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별량중 출장 후 순천에서 병화랑 동주랑 마신 술로 몸이 무겁다.
두 군데를 거쳐 동주네에서 자고 아침에 벚꽃 가득한 봄길을 따라 출근한다.
시골길 출근에는 또 그런 재미가 있겠다.
산행 안내자료라고 정리되지 않은 걸 담임교사에게 보내서인지
아이들은 짝끼리 손을 잡고 산을 잘 오른다.
교사가 꽃을 보면 아이들도 꽃을 본다.
교사가 혼자 걸으면 아이들도 혼자 걷는다.
교사가 간식을 나눠 먹으면 아이들도 나눠 먹는다.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이다.
교사의 거울은 아이들이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의 작은 잘못을 얼마나 많이 꾸짖었는가?
그게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꾸지람이라는 걸 나는 몰랐다.
참 바보다.
화장실을 다녀 온 저학년을 따라가다가
2쉼터에서 내려가라 하고 고학년을 따라 걸음을 빨리한다.
금방 숨이 차 속도를 늦추는데 4학년 서 선생이 아이들과
사이좋게 가고 있다.
5학년 송선생은 정운이를 데려가느라고 여학생들은 모두 먼저 보내고
4학년과 가고 계신다.
정상께의 벤치에 앉아 김밥과 과자로 간식을 먹는다.
6학년은 건너몊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를 올라가고 있다.
내려오며 성결이는 비탈에서 몇 번 미끌어진다.
난 춘란을 보다가 고사리 몇 개를 보고 길을 벗어난다.
도착점 놀이숲으로 내려오며 고사리를 한 줌 꺾어 땀 수건에 싼다.
12시 정각에 두원초 고흥동초 두대의 학교버스를 타고 운동장을 출발해 학교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