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개인적 종말론-5
제2장 중간 상태-3
제2절 연옥, 선조 림보와 유아 림보에 관한 교리
*이 부분을 논하기 전에 미리 밝혀야 하는 것은 죽은 자의 중간 상태에 관하여 천주교와 개신교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주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해서는 개혁교회의 교리신학이 천주교 교리를 공격하는 듯한 논조가 있기도 합니다.*
1. 연옥(煉獄)
로마 가톨릭교회의 주장에 따르면 죽을 때 죄를 용서받은 완전한 상태였던 사람들의 영혼은 즉시 하나님을 직접 뵙는 상태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것을 ‘지복직관(至福直觀)’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을 직접 뵐 수 있는 지극한 복이라는 뜻입니다. 그 근거로 제시하는 말씀입니다.
[마 25:46] “그들은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빌 1:23] “내가 그 둘 사이에 끼었으니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라, 그렇게 하고 싶으나.”
완전히 씻음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용서받아야 하는 죄들을 지닌 채 죽은 사람들은 완전한 복락에 들어가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전에 먼저 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다수 신자가 이러한 상태에서 죽는다고 천주교는 말합니다.
이 씻음이 이루어지는 곳을 천주교에서는 연옥이라고 합니다. 연옥에 들어간 영혼들은 박탈감에 짓눌리지만, 실질적인 고통도 겪습니다. 연옥에서의 체류 기간과 고통의 강도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신자들의 기도와 선행, 특히 미사의 제사에 의해서 그 시간이 짧아질 수 있고, 고통이 경감될 수 있다는 겁니다.
천주교에서 연옥 교리의 근거로 주로 제시하는 것은 외경인 마카베오 하 12:42~45입니다.
“그리고 죽은 자들이 범한 죄를 모두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기도를 드렸다. 고결한 유다는 군중들에게 죄지은 자들이 받은 벌이 죽음이라는 것을 눈으로 보았으니 이제는 그들도 죄를 짓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유다는 각 사람에게서 모금을 하여 은 이천 드라크마를 모아 그것을 속죄의 제사를 위한 비용으로 써달라고 예루살렘으로 보냈다. 그가 이와 같이 숭고한 일을 한 것은 부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전사자들이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죽은 자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허사이고 무의미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경건하게 죽은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상이 마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그것이야말로 갸륵하고 경건한 생각이었다. 그가 죽은 자들을 위해서 속죄의 제물을 바친 것은 그 죽은 자들이 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개혁교회에서는 외경을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성경의 여러 구절을 연옥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사 4:4] “이는 주께서 그 심판하시는 영과 소멸하는 영으로 시온의 딸들의 더러움을 씻기시며 예루살렘의 피를 그중에서 청결하게 하실 때가 됨이라.”
[미 7:8] “나의 대적이여,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지 말지어다. 나는 엎드러질지라도 일어날 것이요, 어두운 데에 앉을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의 빛이 되실 것임이로다.”
[고전 3:13~15] “각 사람의 공적이 나타날 터인데 그날이 공적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내고 그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임이라. 만일 누구든지 그 위에 세운 공적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고 누구든지 공적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으리라.”
[고전 15:29] “만일 죽은 자들이 도무지 다시 살아나지 못하면 죽은 자들을 위하여 세례를 받는 자들이 무엇을 하겠느냐. 어찌하여 그들을 위하여 세례를 받느냐.”
그러나 이 구절들은 연옥 교리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고 개혁신학은 주장합니다.
중세 말 종교개혁의 선구자들인 위클리프와 후스, 그리고 종교 개혁자 루터와 칼빈은 이 연옥 교리를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루터가 작성한 1537년의 슈말칼드 신조는 연옥을 “용의 꼬리에서 나온 해로운 새끼 우상”이요 “사탄의 미혹”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연옥을 ‘사탄의 치명적 고안물’이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무효로 만드는 오류’로 강력히 비평하였습니다.
2. 선조(선조) 림보(Limbus Patrum)
림보라는 말은 변두리라는 뜻으로 지옥과 연옥의 변두리를 나타냅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 따르면, 선조 림보는 구약 성도들의 영혼들이 주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때까지 거하도록 정해진 장소라고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뒤에 이 음부에 내려가서 지옥의 권세를 물리치시고 구약의 성도들을 풀어주시고 그들을 천국으로 데려가셨다고 합니다.
3. 유아 림보(Limbus lnfantum)
로마 가톨릭교회는 유아 림보를 이교도 부모에게서 났든 그리스도인 부모에게서 났든 세례받지 않고 죽은 유아들이 거하는 장소라고 말합니다. 이 유아들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것은 [요3:5]에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라는 말씀을 근거로 천주교는 제시합니다.
세례받지 않고 죽은 유아들은 아무런 구원의 소망도 없이 유아 림보에 머물러 있다고 하는데, 이들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는 천주교에서도 일치된 견해가 없다고 합니다.
우세한 견해는 그들이 실질적인 형벌은 당하지 않고, 다만 천국의 복에서 배제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림보는 하나님을 뵙는 복도 없지만 지옥이나 연옥 같은 고통도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림보에 간 영혼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거주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