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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는 한자로 여어(-좀먹을려-魚)라 부르는데 이조 선조 때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譚)에서는 부인에게 좋은 물고기라 하여 가모치(加母致)라고 별명을 붙이기도 하였다. 요즘도 출산을 한 젊은 여성들은 누구나 산모에 좋은 영양식품으로 알고 서로 권하면서 즐겨 먹고 있다.
실제 산후에는 기력이 탈진해 있으므로 영양을 보충하는 데 있어서도 육류에 비해 소화에 비교적 부담이 없는 물고기를 많이 선택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산후 부종이 심할 때는 씨를 뺀 호박에 미꾸라지를 넣어 먹기도 하며 잉어 붕어 가물치 장어 등으로 곰을 해먹기도 하고 있다.
모든 음식이나 한약으로 쓰이는 동식물은 그 성질이 있으므로 그것을 잘 활용하자는 것이 한의학이다. 산후에 보를 하는 음식의 경우도, 소화 시간이 길고 온혈 동물인 육류보다는 냉혈동물이면서 담백한 물고기가 소화에도 부담이 없고 영양도 충분하여 산후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한의학적인 견해이다.
가물치의 효능에 대해 모든 한의학 서적에서는 공통적으로 맛은 달고 성질은 냉하며 부종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산후에 우울증과 불만으로 인해 속열이 있어 소변이 잘 나가지 않고 부기가 빨리 빠지지 않을 때 잠시 먹으면 단 맛으로 영양 보충도 되면서 그 냉한 성질로 울화를 식히고 소변을 통해 주니 산후 부종을 빨리 푸는 것이다.
그러나 몸에 찬바람이 느껴지고 젖이 묽으며(물젖) 속이 냉하여 냉수를 먹었다 하면 소화가 안되고 설사하는 산모라면 성질이 냉한 가물치보다는 붕어나 잉어 미꾸라지 등이 회복에 더 유리할 것이다.
이렇게 간혹 그 성질이 와전되어 널리 쓰이는 예 중에 익모초도 있다. 대개 부인병에 무난히 쓸 수 있는 약으로 알고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역시 익모초도 성질이 냉하고 맛이 써서, 좀 뚱뚱하고 혈색이 누렇고 거무스름한 사람이면 쓸 만하나 야위고 핼쑥하며 배가 찬 여성이 장복하면 오히려 더 냉해지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산모는 빠른 회복을 위해서 몸을 따뜻하게 간수하고 음식도 속을 냉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복잡한 사회에서 현대인은 대개 지쳐 있다. 약간의 날씨 변화에도 감기를 잘 앓는다. 우리가 화내면 기운이 떠서 상기되고 겁을 먹으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변한다. 이렇게 되면 기운이 지치고 혈액순환이 문란해져 감기 바이러스를 밀어낼 힘도 없다.
그러므로 감기는 원기 부족이니 기운을 보충해야 된다. 그러나 항간에 원기 부족에는 영양을 보충하면 된다고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양은 오장육부의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거쳐 비로소 기운으로 되는 것이지 영양을 먹었다고 당장 기운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운이 부족한 사람은 소화력도 약하므로 과다한 영양 섭취는 감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약 광고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아예 국민에게는 약 선전을 하지 않고 의사에게만 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독일과 여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약의 남용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감기라고 너무 쉽게 시중의 쌍화탕 같은 드링크 제재에 기대를 거는 것은 곤란하다.
쌍화탕 계통은 본디 초기 감기약은 아니다. 쌍화탕에 다량 들어 있는 백작약이란 약은 그 성질이 좀 냉하고 오그라뜨리므로 가뜩이나 우울한 일이 많은 우리 시대에 사람들의 원기를 더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좀 비만한 사람이나 소화가 자신 없는 사람은 습기를 더 조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배가 찬 사람이 쌍화탕을 장복해서 배가 더 차가워져서 낭습증(사타구니에 땀이 많이 남)이 된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체질이 영 다르거니와 감기는 날씨에 따라 그 유형을 달리하니 일률적으로 치료해서는 안된다.
한의사는 감기 하나에도 감별 진단을 하여 치료하도록 6년 동안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수십 종의 처방을 참고하여 치료한다. 이것이 한의학의 특성이며 장점이다.
감기가 잦거나 오래 끌어 고생하는 사람은 이제는 임시방편만 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 체력에 대해 인근 한의원에서 상담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가정에서는 감기 중에 가볍게 식사하고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따끈한 생강차와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 보기를 권하고 싶다.
보통 "나는 열이 많아"라든지 "이 나이에 벌써 수족 냉증에 배가 차고 몸이 시려 큰일 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냉한 사람은 조심해서 생활하지만 열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할 것 없이 차게 하는 것이 당연한 줄로 여긴다. 그러나 아직은 차게 해도 견딘다는 말이지 좋은 게 아니다. 맥주를 몇 년 먹다 보면 결국은 설사가 나서 못 먹기도 하며, 전에는 팥빙수를 즐겨 먹다가 이제는 배가 아파 못 먹는다는 사람도 흔하지 않은가.
보통 사람은 열도 없고 몸이 차지도 않다. 사람은 살아 있는 이상 피가 돌아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피가 잘 돌아야 된다. 죽은 사람은 피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는 있어도 피를 돌리는 기운이 없는 것이다. 피를 돌리고 혈관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것이 기운이다.
이 기운을 생명력이라고 하자. 우리 몸이 찬 공기나 찬 음식을 만나면 피의 활동이 덜되고 기능이 위축된다. 이 때 우리 생명력은 차가워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생명력은 모든 조직에 기운과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본디 임무이므로 조만간 복구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가령 겨울에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 그 당시는 손이 시리나 설거지가 끝나면 오히려 손이 후끈후끈거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막힌 조직에 가서 염증을 내고 열을 내어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열은 할 수 없이 열을 내는 것이지 처음에 차가운 것이 침입하지 않았든지, 또 침입했어도 체력이 튼튼했으면 열이 날 리가 없다.
그러나 열흘 붉은 꽃이 없고 일에 장사가 없다는 말과 같이 우리의 생명력인 이 기운은 이와 같은 힘든 작업을 자꾸 반복하다 보면 지치고 시들어져서 나중에는 정상적인 혈액순환도 힘들어지고 각 조직의 활동도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냉한 체질 열이 많은 체질이 꼭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할 게 아니라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 보는 게 좋다. 즉 열이 많게
느껴지는 사람은 이제 기운이 점점 지쳐 가는 신호이고, 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기운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표시이니 원기 부족의 정도 차인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열도 나지 않고 차가워지지도 않는 것이니 이 모두가 원기 부족인 아니겠는가?
陰陽五行이라 하면 무슨 헛소리냐 할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으나 모든 동양 학문의 기본 골격이 바로 陰陽五行이다. 陰陽五行이란 우주와 사물의 생성 원리와 그 현상을 이치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의학은 동양의학이므로 당연히 이 陰陽五行으로 인체를 관찰하여 진찰하고 체질을 분류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陰은 오그리는 성질이요 陽은 펴는 성질이다. 그래서 陰人이라 하면 신중하고 침착하며 조용조용한데 만일 슬럼프에 빠진다면 침울 우울해지기 쉬운 사람을 말한다. 陽人은 활달하고 밝으며 적극적인 경향이 있으나 잘못되면 경망스럽고 주의 산만하기 쉬운 사람을 말한다.
또 우리 몸은 이 몸뚱이와 생명 기운으로 되어 있으니 그 기운을 陽이라 하고 몸뚱이를 陰이라 한다. 그러므로 陽人이라 하면 좀 야위어도 보기보다 기운(陽)이 있는 사람이며 陰人이라 하면 살점(陰)이 풍성한 사람을 말한다.
五行을 그 성질로 말해 보자. 木은 초목이 잘 자라는 기상이요 봄과 같이 만물이 피어나는 기상이니 키가 훤칠하고 서글서글한 사람은 木의 기상을 많이 받았으므로 木人이라 부른다.
火는 불같이 왕성한 활동력을 말하니 여름에 만물이 무성해지는 기상이다. 추진력은 좋으나 다혈질이라 한번 화를 내어놓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을 火人이라 한다.
土는 땅은 만물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만물을 키우는 포용력이 있어 동식물이 여기를 근거로 먹고 살찐다. 그러므로 통통한 체형의 사람을 土人이라 한다.
金은 가을과 같이 맑고 깨끗하며 산뜻한 기상이니 가령 사람도 기상이 고고하고 총명하며 지조가 있고 피부색이 흰 사람을 金人이라 한다.
