것 같았다.
날 동정하는 그를 맘 것 비웃어주며 내 생활을 즐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승민인 나에게 꼴 같지도 않는 선행을 배푸는 듯 보여 한편으론 불쾌했다.
그런 그를 망가뜨리고 싶은 욕망이 봇물 쏫아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기회는 너무나 쉽게 찾아왔다. 그가 사랑하는 한 여자. 윤 희진.
끼리끼리 역인다 했던가... 없는 것들끼리 잘들 놀아나고 있었다.
이 여자을 이용하면 손쉽게 승민을 망가뜨릴 수 있었다.
별 볼일 없는 여자를 이용한다는 것에 죄책감은 없었다. 그냥 약간 기분이 나쁠뿐..
맘먹고 그녀에게 접근 했고..... 그녀를 죽도록 사랑하는 척 했다.
그러니 그 여잔 가볍게 승민을 차버리고 나에게 왔다.
이런 지조 없는 년을 사랑했냐? 보는 눈 없는 승민이 가엽게 느껴져 그만둘까 생각할 찰라..
그 여자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내게 자신의 몸둥아리를 들이밀며 염치없이 나와 결혼을 하자 할까?
나에겐 잘못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자살을 했든 말든 나와는 상관이 없단 말이다.
웃기지도 않게 구구절절 써놓은 그녀의 유서에 난 코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딴 여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승민이 녀석이 이해가가지 않았다.
하지만 예의상.. 그래.. 한때나마 내 아이를 가진 여자에 대한 예의이라고 해두지..
난 그녀의 영정 사진 앞에서 나오지 않는 눈물을 지어 짜며 맘에도 없는
눈물연기를 펼쳤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아니.. 내 연기에 웃겨서 그때 나도 모르게 웃었을지도 모르지......
마음에 없는 예의라 하더라도.. 나에게 아무 의미없는 여자를 위해 조문까지 했는데..
최승민... 감히 이 일을 아버지에게 값싼 입을 놀려??
엄마와 나를 버렸던 죄책감에 아무리 못된 짓을 저질러도 눈감아 주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호된 꾸지람과 나를 외국으로 쫓아낸 일은
최승민에 대한 분노로 방출되어버렸다.
외국에 나와 있는 동안 뜻하지 않게 나의 비상에 도움이 될 도구를 손에 넣었고
그것을 이용해 난 최승민을 부셔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지 않나.. 내 몫은 챙기고 눈에 가시인 녀석은 제거하고 말이지..
연로해진 아버지의 부름과 함께 찾아온 이 기회를....... 이젠 절대로 놓치지 않아.
창문 밖으로 내다보는 진우의 눈빛이 사납게 이글거렸다.
“실장님. 그런데....정말.... 최승민이 실장님에 관해 짭새에게 불지 않을까요?”
“.....걱정마. 그럴 일은 절대 없어. 그 자식은 날 너무 잘 알거든...
날 배반 하면 지 동생이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잘 아는 놈이니깐..“
“그럼 다행이긴 하지만............ 저.. 이번 수사를 맡은 형사가.. 윤택무 형사입니다.”
“뭐?? 누구라구?”
“그녀의 오빠가 이번 마약 수사을 맡은 형사라고 들었습니다.
실장님과 안 좋은 관계고.. 최승민과는 가까운 사이일텐데..... 혹시나 마음이 변해
실장님에 대한 이야기라도 한다면.....“
대현의 입에서 나온 택무의 이름에 잠시 당황한 진우였지만 그 놀람은 순간에 그쳤고
진우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무덤덤하게 말을 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입을 막을 수밖에.............”
...............................
“왜 그렇게 그 녀석을 감싸고 도는 거냐. 승민아. 응? 이번 기회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야.
그 놈을 감방에 쳐 넣을 수 있는 기회!!“
“..... 제가 했어요...... 진우는 저와 아무 상관없어요.”
“아니. 난 확신이 섰다.
니가 현진우가 마약 밀매의 주도자라고 증언만 해준다면
난 모든 걸 걸고서라도 너와 네 동생을 지켜주마. 그러니깐..“
“아니요... 전 그런 말 따윈 하지 않아요. 윤 형사님... 그러니깐 이제 그만하세요.”
모든 걸 포기한 사람 마냥 힘없이 말을 하는 승민은 그냥 빨리 시간이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걸로 진우와의 인연을 끊을 수만 있다면 십년이든 이십년이든
감옥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옆에서 자꾸 회유를 하는 택무 또한 이제 지난 일을 잊어버리길 바랐다.
하지만 승민이 이러면 이럴수록 택무는 더욱더 진우를 잡아야한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 너 희진이 사랑했잖니. 희진이가 어떻게 죽었는 줄 알아? 매일 밤낮으로
전화기를 붙잡고 울었다. 받지도 않는 전화기를 붙잡고 매일같이....
