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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89
S#1. 절벽 아래 (88회에서 이어지는)
난정, 쓰러진 채 고통스럽게 아랫배를 움켜쥐고 신음을 흘린다.
난정,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얼굴 위로..
당추E : (어디선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난정아- 네 어디 있는 게냐- 난정아-
난정 : (짜내듯 입술을 달싹거리며) ..스님 ...
난정, 사력을 다해 고개를 들려다가 고개를 툭- 떨꾸며 혼절한다.
S#2. 편전 마당
윤비, 댓돌 위에서 연좌하고 있는 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윤임, 김제학 등의 면면을 노려 보고 섰다.
경빈, 계단 아랫편에서 그런 윤비를 보고 섰다.
박승지, 편전에서 나오다 흠짓 놀라 상황을 지켜 본다.
윤비 : (김전을 보며 엄하게) 영상대감,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신 겝니까?!
김전 : 신들은 주상전하께 조정에서 역모로 고변한 안당을 국문하시라는 주청을 드리고 있사옵니다.
윤비 : 주청이요?! 허, 주청을 드리실 것이면 편전에 드시어 당당히 고하실 것이지
어찌 치기(稚氣)어린 유생들처럼 강녕전 댓돌 위에 연좌를 하시어 주상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히신단 말이오?!
남곤 : 전하께오서 신들의 주청을 가납해주시지 않으시오니..
윤비 : (버럭) 좌상대감, 그 입 다무세요!
남곤 : (찔끔) ...!
윤비 : 어찌 신하된 자들이 전하의 어의를 힘으로 꺽으려드시는겝니까?!
어찌 주청이라는 미명하래 신하된 자들이 전하를 위협하시 는겝니까?! 당장 물러들 가세요!
신료일동 : (굳건한 각자의 표정) ...
윤비 : (추상같은) 내 당장 물러가라 명했습니다!
김안로 : 그리는 못 하옵니다!
윤비 : (김안로를 휙- 보며) 뭐라? 희락당대감 지금 뭐라 하시었습니까?!
김안로 : 신들은 전하와 이 나라 종사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이 자리에서 연좌를 하는 것이옵니다!
신들의 행동에 죄가 있다면 전하께오서 죄를 물으실 것이옵고, 신들 또한 그 죄를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하온데 어찌 교태전에 계시어야 할 중전마마께오서 조정신료들이 막중한 국사를 주청드리는 자리까지 나오시어
신료들에게 호통을 치시고 물러가라는 명을 내리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뭐라?
김안로 : 조종조의 일을 살펴보아도 왕후께오서 정사를 알음알이 하시었던 전례는 없었사옵니다!
중전마마, 부디 자중하시어 조정일은 신들에게 맡겨 두시고 교태전으로 발걸음을 돌리시옵소서.
윤비 : (쏘아보는) ...!
경빈E : (냉랭한 미소 위로) 궁지에 몰리면 쥐도 괭이를 문다더니 희락당대감이 똑 그격이구먼?!
윤비 : 허,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거늘! 희락당대감!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려 하시는게요?!
김안로 : 예에?
윤비 : 지난 번 뇌물비리에 연루되어 전하를 기망한 대감들이 무슨 낯으로
전하에 대한 충정과 이나라 종사를 들먹이시냐 이 말입니다!
김전 : 주, 중전마마, 말씀이 과하시옵니다!
윤비 : 과하다니요?! 이사람, 대감들의 시커먼 저의를 어찌 모르겠소이까?! 대감들은 전하의 신임을 잃고
조정에서 찍혀져 나갈 것이 두려워 궁여지책으로 영모당대감의 역모를 고변한 것이 아닙니까?!
일동 : (정곡을 찔린) ...!
윤비 : 영모당대감을 역모로 몰아 전하와 세인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시려는 게 아닙니까?!
또한 대감들은 영모당대감을 국문하는 과정에서 땅에 떨어진 전하의 신임을 회복하려던 속내가 아니시오이까?!
입들이 있으면 말씀을 해보세요!
일동 : (유구무언인 듯 난감한) ..
경빈E : 중전이 조정신료들의 속내를 꿰뚫고 있음이야!
윤임 :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도 전하께 안당을 국문하라고 진언드리지 않으시었사옵니까? 하온데 어찌..?
윤비 : (말을 자르며) 판부사대감! 이사람은 왕실의 안녕과 조정의 평안을 위한 대의명분을 내세워
주상전하께 용단을 내리시라 진언을 올린 것입니다! 허나 대감들께서는 오직 스스로의 목숨을 구명하기 위해
영모당대감을 찍어내려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일동 : (표정이 무너지는) ...
윤비 : 몸을 낮추시고 낮추시어도 모자란 판에 자숙하고 근신하시기는 커녕
대감들께선 어찌 이리도 용렬한 짓거리를 하시는겝니까?!
김전 : ..마마..
윤비 : (김전을 휙 노려보며) 영상대감, 그러시고도 조정신료들의 영수를 자처하시려는겝니까?!
김전 : (움찔 말문이 닫히는) ...!
윤비 : (홍경주를 보며) 남양군대감, 중궁전에 들어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시던 분께오서
어찌 노구를 이끌고 이 자리까지 나오신겝니까?!
홍경주 : (찔끔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는) ...
윤비 : (남곤과 심정을 보며) 좌의정대감! 화천군대감! 경빈이 두 분 대감께 강녕전 앞에서 연좌를 하라고
지엄한 명이라도 내린 것입니까?!
남곤 : (당혹스런) ..그, 그럴리가요..?!
심정 : ...
경빈 : (입술을 깨무는) ..
윤비 : (김제학을 보며) 부제학 영감! 세자에게 왕도를 교육하시는 영감께서
군주에게 이리 무도한 짓거리를 해도 되는 것입니까?!
김제학 : (고개를 숙이는) ..
윤비 : 대감들! 정녕 전하와 이 나라 종사를 위하신다면 연좌를 풀고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돌보도록 하세요!
나라의 녹을 먹는 신료들이 어찌 전하와 백성 위한 정치는 뒷전이고 개인의 영달만을 뒤쫓는 것입니까?!
일동 : (비참한) ...
윤비 : 이사람 말뜻을 아시었으면 당장 물러들 가세요!
일동 : ...
김안로E : (신료들의 무너지는 표정을 보며) 아니 돼, 중전의 기세에 꺾여 이대로 물러서서는 아니 돼!
(윤비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윤비 : (추상같은 호통) 내 당장 물러가라 했느니!
홍경주 : (가래섞인 기침소리를 내며 조용하게 일어선다)
윤임 : (당황하여 보며) ..나, 남양군대감...