水는 겨울에 모든 것을 저장하고 있듯이 골격이 단단하고 지구력(뚝심)이 있으며 혈색이 좀 검은 사람을 水人이라 한다.
그러나 하루에 밤낮이 있듯이 누구나 陰陽의 기운이 있고, 일년에
春夏秋冬이 있듯이 누구나 이 다섯 가지 기상(五行)을 골고루 타고났으므로 꼭 어떤 체질이라고 단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서 특별히 위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질 때 金人이다, 木人이다라고 말하여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아이들 오줌을 동변(童便)이라 하여 약으로 써 왔다. 항간에 일본 자연 요법가의 글이 소개되면서 소변이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나 마시고 괜히 부작용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소변은 술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말이 많아지는 것은 기운이 뜨기 때문이요, 오줌은 반대로 허열이 뜨는 것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데 이는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숨이 죽는 것과 비슷하다.
대개 매운 것 단 것은 생명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술이나 생강이나 꿀을 많이 먹으면 열이 나고 기운이 뜬다. 반면에 짜거나 시거나 쓴 것은 오그라뜨리고 식히는 성질이 있으므로 소변이나 죽염은 허열이 뜨는 것을 진정시키게 된다.
한의서에 소변은 성질이 서늘해서, 타박으로 어혈이 들고 염증이 났을 때 소염 작용이 있으며, 허하고 지쳐서 허열이 뜰 때나 상기되면서 열을 수반한 기침이 있을 때 기운을 내려 주므로 진정이 빠르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변은 성격이 비교적 조급하고 폭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머리가 아프고 잘 어지러운 사람에게는 고혈압, 저혈압을 막론하고 아주 적격이라 하겠다. 복용량은 하루 한두 번 종이컵으로 반 컵이나 3분의 2컵을 마신다. 혹 역해서 마시기 어려운 사람은 생강즙을 한 숟갈쯤 타서 마시면 훨씬 수월하다.
외용으로는 머리의 비듬과 각종 부스럼에 소변을 바르고 5분 후에 씻기를 하루 한두 번 1-2주정도 하면 잘 낫는다. 아울러 잇몸 질환에 자주 머금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때는 삼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얼굴이 누렇거나 창백하며, 체중이 많든 적든 몸이 무겁고 나른하여 자꾸 처지는 사람은 원기가 부족한 경우이니 오히려 흥분시키는 매운 맛, 단 맛의 약(인삼, 황기, 생강, 계피, 천궁 등)을 선택해야지, 더 까라지게 하는 소변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되겠다. 이것이 주의 사항이다.
뚱뚱한 사람은 두꺼운 지방조직 때문에 혈액순환이 정체되기 쉽다. 땅으로 비유하면 진흙땅처럼 물이 잘 고인다. 날씨로 치자면 구름이 잔뜩 끼어 좀 후덥하고 굽굽하다. 그러므로 진흙땅에는 모래를 섞어 주면 좋겠고 흐린 날씨에는 하늘에 바람이 불어 구름을 말끔히 날려보내면 맑은 가을 하늘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익모초의 성질을 알아보자.
익모초는 청자색 꽃이 핀다. 이 색깔로 간과 심장에 잘 작용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간은 피의 분포를 조절하고 심장은 피의 순환을 관장하니 모두 피와 관계가 있다. 또 맛이 쓰므로 식히는 성질이 있어 경도를 맡은 자궁에 피가 정체될 때 생기는 후덥한 열을 풀어서 깨끗한 혈액이 잘 왕래할 수 있도록 뚫는 힘이 있다. 이렇게 피를 활동시켜 살려내므로 여성의 보약으로 분류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 때나 산후를 막론하고, 뚱뚱하면서 얼굴이 누리하고 거무스름한 여성이, 아랫배가 뻐근하든지 경도가 시원하게 내리지 않고 양이 적으면서 색이 검거나 덩어리가 보이는 경우라면 한번에 3돈(12g)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야윈 여성이라면 5푼(2g)정도로 줄여 써야 한다.
반면에 얼굴이 핼쑥하면서 생리 혈이 묽거나 양이 많을 때는 배가 차기 때문이므로, 무조건 익모초가 여성에게 좋다고 장복했다가는 배를 더 차게 하여 생리가 더 많아지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사람은 쑥 생강 계피 오수유 등 따뜻한 성질의 약을 선택하도록 하자.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 한의학이 현대 의학이나 약학에서 연구하는 성분 분석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약을 성분만으로 다 알았다고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익모초는 레오누린이라는 성분이 있어 자궁의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먹어서 좋을 사람이 있고 해로운 사람이 있는 것인데 성분만으로는 이것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약은 그 성질을 잘 알아서 사용해야지 성분 분석만이 능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의사의 역할이다.
진료실에서 대화하다 보면 인삼에 대추 넣고 먹어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서 자기는 인삼이 안 받는 줄 알고 있으니 인삼은 넣지 말아 달라고 미리 부탁하는 분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런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인삼을 즐겨 먹어야 할 사람이다.
그러면 어디서 부작용이 났는가?
왜 사람들은 대추를 의심하지 않을까? 대추는 걸쭉하고 단맛이 있어 배고플 때 한 주먹 먹으면 요기가 될 정도로 영양가가 많다. 그런데 요즘 사람은 식생활이 개선되어 체격도 좋고 영양이 과잉인 사람이 많다. 설령 영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그 원인이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신경성으로 위장이 약해져서 마음껏 영양을 소화 흡수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대추를 좀 많이 달여 먹으면 영양 과잉인 사람은 살이 더 찔 수도 있고, 위가 약한 사람은 위장 장애가 더 심해진다. 그래서 대추는 한의서에 분명히 적어 놓았듯이 배가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한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것이다.
인삼은 본디 위를 튼튼히 하는 약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삼만큼 순하면서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이 드물다. 그런데 인삼 달일 때 대추를 한되나 반되를 넣고 달였으니 대추 때문에 소화가 안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에 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걸 모르고 애꿎은 인삼 탓만 하는 것이다.
물론 인삼을 먹어서 안될 경우도 있다. 허약한 사람은 조금씩 먹어야지 인삼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약에 취한다. 또 다혈질인 사람이 마음이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성 열이 있는 경우에 먹으면 인삼이 기운을 더 뜨게 하니 어지러워서 혼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맥이 약하다면 지쳤다는 말이니 원기 돋우는 인삼을 쓰되 맥문동 등을 같이 써서 약끼리 서로 견제하고 상호 보완하게 하면 인삼이 독재하지 않게 되어 부작용 없이 효력을 낸다. 자세한 것은 인근 한의원에 문의하면 된다.
언제든지 대추 같은 흔한 식품 하나라도 좋은 점만 믿고 함부로 먹을 게 아니라 부작용을 알고 먹어야 한다. 위가 약한 사람은 죽을 먹어야지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듯이 인삼 백출 같은 건위제를 먹어야지 대추 숙지황같이 눅진하고 소화에 부담을 주는 것은 조심해야겠다.
찬 우유를 먹이면 애들의 장이 튼튼해진다는 말은 한마디로 거짓말이다.
추운 지방 사람은 기후에 적응하여 조직체가 단단해지고 피부가 치밀하므로 바깥 공기에 엄습을 적게 당하니 찬 우유를 어느 정도 마셔도 된다. 또 서양인들은 육식을 많이 하므로 소화기에 부담을 주어 배속이 후덥하니 열이 생길 때는 찬 것을 조금 주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와 다르거니와 근본적으로 인체에 찬 것이 좋을 리가 없다. 노인은 따뜻한 부침을 자실 때는 소화가 되나, 한나절 지나 식은 걸 드시면 소화가 안되는 것은 소화 기관의 활동력(生氣)이 왕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린애들도 생기가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따뜻한 것이 더 낫지 찬 걸 주면 가령 당장은 탈이 안 난다 할지라도 발육이 나빠져서 원래 커질 것보다 적게 클 수가 있다. 식물도 따뜻한 봄·여름에 자라고 차가운 가을·겨울에는 성장을 멈추지 않는가?
우리 사회는 요즘 들어 그러잖아도 간식이 잦고 육류를 너무 일찍 먹이는 경향이 있어 애들 위장이 쉴 수 없어 약해지기 쉬운 데다, 단 것을 흔히 먹으므로 위가 게을러져 입맛 없는 아이가 많이 생겨나는데, 냉장고의 일반화로 찬 음식에 찬 음료수에 얼음과자에 이제는 우유까지도 차게 먹어야 좋다고 하니 설상가상으로 더더욱 위와 장이 차가워져 체질이 허약해진 아이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더구나 태중에서부터 이미 약하게 태어났다면 엎치고 덮쳐 말할 나위 없다.