낙태한 충격과 현진우 그 개자식이 준 환각제로 몸도 마음도
모두 만신창이가 되면서 죽어갔어.. 희진이가....... 우리 희진이가 말이다!
너 그거 아니? 그 처절한 유서에는..... 현진우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가득 찼었지만..........
희진이 일기장엔.... 니 이야기 밖에 없었다. 승민아...... 너에게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이다. 너에게 받은 사랑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이다.“
“.....!!!!!!.......”
“ 사람 볼 줄 모르는 바보같은 아이였지만.. 내 귀여운 동생이었어..
그런 동생을 그렇게 만들어놓은 놈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손놓고 앉아만 있을 수 있겠냐?!”
“...............”
“승민아!!”
“............. 윤 형사님................ 죄송한데...... 부탁 하나 들어주세요.”
택무의 분한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쓰라린 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승민은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자기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시키는 말을 내뱉었다.
“희진이..... 희진이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세요.”
...................
잡아들인 범인을 사적인 일로 데리고 나가는 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였다.
하지만 어쩐지 승민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기에
작은 동기만 마련해준다면.... 진우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증인이 나타난 셈이니깐...
택무는 동료들에겐 적당히 둘러되곤 택무는 곧장 승민을 자신의 차로 데리고 갔다.
“미안하다. 그래도 수갑은 풀어줄 순 없구나.”
“괜찮아요.”
“그래......”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승민을 보자 택무는
자신이 너무 승민을 몰아세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현진우를 붙잡는 것이 우선이기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출발한다.”
“.................”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승민을 빽 밀러로 힐끔 쳐다본 뒤 택무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거리며 밤공기를 가르는 매연이 뿌옇게 뿜어져 나왔고..
이윽고 꿈적도 하지 않던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자동차가 체 1m도 굴러가지 않을 때...... 택무의 앞을 가로막는 한 남자.
승혁이 어둠을 밝게 비춰주는 헤드 라이트을 받으며 자동차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승민아.... 니 동생 아니냐?”
“.....아.....”
“형!!!!!!!!형!!! 우리 형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굉장히 화가 난 듯 자동차 창문을 부셔져라 두드리는 승혁.
갑자기 나타난 승혁의 등장에 택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 죄송한데요. 윤 형사님.. 승혁이도 함께 데리고 가주시면 안될까요?”
“......그건......”
“ 윤 형사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일 없어요. 저 도망 안갑니다.
승혁이에게도 해줄 말이 있어서 그럽니다.”
승민의 간곡한 부탁과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승혁에 의해
택무는 어쩔 수 없이 차 문을 열어 주었고...
기다린 듯 승혁은 차 안으로 들어왔다.
“ 형을 도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는거야!! 설마 벌써 구치소로 가는 건 아니겠지!!
이 뚱보 형사야!!!!!“
“ 최승혁!! 소리 지르지 마!!! 죄송합니다. 윤 형사님.”
“으흠!!”
차에 타자마자 앞좌석 의자를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승혁의 잡아먹을 듯한 기세에
택무는 헛기침을 했고.. 승혁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야
경찰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택무의 차는 뻥 뚫린 도로를 빠르게 질주했고... 차 안의 세 사람은 오묘한 정적이 흘렀다.
“ 최승혁. 너한테 한마디만 한다. 다시는 현진우 만나지 마.”
“........... 왜?”
“ 진우는 니가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깐....”
조심스럽게 꺼내는 승민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 택무.
“오늘 낮에....... 진우 형 찾아갔었어... 형을 좀 도와달라고..... 근데....”
“그가 날 도와줄 리 없어. 그러니깐. 진우에게 그런 기대 갖지 마.”
“형 친구잖아!!!! 근데 왜?!!!”
“............... 아무튼!!! 이젠 절대로 진우와 만나지 마!! 그 어떤 일에서든!!
진우가 만나자고 해도 니가 거절해!! 아니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해!! 알겠어?!“
“그럼 형은?... 그럼 형은 누가 도와줘!!”
“내 걱정은 하지 마. 너도 이제 21살이니.. 형 없이도 살수 있을 거고..
나도....... 어떡해든 될거야... 그러니깐...“
“형.......”
말을 흩트리는 승민은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어떡해든 되겠지..................... 어떡해든.................
희진이을 만나고난 후............... 어떡해든 해야겠지...........
승민은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승혁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달그락거리며 수갑의 쇠소리가 들려.. 마음이 아프지만..
따스한 승민의 온기만큼은 빼앗아가지 않은 듯 했다.
“이런 꼴로.. 이런 말 하게 될 줄 정말 몰랐는데........
