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커피
유옹 송창재
비 온다고 부쩍
진한 화장을 한 마담이
오늘은 에스프레소죠
엄지손톱 만한 찻잔에
쓰디 쓴 에스프레소를
내 놓는다
도라지 위스키도 어울리련만
내 취향까지 다 알아 내었다
이 카페에서만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아닌데.
오늘
달리 진한 화장을 한 마담은
비오는 날과 맑은 날을 구별할 줄 안다
비 오는 날에도 왔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왔기 때문이다
왜
비 오는 날과
비 오지 않는 날의 커피가
그렇게 달랐었지?
비 오는 날 에스프레소는
나만 마시나 보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지금도 처적거리며
거리엔 등이 켜진다.
고약같은 커피를
입술을 적셔가며 핥아마신다.
비 오던 그날의
우중충한 사랑과
고약하게 쓰던 이별의 맛을
아직 닦이지 않은 뿌연 창문의 구석에 입김까지 불어
참 지랄같으다라 쓰고
처적거리며 마실 수 있도록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켰다.
이제 맑아질 텐데요
마담은 아는 척 웃는다
내 맘을 보았었나
화장도
참 지랄같이 했다
입술만 붉으면 사랑해 주나
두 잔의 커피 값을 치르고
우산도 펼 수 없는
거리로 나왔다
참
지랄같이 우중충한 날이다
내일은
맑아 질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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