이런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혈색이 노랗거나 창백하고, 감기 편도선 비염 등으로 병원을 수시로 다니면서 알레르기성이라는 병명을 이미 몇 번씩 들어본 경력이 있으며, 이유 없이 배 아프다 다리 아프다는 소리를 잘하고, 피로를 잘 느끼며, 신경질적이고 주의 산만하다. 구취가 자주 나고 입안이 헐며, 대변이 불규칙이거나 야뇨증의 경력이 있는 아이도 많다.
찬 것 먹으면 배탈난다는 만고의 진리가 어찌 외국의 어느 소아과 의사의 말 한마디에 뒤집어질 수 있으랴.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최상의 영양인 엄마 젖이 과연 따뜻하던가 차던가를 생각해 보자.
이른봄의 쑥은 도시에서도 약수터 근처가 아니라도 흙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얼굴을 내밀므로 한가한 동네 아주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을 거쳐 쑥국도 끓여 먹고 찌개에도 넣고 쑥떡도 해먹는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식물이다. 그런데 이것은 식품 이외에도 약효가 뛰어나서 정식 한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쑥잎은 앞은 녹색이고 뒷면은 희며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 등 그 색이 다양하다. 또 잎이 두텁고 부드러워 사람으로 치면 온후하고 인정 많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식물이다.
그래서인지 쑥은 특별히 모나지 않고 여러 경우에 순순하고 무던히 잘 화해시키는 약(和藥)으로 분류되어 오고 있다.
쑥은 따뜻한 성질이라, 부인의 자궁이 약해서 약간만 무리하고 오래 서 있으면 하복부가 멍하니 하혈할 기미가 있거나 피가 약간씩 비칠 때, 인삼 황기와 함께 마른 쑥을 하루에 15내지 30g을 자주 달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생즙을 내어 먹어도 된다.
대개 부인이 하혈하면 나쁜 피가 맺혔다 해서 이 어혈을 터뜨려 배설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본디 피란 가령 그릇에 담아 놓은 피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요 젓가락으로 휘저어야 피가 움직이듯이 사람 몸 속에서 피가 생명 기운을 받아야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혈이란 피 자체의 탓이 아니라 기운을 못 받아서이니 기운을 통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기운이란 활동력이니 따뜻한 것이다. 피 또한 따뜻해야 잘 움직이며 차가워지면 순환이 잘 안된다. 그런데 허약하든지 식생활을 불규칙으로 해서 배가 차가워진 부인은 자궁 주위 조직체의 모세혈관도 수축하기 쉬우므로 약간의 무리에도 출혈이 잘된다. 그러므로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쑥을 먹음으로써 그 따뜻한 성질로 하복부를 데워서 혈행을 부드럽게 하니 지혈이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이 약해서 배가 자주 아프든지 설사를 자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다만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혼자서 잘 씨근덕거리는 사람은 가슴에 열이 자주 느껴질 것이니 이런 사람은 금한다.
왜 하필 곰쓸개(웅담)를 제일로 칠까? 곰은 사납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뚝심이 좋기로 유명하다. 곰의 뚝심 하나는 호랑이를 능가한다. 산돼지 쓸개를 쳐주는 것도 그 야성이 사람을 죽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집돼지는 주는 밥 먹고 편히 있으면 되니 긴장과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 효력이 좀 떨어진다고 본다. 소는 좀 둔한 편이고 개는 영리하기는 하나 뚝심이 적다.
그러므로 모든 동물의 쓸개는 약간 차이가 있다는 말이지 모두 비슷한 효력이 있으니 꼭 귀하고 비싼 웅담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광차 외국에 나갔다 하면 으레 웅담에 한번쯤 관심을 가지는 우리 나라 사람의 극성은 오히려 가짜 웅담을 범람하게 하여 외화만 아깝게 날리는 것은 아닐까? 사실은 예전부터 소 쓸개, 개 쓸개, 돼지 쓸개, 뱀 쓸개, 심지어 물고기 쓸개도 별 구별 없이 써 왔던 것이다.
웅담은 물그릇에 장롱 위의 묵은 먼지를 쓸어 담아 놓고 쓸개 부스러기를 조금 넣으면 먼지가 확 퍼진다. 이로써도 짐작할 수 있듯이 쓸개는 통하는 힘이 좋다. 그래서 간의 염증을 위시하여 각종 염증에 해열을 잘한다.
우리가 담력(쓸개의 힘)이 좋다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은 쓸개가 감정을 적당히 조절하는 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쓸개 빠진 녀석이라는 말도 있듯이 쓸개를 제거하면 잘 삐친다든지 심술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것과 관계 있다.
간의 염증은 어떻게 해서 생기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술이나 과식 또는 격분 울분 짜증 신경질 다혈질 고민 등으로 간에 염증이 잘 난다. 입이 마르고 눈이 잘 충혈되며 옆구리가 뻐근하기도 하고 몸에 열감을 느끼며 감정이 날카로워지는 등의 증세가 있을 때 한번에 0.5-1g씩 하루 세 번 먹는 방법이 있다.
이 이외에도 잇몸 염증, 귀에 고름 날 때, 힘줄에 염증이 나서 요통이나 팔꿈치가 아플 때 약간씩 먹으면 진통이 잘된다. 외용으로 치루를 치료하기도 한다.
그러나 혈색이 없어지고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끼며 배가 차고 추위를 많이 타게 되는 등, 간이 무력해졌을 때는 간을 보하는 백하수오 구기자 복령 인삼 계피 결명자 등과 함께 소량만을 쓸 수 있다.
두충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우리 한의계에서는 옛날부터 전량을 수입하여 사용해 왔는데 지금부터 약 70년 전에 서울 홍릉 수목원에 처음 심었던 나무가 씨를 퍼뜨린 것이 이제는 전국에서 재배되어 충분히 자급자족되므로 비교적 싼 값에 일반에게 보급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두충은 당두충, 원두충 등으로도 불리는데 나무껍질이 정품이다. 잎이나 잔가지도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개 잎종류는 성질이 가벼워 피부에는 잘 가나 근육 내의 힘줄이나 골격 조직 깊숙한 곳까지 효능을 미치기에는 좀 약하다.
두충 껍질을 부숴 보면 실과 같은 것이 줄줄 딸려 나온다. 이렇게 섬유질이 많은 약들이 대개 그러하듯 두충도 활동력이 상당히 좋아 마치 도랑 치듯 막힌 조직에 가서 순환을 도와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또 껍질 속이 특이하게 검은 색을 띠는 것으로 두충이 근골격 계통에 특히 잘 작용하는 약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본디 비만한 사람이나 잘 붓는 사람(습한 체질)으로서 항상 몸이 무겁고 허리 다리가 자주 아프든지 저리든지 당기든지 쥐가 나든지 하며 소변이 시원치 않은 등의 증세를 보일 때에는 그 병명을 막론하고 하루에 3돈에서 6돈(12-24g)을 달여 먹으면 얼굴이 점차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맛 또한 순하고 구수하여 먹기에도 좋다.
다만 이 약은 직접 원기를 왕성하게 한다든지 영양을 보충하는 약이라기보다는 몸에 노폐물이나 지방이 많은 사람의 혈관 신경 힘줄 근육 등의 조직을 소통시켜서 결과적으로 몸을 가볍게 하는 약에 해당되므로 야윈 사람에게는 덜 맞다. 즉 몸에 청소할 것이 별로 없는 수척한 사람이 두충 하나만을 2-3년씩 장복하면 이 약이 조직을 너무 활동시키는 바람에 오히려 진액이 점차 부족해져서 처음에는 효과가 나는 듯하다가도 점차 몸이 푸석해짐을 느끼면서 더 야위고 숨이 차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생각하자. 야윈 사람은 두충같이 습기를 말리는 약보다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붕어에다 수삼을 넣고 푹 고아 자주 먹는 것이 진액을 보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해삼은 바닷가에서 맛있는 별미로 애용되고 있지만 사실은 해삼이 막강한 효력을 가진 약이라는 것을 아는 분은 드문 것 같다.
해삼은 진액을 보하는 약이다. 진액이란 최고의 영양 물질로서 피를 위시한 각종 체액, 호르몬 등도 여기 해당한다. 그러므로 해삼은 야윈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어서 좋거니와 특히 당뇨병이나 천식에는 여느 약제 이상의 효능을 낸다.
천식에 해삼 한 가지만으로도 고친 사람이 제법 있을 정도로 도움이 된다. 천식 중에서도 특히 폐조직이 말라 있는 야윈 사람이라면 더더욱 적격이다.