생일 축하한다. 승혁아.“
“...!!!!!....”
생일.. 그래.. 내일이 내 생일이었지.....
이런 상황에서도 형은 내 생일을 기억하냐?
난 형 생일도 기억 못하는데.......
“말썽은 많이 부렸지만.. 엄마 아빠 없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부족한 형한테 불만도 많았을 텐데..... 삐뚤어지지 않는 것도 고맙고..........”
“아씨!!!!!!! 왜 그래?!! 형!!! 곧 죽을 사람처럼!!!”
“이 자식아!!! 분위기 깨게 한다!!... 그냥 그렇다고.. 그냥... 이때까지 못한 말 하는거야.”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뭉클해지는 느낌..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려고 하는 느낌에 승혁은
괜시리 승민에게 핀잔을 주며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승민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만..
꼭 잡은 승민의 손은 승혁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승민의 슬픈 눈이 승혁의 눈과 마주치려는 찰라............
‘쿵!!!!!!!!!!!!!!!!!’
뒤에서 오는 굉장한 충격.
뒷 자석에 붙여졌던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튕겨져 나왔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승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택무의 차를 박아버린 검은 차량에서 우루루 빠져 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손에 들린 무기들까지......
‘쾅!!!!!!!!!! 쾅!!!!!!!!!!! 빠지직!!!!!!!!!!!!’
순식간에 택무의 차를 빽빽이 둘러싼 남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손에 들린 무기로 차를 인정사정없이 부수기 시작했다.
듣기 싫은 소음 같은 날카로운 마찰음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남자들의 입에서 들려오는 상스러운 욕들이.. 차 안에 있는 우리들을 더욱이 몰아세웠다.
“뭐야!! 어떻게 된 일이야?!!”
“........... 설마.......설마!!!!”
우리가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 한 덩치 큰 남자가 다 찌그러진
차 문을 억세게 열어 제쳤고 순식간에 우루루 몰려들기 시작한 남자들은
승혁과 승민. 그리고 택무를 차 밖으로 끌어냈다.
“당신들 뭐야?!!”
“..... 최승민이 누구냐?”
“뭐??!!!”
“야. 야. 뭘 가려!! 다 죽여버리면 되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에게 달려드는 놈들.
아무리 택무가 형사라고 하더라도.. 이 많은 놈들을 상대하기엔 벅찼다.
승혁 또한 아무리 놈들을 떼려 눕혀도 무기를 가지고 덤비는 놈들에겐
수적으로나 힘으로나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퍽!!! 퍽!!!!!!’
‘퍼억!!!!!큭!!!!!!!’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폭력의 잔재들과 거친 숨소리.. 온 몸에서 흘러나온 피들.
점점 험악해진 분위기는 전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보였고
방금 전 딱딱한 구두 굽으로 복부를 차인 승혁은 가파른 호흡을 몰아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과 섞여 볼을 타고 흐르는 피를 거칠게 닦아냈다.
“ 너희들....정체가 뭐야??!!!!!!”
“ 죽을 놈이 알아서 뭐하게?!! 힘 빼게 하지 말고.. 얼른 끝내자구!!”
“형!!!!!!!!!!!!!!!!!!!”
‘퍼억!!!!!’
“윽!!!!!!!!!!!!!!!!!!!!”
험상궂게 생긴 덩치가 있는 힘껏 자신의 손에 들린 각목을
승민의 머리에 내리치려는 순간...
승혁은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있는 힘껏 승민의 몸을 감쌌다.
살이 찟어진 것 마냥 등이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스..승혁아?...”
“혀..형...윽....빠..빨리 도망쳐.......빨리....”
“안돼.. 어떻게 널...두고...”
“씨발!!! 빨리 도망치라니깐!!!!!!!!!!!!!!”
온몸에 전해지는 고통 속에서 승민을 보호하는 승혁은
승민의 등을 떠밀었다. 승혁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승민의 발을 멈추게 했지만..
자신에게 달려들려는 덩치들을 있는 힘껏 막으며 처절한 목소리로 도망치라는 승혁의 말에..
승민은 띄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끌어당기며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덩치에게 걷어차이며 괴로워하는 택무와..
필사적으로 버티고 서있는 승혁이 눈 속에 각인 시켜졌다.
“빠방!!!!!!!!!!!!!!!!!!!!!!!!!!!!!!!!!!!!!!!!!!!!!!!!!!!!!!!!!!!!!”
밤공기를 가르는 고막이 찟겨 나갈듯한 클락션 소리.............
무섭게 번뜩이는 헤드라이터 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차...............
그리고......들려온..............................
‘끼이이이이이이익!!!!!!!!!!!!!!!!!!!!!!!!!!!!!!!!!!!!!!!!!’
