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신하기 참으로 힘들구나... 주천난주(做天難做) - 남회근(南懷瑾)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자신의 안위와 내적 욕망에 기반하며 그 근저(根底)에는 철저한 이기심으로 뭉쳐있다.
동정과 연민으로 긍휼(矜恤)이 여겨 사람들에게 베푸는 심정 또한 그러한 불편한 자신의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한다면, 비상한 잔머리를 굴려 선의를 위장한 의도적인 자신의 변명이 아니라 할지
라도, 결국 그것 또한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이기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타인을 자신으로 치환하여 생각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은 인간만이 품을 수 있는
대단히 고귀하고 소중한 능력의 덕목이기 때문에, 폄훼하여 저 평가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한 덕목은 인간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관계 또한 복잡하게 진화하고 분화되면서 단순한
맥락에서 조차 머리를 짜내야 하는 골치 아픈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사람들의 감정과 욕구에 기반한 모든 의사표시와 행위들 조차 다양하게 해석하며 더 심도
있게 분석하여 그 이면에 있는 또 다른 중의(重義)를 찾아 자신의 이기심에 맞게 해석하고 또는 경계하고
있으니 참으로 말 한마디조차 허투루 던지기 어려운 지경이다.
세상은 늘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달리하는 모습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숲을 보면, 그 크고 작은 변화는 수 천만년을 이어 오면서 무한 반복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똑같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지금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 만물의 변화 또한 이렇게 무쌍한데 인간의 마음 또한 그대로 일 리가 없다.
사람마다 제각기 자신이 만든 창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신이 만들어 놓은 자연 현상까지도 상대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니 그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가?
예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인용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세상사는 일은 사람들의 이해가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에 처신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쇠뭉치가 받은 메일에는 전 김 진태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에서 인용하셨다 되어 있음>
남회근(南懷謹 : 난화이진)(1918~2012)
대만 학자 남회근(난화이진)이 작자 미상의 농요(農謠)를 자신의 저서에 인용하면서 쓴 주천란(做天難)은
하늘은 제 할 일을 할 뿐인데 사람들의 욕심과 기대는 저마다 달라 하늘 노릇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푸념을
얘기한 것이다.
하늘도 하늘 노릇 하기가 이처럼 어려운데 사람의 하는 일과 처신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금도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일반화된 현상, 내던진 문구의 진위를 위해 또다시 주석(註釋)을 달고
첨언(添言)과 부연(敷衍)을 해야 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주천난(做天難)
做天難做四月天(주천난주사월천) : 하늘 노릇 하기도 어렵다 지만 4월 하늘 노릇만 하랴.
蠶要溫和麥要寒(잠요온화맥요한) :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지만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네.
出門望晴農望雨(출문망청농망우) :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지만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고
採桑朗子望陰天(채상낭자망음천) : 뽕 잎 따는 아낙은 흐린 날을 바란다네.
[출처] 처신하기 참으로 힘들구나... 주천난주(做天難做) - 남회근(南懷瑾) |작성자 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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