당뇨 또한 마르는 병이다. 물론 당뇨가 되는 원인이 여러 가지이므로 체질에 따라 뚱뚱한 사람도 있겠으나 가령 뚱뚱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사업이 졸지에 망할 지경에 이르렀든지 하여 초조 불안 짜증 신경질 비관 낙심 걱정 생각 등이 교차하여 피와 진액이 마르는 경우가 되어 나타난 당뇨에는 해삼이 이렇게 말라 버린 진액을 보충하는 전문적인 약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즉 마른 사람에게는 병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해삼이 식품이나 보약으로 매우 도움이 된다. 생 걸 먹든 말려 먹든 상관은 없다.
해삼을 고르는 방법이 있다. 깊은 바다의 해삼은 크고 돌기가 세며 연안의 해삼은 크기가 작고 돌기가 약하다. 또 해삼의 배를 갈라서 뻘이 나오는지 모래가 나오는지 확인해 보아도 어디 것인지 알 수 있다. 소위 홍삼이라 하여 겉이 붉은 것도 있으나 약효가 특이하지는 않으므로 굳이 홍삼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먼바다나 맑은 모래밭에서 나는 해삼을 구하여 먹는 것이 낫다.
해삼을 말리면 1/20로 줄어든다. 생해삼을 배를 따서 내장을 꺼낸 뒤 끓는 물에 5-10초 담가서 데치면 살짝 익는다. 이것을 볕에 말리면 멋진 해삼 약제가 된다. 데치지 않으면 퍼져서 말리기 나쁘다. 이것을 기준으로 하루에 5돈에서 1냥 가량 달여서 먹으니까 생물은 환산하면 될 것이다.
요즈음 건어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하게 큰 해삼은 수입품이다. 크기는 굉장하나 우리 해삼과는 맛과 종자가 달라서 요리로는 몰라도 약으로 쓰기엔 문제가 있다.
항간에 꿀을 아무나 먹어도 좋은 줄로 아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꿀을 먹고 소화가 더 안되든지 설사가 나는 사람도 있고 가슴이나 얼굴에 열이 차 올라서 먹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으며 원하지도 않은 체중이 늘어나서 당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꼭 알고 먹어야겠다.
첫째로 꼽는 효능은 영양을 도와 조직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꿀은 특유의 끈적거리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매우 윤택한 성질이 있어 바짝 마른 조직을 촉촉이 적셔 주며, 단 맛은 마르고 긴장된 조직을 느슨하게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예전부터 입안에 혓바늘이 돋거나 하얗게 패일 때나 목안이 부어 아플 때 직접 바르거나 꿀물을 머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야윈 사람이 위장이 건조해서 쓰리고 따갑고 아플 때나 대장이 건조해서 변비가 잘 되는 사람도 꿀물을 자주 마시면 위통도 진정되고 변 보기도 수월해진다.
이렇게 꿀이 윤택하고 진정시키고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에 가장 해당되는 체질의 사람은 몸이 마르고 성격이 초조한 사람이라 하겠다. 초조 불안하고 바쁘고 조급한 성격은 마음으로 기운을 많이 쓰니 몸 속이 자주 더워져 이 열로 우리 조직이 차츰 마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식욕이 떨어진다. 반면에 살찐 사람이나 술을 즐기는 사람이나 과자 많이 먹는 꼬마들은 오히려 내장 활동이 둔하거나 지쳐 있으므로 꿀과 같이 단것을 즐겨 먹으면 내장이 더 게을러져 앞에서 말한 여러 부작용이 나기 쉬운 것이다. 이런 사람의 변비도 장이 마른 게 아니라 장을 움직일 기운이 약해서 변비가 된 것이므로 꿀은 해당되지 않고 영양식을 피하면서 채식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체질에 상관없는 경우는 누구든지 어쩌다 과격한 육체 활동을 했을 때 꿀이 회복을 빠르게 하며, 또 못이나 낫, 가시에 찔린 자리에 독이 올라 퉁퉁 붓고 열날 때 꿀을 바르고 꿀물을 진하게 타서 후끈후끈하게 마시고 땀내면서 푹 자면 독이 빨리 풀린다.
흔히 영사를 찾는 사람이 있다. 꼬마가 잘 자지 않고 울며 보챈다든지 자면서 깜짝깜짝 놀라니까 영사를 조금 먹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영사와 주사는 다르거니와 그런 경우에 주사를 먹이는 것도 의학적이 아니다.
주사는 자연산의 붉고 반투명한 광물로서 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영사는 인공적으로 수은과 유황을 섞어서 고열로 수차 녹여서 주사(유화 수은)를 만든 것인데 매우 숙련된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수은이 남아 있게 되어 먹을 수가 없고 붉은 색의 붓글씨를 쓰는 데에나 사용할 수 있다.
자연산 주사 가운데 크고 단단하며 투명도가 좋은 제품을 경면주사라 하여 상품(上品)으로 분류한다. 주사는 인체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수은중독의 위험은 없으나 매우 무거운 광물질이라 물에 벌겋게 뜰 정도로 미세하게 갈지 않으면 일부가 장의 융털 사이에 끼어 있다가 오랜 세월을 두고 서서히 장에 물리적 자극을 주어 염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막자에 물을 약간 넣고 여러 시간을 갈아서 물을 흥건히 붓고 저으면 덜 갈린 주사는 바닥에 금방 가라앉고 갈린 주사는 물에 벌겋게 뜬다. 이 물만 조용히 딴 그릇에 받아서 하루 밤을 재우면 주사는 물에 녹지 않으므로 가라앉는다. 윗물은 버리고 이 가루를 말리면 비로소 약제로 쓸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어른 기준으로 1회 3내지 5푼(1.5-2g)을 먹는데 며칠 이내에 붉은 대변을 보면서 대변에 섞여 전량 배설된다.
주사는 경기(대개 열성 경련)와 간질 치료에 보조적으로 쓰이는 약으로서 심장에서부터 상기되는 것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주로 한다.
그러나 흔히 우는 경기라 하여 밤에 칭얼거리며 보채는 것은 대개 배가 아파서 우는 것이니 차가운 우유나 물을 먹이는 어머니는 당장 따뜻하게 데워 먹여 보고 그래도 안되면 한의원이나 소아과에 문의해야지 경면주사는 전혀 해당 사항이 아니다. 또 아기가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는 대개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연말에 송년회가 잦다. 무슨 모임이다 동창회다 해서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1차 2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연히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주량이 적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다음 사항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첫째 술을 너무 차게 먹지 말자. 보통 말하길 술이 열이 많다 하여 차게 먹으면 술도 덜 취하고 맛도 좋다고 하는데 건강에는 좋지 않다. 술이 열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실컷 뛰고 나면 후줄근히 지치듯 술이 온 내장을 흔들어 놓았으니 이렇게 열을 내고 나면 나른해지면서 몸이 빨리 식는다. 또 술이란 피를 위로 띄우고 피부로 쫓아내니 복장과 하체는 피의 활동이 적어져 당장은 소변이 잦아지며 과하면 배가 냉해진다.
마치 손님이 다 타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냉큼 올라가 버리는 격이다. 더구나 한겨울에 차갑게 냉동시킨 술을 마구 마셔 댔으니, 장이 식으면 설사요, 위장이 식으면 메스껍고 입맛이 떨어지며, 지병이 악화된다. 당연히 숙취도 심해진다.
그러므로 술에 자신이 없으면 가급적 따뜻하게 데워 먹든지 그게 안되면 적어도 냉장이 안된 술을 주문하는 게 상책이다. 겨울에도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 두는 가정이 많은데 건강하니까 견딘단 말이지 차게 한 맥주를 몇 년간 실컷 먹고 장이 나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둘째 독주를 조심하자는 것이다.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세상살이에 시달려 신경성 위장병이 호시탐탐 노리는데 도수 높은 술이 위벽을 할퀴는 데야 어찌 당하랴! 주당왈 빈속에 쐬주나 양주를 마셔야 배속이 화닥화닥하니 술맛이 난다고 하는데 수십년 술 마실 주법은 아닌 것 같다.