홍경주 : ..이 늙은이는 몸이 불편하여 이만 퇴궐하여야겠소이다..(계단을 내려간다)
윤비 : 판부사대감, 내 대감께 외척으로 몸을 사리라고 당부했거늘 어찌 앞장서서 경거망동 하시는겝니까?!
정녕 세자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시려고 작정을 하신겝니까?!
윤임 : 음..!
남곤E : (경빈 쪽을 힐끔 돌아보는 얼굴 위로) 마마, 어찌 하오리까?
경빈E : (눈짓하며) 지금은 중전과 맞서서는 아니될 것이니 이쯤에서 물러나세요.
남곤 : (심정에게 눈짓하며) ..화천군.. 이만했으면 전하께 조정의 뜻을 전해올린 듯 하니 이만 물러가십시다.
심정 : 그러시지요...
남곤,심정 : (일어서서 계단을 내려간다)
김안로E : (당황하여) 아니, 저 작자들이..
김전 : (침통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김안로 : ..숙부님!
김전 :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계단을 내려간다)
김제학 : (일어나서 김전을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김안로,윤임 : (낭패한) ...!
윤비 : (김안로와 윤임을 보며)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 두 분께서는 끝까지 남아 연좌를 하실 작정이시오?!
김안로 : (윤비를 보며) 중전마마..오늘은 신들도 물러가옵지요. (윤임을 보며) 판부사대감, 일어서시지요.
윤임 : ..예.. 그래야 할 듯 싶소이다. (일어선다)
김안로,윤임 : (일어서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윤비 : (들으라는 듯) 저런 자들이 전하의 지근에 있으니 이 나라 종사가 위태롭고 민심이 등을 돌리는게지..!
김안로 : (멈춰서 휙- 돌아보며) 중전마마!
윤비 : 희락당대감, 이사람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오?
김안로 : 마마께오서 조정신료들과 이렇듯 척을 지시온다면 중전마마께오서 아무리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신들
평안하시지는 않으실 것이옵니다.
윤비 : 대감, 지금 이사람을 위협하시는겝니까?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더 잘 아시리라 믿사옵니다. (등을 돌려 계단을 내려간다)
윤비 : ...
김안로와 윤임, 편전계단을 내려와 경빈 옆을 스쳐 간다.
경빈, 김안로와 윤임을 날카롭게 쏘아본다.
박승지, 편전 안으로 들어간다.
윤비 : (경빈을 내려다보며) 경빈,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신겐가?
경빈 : (무릎을 꿇고 조아리며) 신첩, 중전마마께오서 토해내시는 사자후 앞에서 감복하여 가슴이 떨릴 뿐이옵니다!
윤비 : 경빈, 내 조정일에 눈을 감고 귀를 닫으라고 명한 일을 잊었는가?! 당장 처소로 물러가게!
경빈 : 예, 중전마마. 분부대로 물러가겠사옵니다.
경빈, 일어나 윤비에게 조아리고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그제서야 한꺼번에 긴장이 풀리는지 한숨을 내쉰다.
엄상궁 : (윤비 옆으로 다가오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 (끄덕이며) ..괜찮네..(강녕전을 돌아보는 얼굴 위로) ...!
중종E : 뭣이라?!
S#3. 동 편전 방 안
중종 : (윗목에 서있는 박승지를 놀라 보며) 중전께서 연좌를 벌이던 조정신료에게 추상같은 호통을 치시어
연좌를 풀고 물러가게 하시었단 말이냐?!
박승지 : 예, 전하.
중종 : (심기가 불편한) 허어, 중전께서 어찌 조정 신료들에게 호통까지 치시었단 말인가? 어찌! (연상을 쾅- 친다)
S#4. 동 편전 방 밖 복도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방문 쪽으로 다가온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윤비에게 조아린다.
윤비 : 고하여 주시게.
대전내관 : (방문 쪽에다) 전하,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냉랭한) 뫼시어라!
대전내관 : 예. (윤비에게) 드시지요.
윤비 : (결연한 얼굴로 방문 쪽으로 다가서는)
S#5. 동 편전 방 안
윤비, 방문이 열리면 방 안으로 들어온다. (*박승지, 윤비에게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굳은 표정으로 윤비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고개를 돌린 채 앉아있다.
윤비 : (중종 앞에 다가와 무릎을 꿇고 방바닥에 조아리며) 전하, 신첩에게 죄를 물어주시옵소서!
중종 : (냉랭한) ..
윤비 : 신첩, 연좌를 하는 조정신료들에게 물리쳤사옵니다! 신첩, 아녀자가 조정일에 나서는 대죄를 지었사오니
전하께오서 어떤 벌을 내리시든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중종 : (휙- 보며) 중전께선 대죄임을 아시면서 어찌 일국의 조정대신들에게 호통까지 치신게요?!
어찌 아녀자의 몸으로 조정일에 알음알이를 하시어 과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시는게요?!
윤비 : ..전하!.. 신첩은..
중종 : 중전께서 과인 대신 용상에 앉아 천하를 호령하고 싶으신게요?!
윤비 : 전하..
중종 : 그 입 다무시오! 당장 교태전으로 물러가 근신하고 있으시오!
윤비 : (보는) ...
중종 : 왜요?! 조정신료들에게 하시었듯이 과인에게도 호통을 치시려는게요?!
윤비 : (다소곳하게) ..신첩,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치미는 분기로 연상을 쾅-치는) ..허 나라꼴이 어찌 이리 되었단 말인가?!
S#6. 빈청 방 안
김안로, 분기탱천하여 탁자를 쾅- 내려치며 말한다.
김전, 홍경주, 남곤, 윤임, 김제학이 침통하게 앉아있다. (*심정은 없다)
김안로 : 수십 년 동안 조정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시었던 대감들께서
어찌 년치 새파란 중전마마 앞에선 꼬리사린 하룻강아지 신세가 되신 것이옵니까?!
일동 : ...
김안로 : 남양군대감, 중전마마가 그리도 두려우신 것이옵니까?
홍경주 : ..이 늙은이는 유구무언이올시다. (한숨 푹)
윤임E : (휙- 보며) 쯧쯧, 저런 한심한 늙은이 같으니라구!
김안로 : (휙- 남곤을 돌아보며) 좌상대감께오서는 일국의 정승이시온데 언제까지 경빈마마의 눈치나 살피시려는겝니까?!
남곤 : (휙- 쏘아보며) 눈치를 살피다니요? 희락당대감, 말씀 삼가하시오!
