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말해서, 피파 발롱도르 상은 전적으로 완벽한 넌센스다.
근본적으로 팀 경기인 축구에서, 왜 사람들은 선수 A의 모든 능력을 분해해서 다른 선수 B와 일일이 비교하는 것일까? 그리고 몇몇 전문가들은 이미 활약한지 수십년이 지난 전설적인 선수의 능력을 깎아내리면서 선수 C가 역대 최고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축구의 매력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토론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세계 최고의 선수' 는 그 중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인만큼 일개 칼럼니스트인 내가 그들의 토론을 막을 권리는 없다.
그러나 발롱도르에 대한 나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 입장은 올해 23인 후보 명단과 최종 3인 명단이 발표되면서 차츰 강해져갔을 뿐이다. 물론 나는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고 세리에 A에 매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므로,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내가 디에고 밀리토의 23인 후보 명단 제외와 베슬리 스네이더의 최종 3인 명단 제외에 분노하여 발롱도르를 악의적이고 편파적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밀리토와 스네이더의 탈락은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난 단지 그들의 탈락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수' 를 선정하는 피파 발롱도르 상의 선정 방식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올해 발롱도르의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대단히 많은 의문이 생긴다. 작년까지만 해도, 발롱도르는 그 이전 시즌 전체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어 최고의 선수를 선정했다.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는 8월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그 이전 시즌 유벤투스의 리그 우승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에 대한 결정적인 기여를 인정받아 발롱도르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통합된 피파 발롱도르 상의 수상자는 1월 10일에 발표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행 중인 시즌에서 12월 31일까지의 활약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3인 후보 명단은 왜 10월에 발표되는 것인가?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최고의 경기들이 대부분 5월, 6월, 7월 사이에 열리게 되는데, 왜 투표 시점을 '시즌' 이 아닌 '년도' 에 맞추는 것인가?
'골닷컴 TOP 50' 은 지난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직후 전 세계의 편집장들과 팬들로부터 투표를 거쳐 8월 초에 결과를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당시 1위로 선정되었던 베슬리 스네이더는 새로운 감독 아래에서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10-11 시즌 인테르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전 시즌의 위대한 업적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발롱도르 선정 방식을 더 파고들어가보면, 우리는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피파 발롱도르는 피파에 가입된 208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과 주장, 그리고 96개국에서 100여명이 넘는 기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이렇게만 봤을 때는 꽤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먼저 국가대표팀의 감독과 주장을 살펴보자. 축구 약소국 중에서 대표로 인도를 예로 들어보겠다. 인도 골닷컴의 라울 발리 기자는 문제의 핵심을 짚는 기사를 작성했다. "난 인도의 감독과 주장이 베슬리 스네이더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에 제 목숨을 걸 수 있습니다. 월드컵을 제외하면, 그들이 스네이더의 경기를 접할 기회는 챔피언스 리그 뿐입니다. 그마저도 동시간 대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아스날의 경기가 있게 되면 중계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인테르의 경기를 볼 기회는 극히 줄어듭니다."
똑같은 실수는 기자들에게도 반복된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해리 윈터 기자가 지난 시즌 베슬리 스네이더와 디에고 밀리토의 경기를 몇 번이나 봤을까?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 스네이더는 승리의 1등 공신이었지만, 그 기자는 '스페셜 원' 이 마법같은 능력으로 자신의 옛 팀인 첼시를 무찔렀다는 식상한 기사를 작성했을 뿐이다. 이건 단지 윈터 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역시 지난 12개월 동안 이탈리아 축구에만 집중적으로 노출되어 온 사람으로써, 세계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 공정하게 판단할 입장이 되지 않는다.