정 독주를 마셔야 된다면 따끈하게 데운 물을 홀짝홀짝 마셔 가며 먹어 보라. 기분 좋게 취기도 오르거니와 술이 빨리 깬다. 물론 뒤끝도 개운하다. 그렇지 않으면 술기운이 도는 건지 어떤지 몰라서 저도 몰래 과음해 놓고 집에 가서 왈칵 취하는 바람에 다음날까지 고생하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왜 숙취가 오는가? 간밤의 술을 못 이겨낸 덕분에 온몸 조직에 염증과 찌꺼기(濕熱)가 생겨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갈증이 난다고 찬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잘못이다. 튼튼한 사람은 탈이 없으나 허약한 사람은 평소에도 아침 식전에 생수를 한잔 마시면 배가 아픈데, 술까지 마신 뒤라 내장이 지쳐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보온을 해야 할 판에 찬물을 마시면 당장 배가 벙벙하고 소화가 안되든지 설사가 나게 마련이다. 술이 약한 사람은 몇 잔 마시면 한기가 드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술이 열을 낼 때 몸은 오히려 지쳐서 식기 시작한다.
흔히 숙취에 땀을 내면 개운하다고 한다. 땀낼 때 주독이 좀 풀리니 시원하기는 하다. 그러나 사우나에서 한증으로 땀만 자꾸 빼게 되면 오뉴월에 무엇 처지듯 축축 늘어져 기운에 손해가 많다.
약으로 말하자면 파나 소엽(차조기) 같은 피부 발산제가 아니라 진피 칡 생강 계피처럼 내장에서부터 피부까지 전신의 조직을 두루 헤쳐서 주독과 염증을 풀어 주는 약이 적격이다. 그러므로 숙취에 생강과 계피로 만든 수정과를 따끈하게 마시든지 가벼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땀내는 것을 더 권하고 싶은 것이다.
역시 숙취에는 북어에 콩나물과 무를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물고기는 육류보다 성질이 담백하고 서늘해서 술로 인한 염증을 시원하게 한다. 특히 북어는 더욱 담백하며 가정에 준비해 두기도 쉽다. 콩나물과 무는 본디 해독을 잘하는 음식이다. 잘 붓는 사람은 팥이나 호박을 달여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간의 이야기와는 달리 꿀은 권하지 않는다. 약간은 몰라도 술로 인해 위장에 염증이 나서 소통이 좋지 않은 이 때 진한 꿀차를 마시면 꿀의 단맛이 위장을 더 뻑뻑하게 만들어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에 많이 시달려 위장이 메말라진 사람은 먹어도 좋다.
담욕대 심욕소(膽欲大 心欲小)란 말이 있다. 쓸개는 中正을 맡아 감정을 잘 조절하니 中正은 많이 할수록 좋고, 심장이 작아지자는 것은 마음은 항상 조심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술은 흥분제이다 보니 술이 거나하면 조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넘쳐 실수하기가 쉽다. 이 말을 명심하는 것이 숙취의 근본 해결책이 아닐까?
귀한 자녀를 출산한 산모 가운데 누구는 젖이 너무 많고 묽어 신생아가 설사하는가 하면 누구는 젖이 적어 고민인 분도 계실 것이다.
젖이 묽은 경우는 산모의 소화 기관이 약하고 차가워서 그 기능이 활발하지 못한 탓이다. 산모가 섭취한 음식이 잘 소화 흡수되어야 피도 되고 젖도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 젖이 묽어진 것이다. 항간의 이야기처럼 국을 많이 먹으면 젖이 많고 물을 적게 마시면 젖이 말라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평소 배가 차며 배속이 잘 꾸룩거리고 방귀가 연신 나오는가 하면 차게 거처하거나 찬 걸 먹으면 대변에 바로 이상이 나타나는 부인에게 물젖이 많다. 신생아가 기저귀마다 물같은 변을 묻혀 내므로 출산의 기쁨은 잠시요 이 젖을 먹여야 하나 떼어야 하나 갈등하다 보면 배는 더 꾸룩거리고 방귀는 더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경험 있는 한의사라면 대개 5일에서 10일 정도의 약 복용으로 점차 배는 편해지고 젖은 진해지며 아이의 변 회수는 줄어들게 해 줄 것이다.
반면에 젖이 모자라는 것은 단순히 산모가 영양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예전부터 돼지 족발을 푹 고아서 산모에게 권해 왔다. 곰발바닥 하나만 있으면 3년 동안 부침 해먹을 때 기름 걱정 없다는 말처럼 확실히 돼지 족발도 무시 못할 영양의 보고이다. 이왕 먹으려면 양념을 잘해서 맛있게 먹자.
그러나 요즘 영양이 부족한 산모는 거의 없는 시절이므로, 대개 젖먹이 모가 임신 때부터 혹은 출산에 즈음하여 마음이 편하지 않고 항상 무엇에 쫓기듯 초조 불안하든지, 아니면 불만이 많고 울분이 채어 꿍하고 속으로 애를 쓴 결과로 피가 더워져 젖이 될 진액이 메말라져서 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이럴 때는 세월이 약이거니 생각하고 아이의 어머니로서 마음을 크게 먹고 편히 안정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며 이 때 돼지 족발은 그리 기대할 만하지 못하고 전문적인 처방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육식을 너무 즐겨 영양이 지나쳐서 신진대사하는 조직의 미세한 출입처가 막혀 유즙이 잘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은 담백한 식사법으로 바꾸면 된다.
녹용은 알고 먹어야겠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녹용은 아무나 먹는 보약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싼 녹용을 어디서 구해 먹든 선물하든 한의원에서 정식으로 지어먹든지 간에 많은 경우에 그 값어치 만한 효력을 보지 못하는 수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먹었으니 어디엔가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하면서 한약은 으레 효력이 늦게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한약 중에서 특히 녹용은 효력이 굉장히 빠른 약이다. 녹용은 최상의 영양제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보약이나 알부민으로 효력이 없는 노인들도 녹용을 잘 사용하여 처방을 내면 당장 아침에 일어나기가 가볍다 하신다. 아주 허약한 사람은 인삼 당귀 녹용(삼귀룡탕)을 한두 돈씩 해서 두어 첩만 먹어도 훨씬 기운을 차린다.
녹용은 영양제이다. 동물의 머리는 뇌가 있는 자리이다. 여기서 난 뿔은 가장 완벽한 영양을 바탕으로 한다. 더구나 사슴의 뿔은 소, 염소, 코뿔소처럼 뼈 같은 뿔이 아니라 항상 각질화 되지 않은 채 골수가 충만한 보드라운 뿔을 갖고 있으면서 매년 각질화 될 만하면 떨어지고(이것이 녹각이다) 다시 새 뿔이 자란다.
그러므로 골격의 성장이 더딘 소아나, 하혈 몽정 정력 감퇴 요실금 야뇨 같은 비뇨생식계통 질환이 있는 허약자나, 수척한 노인이나 산후 보혈에 적격인 것이다.
그런데도 효력이 안 나는 것은 왜인가? 당연히 영양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가 나올 정도로 체격이 좋은 사람이 녹용을 먹었다고 정력이 더 나아질까? 오히려 피가 더 탁해져서 살이 더 찔까 걱정된다.
녹용은 위장약도 아니다. 동물성 약재이므로 어느 정도 소화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허약한 사람이라 해도 위장이 약하다면 소화 기능을 돋우는 약을 먼저 선택해야지, 좋다고 막 먹었다가 녹용이 소화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밥에도 잘 체하는 사람이 곰국, 개소주, 흑염소 중탕을 그저 좋은 줄로만 알고 먹다가 위장 탈이 나서 입원한 예도 더러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싼 녹용에 욕심 내지 말자.
항간에선 녹용에 대한 오해가 많은 듯하다. 살찐다든지 머리가 둔해진다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입맛이 좋아져도 절도 있게 먹어야지 과식한다면 비만이 될 수밖에 없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울증과 욕구불만으로 식욕 항진이 되는 수도 많다. 이래 놓고 애꿎은 녹용 탓만 한다.
머리가 둔해진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식탐이 많아 살찌고 몸이 둔한 사람은 정신도 게을러진다는 것이지 녹용은 신경이 약한 사람의 정신력을 오히려 도와주니 건망증도 고치고 머리를 더 좋아지게 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먹으면 이성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신경이 약한 청소년은 자신감이 약해서 오히려 주의 산만해지기 쉬운 반면에 심신이 건강한 청소년은 꿋꿋하게 자기 생활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녹용을 너무 믿어서도 안되겠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이라는 말처럼 보통의 음식을 편식 않고 먹어서 잘만 소화 흡수시키면 얼마든지 피도, 정액도, 호르몬도 만드는 게 우리 몸이다. 그러므로 보혈을 해야겠다, 정력을 도와야겠다 해서 녹용을 굳이 들먹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돌 전후부터 대여섯 살까지 멀쩡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봄 가을로 녹용을 몇 첩 먹인다는 어머니를 대할 때마다 항상 되묻고 싶은 것은 "이 아이가 정말 영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란 말이다. 이것은 엄마의 자기만족이다.