윤임 : 목숨까지 걸고 의기투합 하시었으면 끝까지 한 길을 걸으시어야지요! 어찌 중도에 마음을 바꾸신단 말씀이시오이까?!
남곤 : 어허, 판부사대감. 뉘게다 눈을 부릅뜨시는게요?
김전 : (탁자 쾅-) 그만들 하세요. 이러다간 영모당대감을 찍어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중지란으로 무너질 게 자명하오이다!
일동 : ...!
김제학 : 중전마마께오서 우리들의 속내를 꿰뚫어 보시고 계시오니 연좌를 하는 것은 물건너 간 듯 싶사옵니다.
김전 : (끄덕이며) 예, 영모당대감의 역모혐의를 명백히 밝혀줄 증인과 확증을 내세우는 수 밖에요.
홍경주 : 이 늙은이 생각도 그리하는 게 좋겠소이다.
남곤 : (김안로를 못마땅하게 보며) 희락당대감, 영모당대감의 역모를 밝힐 확증은 가지고 있으신게요?
김안로 : 예! 좌상대감께오선 증인이 있는 것이옵니까?
남곤 : 이사람 걱정은 마시고 지난 번 치부책처럼 도둑맞지 않게 잘 간수하시구려! (벌떡 일어서 빈청 밖으로 나간다)
김안로E : (일그러지며) 저, 저 자가?!
홍경주 : (일어서며) 이 늙은이도 이만 퇴궐해야겠소이다. (빈청 밖으로 나간다)
김전 : (한숨 푹 쉬며) ..내 몸이 곤하여 돌아가 누워야겠구나. 이번 일은 차후 다시 논의를 하자구나. (비틀거리며 일어서면)
김제학 : (김전을 부축하여 빈청 밖으로 나간다)
김안로E : 허, 중전의 욱일승천(旭日昇天) 하는 기세를 어찌 꺾어버린다?
윤임 : 희락당대감, 중전의 전횡을 앉아서 보고만 있을 것이오이까?!
김안로 : (보는) ...
윤임 : 대비전에 들어 고합시다! 이번 중전의 처사는 대비마마께오서도 용납지 아니하실 것이외다!
김안로 : 예. 대비전으로 드시지요.
윤임과 김안로, 일어서서 빈청 밖으로 나간다.
S#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마주 앉아있고 윗목에 김상궁이 앉아있다.
경빈 : 호호호! 전하께오서 편전에 드신 중전마마를 크게 꾸짖으시었다?
김상궁 : 예, 마마. 전하께오서 중전마마께 대죄를 내리실 듯 하옵니다.
경빈 : 아니다! 그렇지는 않을게야.
김상궁 : ..예에?
심정 :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연좌하던 신료들을 물리치신 일은 대죄가 명백하지 않사옵니까?
경빈 : 화천군대감, 아직도 중전마마가 어떤 분인지 모르시겠습니까?
심정 : 예에?
경빈 : 그러니 노회한 조정신료들께서 중전마마의 호통 한 마디에 추풍낙엽처럼 나뒹구는 꼬락서니가 되시는겝니다!
심정 : 무, 무슨 말씀이시온지..?
경빈 : 중전께오선 주상전하의 심중을 꿰뚫어 보신겝니다.
심정,김상궁 : ...?
경빈 : 전하께오선 연좌를 하는 신료들을 물리치시고 싶으셨을겝니다. 허나 목숨까지 내걸고 연좌를 하는 신료들이
어명에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것을 전하께오서도 아시고 계셨을 테지요.
이런 와중에 중전께오서 신료들의 연좌를 풀게 하시었으니 전하께오선 손 안대고 코를 푸신 격이 된 게지요!
김상궁 : 하오나 전하께오선 크게 진노하시어..
경빈 : 그래, 전하께오서 체통 때문에 역증을 내시고 중전마마를 크게 꾸짖으시었을 테지!
허나 내심으론 중전마마께 고마워하실 게야.
심정,김상궁 : ...
S#8.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냉랭한 표정으로 앞에 앉은 윤임과 김안로를 본다.
윤임 : 대비마마, 어찌 중궁전의 전횡을 보고만 계신 것이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연좌를 물리치신 일은
왕실과 조정의 법도를 무너뜨린 일이옵니다!
김안로 : 그러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정사를 알음알이 하시옵고 국사에 관여하시온다면
조정신료들은 두 분의 군주를 모시게 되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노려보며) 뭐요?! 희락당대감 그 무슨 해괴한 말씀이오?!
김안로 : 신은 장차의 일이 우려가 되어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윤임 : 마마, 지금 중전마마의 죄를 물으시어 경계로 삼지 않으시오면 조정의 기강이 무너질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용종을 잉태한 중전을 폐위시켜 사가로 내치란 말씀이오?!
김안로,윤임 : ...
자순대비 : 대감들, 정신 차리세요! 대감들께서 연좌를 하신 일이 정당했다면 어찌 중전의 호통에 연좌를 푸시었소이까?!
대감들의 소신이 분명했다면 누가 뭐라해도 그 자리를 지켰어야지요!
윤임 : 하오나..
자순대비 :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물러들 가세요!
윤임,김안로 : (낭패한) ..
자순대비 : 물러들 가라지 않습니까?
윤임,김안로 : 예..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나가는데)
자순대비 : (그 뒷통수에다) 쯧쯧 못난 위인들 같으니라구..
윤임,김안로 : ...!
S#9. 대궐 일각
윤임과 김안로, 침통하게 걸어오고 있다.
윤임 : (멈춰서서) ..중전께오서 용종을 잉태하신 것을 믿고 무소불위(無所不爲)로 나서고 있으니!
앞 날이 어찌 될지 참으로 걱정이오이다!
김안로 : 대감, 지금 중전께오서 믿으시는 것은 복중의 용종이 아니십니다. 중전께오서 믿으시는 분은 세자저하이시옵니다.
윤임 : (놀라) 예에? 세자저하요?
김안로 : 중전께오선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때까지는 세자저하를 중궁전의 방패막이로 쓰실 게 자명하옵니다.
하오니 중궁전과 동궁전을 멀리 떼어놓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이 암담해질 것이옵니다.
윤임 : (끄덕이며) 음!
S#10. 편전 마당
세자, 박상궁과 동궁전 내관과 상궁나인, 호위별감 등을 거느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 위로.
대전내관E : 전하, 세자저하 드셨사옵니다.
S#11. 동 편전 방 안
세자, 중종에게 곡배를 올리고 선다.
중종 : 다가와 앉으라.
세자 : (중종 앞에 다가와 앉는다)
중종 : 세자, 네 어인 일로 편전에 들었는가?
세자 : 아바마마, 어마마마의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중종 : 뭣이라?!
