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관한 시 ㄱ 가지 않는 오월 ㅡ 정숙자 감나무 있는 동네 ㅡ 이오덕 고귀한 자연 ㅡ 벤 존슨 꽃밭에서 ㅡ 손 동연 그 5월에 ㅡ 곽 재구 그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ㅡ 진수미 ㄴ 널 ㅡ 김소월 논물드는 5월에 ㅡ 안 도현 논둑에서 울다 5월 ㅡ 이 승희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ㅡ 하이네 ㄷ 단오 ㅡ곽재구 ㅁ 모란이 피기까지는 ㅡ 김 영랑 ㅅ 쓸쓸한 봄날 ㅡ 박정만 ㅇ 아, 5월 ㅡ 김 영무 여름날 눈앞의 풍경 ㅡ 유금 5월 ㅡ 권경업.김상현.김영랑.오세영.유홍준.위선환.이용악. 이은채. 조병화.릴케.피천득. 5월 바람ㅡ 테즈데일 5월 소식 ㅡ 정 지용 5월생에게 ㅡ 하종오 5월 아침 ㅡ 김영랑 5월이 돌아오면 ㅡ 신석정 5월이 오면 ㅡ 황 금찬 5월의 노래 ㅡ 괴테 . 신 진호.이용악 5월의 느티나무 ㅡ 복효근 5월의 사랑 ㅡ 송 수권 5월의 산골작이 ㅡ 김유정 5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 ㅡ 고 재종 5월의 아침 ㅡ 박 현수 5월의 아침의 노래 ㅡ 밀턴 5월의 축제 ㅡ 괴테 5월정경 ㅡ 김 석규 5월 편지 ㅡ 도종환 5월, 하고도 스무여드레 ㅡ 황 인숙 5월한 ㅡ 김영랑 ㅈ 지난날 네가 나를 보았을 때 ㅡ 릴케 ㅊ 참으로 아름다운 5월 ㅡ 하이네 창 밖은 오월인데 ㅡ 피천득 ㅍ 푸른 5월 ㅡ 노 천명
<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 날 5월 8일 어버이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어린이 날 윤극영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어머니 은혜 양주동(1903 - 1977)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 어머니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
스승의 은혜 강소천(1915 - 1963)함남 고원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 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 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시누대 한 매디 길이도 안 되는 목숨 두견이과의 틈에 끼어서 운다
온몸에 이끼꽃 솟아나도록 그늘진 바위 쳇기 앓는 밤이면 합죽선 펼쳐 바람도 보내시는 한울님
올해 단오날은 그네도 아니 매고 농담 급한 전라남도 망월동 치고 나앉은 추사秋史의 모르는 친구
나도풍란 한 잎 둘레도 안되는 삶을 엉겅퀴과의 꽃들 틈에 끼어서 운다
테오 반 리셀베르히
감나무 있는 동네 이오덕(1925-2003) 청송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맘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 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고귀한 자연 벤존슨(1572-1637) 영국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나무가 크게만 자라는 것과 다르다 참나무가 3백 년 동안이나 오래 서있다가 결국 잎도 못 피우고 마른 통나무로 쓰러지기 보다 하루만 피었다 지는 5월의 백합이 훨씬 더 아름답다 비록 밤새 시들어 죽는다 해도 그것은 빛의 화초요, 꽃이었으니 작으면 작은대로의 아르마움을 보고 삶을 짧게 나눠보면 완벽할 수 있는 것을
꽃밭에서 손동연 목련꽃이 흰붕대를 풀고 있다 나비떼가 문병 오고 간호원처럼 순네가 들여다보고 있다
해가 세발 자전거를 타는 5월의 한낮
그 5월에 곽재구 자운영 흐드러진 강둑길 걷고 있으면 어디서 보았을까 낯익은 차림의 사내 하나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한 낡은 군복 바지에 철 지난 겨울 파커를 입고 등에 맨 배낭 위에 보랏빛 자운영 몇 송이 꽂혀 바람에 하늘거린다 스물 서넛 되었을까 여윈 얼굴에 눈빛이 빛나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한 형제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 뜨거운 눈인사를 한다 그 5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 끝내 잊었을까 되뇌이는 바람결에 우수수 자운영 꽃잎들이 일어서는데 그 5월에 진 꽃들은 다시 이 강변 어디에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풀잡맹이들로 피어났을까 피어나서 저렇듯 온몸으로 온몸으로 봄 강둑을 불태우고 있을까 돌아보면 저만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굽이치는 강물 줄기를 따라 자운영 꽃들만 숨가쁘게 빛나고
