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거리 / 문인수
아구찜 대구찜 알곤찜 황태찜 해물찜 등 찜 전문 집이다.
이 '누나식당' 주인 처녀는 키가 크다. 말만 한 건각에 어울리게시리 무슨 산악회 회원인데,
산 넘고 산 넘은 그 체력 덕분인지 껑충껑충, 보기에도 씩씩하기 그지없다.
나는 지금까지 그저 서너번 이 집에서 밥 사 먹었을 뿐이니 뭐,
단골이라 할 것도 없다. 오늘 저녁답에도 이 식당을 찾았으나 말짱
헛걸음했다. 문을 닫았다. 어, 잘되는 가게였는데……
출입문 손잡이 위쪽에 뭐라 쓴 종이 한장이 붙어 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집을 찾아주시는 고객님들께 죄송한 말씀 전합니다. 2011년 12월 16일부터 25일까지 잠시 휴업합니다. 12월 17일(토), 저 시집갑니다. 더욱더 밝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수진
그리고 방(榜) 밑에 청첩장이 한장 "참고'로 붙어 있다.
껑충껑충, 그렇게 산 넘고 산 넘는 중에 회원 가운데 한 사내, 그 신랑 찜도 물론 잘했겠지 싶다. 우리나라의 힘센,
좋은 여자란 누구에게나 무릇 오매 같거나 큰 누부 같지 않더냐.
'알림' 전문을 들여다보는 잠시 나는 참 소리 없이, 맛있게
배불리 웃었다. 껑충껑충, 껑충껑충 " 저 시집갑니다."
-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창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