세자 : 어마마마께오서 조정신료들을 호통치신 일로 아바마마께오서 크게 진노하시었다 들었사옵니다.
(눈물 글썽) 아바마마, 소자의 대군아우를 보아서라도 어마마마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중종 : 세자, 네 장차 아비의 대통을 이을 왕세자이거늘 어찌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이리 눈물을 보이는 것이더냐?!
세자 : ...
중종 : 네 이런 유약한 심성으로 어찌 군주의 대업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세자 : ..아바마마..
중종 : 그 입 다물라!
세자 : (찔끔) ..!
중종 : 네 다시 한번 이런 일로 아비의 심기를 어지럽힌다면
네 왕세자로서의 자질을 다시 상량할 수도 있음이니 당장 물러 가거라!
세자 : ...
S#12.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을 앞에 놓고 뭔가를 골똘하게 되새기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김안로 : (89회 S#2의) 마마께오서 조정신료들과 이렇듯 척을 지시온다면 중전마마께오서 아무리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신들
평안하시지는 않으실 것이옵니다.
윤비E : 그래, 조정안팎에 중궁전을 받쳐줄 세가 없다면 아들을 낳아본들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일게야! 위태롭기는..!
S#13.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세자, 박상궁을 거느리고 방문 쪽으로 다가온다.
세자 : 어마마마께 고하거라.
엄상궁 : 예. (방문 쪽에다) 중전마마, 세자저하 문후 드시었사옵니다.
S#1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반갑게 방문 쪽을 보며) 오, 어서 뫼시어라.
엄상궁E : (방 밖에서) 예.
세자 : (방문이 열리면 박상궁을 거느리고 들어와서 조아리며) 어마마마, 소자, 문후 여쭈옵니다.
윤비 : (활짝 웃으며) 세자, 어미 곁으로 오세요.
세자 : 예. (윤비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어마마마, 소자의 대군아우도 잘 있는지요?
윤비 : (미소) 세자가 염려해주는 덕분에 잘 있습니다. (자애롭게 보며) 세자, 이 어미가 대군을 생산하기를 바라시는게요?
세자 : 예, 소자에게 대군아우가 생기면 소자, 정성으로 돌볼 것이옵니다.
윤비 : (감격스럽게 세자를 안아주며) 세자..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 어미 곁에 세자가 계시니 이 어미는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구려.
박상궁 : (유심히 보는) ..
윤비 : 세자, 헌데 오늘은 어찌 어미에게 읽어 주실 책은 아니 가져오신게요?
세자 : 소자, 오늘은 어마마마가 걱정되어 들었사옵니다.
윤비 : 걱정이라니요?
세자 : 소자, 어마마마께오서 조정신료들을 크게 호통치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찻잔을 들려는데)
세자 : 어마마마, 다시는 조정일에 나서시지 마시옵소서.
윤비 : (놀란 눈으로 보며) 세자 지금 뭐라 하시었소?
세자 : 어마마마께오서 조정일에 나서시는 것은 잘못된 일이옵니다.
윤비 : (충격) ...뭐, 뭐라?
세자 : 어마마마께오서 화를 내시오면 대군아우도 찡그리고 어마마마께오서 웃으시오면 대군아우도 웃을 것이옵니다.
윤비 : ..세, 세자..
세자 : 소자, 간청드리오니 아바마마와 대군아우를 위해서라도 태교에만 마음을 쓰시옵소서.
윤비 : (헛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듯 입을 막고 괴롭게 헛구역질을 한다) ...욱! 욱!
세자 : (놀라) 어마마마!
박상궁 : (당황하는데) ..
엄상궁 : (방문 열리면 급하게 들어와 윤비를 부축하며)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 (간신히 구역질을 멈추며) ..괜찮네.. (세자를 보며) 세자, 오늘은 이 어미가 몸이 불편하니 이만 물러가세요.
세자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일어서며) 엄상궁, 어머니를 잘 보살펴드리게.
엄상궁 : (조아리며) 예, 세자저하.
세자 : 어마마마, 소자 이만 물러가옵니다. 몸조리 잘하시옵소서.
윤비 : ...
세자 : (박상궁을 거느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윤비E : (불안한 표정 위로) 내 세자를 너무 믿었던 것인가?! 세자가 정녕 장차 내 목줄기를 물어뜯을 호랑이 새끼였단 말인가?!
S#15.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방백인, 진지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다.
갖바치 : 아우님,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시겠는가?
방백인 : (침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놈 점괘로는 그리 되시지는 못할 듯 싶사옵니다..
갖바치 : 음!..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실 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난정이가 크게 실망하겠구먼.
방백인 : 형님, 그보다도 더 걱정인 것은 난정이요.
갖바치 : ..난정이가 더 걱정이라니?
방백인 : 내 난정이가 본댁에 들어갈 길일을 택일하려고 윤승후관댁 어른들의 사주를 살펴보니
난정이와는 물과 불의 상극이었소이다. 특히 윤승후관 정실부인과는 물론이고 윤승후관의 형님하고도 살(煞)이 끼어
줄초상이 날 수도 있소.
갖바치 : (놀라) 뭐라?! 줄초상?!
방백인 : 예, 난정이가 본댁으로 들어간다면 필시 그 댁에 큰 재앙이 닥칠게요.
갖바치 : 음!
방백인 : 아무래도 형님께서 난정이가 본댁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시는 게 좋겠소.
갖바치E : 허! 하늘이 난정이에게 큰 시련을 주시는구먼..!
S#16. 어느 숲 속 (난정의 꿈)
난정, 자욱한 안개 속을 헤치며 도망치고 있다.
난정, 숨을 헐떡이며 누군가에게 쫓기듯 겁에 질린 눈으로 연신 뒤를 돌아보며 도망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난정,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려고 하지만 다리가 굳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E)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애기 울음소리.
난정 :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어서 도망치는데) ..
(E) 점점 더 가까워지는 애기 울음소리.
난정 : (절망적인 표정으로 기어가며)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흐흑..
(E) 바로 뒤편에서 들려오는 자지러지는 애기 울음소리.
난정 : (뒤를 돌아보며) 아니 돼! 아니 돼! (비명을 지르는) 악-
S#17. 당추 암자 외경 (밤)
방문에 불빛이 새어나온다.
난정E : (비명) 아악-
S#18. 동 당추 암자 방 안 (밤)
난정, 온통 땀범벅인 채 누운 채 몸부림을 치다가 번쩍 눈을 뜬다.
난정, 숨을 몰아쉬며 방 안을 둘러본다.