그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진수미 사랑을 했던가 마음의 때, 그 자국 지우지 못해 거리를 헤맸던가 구두 뒤축이 헐거워질 때까지 낡은 바람을 쏘다녔던가 그래 하기는 했던가 온 내장을 다해 엎어졌던가 날 선 계단 발 헛디뎠던가 하이힐 뒤굽이 비끗했던가 국화분 위 와르르 무너졌던가 그래, 국화 닢닢은 망그러지든가 짓이겨져 착착 무르팍에 엉겨붙던가 물씬 흙 냄새 당기든가 혹 조화는 아니었는가 비칠 몸 일으킬 만한던가 누군가 갸웃 고개 돌려주던가 달려오던가 아야야, 손 내밀던가 그래, 그 계단 밑, 아픈 복사뼈, 퉁퉁 붓고, 화끈 화끈 그게 사랑이라며 탈골하며 환하게 바람 스미던가 그래 사랑이던가 그 누군가는 혹
널 김소월 성촌의 아가씨들 널뛰노라 초파일이라고 널을 뛰지요
바람 불어요 바람이 분다고! 담 안에는 수양의 버드나무 채색줄 층층 그네 매지를 말아요
담 밖에는 수양의 늘어진 가지 늘어진 가지는 오오 누나! 휘젓이 늘어져서 그늘이 깊소
좋다 봄날은 몸에 겹지 널뛰는 성촌의 아가씨들 널은 사랑의 버릇이라오
논물 드는 5월에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이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금만경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금만평야 ㅡ 전북 군산, 김제, 부안군에 속하는 서해 바다 지역 김제, 만경 평야를 금만 평야라고 한다 만경, 김제의 준말로 만금이라 바꾸어 새롭다는 뜻의 새를 붙여서 새만금이 되었다 새만금 간척종합개발(1991-2011년)
논둑에서 울다 5월 이승희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도 마음 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호주에서는 매년 5월 초 2주일 동안 양털을 깎는다
단오 곽재구 단오ㅡ 음력 5월 5일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사공도 없이 저혼자 아침 햇살을 맞는 곳
지난밤 가장 아름다운 별들이 눈동자를 빛내던 신비한 여울목을 찾아 헤매었답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곳으로 와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를 감겨드리겠어요 햇창포 꽃잎을 풀고 매화향 깊게 스민 촘촘한 참빗으로 당신의 머리칼을 소복소복 빗겨드리겠어요
그런 다음 노란 원추리꽃 한 송이를 당신의 검은 머리칼 사이에 꽂아 드리지요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은빛 물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곳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를 감겨드리겠어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칼을 벗겨드리겠어요
신윤복 ㅡ 단오풍정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든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쓸쓸한 봄날 박정만 길도 없는 길 위에 주저앉아서 路傍에 피는 꽃을 바라보노니 내 생의 한나절도 저와 같아라
한창때는 나도 열병처럼 떠도는 꽃의 화염에 젖어 내 온몸을 다 적셨더니라 피에 젖은 꽃향기에 코를 박고 내 한 몸을 다 주었더니라
때로 바람소리 밀리는 잔솔밭에서 청옥 같은 하늘도 보았더니라 또한 잠 없는 한 사람의 머리맡에서 한밤 내 좋은 꿈도 꾸었더니라
햇볕이 아까운 가을 양지 녘에서는 풍문처럼 떠도는 그리운 시를 읽고 어쩌다 찾아온 친구에게는 속절없는 내 사랑의 말씀도 전했더니라
이제 날 저물고 팔이 짧아 내 품에 드는 것도 부피 없고 무게 없고 다 지친 것? 가슴의 애도 제물에 삭고 긴 밤의 괴로움도 제물에 축이 났어라
이제 모질고 설운 날은 지나갔어라 빈 집에 홀로 남은 옛날 아이는 따뜻한 오월의 어느 해 하루 툇마루를 적시는 산을 벗 삼아 잔주름 풀어가는 강물을 본다
아, 오월 김영무 파란불이 켜졌다 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횡단보도 흑백 건반 탕탕 퉁기며 오월이 종종 걸음으로 건너오면
아, 천지사방 출렁이는 금빛 노래 초록 물결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 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