기자들을 좀 더 살펴보자. 네덜란드의 대표 기자는 '아인트호벤 다그블라드' 라는 작은 지역 신문 소속이다. 더 명성이 높은 다른 메이저 언론들을 제치고 말이다. 여러분은 '웨트왕 위클리 가제트' 와 '코리에레 디 코센자' 의 기자가 그 국가 전체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는데 동의하는가? 독일의 대표 기자는 현재 프리랜서로, 그 유명한 'FIFA' 에서 많은 일을 맡고 있다. 이처럼 많은 멍청한 선정 사례가 있지만, 그 중 최악은 스페인이다. 스페인 대표 기자는 다름아닌 친 바르샤 성향의 카탈루냐 스포츠 일간지로 악명이 높은 '엘 문도 데포르티보' 의 파코 아기야르이다.
즉 23인의 후보, 3인의 최종 후보, 그리고 발롱도르 수상자까지도 편협한 시각으로 가득찬 매우 잘못된 투표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스네이더는 인테르에서 트레블의 주역이었고, 월드컵에서도 5골로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결승전에서 아르옌 로벤에게 선사한 예술적인 패스가 골로 연결되기만 했다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도 있었을 정도로 간발의 차이였다. 이것은 현재 피파 발롱도르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번역 :
원문 : http://www.goal.com/en/news/1717/editorial/2010/12/07/2249379/kris-voakes-ballon-dor-debate-disgraceful-snub-of-wesley
첫댓글 길다. 나중에 읽어야지. 좋은글이군
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좋겠다라는 의견이 이미 앞 단락에 제시되었죠. 그전까지 '시즌'에 근거하던 상이 왜 갑자기 '년도'가 기준이 되었냐 라는 문제제기는, 이미 그전에 시즌제로 성과를 보던 제도가 더욱 합리적이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즉 본래 발롱도르의 '시즌'제 방식이 더 나은 답이라는 얘기죠.
기존 발롱도르가 시즌제로 평가했나요..? 제 기억엔 기존의 발롱도 연말에 발표했고 타이틀은 2009년 발롱도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수상자가 전 시즌 활약을 중심으로 평가받았다면 그건 투표하는 프랑스풋볼 기자들의 성향이 그랬던거지 발롱도르라는 상 자체가 그런 기준으로 수상되는거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동감
완전 공감가는 글이네 좋은 번역 감사합니다~
논란되던 것들을 조목조목 집어주네요 좋은글...
인도 골닷컴의 라울 발리 기자는 문제의 핵심을 짚는 기사를 작성했다. "난 인도의 감독과 주장이 베슬리 스네이더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에 제 목숨을 걸 수 있습니다. 월드컵을 제외하면, 그들이 스네이더의 경기를 접할 기회는 챔피언스 리그 뿐입니다. 그마저도 동시간 대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아스날의 경기가 있게 되면 중계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인테르의 경기를 볼 기회는 극히 줄어듭니다."
이런식으로까지 말이 나오는거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음. 투명성의 문제가 아니라 선정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음.
하긴..나도 매주 주말마다 2~3경기는 꼬박꼬박 챙겨보지만 1년에 세리에 경기를 보는 건 한경기도 없으니..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잘 읽었어요
흐미..맞네..
와 대박이네.. 역시 칼럼리스트는 나따위보다 글을 훨씬 잘쓰네... 각국 감독과 주장, 기자가 투표한다는거의 맹점을 잘 짚었네요ㅎㅎ 근데 년도보단 시즌으로 평가하는게 나은건 확실한듯..ㅎㅎ
발롱도르가 현시대 축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상임은 확실하지만, 이번 후보 선정으로인해 그전부터 몇몇 말많았던 부분을 포함해 완벽하게 상의 영향력(?)을 깎아먹고 있는 느낌.....
솔직히 인기투표인거 같음...
투명성은 있긴 있지만 선정방식은 문제임..무엇보다 정말 많은 유권자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기준 잡아준다고 해도 이들이 정말 객관적으로 투표할지는 알수없는노릇이죠.