여유가 있으면 그래도 좀 낫다. 어려운 살림에 보너스라도 받으면 녹용부터 지어 먹여야 부모의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들을 위하여 여기 가장 바람직한 건강 증진법을 소개한다. 사랑으로 키워서 부모님 은혜를 느끼며 자라는 아이는 보약으로 얻는 수동적 건강이 아니라 녹용 한 첩 안 먹어도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고양이는 주마옹에 효력이 있다. 주마옹이라 하면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몸 여기저기가 툭툭 불거지면서 고름이 터지는 병이다. 외과적으로 째도 또 다른 곳이 곪아터지고 해서 애를 먹던 병이다. 이 때 고양이를 푹 고아서 고기도 먹고 국물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신경통 관절염에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
신경통이니 관절염이니 하는 것은 말하자면 몸의 해당 부위가 녹이 슨 것이다. 녹이 신경에 나면 신경통, 관절에 녹이 나면 관절염이 된다.
산후풍이란 것도 바람이라 해서 중풍이 아니라, 차다는 뜻으로 산후에 기운이 떨어져서 온 몸이 시리고 심하면 뼈마디까지 한기가 느껴지면서 아프다. 자연계에서 태양이 구름에 가리면 습기가 생겨나서 오래 되면 녹이 난다. 찬 공기가 와서 녹이 난다. 찬 공기가 와서 활동 못할 때 잡팽이가 와서 붙는다. 피가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할 때 구정물이 이니 이것이 습기이다.
관절은 물 내려가는 곳으로 치면 돌자갈 많은 곳이니 더구나 막히기 쉽다. 습이 끼이기 쉽다.
돌자갈 많은 곳에 물이 출렁이듯 마디마디에 기운이 안 통하니 더 아프다. 그러므로 신경통과 관절염은 몸을 차게 하든지 습기 많은 곳에 일하다가 걸리는 경우가 있고 몸 자체가 허약해서 오는 경우가 있다. 서늘한 다락방에 무심코 자고 나면 좌골 신경통이 되는 수가 있고 기운이 온전치 못한 노인이 겨울밤에 팔을 이불밖에 내놓으면 당장 어깨에 통증이 온다. 찬 기운에 못 이기는 것은 원기가 없기 때문이다. 단단한 사람이야 찬 게 좀 온다 해도 괜찮다. 그러나 빈도수로 보면 예전 사람들은 자체 기운은 있는데 찬바람과 습한 환경 과로 등으로 많이 걸렸고 요즘 사람은 자체 생기가 약해서 외부의 가벼운 날씨 변화에도 못 이겨 병이 난다.
특히 마음이 복잡하면 이렇게 식었다 더웠다 하면서 습기가 생겨나니 조직에 녹이 슬어 신경통 관절염이 잘된다. 그러므로 고양이부터 삶아 먹고 보자고 할 게 아니라 자기 기운이 약해진 원인을 찾아야 근본 치료가 될 것이다.
흔히 허리가 아프면 일단 지네부터 갈아먹고 보자고 한다. 그래서 나아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지네의 성질을 알고 먹는 게 순서가 아닐까?
지네란 놈이 조그마해도 여간이 아니다. 지네가 뱀을 만나면 궁둥이만 땅에 대고 머리에서 허리까지 바짝 곧추세워서 노려보면 뱀이 도망가지 못한다. 이러한 성질과 그 독성으로 지네는 막힌 것을 뚫는 약이 된다. 우리 체내에는 생명 기운이 통해 있어 피도 다니고 모든 생명 활동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 부위든 기운이 막히면 아프다, 저리다, 시리다, 당긴다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허리 아픈 것도 여러 가지다. 타박이나 떨어져 다친 경우, 무거운 것 들다가 삐끗한 경우는 충격으로 담(찌꺼기)이 생긴 것이다. 이럴 때는 지네가 담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지네의 독이 담을 흩는 것이다.
그러나 바짝 긴장하고 앉아 있던 사람이 약간 자세를 바꾸다 뜨끔한 경우는 긴장이 원인이므로 먼저 정신을 가다듬고 긴장을 푸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사람은 대개 허약한 편이므로 지네가 크게 효과가 없다.
배나 아랫도리가 차가운 사람도 흔히 허리가 아프다. 피란 따뜻해야 잘 활동하는데 차가워지면 피가 잘 통하지 못하므로 이 때도 어혈이 잘된다. 몸이 차가운 사람은 다치지 않고도 어혈이 잘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차가워서 활동 못하는 피를 어혈이라고 독한 지네로 흩고 보자든지 무조건 피를 뽑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피를 따뜻하게 녹이면 잘 풀린다. 이럴 때는 더운 찜질도 좋고 인삼, 생강, 계피 등을 복용하는 게 지네보다 더 나을 것이다.
어떤 할머니가 다리를 갑자기 못쓰게 되어 중풍인 것 같으니 왕진을 와 달라고 해서 가보니 그 전날 무단히 허리가 무지근하여 지네를 갈아 막걸리에 타서 먹고 한숨 자고 나니 그렇다고 한다. 지네 먹고 체한 것이다. 중풍이 아니므로 위장을 다스려서 이틀만에 풀렸다.
소화가 자신 없는 분은 지네를 함부로 먹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변비는 왜 생기는가? 섬유질을 적게 섭취하여 된 경우는 편식하지 않으면 되니까 제외하고 대개 다음의 셋으로 나눈다.
첫째 대장이 말라서 온다. 나이 드신 분이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므로 몸도 수척해지고 변비도 잘되겠지만 멀쩡한 젊은
사람도 장이 마른다.
왜 마르는가? 열이 말린다. 왜 열이 나는가? 그 사람이 열을 내었기 때문이다. 즉 마음이 초조 불안하고 안달을 낼 때, 혹은 긴장을 하고 애를 쓸 때, 혹은 걸핏하면 짜증을 내고 토라질 때 우리의 몸은 유연성을 잃고 미열이 생겨 진액과 수분을 말리게 된다.
이런 현상이 피부에 나타나면 가려움증이 되고, 위장에 나타날 때는 속이 쓰리며, 대장에서는 변비로 나타나게 된다. 입시생이나
혼기를 놓친 여성의 변비도 대개 여기에 속한다. 마음을 안정하자.
둘째 대장이 활발하지 못해서 온다. 비만한 사람은 내장에 기름이 많아서 장의 운동이 부드럽지가 못하고 둔하게 움직이므로 대변이 장에 오래 머무르게 되어 변비가 잘된다. 또한 내성적이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 사소한 일에 걱정 근심을 하는 사람, 매사에 불만이 많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내장의 움직임도 우무적하고 게을러지므로 대변이 잘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분을 좀 살리자.
셋째 기운이 없어서이다. 개가 똥누는 모습을 보면 엉거주춤하니
꾸부정하게 해서 온몸으로 애를 쓰는 것과 같이 대변보는 데 여간
힘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장이 무력해서 대변을 밀어낼 힘이 부족한 사람은 시간이 되어도 마렵지도 않고 억지로 가서 앉아
있어도 감감 무소식이다.
즉 원기 부족이 장에 나타날 때 변비가 되는 것이다. 체력을 올리자.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장 역시 따뜻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배를 차갑게 하거나 찬 걸 많이 먹으면 설사하지 않는가?
그런데 변비가 있다고 녹즙을 너무 많이 먹거나 아침마다 냉수를 마시거나 성질이 냉한 알로에를 계속해서 먹게 되면 보통 사람 같으면 설사가 났을 것을 변비증 있는 사람이니까 대변을 본다는 말이지 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설사약이나 관장약이 장을 튼튼하게 하기는커녕 더 나쁘게 하는 것과 같다. 근본 치료를 하자.
요즈음 소개되고 있는 오링 테스트란 것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붙이고 있으면 남이 그 손가락을 벌려 봐서 잘 떨어지나 않나를 알아보는 것인데 반대쪽 손에 자기에게 맞는 과일이나 야채나 약초를 쥐고 있으면 손가락 힘이 더 세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가락 힘이 세어지는 물건 종류를 알아내면 체질도 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알고 봤더니 과일도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니고 자기에게 맞는 게
있군요."
"이렇게 간단히 체질을 감별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이 정도는 약과다.
"담뱃갑이나 술병을 잡아도 알 수 있다면서요?"
이쯤 되면 가히 만화를 능가한다.