여름날 눈앞의 풍경 유금 윤 5월이 되니 앵무정사鸚鵡精舍는 붉은 석류꽃 창에 가득네 훈풍은 유리 풍경風磬 살짝 건드리고 가없는 푸른 하늘에는 해오라기 두 마리 무더워 과거 공부 그만두고서 돗자리에 벌렁 누우니 한적하기만 어린 딸 일없이 마당에 내려와 풀이삭 뽑아 청삽사리 만드는고녀 앵무정사 ㅡ 유금이 남산에 있는 자기 집에 붙인 이름인듯 . 남산에 앵무(남산의 명승지 가운데 하나였음) 근처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월 권경업 물오른 보릿대궁 하늘대는 밭고랑 끝에 산자락은 버선발을 살며시 올려놓고 짙푸른 짧은 치마 수줍다고 얼굴 가리네
재넘어 영마루에 뭉게 구름 피어오르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 칡 캐는 아이들의 마음은 짖궂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며 푸르른 오리나무 숲으로 가네
5월 김상현 나와봐 어서 나와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봐 청보리 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소리 한번 들어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5월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숫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山 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문장> 6호 1939년 7월호
5월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나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5월 유홍준 벙어리가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
어린 딸이 마루 끝에 앉아 종달새를 먹는다
조잘조잘 먹는다 까딱까딱 먹는다
벙어리의 어린 딸이 살구나무 위에 올라앉아 지저귀고 있다 조잘거리고 있다
벙어리가 다시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 어린 딸이 마루 끝에 걸터앉아 다시 종달새를 먹는다
보리밭 위로 날아가는 어린 딸을 밀짚모자 쓴 벙어리가 고개 한껏 쳐들어 바라보고 있다
5월 위선환 고흐부터 그랬다 누구나 다 제귀를 자른다 어디에나 귀를 자른 상처가 나 있다 온갖 상처에서 새 잎이 핀다 아무 데나 설령 공중에라도 손가락을 세워 그으면 묻어나는 초록
젖니가 두 개째 돋았다 아직 잇몸이 부어 있다
김점선 화백
5월 이용악 머- ㄹ 다 종다리 새 삶을 즐겨하는 곳 ㅡ 내 바라보는 곳
처녀의 젖꼭지처럼 파묻혀서 여러 봄을 어드웁게 지낸 마음 ...구러나 자라는 보리밭고랑을 밟고 서서 다사로히 흙냄새를 보듬은 이 순간 마음은 종달의 환희에 지지 않고
깨끗이 커가는 5월을 깊이 감각할 때 계집스런 우울은 암소의 울음처럼 사라지고 저-지평과 지평에 넘쳐흐르는 녹색을 오로지 소유할 수 있는 나!
나는 5월의 수염없는 입술을 여인의 기약보다도 더 살틀히 간직해주려니 5월은 내 품에 영원하여라
5월 이은채
5월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 온몸에 풍기며 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 나무 가지 가지에 피어난다
흰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 숫푸른 향기를 타고
가도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 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
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 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뭣도 모르고 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
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 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 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
오, 오월이여
5월 릴케 5월이 와서 갖가지 놀라움이 쌓여 얽힐 때 꽃가지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은혜로운 축복이 조용히 방울져 떨어져 올 때 그때 너를 만났으면 얼마나 좋으랴
외로운 길가의 가냘픈 십자가에 재스민의 하이얀 꽃가지가 닿여서 그위에 계옵신 주님 이마의 가시지 않는 서러운 생각을 살포시 살포시 감싸 안을 때