당추, 한편에 앉아 눈을 감고 진언을 중얼거리고 있다.
난정 : ..스님..
당추 : (눈을 뜨고 보며) 네 이제야 정신이 드느냐?
난정 : (전신타박상으로 고통스럽게 찌푸리며)..어찌 된 일이옵니까?
당추 : (냉랭한) 내 낭떠러지 아래 쓰러져 있는 너를 업어왔느니라.
난정 : (배를 만져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
당추 : 부처님께오서 돌보아주신 은덕으로 크게 상한 데는 없는 듯 싶으니 당분간 몸조리나 잘하거라. (일어서려는데)
난정 : (흐느낌 터지는) 흐흑.. 스님.. 어찌 이년을 살려주신 것이옵니까?!
산짐승 밥이 되게 내버려두시지 않으시고..어찌 이년을.. 흐흑!
당추 : (버럭) 난정아! 네 어찌 부처님 도량에서 복중에 잉태한 생명을 살상하려 했던 것이더냐?!
네 어찌 어미된 자가 인륜을 저버리는 되먹지 못한 모진 짓거리를 하려드는 게냐?!
난정 : 흐흑.. 스님, 이년은 첩년의 자식이라는 굴레를 대물림 하고 싶지가 않사옵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당추 : 닥치거라! 내 이 손으로 핏덩이 받아내어 네게 생명을 주었거늘 네 어찌 그런 못난 말을 하는게냐?!
벌레같은 하찮은 미물까지도 목숨을 부지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거늘 사람의 생명은 말해 무엇하랴?!
난정 : ..스님.. 흐흑..
당추 : 난정아, 세상에 난 풀 한 포기라도 살아가는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허니 네 두 번 다시 못난 마음 먹지 말거라!
네 만약 또 그런 못된 짓거리를 한다면 내 너를 다시 아니 볼 것이다! (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 : (서럽게 흐느끼는) ..흐흑..
S#19. 동 당추 암자 방 밖 마당 (밤)
당추, 방 밖으로 나와 깊은 한숨을 몰아쉰다.
당추 : ..나무관세음보살..
S#20.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밤)
김씨, 윤원형 앞에 찻잔을 내려놓는다.
윤원형, 읽던 책을 덮고 찻잔을 들어 마신다.
김씨 : 서방님, 글공부는 잘 되시옵니까?
윤원형 : 책에 써있는 글귀마다 맞는 말씀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지가 않는구려.
김씨 : 서두르지 마시옵소서..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사오니 서책을 자주 접하시오면 차차 글눈이 트이시어
뜻도 깨우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고맙소, 부인, 헌데 요즘들어 부쩍 아들놈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구려.
김씨 : (흠짓) ..예에?!
윤원형 : 애비가 되면 아들놈 눈이 무서워서라도 더 바짝 공부에 정진할 수 있을 텐데 말이오. 아니 그렇소?
김씨 : (고개 숙이며) 소첩, 이댁에 들어온지 수 년이온데 아직 후사를 잇지 못해 송구할 뿐이옵니다.
윤원형 : 아, 아니오, 그게 어찌 부인 잘못이겠소? 부인한테 마음을 쓰지 못한 내 허물이 크오.
김씨 : ...
윤원형 : (김씨의 손을 쥐며) 부인, 나를 닮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놈 하나 낳아주시구려.
허면 내 보란 듯이 장원급제를 해 보이리다! 부인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구 오늘밤에 합궁을 하십시다. 어떻소? 허허허.
김씨 :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는) ..
S#21. 중궁전 외경 (밤)
중종의 옥교와 무예청, 상궁나인들이 서있다.
엄상궁E :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22. 동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보료 위에 앉으면 윤비, 그 앞에 따라 앉는다.
중종 : 중전, 낮에는 과인이 중전을 너무 심하게 꾸짖은 듯 싶소이다.
윤비 : 전하,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 중궁의 자리에 있는 자가 조정일에 나선 것이 대죄임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중종 : 음.. 중전께선 대죄임을 아시면서 어찌 조정일에 나서신게요?
윤비 : 신첩, 짧은 소견에 전하께오서 상량하고 계시온 일에 조정대신들이 연좌까지 하여 재촉하는 일은
전하께오서 올곧은 판단을 하시는데 심기를 흐릴 뿐 아니오라 전하와 왕실의 체통을 깎는 일이라 생각하였사옵니다.
중종 : ..과인과 왕실의 체통을 깎는다?
윤비 : 예.. 전하..
중종 : 허면 중전께서 과인을 대신하여 신료들을 퇴하신게로구려! 허허허!
윤비 : (보며) 하오면 신첩에게 하해와 같으신 아량을 베풀어 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다가와 윤비의 손을 잡아주며) 중전, 과인이 중전의 가상한 뜻을 어찌 모르겠소.
과인의 호통에 중전의 복중 태아가 놀라지는 않았는지 걱정이구려.
윤비 : (감격에 글썽) ..전하..우악(優渥)하오신 성은에 신첩, 눈물이 나옵니다.
중종 : 중전, 허나, 이번 한 번 뿐이오. 두 번 다시 중전께서 조정일에 알음알이를 하시면 아니 될 것이오.
과인의 말을 깊이 새겨두도록 하시오!
윤비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23. 동 중궁전 방 안 (시간 경과, 밤)
중종, 금침에 누워 잠들어 있고
윤비, 중종 옆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생각에 빠져있는 얼굴 위로.
세자 : (89회 S#14의) 어마마마께오서 조정일에 나서시는 것은 잘못된 일이옵니다.
소자, 간청드리오니 아바마마와 대군아우를 위해서라도 태교에만 마음을 쓰시옵소서.
윤비E : (생각에서 깨어나는 얼굴 위로) 세자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하면 아흔아홉간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음이야..
(뭔가 깊이 생각하는) ..!
S#24. 옥매향 기방 외경 (밤)
정적에 잠겨있다.
S#25. 동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밤)
옥매향, 금침을 덮고 잠들어있다.
옥매향, 뒤척이다가 눈을 뜨고 옆자리를 보면 비어 있다.
옥매향, 몸을 일으키고 갸웃하며 일어선다.
S#26. 옥매향 기방 후원 (밤)
임백령(*잠자리에서 나온 차림), 달을 쳐다보고 서있다.
(INSERT) 밤하늘의 처연한 달.
임백령 : (한숨을 내쉬는) ..
옥매향 : (임백령 쪽으로 다가오며) 나으리, 밤 기운이 탸온데 어띠 나와계신 거야요?
임백령 : (옥매향을 보며) 내 뜻을 꺾고 낙향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담하여 잠이 오지 않는구려..