솔직히 년도로 상주는데 10월쯤에 후보발표하는게 제일 넌센스;; 그럴꺼면 09~10 시즌 최고의선수를 뽑지 ;; 진짜 8월이후의 새로운시즌을 4달정도 치루는데 그폼을 보느냐 마느냐 제일 헷갈리게 하는대목
글 짱 논리적으로 잘쓰네;;; 잘봤음요 ㅋ
당연히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면 인기리그의 스타플레이어가 선정될 확률이 높은건 더 말할 가치도 없는거죠 솔직히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리리가 거기에 분데스리가까지에도 밀려 국가리그4위로 밀려난 세리에A의 경기를 접할 수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될지... 마니아층이 아니고서는 케이블스포츠채널에서도 지금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르상피오나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만 중계된다. 세리에A팀을 볼 수있는건 오직 챔피언스리그뿐이라는 큰 맹점이있다. 전세계에 시청되는 인기순위와 척도로 올해의발롱도르상이 뽑힌다면 세리에나 분데스리가의 미들 수비수 골키퍼에서 그 상이나올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있다.
중요한건 그나마 투표가 제일 공정하다는거죠.
대박 완전공감 !!!!!
솔직히 올해의 발롱도르같은 상을 최대한 공정한 상으로 만드려면 피파위원회에서 여러자문들과 논의후 서로간의 회의를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선수가 받아야하는이유와 팀에 공헌도 그리고 기록으로보여준 수치와 개인과 팀의 성적,우승여부를 엄밀하게 따져서 그 수상자격에 먼사람을 하나씩 떨어뜨려 가려가려 모든 자문위원이 거의 만장일치하게 되는 의견이 수렴되는 사람으로 선정을 해야 마땅하다고봅니다. 다수가 참여한다는 건 투명한 공정성은 최고로 내세울 순있지만 수상의 정확도에선 좀 멀다고 보여지네요. 투표로 그렇게 뽑는건 올해의 스타상이라고 따로 인기상식으로 만들어서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법이죠. 이런 방법이 도입되더라도 후보명단에 상당수가 인정하는 선수가 없다면 위원회에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떨어졌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뒷돈을 받았네, 어디에서 압력받았네 이런 말이 끊임없이 나올 거에요. 그리고 그에 앞서 공헌도, 스탯, 성적, 트로피 등을 따지는데 나름의 평가 비율? 산정도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 잡음이 심할 것 같습니다
옳다. 옳아. 어우 답답해.
절반만 공감.. 하지만 이 글 말을 100% 신뢰한다면 이 문제는 이번 피올+발롱 통합수상 으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피올 내지 발롱도르 수상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해야하죠.. 기존 발롱도르 투표자인 기자들은 발롱후보의 경기를 다 봤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각국 주장 및 감독의 문제도 기존 피올에서 마찬가지로 적용되죠.. 지금 이 글 쓴 사람이 제기하는 선정방식의 결함은 이번 통합수상으로 생겨난 새로운 문제점이 아님.. 이 선정방식으로 문제점을 제기하면 그건 기존의 발롱과 피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것.. 하지만 여지껏 그런 문제제기 없다가 이번에 선정방식이 문제네 하는건 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리고 유럽리그 최고의 선수가 아닌 '세계'최고의 선수를 뽑는다고 타이틀을 내거는데 실질적으로 유럽리그에서 배출된다고 하더라도 아예 기준까지 유럽리그 일정에 맞추는것은 권장할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안제시는 못하고 그냥 문제제기만 한 글이네요. 발롱도르 선정방식에 문제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공정한 방식이 있나요?
문제가 있으면 이것보다 더 나은방식을 찾아야겠죠..
찾으면야 다행이지만 문제는 이것보다 더 나은 방식을 찾기가 힘들다는거죠...
내가 써대던 글이랑 거의 비슷한 요소가 많네 ㅋㅋ 적어도 이런 단점에 대해 알고 있다면 언젠가 해결책이 나오겠지...
어쨌든 문제가있다는건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