“쿵!!!!!!!!!!!!!!!!!!!!!!!!!!!!!!!!!!!!!!!!!!!!!!!!!!!!”
무엇이 부딪히며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름끼친 마찰음...
검은 콘크리트에 경계가 구분 안 갈만큼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
아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몸을 맡겨 놓은 한 사람..........
“형!!!!!!!!!!!!!!!!!!!!!!!!!!!!!!!!!!!!!!!!!!!!!!!!!!!!!!!!!!!!!!!!!!!!!!!”
자신의 두 눈에 보이는 광경이 거짓이길..
반쯤 감긴 눈으로 서글프게 쓰러져 있는 사람이 형이 아니길.....
형을 친 차 안에 어렴풋이 보이는 사람이...........................
무덤덤한 얼굴 위로 비열한 웃음을 짓는 사람이................... 현진우가 아니길................................
“혀..형....정신 차려!!!!! 이건 아니잖아!! 내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
“씨발!!!!!!!!!!!!!!!!!!!! 일어나라구!!!!!!!!!!!!!!!!!!!!!!!!!!!!!!!!!!!!!”
“...........................”
회색빛 구름이 그르릉 거리며 내뿜여내는 거친 비가
콘크리트을 적시고 있는 승민의 피를 씻겨낸다.
승혁의 울음소리가...... 비 소리에 파뭍힌다.........
.........................
"...색- 색-“
“삐-삐-삐-삐-삐-”
흰 붕대를 머리에 칭칭 둘러 싸매며 산호호흡기와 여러 가지의 링겔바늘에
의존해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승민.
심장 박동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만이 아직 그가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승민이 누워있는 침실 옆에 잠에 빠져 있는 승민을 흐릿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승혁은
차갑게 식은 승민의 손을 꼭 잡는다.
승민의 사고 이후.............
승민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했는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택무에게 모든 걸
듣게 되었다.
과거 현진우가 어떤 일을 저질렀으며 형과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 것인지...
여러 가지의 말들을 들으면서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승민의 사고 때 보였던 현진우의 모습이 점차 승혁의 이해를 돕게 만들어주었다.
땅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 자식을 동경했던 점.
형을 무참히 짓밟은 녀석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점.
바보같이 형을 이렇게 만든 놈에게 머저리같이 도와달라 부탁했던 점.
자신이 한 모든 짓거리에 살이 떨리고 치가 떨려왔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형 앞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런 승혁의 분한 마음과 반대로...현재 마약 밀매에 대한 형의 혐의는 벗어지지 않은 체
현진우에 대한 수사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현진우가 마약밀매의 주도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단 한명의 증인인 승민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승민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현진우란 걸 승혁이 아무리 증언해도
암묵적인 힘과 권력 앞에 이번 수사는 한 마약 밀매 협의자의 단순 사고사로써
이번 사건은 막을 내려버렸다.
이런 사회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힘 있는 자을 위한 사회...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권력 앞에 눈 감아 주는
이 따위 사회에서 형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승혁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현진우를 짓밟아주겠어...... 이 세상이 못한다면.....
억울하게 바보같이 누워만 있는 형을 대신해..... 내가.................. 그 자식을 죽여줄테다.......
“ 형사가 될게.. 형....... 형사가 되서....... 내가.... 그 자식..... 무너뜨리겠어!”
더 이상 현진우와 얽히지 않길 바라는 승민의 마음과는 다르게.....
점점 더 악연은 꼬여버려 현재까지 와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길 없는 악연을 언제 어떻게 끊길지 아무도 모른 체...
승혁의 증오심은 날로 커져만 갔다.
- 번외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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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핑크 슈크림입니다.
깜깜 무소식으로 잠적하다가 인제서야 소설을 올리게 되었네요.
그래도.. 3편 연속으로 올렸으니.. 용서해 주세요.헤헤..
음.. 이번엔 승혁 승민 번외편을 적어봤습니다. 적다보니.. 왜이리.. 분량이 많은지..
저도 깜짝 놀랬다능... 헷~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추석다음에 몰아치는 태풍들.. 그렇죠.. 시험이죠.
다다음주 부터 시험의 태풍이 몰아쳐.. 10월 말쯤에야 돌아올꺼 같습니다.
에구에구.ㅠㅠ 미흡한 제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신 여러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ㅁ;
첫댓글 와우..! 드디어 T^ T나왔군용..!
;ㅁ; 안녕하세요..ㅠㅠ 부족한 시간에 간간히 들어왔는데.ㅠ.ㅠ 이제서야 코멘을 남기네요.. 저를 잊지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하지만 이렇게 코멘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힘이 솟습니다!! 이제 빨리 올리도록 노력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