옥매향 : ...
임백령 : 매향이, 정녕 나를 따라 해남으로 내려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소?
옥매향 : ..니년은 나으리께오서 마음을 어케 댭수시든 나으리 뒤를 뚗을 것이옵네다. 기러니 니년 걱뎡은 마시라요.
임백령 : ..고맙소.. (안아준다)
S#27. 윤원형집 초당 방 안 (밤)
윤원형과 김씨, 금침 속에서 누워있다.
윤원형, 가는 코까지 골며 달게 잠들어있고 김씨, 눈을 뜨고 있다.
김씨의 얼굴 위로 후레쉬백 되는.
S#28. 후레쉬 백 (88회 S#41의)
윤비 : 사내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자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들 말입니다.
...작은 오라버니를 난정이에게 빼앗기지 않으시려면 난정이 보다 먼저 아들을 낳으세요.
그래야 조강지처 자리를 지키실 수 있으십니다.
S#29. 동 초당 방 안 (밤)
김씨 : (뭔가를 결심하는 듯한 표정) ...!
S#30. 당추 암자 법당 안 (밤)
난정, 간절한 눈길로 부처님을 보는 얼굴 위로.
난정E : 부처님, 이년 천벌을 받는다 하여도.. 장차 구천지옥의 불길 속에 떨어진다 할 지라도 내 배로 낳은 핏줄에게
서출의 천대와 멸시를 당하게 할 수는 없사옵니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년이 어미에게 그랬듯이..
왜 저를 낳았냐고.. 왜 저를 낳았냐고 이 어미를 원망하게 할 수는 없사옵니다.. 그럴바엔 차라리.. 이년 손으로.. 흐흑흑..
난정, 법당 마루에 머리를 박고 한없이 흐느낀다.
S#31. 백치수 사랑채 대청 안팎 (낮)
대청마루에 행수들 회합이 열리고 있다.
능금이를 상석으로 송파행수(*갓이 표창으로 뚫렸던), 마포행수 등과 다른 객주행수들이 둘러앉아 있다.
대청 마당 한편에서 송서방과 딱부리가 서서 지켜본다.
능금 : (행수들의 면면을 보며) 앞으로 여러분 객주에서 거래로 얻는 이문의 십중 일을
우리 남소문객주에 떼어주어야 할 것이오.
행수들 : (웅성거리는) ..
능금 : 그 대신 남소문객주에서 조정에 줄을 대어 여러분들의 뒷배를 봐주는 것은 물론
객주 주변을 얼씬거리며 잔푼을 뜯어가는 날파리들을 쫓아주겠소이다.
송파행수 : 허, 누구 맘대로 남의 돈을 공으루 떼어가려는게야?!
능금 : (휙- 노려보는) ..!
송파행수 : 우린 백도주 말고는 다른 자의 말은 듣지 않을 것이야! (둘러보며) 안 그렇소?!
행수들 : (끄덕이며 ''암!'' ''그렇고 말고!'' 등등 동의를 표하며 웅성거린다)
능금, 소매에서 표창을 꺼내 휙- 날려버린다.
대청기둥에 퍽- 들어가 꽂히는 표창.
행수들, 움찔 놀라 조용해진다.
능금 : (살기어린 눈빛으로 훑어보며) 내 말을 듣고 안 듣고는 여러분 마음에 달렸소. 허나 내 말을 거스르는 객주는
두 번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짓밟아 버릴 것이외다! 내 말을 허투루 듣지 마시오!
행수들 : (써늘해지는) ..
S#32.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탁자 위에 놓인 조선지도(*古地圖)를 골똘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능금E : (방 밖에서) 어르신, 능금이오.
장대인 : 들어오너라.
능금 : (방 안으로 들어와 조아리고 의자에 앉는다)
장대인 : 행수들 회합은 잘 마무리 되었느냐?
능금 : 알아듣게 일러두었소. 앞으로 말을 듣지 않는 객주 두어군데만 찍어서 깻박을 내 놓으면 만사형통일 듯 싶소.
장대인 : 능금아, 힘으로 상대를 짓밟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할 수 있다. 허나 장사꾼은 거래를 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없는 상대라도 속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능금 : 당분간 내 식대로 할 테니 맡겨두시오.
장대인 : (끄덕이는) ..그리하거라.
능금 : 허면 나가 보겠소.. (일어서는데)
장대인 : 능금아, 백도주는 어찌 할 작정이냐?
능금 : (움찔 보며) 백도주라니요? 백도주는 금부옥사에..
장대인 : 이번엔 주상전하의 사면령을 받고 방면 되었다.
능금 : 예에?
S#33. 어느 길
백치수, 피딱지가 앉은 추레한 몰골로 다리를 쩔뚝이며 걸어온다.
사람들, 백치수를 거렁뱅이 보듯 멀리 피해서 간다.
백치수, 걸어오는데 뭔가 뒷통수에 퍽- 맞는다.
백치수, 돌아보면 한 무리의 아이들이 ''와- 거렁뱅이다'' 놀리듯 돌멩이 등을 던지며 쫓아온다.
백치수 : (버럭) 이놈들!
아이들 : (겁에 질려 우르르 도망친다)
백치수E : (눈물이 핑도는) 허, 천하의 백치수가 어찌 이리 되었단 말인가? 어찌...
백치수, 그 자리에 앉아 꺼이- 꺼이-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다.
S#34. 편전 외경
정광필, 굳은 얼굴로 편전 계단을 오르는 위로.
중종E : 수천대감, 어찌 과인과 면대를 청하시었소?
S#35. 동 편전 방 안
중종과 정광필이 마주앉아 있다.
정광필 : 전하, 조정신료들이 영모당대감의 역모를 고변한 일을 어찌 처결하실 것이옵니까?
중종 : 과인이 더 상량해 보겠다고 하지 않았소.
정광필 : 전하, 언제까지 상량만 하실 것이옵니까? 온 조정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사옵니다.
실기하시오면 조정의 기강이 흐뜨러지고 국사가 마비될 것이 자명하온데 어찌 용단을 내리시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수천대감, 허면 과인이 어찌 했으면 좋겠소?
정광필 : 영모당의 일을 철저히 조사하시어 역모의 죄가 있다면 능지처참 하시옵고,
결백하다면 거짓 고변한 신료들의 죄를 물으시어 그들을 조정에서 쳐내시옵소서.
그리하시어야 장차 조정에 권모술수가 발을 붙이지 못하고 투명한 정사를 펼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중종 : (고뇌하는 얼굴 위로) ...음!