고갱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5월 바람 사라 티즈데일 열린 문을 굳게 닫아 버리듯 나는 내 가슴의 문을 닫았다 사랑이 그 안에서 굶주리어 나를 더 성가시게 굴지 못하게
이윽고 저 지붕 너머에서 5월의 따사로운 바람 불어오고 거리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 난간으로 한 곡조 불리어 왔다
내 방은 해 비쳐 밝고 밝은데 사랑은 내 안에서 소리 지른다 "나는 아직 튼튼해, 놓아주지 않으면 그대의 가슴을 쳐부수고 말테야." 해피 패밀리
5월생에게 하종오 너는 햇빛을 가지지는 못해도 맑은 눈빛으로 네 생일을 밝힐 날 온단다 아직은 해를 쳐다볼 수 없더라도 땅바닥으로 고개를 떨구진 말렴 오월에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아도 쑥국새는 오월에 돌아와 울지 않니 뜻도 없이 달빛 저무던 밤에 아빠의 온몸이 썩은 가마니에 싸여 한길에 버려져 있더라는 소문에도 아빠를 찾으려고 눈뒤집혀 나간 엄마가 개천에 나자빠져 있더라는 소문에도 배내짓 웃음 방긋방긋 웃던 아가야 네 생년월일을 은유로 말한다면 사람에게 사람의 할 일을 묻던 날이지 이제는 아빠 엄마의 삶보다 넓은 네 삶 이뤄야 해 자라는 동안 자신을 위해 친구들과 싸우진 말고 황토를 딛고 알곡 거둘 손발을 잘 키우렴 커서는 친구들 모아 들꽃에 얼굴 대고 그 들꽃 누구 넋으로 돋았는지 생각하렴 사람들은 5월에 떠나서 말 없어도 5월에 부는 바람이 대신 흐득흐득 울지 않니 너는 바람소릴 가지지는 못해도 고운 음성으로 네 생일을 말할 난 온단다
5월소식 정지용
5월 아침 김영랑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지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만은
이 아침 새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그 보금자리에 찌찌찍 소리내는 잘새의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 보오 괴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 냄새도 잊어 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라잉 아니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魂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익靜謚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튼 사람 박항률
5월이 돌아오면 신석정 5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내음새가 난다
그래도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울법도 하고나
5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해볕을 찾으리라
5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근한 엽록소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5월이 오면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 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린 난초가 꽃 피는 달
미류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5월의 노래 괴테 밀밭과 옥수수밭 사이로, 가시나무 울타리 사이로, 수풀 사이로,
나의 사랑은 어딜 가시나요? 말해줘요!
사랑하는 소녀 집에서 찾지 못해
그러면 밖에 나간 게 틀림없네
아름답고 사랑스런 꽃이 피는 5월에
사랑하는 소녀 마음 들떠있네 자유와 기쁨으로
시냇가 바위 옆에서 그 소녀는 첫키스를 하였네
풀밭 위에서 내게
뭔가 보인다! 그 소녀일까?
5월의 노래 신진호 창을 타고 흐르는 5월에 내리는 비는 슬픈 가슴 물들이는 선연한 철쭉빛 비
속눈썹에 재잘대는 5월의 햇살은 슬픈 가슴 두드리는 환한 보랏빛 햇살
5월의 노래 이용악 이빨 자욱 하얗게 훔 간 빨뿌리와 담뱃재 소복한 왜접시와 인젠 불살러도 좋은 몇 권의 책이 놓여 있는 거울 속에 너는 있어라 성미 어진 나의 친구는 고오고리를 좋아하는 소설가 몹시도 시장하고 눈은 내리던 밤 서로 웃으며 고오고리의 나라를 이야기하면서 소시민 소시민이라고 써놓은 얼룩진 벽에 벗어버린 검은 모자와 귀걸이가 걸려 있는 거울 속에 너는 있어라 그리웠든 그리웠든 구름 속 푸른 하늘은 우리 것이라 그리웠든 그리웠든 메이데이에의 노래는 우리의 것이라 어느 동무들이 희망과 초조와 떨리는 손으로 주워 모은 활자들이냐 아무렇게나 쌓어 놓은 신문지 우에 독한 약봉지와 한자루 칼이 놓여 있는 거울 속에 너는 있어라 시월애 ㅡ 전지현