실제로 손가락 힘이 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까닭은 저쪽에 쥔 물건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심리적인 원인이다. 가령 쌀 한 가마를 지느냐 못 지느냐 하는 것은 온 몸의 힘을 다하여 애쓰는 것이므로 대략 평균치가 나온다. 그러나 손가락 끝을 맞대고 주는 힘이란 어설프기 마련이어서 일정한 힘을 주고 있기가 어렵고 약간만 정신을 딴 데 쓰면 힘이 달라져 버린다. 그것도 저 손에 뭘 쥐고 있으니 정신 집중이 안되어 더더욱 일정한 힘을 주기가 어렵다.
그러니 오늘은 감자 체질, 내일은 고구마 체질이 되기 십상이다. 설령 감자만 쥐었다 하면 손가락 힘이 좋아진다 치자. 그렇다고 감자가 몸에 받을 것이라는 결론은 뽀빠이의 시금치를 생각나게 한다. 논리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체질이란 그 사람의 기질과 체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즉 누구든지 자기 성질과 체격을 알고 있으니 사실은 자기 체질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요즘처럼 먹을 게 풍부한 세상에 음식이야 별 문제도 아니다. 야윈 사람은 속만 좋다면 영양식을 해도 좋을 것이고 체중이 많은 사람은 되도록 담백하게 먹으면 그만이다. 기호에 맞는 음식만을 즐기는 것도 일종의 편식이거니와 먹고 싶지도 않은 것을 체질 음식이라고 억지로 먹는 것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골고루 먹자.
키가 작아지는 요인을 간단히 말하면 두 가지다.
첫째는 영양이다. 우리 인류가 아직도 헐벗고 굶주리는 지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영양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19세기에 비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확실히 평균키가 많이 커졌다. 우리 나라에서도 30년을 한 세대로 잡고 세대간에 키의 차이가 현저해서 요즘 중학생만 되어도 대개 부모보다 키가 큰 것은 뭐니뭐니 해도 잘 먹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나 자기 자체가 약해서 키가 작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가령 어릴 때 장이 약해 설사를 자주 했다든지 폐렴을 앓고 나서 성장이 늦어졌다든지 하는 경우이다. 14-15세 이전이라면 소화기를 위주로 전반적 기능을 북돋우어 성장을 최대한 도와줄 수 있다. 여기에는 인삼 황기를 위시하여 계피 생강 부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재들이 있다.
둘째는 감정이다. 이것을 의외로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것이 더 본질적인 원인이 아닐까 한다. 즉 19세기는 물론이고 수십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신분 계급의 높낮이와 남녀 불평등이 확실하였고 전반적으로 억눌린 분위기에서 기를 펴고 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와서 사회 전반에 깔려 있던 동양적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상당히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되어 가고 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심적 해방감 또한 평균키를 크게 하는 데에 기여한 바가 컸던 것이다. 얼마나 달라졌으면 이제는 여성 상위를 운운하고 자녀들의 버릇없음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어, 기를 펴는 정도가 아니라 무례하다 할 지경이니 키만 말하자면 과연 쑥쑥 자랄 여건이 아닌가?
그러므로 그 가정이 너무 엄격하여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조심을 시키는 경우나 가정 분위기가 어두워 우울한 성장기를 보내거나 하면 당연히 키가 덜 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영양의 차원이 아니다. 재료는 충분하나 인체라는 기계가 잘 돌아가지도 않거니와 기계를 열심히 돌릴 분위기도 아닌 것이다. 이런 경우는 심리적 정신적 방면으로 활동을 북돋우는 석곡, 오가피, 연자육, 천궁, 결명자, 대계(엉겅퀴 뿌리) 등등으로 몸을 신바람 나게 하는 약재가 도움이 될 것이다.
더위지기쑥은 우리 나라 각지에 흔히 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사람들에게 인진쑥(인정쑥)으로 알려져 있고 간염이나 황달 혹은 그저 간이 나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먹어 보았거나 아니면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을 정도로 유명하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철쑥을 인진으로 쓰는데 국 끓여 먹을 정도로 순한 반면 약성이 약하다.
우리가 간을 이야기할 때 위장에서 먼저 탈이 나서 간에까지 영향이 가서 간의 염증이나 황달이 되는 경우가 있고, 간 자체가 시달려서 염증과 황달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위장이 먼저 탈내는 경우는 주로 술과 음식이다. 위와 장은 음식을 받아 다른 장기의 도움으로 좋은 영양을 만들어야 피도 맑겠는데 술 먹는 사람은 흔히 위장이 술에 혹사당하는 바람에 염증이 나서 피가 탁해진다. 맑은 개울도 소나기가 오면 흙탕물이 되는 것과 같다. 이렇게 구정물처럼 된 피를 간이 전부 소독하기에 부담이 오므로 간이 억지로 애를 쓰다가 염증이 나고 황달이 오게 된다. 술 이외에도 평소 위가 좋아 잘 먹고 살도 찐 사람이 과식을 하거나 음식에 중독이 되어도 이와 같이 된다.
인진은 이럴 때 쓴다. 주로 뻑뻑해진 위장에 작용하여 그 쓴맛으로 장위의 염증도 잘 식혀 주고 황달에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술도 안 먹고 과식도 하지 않는 사람도 간이 나빠지는 수가 흔히 있는데 이것은 신경에서 온 것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제일 먼저 흔들리듯이 우리 정신이 편하지 않고 불만과 짜증, 불안 초조, 실망과 낙심을 할 때 온 몸에 영향이 가겠으나 특히 간과 쓸개가 당장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어떤 조직이든 정상 활동을 못하면 자연히 찌꺼기가 생겨 조직이 일부 막히는데 이렇게 막힌 조직으로 계속 기능을 하자니 애가 쓰이고 또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보니 간과 쓸개가 염증이 나기가 쉽고 심하면 황달도 온다.
인진쑥은 이럴 때는 별 효력을 내지 못하는 것은 내장 조직에 잘 가지 신경계통을 다스리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감정으로 간이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인진쑥은 해당이 안될 뿐 아니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장이 식어져서 소화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탱자가 매우 유력한 소화제가 된다. 그러나 익은 정도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 너무 덜 자라 새파란 것이나 완전히 익어 누런 것은 힘이 약하다. 제일 효력이 낫기로는 직경 2cm가량 자라서 껍질 색이 반쯤은 노랗고 반쯤은 아직 파래서 전체적으로 알록달록할 때이다. 약명을 대지실(大枳實)이라 부른다.
탱자나무 가시는 아주 고약하다. 그런 생김새로 이 식물이 순한 성질이 아니고 잘 뚫고 통하는 기운을 많이 타고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성질에다 열매는 매우 쓴맛이라 염증을 잘 헤쳐 준다.
그러므로 배도 좀 나오고 장실한 사람이 과식을 자주 하여 장위에 기름도 끼어 있고 내장 활동도 뻑뻑하니 덜될 때 사용한다. 촌에서는 소가 체하면 탱자를 달여 그 물을 먹이면 대개 낫는다. 그러나 약력이 세므로 아이들이나 허약자는 조금만 먹든지 다른 약재를 선택한다.
귤껍질(귤피, 진피)도 흔히 쓰는 약재다. 귤껍질이 귤피인데 이것을 한두 해 묵힌 것을 묵을 진자를 써서 진피라 부르는 것이니까 사실상 같은 것이다. 귤은 변종이 많아 껍질의 맛이나 향기도 제각각이다. 현재 가장 흔한 것은 밀감 껍질인데 개량종이라 속은 맛이 좋아져서 좋지만 약으로 쓰는 껍질도 너무 순해져서 약력이 약한 편이다.
제주도에 가면 나쯔미깡(하귤:夏橘)이라고 있다. 인도 원산인데 유자보다 더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속은 시어서 먹기가 좀 거북해서 주로 차 재료로 쓰이는데 이 껍질이 밀감 껍질보다 맛이 더 맵고 쓰며 향기도 세므로 약으로 쓰기에 더 적당하다. 제일 좋기로는 제주도 토종 귤인데 크기가 탱자보다 약간 큰 정도로서 제주도에서는 산물이라 불린다. 그 껍질은 쓴맛이 적은 대신 냄새가 실내를 충분히 진동할 정도로 아주 향긋하며 약효 또한 최고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남아 있는 나무가 많지 않아 수확량이 적고 가격도 비싸다는 것이다.
귤피는 위가 편하지 않으면 억지로 애를 쓰는 바람에 위장에 열이 생겨서 가슴 목 얼굴 쪽으로 답답하게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 때 그 향긋한 냄새와 맵고 약간 쓴맛으로 기운을 아래로 시원하게 풀어내려 주는 역할을 한다. 기운을 내려 주므로 가래를 삭이는 역할도 아울러 하게 된다.