해설NA : 중종은 기묘사화 때 조광조와 사림들을 제거한 일로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기에
사림들의 추앙을 받는 안당에게 섣불리 죄를 물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중종을 밀어올린 공신들의 죄를 물을 수도 없는 진퇴유곡의 상황이었다.
S#36.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송사련(*야외씬 때와 의상 연결), 김안로 앞에 장부책 두 권을 밀어놓는다.
윤임, 김안로 옆에 앉아있다.
김안로 : (장부책을 펼쳐보며) 이게 무언가?
송사련 : 영모당대감댁 정경부인 초종 때 조객록(弔客錄)과 그 발인 때 역군들의 명부(役軍名簿)이옵니다.
김안로 : 하하하, 잘했네..(윤임에게 장부를 건네 주며) 여기에 역모를 꾸민 자들과 군사들의 명부가 있사옵니다.
윤임 : (장부를 받아 펴보며) 허허, 암요! 이리 뚜렷한 확증이 있으니 되었소이다.
김안로 : (송사련을 보며) 자네가 할 일을 잘 알겠지?
송사련 : 예, 대감. 대신 약조하신 벼슬은 틀림없으시겠지요?
김안로 : 암, 믿게나. 하하.
S#37.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박희량이 앉아있다.
남곤 : 이번에 역모가 고변되는 즉시 상소를 올려야 하네.
박희량 : 예. 믿으시옵소서.
심정 : 국문이 시작되면 대질을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데.
박희량 : 시생이 그 자들이 내뱉는 말을 똑똑히 들었사오니 선비된 자들이 발뺌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남곤,심정 : (끄덕이는) ...
S#38. 어느 정자 위
안당, 착잡한 표정으로 멀리 보고 섰다.
안당 : ...
S#39. 중궁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이 각기 금이와 향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윤비E : 내 세 분 빈들을 부른 까닭은..
S#40.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경빈, 희빈, 창빈을 보며 엄하게 말한다.
윤비 : 세 분 빈들께 이사람의 복중용종을 위한 불공을 부탁드리기 위해서요.
경빈 : 신첩, 중전마마의 분부가 아니 계시었어도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을 위한
축수발원 불공을 드리려고 하였사옵니다.
창빈 : 신첩 역시 신첩의 사가와 연을 맺고 있는 삼각산 도선사의 석불전에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일불공을 드리고 있사옵니다.
희빈E : 흥! 창빈, 잽싸기도 하시구먼!
윤비 : 창빈, 당장 사찰에 기별을 넣어 백일불공을 그치라고 하시오.
창빈 : (의아) 예에? 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 이사람은 아들을 생산하기 위한 불공이 아니라, 딸을 생산케 해달라는 불공을 말하는 것이요.
경,희,창빈 : (각기 놀란 표정으로 보는) 예에?
경빈 : 공주아기씨를 위한 불공이라니요? 마마, 당치도 않사옵니다!
윤비 : 경빈, 내 말에 토를 달지 말고 이르는 대로 하게! 아시겠는가?!
경,희,창빈 : (당혹스러운) ...
S#41. 대궐 일각
경빈, 희빈, 창빈이 생각에 잠긴 채 각기 금이, 향이, 상궁나인들을 걸어온다.
창빈 : 이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소이다. 중전마마께오서 무슨 까닭으로
공주아기씨 생산을 위한 불공을 드리라 말씀을 하시는 겐지..
희빈 : 까닭은 무슨 까닭이요?! 우리야 웃전이신 중전마마께오서 명하신 대로 따르면 그뿐이지요!
창빈 : 허면 희빈께선 참으로 중전마마의 공주아기씨 생산을 발원드리실 작정이십니까?
희빈 : 암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시니 더욱 지극정성을 다해 빌어야지요! 가자, 향아. (향이를 거느리고 가버린다)
창빈 : (당황스럽게 보는) ...?!
경빈E : 분명 중전께서 무슨 속내가 있으신게 틀림이 없음인데 대체 그게 뭐란 말인가?
창빈 : 경빈.. (경빈에게 뭐라 하려는데)
경빈 : 창빈, 괜히 중전마마의 속내를 알려고 하지 마시고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게 살아남는 법입니다. 가자 금아!
금이 : 예, 마마.
경빈 : (금이를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창빈 : (답답한 표정) ...
S#42. 어느 사찰
대웅전(*봉은사로 설정된) 김씨, 부처님 앞에 정성껏 절을 드린다.
S#43. 동 사찰 일각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윤임처, 반대편에서 오다가 김씨를 보고 반갑게 다가선다.
윤임처 : 질부님!
김씨 : (멈춰서 보는) ...
윤임처 : 봉은사에는 어인 발걸음이신가?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불공을 드리러 오시었구먼?
김씨 : (가볍게 조아리고) 이만 가보겠사옵니다. (총총하게 가버린다)
윤임처 : (민망한) ...
S#44. 자순대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희빈을 보며 언성을 높인다.
자순대비 : 뭬요?! 중전께서 따님 생산을 위한 불공을 명하시었단 말이오?!
희빈 : 예, 마마.
자순대비 : 아니오, 희빈이 잘못 들으시었을게요! 세상천지에 어느 왕실에서
대군이 아닌 공주생산을 위한 불공을 드린단 말이오?!
희빈 : 신첩 뿐만 아니오라 경빈과 창빈도 한 자리에서 명을 받았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이리 해괴망측한 일이 있나?! 허어, 중전께서 어찌?! 어찌?!
희빈 : (쌩끗 미소 스치는) ...
S#4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얼굴 위로.
경빈E : 중전은 실없는 소리를 내뱉을 사람이 아니거늘...! 분명 뭔가가 있음이야 .. 뭔가가!
금이E : (방 밖에서) 경빈마마, 화천군대감 들었사옵니다.
경빈 : (돌아보며) 뫼시어라.
금이E : (방밖에서) 예.
심정 : (방문이 열리면 급하게 들어와 조아리고 경빈 앞에 다가와 앉으며) 마마, 안당의 일가붙이가
안당과 그 아들의 역모를 고변할 것이옵니다.
경빈 : (야릇한 미소) 허, 조정신료들도 감히 쳐내지 못했던 천하의 안당도 피붙이에게 뒷통수를 맞고 찍혀져 나가다니요..
세상일이란 게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호호..
S#46. 당추 암자 마당
당추, 미음대접을 목판에 받혀들고 객사방 쪽으로 걸어온다.
객사 방문 앞에 난정의 신발(*승복과 맞는)이 놓여져 있다.
당추 : (방문 쪽에다) 난정아, 내 미음 좀 쒀왔다. 네 몇 날 동안 곡기를 끊고 법당에서 발원만 드렸으니
몸이 버티 질 못할 것이다..