5월의 느티나무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사으이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한다니 바람을 살랑 일어서 햇살에 부신 푸른 발음기호들을 그리움으로 읽지 않는다면 내 아득히 스물로 돌아가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은근히 쥐어보고 싶은 이 푸르른 두근거림을 무엇이라고 한다나 정녕 이승이 빛깔은 아니게 피어나는 5월의 느티나무 초록에 젖어 어느 먼 시절의 가갸거겨를 다시 배우느니 어느새 중년의 아내도 새로 새로워져서 오늘이 첫날이겠네 첫날밤이겠네
5월의 사랑 송수권
5월의 산골작이 김유정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저 춘천읍에서 한 이십 리 가량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닷는 조고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찍굵찍한 산들이 빽 둘러섯고 그 속에 묻친 안윽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친 모양이 마치 음푹한 떡시루같다 하야 洞名을 실레라 부른다 <5월의 산골작이> . 조광. 1936년 5월
5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 고재종 비 오고 활짝 개인 날인데도 오늘은 우체부조차 오지 않는 이 쓸쓸한 자리보전, 떨치고 뒷산 숲속에 드니 일렁이는 게 생생한 바람인지 제 금보석을 마구 뿌리는 햇살인지 온갖 젖은 초록과 상관하는 것인데 은사시, 자작나무는 차르르 차르르 개느삼, 수수꽃다리는 흐느적흐느적 왕머루, 청미래덩굴은 치렁치렁 일렁이는 것이 당연할 뿐, 여기서 제 모자란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랑이여, 나 저절로 일렁이네 5월 숲에선 뻐꾸기 한나절 호곡도 가슴 깊숙이 녹아내릴 뿐 세상은 너무 억울하지도 않네
그렇다네, 세월이 잠깐 비껴난 숲에서 일렁이는 것들이 진저리치다 산꿩의 썽썽한 목청을 틔울 때 사랑이여 난 이 지상의 외로움 조팝꽃 그 쌀알 수만큼은 녹이겠네 아니아니 또르르륵 또르르륵 굴리는 방울새는 은방울꽃을 흔들고 핑핑핑 크루루하고 쏘는 흰눈썹황금새는 간괴불주머니를 터뜨린다면 다만 이것들의 신기한 재주에 놀라 흐린 눈 동그랗게만 떠보아도 마음의 환한 자리 하나 어찌 못 얻으랴 그 누구라서 농축된 외로움 없으랴만 저 잎새 하나하나로 좀 녹여본다면 계곡의 물소리로 흘러본다면
어느 시인은 저 찌르레기 소리를 쌀 씻어 안치는 소리라 했지 오늘은 이팝나무꽃에다 쏟아붓는군 또 금 주고 사고 싶은 저 금붓꽃의 이파리엔 정녕 어찌 하지 못할 뿐 이 5월 숲의 초록 절정, 이 생생한 일렁임과 아득히 젖어오는 그 무슨 은총과 목숨의 벅찬 숨결 한 자락이 쟁명한 하늘까지 뻗쳐오르는 순간을 무척은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 없을 때 사랑이여 나는 내 생의 죄업을 저만치 밀어둘 참이겠네 그렇다네 서러울 것 하나 없이 서러움도 가득 일렁이는 5월 숲에서 비껴난 세월을 다시 깨우치는 물소리에 서러움도 그만그만하게 여겨질 때까지
사랑이여 나 5월 숲에서 천지를 우러러 사랑의 길을 묻네 사랑이라서 무슨 거룩한 게 아닐 테지만 저 일렁이는 것들이 하루 몽땅 저물어 머루빛 속 은하수로 일렁인다면 나 그만큼은 드높아야 하네 드높아서는 세상의 길 잃은 사랑의 길을 한껏 비추며 그대로 한번쯤 지워져도 좋을 일이라면 이 설레는 숲에서 저절로 일렁여도 그 무슨 산통 깨는 일은 아닐테지 저봐, 이젠 어스름 속의 잎새들이 서로의 숨결을 뽑아내 서로를 속삭여주듯 내 아픈 몸의 우선한 것으론 저 무덤 앞 제비꽃이라도 일별하겠네
5월의 아침 박현수 東天은 어머님의 합장으로 풀리어 정한수 한 사발에 씻기우는 나의 영혼 정갈한 아침상의 식탁보처럼 안개는 잘 부신 사물들을 돌려주고 바위에 부딪힐수록 맑아지는 방울새 울음 철책 너머 돌배나무는 밤새 뽀얀 안개를 마셔 은빛나는 잎새를 찬송가처럼 흔들다 젊은 날 왜 그리 섣불리 삶을 얘기했던가 참나무 숲에선 저마다 태양을 머금은 세상이 후두둑 빛살을 떨군다 이슬처럼 맑은 시어들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 거리다 시를 한 편 이루어 철수하는 아침 마티스 ㅡ 대화
5월 아침의 노래 밀턴 마침 낮의 사자,눈부신 햇볕이 동쪽에서 춤을 추며 나타나 꽃같은 5월을 이끌면 그녀는 푸른 무릎에서 노란 구륜초와 여린 빛 앵초를 집어 던진다
환희와 젊음과 따스한 모정을 북돋우는 풍요한 5월이여, 환호하라 숲과 잔풀은 그대의 옷으로 단장했고
언덕과 골짜기는 그대의 은덕을 자랑했나니 그래서 우리는 아침 노래로 그대를 맞아 환대하며 오래 머물러 주길 기원하노라 4, 5월에 피는 명자꽃
5월의 축제 괴테 대자연은 나를 향해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가! 초원 또한 어쩌면 저렇게 찬란한가!
