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공연
신진 작곡가와 그의 친구들 우정의 무대
서울대총동창신문 제485호(2018. 8.15)
정혜윤 작곡가
‘Beyond Classics, The Lyrical 15’
8월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예술관 콘서트홀
올해 서른 살인 작곡가 정혜윤(작곡07-13·사진) 동문. 신진 작곡가지만 작곡 경력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한다. 15세 때 처음 작곡을 시작해 선화예술중, 서울예술고 작곡과를 거쳐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그 동안 작곡한 곡들 중 열다섯 곡을 추려 ‘Beyond Classics, The Lyrical 15’를 타이틀로 8월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예술관(49동) 콘서트 홀에서 선보였다. 예고 시절부터 동기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수정(기악07-11) 동문, 피아니스트 현가람(기악07-11)·장혜리(기악07입) 동문과 첼리스트 김홍민(기악03-09) 동문 등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정 동문은 작곡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어릴 적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누군가 만들어놓은 곡이 아니라 직접 만든 곡을 연주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15년간 쓴 곡들은 동요와 가곡, 성가곡, 기악곡과 전자음악을 넘나든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별히 “클래식 선율의 울림이라는 주제를 토대로 추구하고자 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10대에 쓴 곡들은 클래식에 본질적 바탕을 두고 연주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15세에 작곡한 ‘Abide in memory(기억에 남다)’는 첼로와 피아노의 울림이 자연스럽게 그리운 감정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17세에 작곡한 ‘Exploration’과 19세에 작곡한 ‘Seeking’은 두 대의 피아노 연주곡의 특성과 웅장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10년 전 ‘Exploration’을 연주한 현가람·장혜리 동문이 성숙해진 연주를 선보였다. 20대에 썼던 곡들에선 보폭을 조금 더 넓혀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클래식 기반에 한정된 소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한 느낌의 곡을 썼다. ‘Lyrical pledge(서정적 맹세)’는 내년 비폭력 독립항쟁 100주년 기념 곡으로 주요 주제에 5음 음계를 사용해 동양적인 색채를 표현했다. ‘고문서(필사본)’라는 의미의 ‘Codex’는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을 철저하게 재현했다.
이러한 곡들은 굳이 작곡 연대 순으로 배치하지 않고 기승전결의 흐름을 이룰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작곡가 개인의 이력을 나열했다기보다 서정적인 이야기 한 편을 듣는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정 동문은 음악저널 콩쿨 1등, 부산음악협회 콩쿨 1등 등 다수의 작곡 콩쿨에서 수상했다. 2017년 여성신문사 공연예술분야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서울대 미대에서 영상매체예술을 복수전공하고 개인적인 음악작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과 분야를 넘나들며 협업 활동도 펼쳐 왔다. 루이비통 사회공헌 프로젝트 ARTisans, 프랑스 마르세유 거리예술 전문가 양성기관 FAi-AR 레지던시에 참가하고 수원연극축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촉망 받는 젊은 작곡가의 미래를 ‘미리보기’ 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대된다.
정 동문은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 창작곡이 소수 애호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층 가까워지고 사랑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