난정E : ...
당추 : 난정아, 내 들어가마. (방문을 연다)
S#47.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방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 보는데 방안 가운데 정갈하게 벗어 개켜놓은 난정의 승복이 놓여있다.
당추 : ...!
S#48. 동 당추 암자 마당
당추, 계단 쪽으로 가서 산아랫 쪽을 본다.
당추 : (근심 가득한) 허어, 난정이가 대체 어딜 갔단 말인가?!
S#49. 어느 길
당골네, 실룩거리며 물동이(*혹은 빨래함지)를 이고 온다.
난정 : (뒷편에서 몸을 드러내며-암자를 갔을 때 입었던 옷-) 아주머니!
당골네 : 아이구머니나, 깜짝이야. (돌아보며) 아, 아니 넌 난정이 아니냐?
난정 : 예..
당골네 : 당추스님 암자에서 중전마마 백일불공을 드리고 있어야 할 네가 속세엔 어쩐 일로 돌아온게냐?!
난정 : 아주머니.. 저 아주머니께 부탁이 있어요.
당골네 : 부탁?!
S#50. 난정모 집 방 안
난정, 당골네 앞에 노리개 등의 패물들과 비단을 내민다.
당골네 : (입이 쩍 벌어지며) 아, 아니 이게 다 웬 거냐?
난정 : 받으세요. 아주머니한테 드리는 거에요.
당골네 : (패물과 비단을 두 팔로 감싸안으며) 아이고, 이, 이게 꿈이냐 생시냐?!
난정 : ...
당골네 : 허, 헌데 난정아, 네 어찌 나한테 이리 귀한 패물과 비단을 주는게냐?
난정 : 아주머니..
당골네 : 응? 말해보렴아.
난정 : 제 뱃속에 아이를 지워주세요.
당골네 : (경악하여 엉덩방아 찧는) 뭐, 뭐야?
난정 : (담담하게 보는) ...
S#51. 대궐 중문 일각
군관(*)과 군졸들이 문을 지켜 섰다.
송사련, 두 권의 장부책(*김안로 사랑채에서 보여주던)을 옆구리에 끼고 군관이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군관 : 웬 놈이냐?!
송사련 : 소인, 역모를 고변하러 왔습니다요.
군관 : (휘둥그레지며) 뭐, 뭣이라? 역모?!
S#52.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남곤, 김안로, 홍경주, 심정, 김제학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연상위에 놓인 장부책 두 권을 펼쳐 보다가 연상을 쾅- 친다) 대체 송아무개란 자가 누구이길래
역모에 연루된 자들의 명단을 어찌 이리 상세하게 기록할 수가 있는가?
김전 : 전하, 송사련은 영모당대감의 이복누이의 천출소생으로 평소 영모당대감 집에 드나들던 자이옵니다.
영모당의 아들 안처겸이 송사련에게 역모에 동참할 것을 청하였사오나,
송사련이 사리분별을 깨닫고 역모를 고변한 것이옵니다.
남곤 : 전하, 안당 부자의 역모혐의가 만천하에 드러났사오니 그들을 잡아들이시어 국문하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음!
홍경주 : 전하, 실기하시오면 그들이 죄를 은폐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사옵니다.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 승지는 들으라..
박승지 : 예, 전하.
중종 : 역모로 고변된 안당 부자를 비롯하여 이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자를 금부로 잡아들이도록 하라!
박승지 :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일동 : (스치는 승자의 미소) ...!
S#53. 갖바치 대문 앞 길
윤원형, 임서방을 거느리고 갖바치네 집 쪽으로 걸어온다.
윤원형, 갖바치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한편에서 몸을 드러내고 그 모습을 본다.
S#54. 동 갖바치 마당
갖바치, 갖신을 꿰매고 있고 방백인, 툇마루에 앉아 부적을 그리고 있다.
윤원형, 환한 얼굴로 마당으로 들어선다. (*임서방이 뒤따른다)
윤원형 : 갖바치선생, 잘 지내시었소?
갖바치 : 나으리 오시옵니까?
방백인 : (툇마루에서 달려내려와) 승후관 나으리 참으로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윤원형 : 자네도 잘 있었는가?
방백인 : 예.. 금부에서 고초를 당하시었다는 말씀은 들었사옵니다.
윤원형 : 허허, 주리질 몇 번 당한 걸 가지고 뭘..
갖바치 : 안으로 드시지요.
윤원형 : 그러십시다. (방 쪽으로 가는데)
임백령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갖바치선생 마침 계시었구려.
갖바치, 방백인, 윤원형이 임백령을 돌아본다.
방백인 : 나으리, 얼굴 잊어 버리겠사옵니다?
임백령 : (웃으며) 그리 되었소..헌데 손님이 오셨으니 어쩐다? 낙향을 하려면 행장을 차려야 함인데..
갖바치 : 지금 낙향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임백령 : 선생, 내 청운의 뜻을 접고 낙향하려고 하오.
갖바치 : (버럭) 네 이놈! 네 놈 그릇이 이만 밖에 아니되는 것이냐?!
임백령 : (놀라보는) 서, 선생..
갖바치 : 네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방백인 : 혀, 형님?!
윤원형 : (이게 무슨 사단인가? 유심하게 갖바치와 임백령을 보는) ...
S#55. 중궁전 마당
난정, 합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잠시 멈춰서 교태전 현판을 보다가 비장한 얼굴로 계단을 오른다.
S#5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놀란 얼굴로 앞에 서있는 난정을 본다.
윤비 : 아니 난정아, 네 산중 암자에서 내 대군생산을 위한 백일불공을 드린다고 하지 않았더냐?
난정 : 예, 분명 그리 말씀드렸사옵니다.
윤비 : 헌데 네 어찌 중궁전에 든 것이더냐?
난정 : 중전마마... (갑자기 헛구역질이 치솟는지 입을 가린 채 헛구역질을 해댄다)
윤비 : (놀라 보는) ...!
난정 : (간신히 억누르며) 중전마마, 황공하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혹시..?
난정 : 예, 마마.. 이년 뱃속에 승후관나으리의 핏줄이 자라고 있사옵니다.
윤비 : (밝게 웃으며) 오, 그래.. 참으로 경하할 일이로구나..
난정 : (비장하게 보며) 하오나 이년은 뱃속의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인상 굳으며) 뭐라? 난정아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난정 : 이년 뱃속의 아이를 지울 것이라 말씀 드렸사옵니다!
윤비 : (버럭) 뭐라? 네 지금 제 정신이더냐?!
난정, 윤비를 비장하게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