나뭇가지마다 꽃들이 피어나고 덤불 속에선 수없는 노랫소리 들리노니
모든 이의 가슴에선 기쁨과 희열이 솟아나도다 오, 대지여, 태양이여! 오, 행복이여, 환희여!
오, 사랑이여, 오, 사랑이여! 저 산 위의 아침 구름같이 금빛 찬란하구나
신선한 들판 위에 그대 장엄한 축복을 내리니... 이 충만한 세계는 꽃안개로 넘치도다!
오, 소녀여, 소녀여, 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그대 눈은 한없이 반짝이고 있으니, 그대 또한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종달새는 이렇게 노래와 대기를 사랑하고 아침의 꽃들은 하늘의 향기를 사랑하노니,
나 역시 피 뜨겁게 그대를 사랑하노라 그대는 내게 젊음과 기쁨과 용기를 주어
새로운 노래와 춤을 추게 하도다 그대 나를 사랑하니 영원히 행복하거라
파울 클레
5월의 환희歡喜 김현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5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깔나무 -- 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
5월 정경 김석규 산은 온통 신록이 내는 굉음의 천지다 지금 귀가 멍멍하다 조금씩 숲이 일렁거리더니 어디서 푸른 물결이 치솟는다 어린 새들은 애써 첫 비행을 시도하고 한나절을 쏟아져 내리는 눈부신 햇빛 삼라만상이 구슬땀으로 반들거린다 콸 콸 콸 숨가쁘도록 맑은 피의 수혈 온 몸에 반접으로 푸른 살이 차오르고 강물은 은빛 비늘을 세워 바다로 간다
5월 편지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 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몰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건너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둘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5월, 하고도 스무여드레 황인숙 비둘기도 날 때는 제법 비둘기 같지가 않다. 는 생각을 하며 남산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가다 멈춘다 나무들의 이파리들이 풍성히 떠는 파르르 소리에
이파리에서 이파리로 가지 끝에서 가지 끝으로 파르르 떨림이 퍼진다
혹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매우 유창한 듯도 하고 몹시 더듬는 듯도 하다 오참, 내가 언제 잠시라도 나무들에게 귀기울인 적이나 있었다고
그래도 혹시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아니면 무수한 고막을 일제히 떨며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는걸까?
카드 결제일, 연체, 이자, 자존심이 상해봐야 정신을 차린다구... 정신 차려 봐야 골치만 아프다 아, 구질구질한!
나무들은 그저 비를 기다리는 거다 비를 기다리는 나무들은 담담히 그런데 뭔가를 연민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나를!
고갱
5月恨 김영랑 모란이 피는 오월달 월계月桂도 피는 오월달 온갖 재앙이 다 벌어졌어도 내 품에 남는 다순 김 있어 마음실 튀기는 오월이러라 무슨 대견한 옛날였으랴 그래서 못 잊는 오월이랴 청산을 거닐면 하루 한 치씩 뻗어 오르는 풀숲 사이를 보람만 달리던 오월이어라 아무리 두견이 애닯아해도 황금 꾀꼬리 아양을 펴도 싫고 좋고 그렇기보다는 풍기는 내음에 지늘꼈건만 어느새 다 해-진 오월이러라
지난날 네가 나를 보았을 때 릴케 지난날 네가 나를 보았을 때 나는 아직도 철없는 어린 아이 한 가닥 가냘픈 보리수 가지처럼 조용히 네 마음에 피어들었다
어린 탓으로 하여 이름도 없이 그리움 속에서 헤매었나니 이름지을 수 없을 만큼 자랐노라고 네가 말하는 지금 이 시간까지
이제 느껴 아노니 신화와 5월 바다와 나는 지금 한몸인 것을 또한 포도주 향기처럼 네 영혼 속에서 짙게 번져 나감을 ...
엘리자베스 여왕 ㅡ 미대통령 부인
참으로 아름다운 5월 하이네(1797-1856) 참으로 아름다운 5월 모든 꽃봉오리 피어날 때 나의 가슴 속에도 사랑이 싹텄네
참으로 아름다운 5월 모든 새들이 노래 부를 때 나의 그리움과 아쉬움 그녀에게 고백했네
창 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창 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미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푸른 5월 노천명 靑磁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ㅡ 여인네 행주치마에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네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가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ㅡ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이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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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해물과 백두산이 원문보기 글쓴이: 아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