후박나무의 껍질도 강력한 소화제이다. 입맛은 당기나 먹고 나면 속가 더부룩하고 배가 자꾸 나오며 숨이 가쁘고 대소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심하면 창만(脹滿)이라고 하는데 모두 위와 장의 활동이 정지하여 팽창되는 바람에 일어나는 증세이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이 땅에 의지해서 살아가듯 우리 몸은 위장에서 보내 주는 영양에 의지하여 산다. 그러려면 상하 사방으로 잘 통해 있어야겠는데 위장이 습관적인 과식이나 우울증으로 뻑뻑해지면 배에 가스가 차고 숨이 가쁘며 머리가 무겁고 팔다리도 저리는 등 여러 증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음식을 잘 소화하려면 반드시 속이 따뜻해야겠다. 후박은 따뜻한 성질과 함께 약간 쓴맛이 있어 배속을 데워서 장위가 지나친 소화 활동으로 지칠 때 생겨나는 불필요한 가스 수분 담 지방 찌꺼기 등을 풀어 내리기도 하고 쓴맛으로 팽창된 장위 조직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러나 위가 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하며 역시 장실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약이다.
산사 나무의 열매(山사肉)는 음식을 과하게 먹었든지 질긴 것을 먹었을 때 위가 활동이 잘 안되어 배속이 띤띤하니 마치 덩어리가 생긴 듯할 때 새콤한 맛으로 내장을 달래듯이 주물러 식체를 풀어 준다. 신맛은 거두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사육은 위장도 편히 하거니와 비후성 비염(코 안에 헛살이 자라는 것)에도 헛살을 삭이는 데 한 몫을 한다. 순한 약재이므로 어린이도 먹을 수 있다. 아울러 구충 효과도 가진다.
우리 나라 것은 직경 1.5cm 내외이고 중국산은 보통 2cm 이상으로 크기가 좀 다르다. 완전히 발갛게 잘 익었을 때 딴 것이라야 씨도 잘 빠지고 약효가 충분하다. 잘 익은 것이라면 중국산보다 기운이 낫다.
보리를 싹을 낸 엿기름(맥아)도 음식을 잘 삭인다. 이것은 가장 순순한 소화제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단순히 체해서 열나고 배가 아파 보챌 때나 위가 약한 어른들의 심하지 않은 소화불량에 쓰기 적당하다. 음식 뿐 아니라 부인들 젖 삭이는 데도 역할을 잘한다. 산사육보다 더 순한 약이다.
볶지 않고 그냥 쓰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오징어는 피둥어꼴뚜기라는 종류로서 속에 뼈가 없으나 뼈오징어라는 종류는 몸 속에 뼈처럼 된 석회질 물질이 있는데 이것을 지혈제로 쓴다. 갈아서 상처에 뿌리기도 하고 갑자기 피를 토하거나 하혈을 할 때 우선 이것을 갈아먹든지 달여 마시기도 한다.
오징어가 한번씩 물에 떠서 꼼짝 않고 죽은 시늉을 하면 까마귀란 놈이 보고 죽은 줄 알고 내려와서 채 갈려고 할 때 열 개의 발로 왈칵 홀쳐서 잡아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징어를 한자로 오적어(烏賊魚)라 하기도 한다.
오징어 자체가 이렇게 수렴하는 기운이 대단한데다 그 몸 속의 석회질 뼈이니 더더욱 수렴하여 지혈하는 것이다.
물론 출혈에 지혈하느라고 이렇게 거두는 약만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피부의 상처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나 몸 안에서 나는 출혈은 예를 들어 주머니가 약해서 물이 찔찔 새는 경우도 있고 주머니를 쿡 때리면 한쪽이 툭 터지는 경우도 있겠다.
코피의 경우 과로를 했거나 흥분해서 열이 치받쳐서 된 경우는 안정을 하면서 기운을 내리는 약을 쓰는 게 우선이겠고, 체격 좋은 사람이 위장 활동이 덜되어 열이 뜨는 사람은 위장 활동을 도와주어 기운이 아래로 쑥 내려가게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혈의 경우 평소 여러 모로 허약한 차에 조금 무리하거나 신경 쓰고 나면 약간씩 새어나오는 경우는 기운과 영양을 북돋워 주는 것이 우선이겠고, 열을 받아 성을 왈칵 낸 사람은 기운이 위로 뜰 때 몸의 아래쪽은 반대로 기운이 없어져서 장이나 방광이나 자궁이 열려 버려 장출혈, 방광 출혈 및 자궁출혈이 될 수가 있으니 역시 위로 뜬 기운을 내리면서 아래쪽은 드는 기운을 챙겨 주는 것이 우선이다.
왈칵 겁을 집어먹고 하혈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기운이 쑥 까라져서 위로 올라올 기운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오징어뼈는 무해 무독하므로 응급을 요할 때 우선 사용해 볼만도 하고 근본 치료에 보조적 지혈제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좋은 약이라 할 수 있다.
더러 목욕탕에서 큰일 날 뻔하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늘 해 오던 냉온욕인데 그 날은 냉탕에서 갑자기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말도 나오지 않아 냉탕에서 필사의 탈출을 하여 목욕탕 바닥에 쓰러져 한참만에 정신을 차린 예도 있고 냉탕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듯하더니 얼굴에 열이 달아올라 그 뒤로 몇 달을 숨이 차서 고생했다는 사람도 있으며 냉온욕을 한 뒤로 신경통이 악화되었다는 말은 더더욱 흔히 들려 온다.
고혈압 저혈압을 막론하고 위험하게도 한증탕에서 나오다 쓰러지는 사람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일반적으로 냉온욕이 피부를 튼튼히 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냉온욕을 해서는 안 될 경우에 대해서는 그리 알려져 있는 것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한증탕으로 땀을 내면 몸 속의 노폐물 배설이 촉진되어 몸이 가벼워지며 심지어는 체중 감소의 효과까지 있다고 보통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역시 주의 사항이 반드시 있다.
우리 몸은 건강하기만 하다면야 차갑고 더운 데에도 잘 견딜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제는 체력이 약한 사람이다. 평소 만성적인 피로감에 시달리며 유달리 추위를 잘 타고 몸이 냉한 것을 느끼는 사람, 신경이 예민하여 차멀미를 하거나 쉽게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 피부가 약해서 가려움증이나 습진 두드러기 등이 잘 일어나는 사람, 신경통이 있는 사람들은 냉탕과 한증탕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오히려 온도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혈관 계통과 신경 계통에 충격이 가서 심장에 부담이 가고 기운을 더 못쓰게 되며, 적어도 피부 노화가 촉진되든지 근육통 신경통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남들이 다 한다고, 또 어떤 유명 인사가 건강의 비결로 수십 년을 냉온욕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증으로 수분이 배설되니 일시적으로 체중이 내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피하지방이 줄어야 진정한 체중 감소이다. 땀으로 지방이 나가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땀낼 때 체력이 많이 소모되므로 일부러 더위 먹는 것과 비슷해서 기력이 떨어져 신진대사시키는 힘도 모자라게 되므로 더욱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지구가 데워져야 수증기가 증발하여 올라가고 이것이 찬 공기를 만나야 구름이 되고 이 구름이 모여야 비나 눈이 된다. 우리가 땀을 흘리는 것도 이와 같이 몸이 일단 달구어졌다가 식으면서 땀이 난다.
몸은 언제 달아오르는가? 육체 활동이나 운동을 하면 그렇다. 매운 음식을 먹어도 그렇다. 긴장과 분노, 당황과 부끄러움, 불안 초조, 깊은 생각 등으로 마음에 동요가 심해도 열이 달아오른다.
그러나 밥솥도 뜸들이려고 불을 물려야 비로소 솥뚜껑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삽질을 해도 10분 20분에는 괜찮다가 30분쯤 되어야 비로소 땀이 줄줄 나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역시 땀이란 밥솥의 불기운이 식듯이 사람의 원기가 지치면서부터 흘린다. 그래서 흔히 땀을 많이 흘리면 원기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다.
황기는 길쭉하게 생긴 뿌리로서 겉이 누렇고 속 또한 흰색에 가까운 병아리 색으로서 맛이 순하고 달다. 황기를 씹으면 섬유질이 그대로 남는다. 이 모두 황기가 성질이 따뜻하며 기운 돋우는 능력이 뛰어남을 짐작케 한다. 영양을 돋우는 약들이 대개 섬유질보다는 육질이나 지방질이 많아서 잘 마르지도 않고 씹으면 남는 게 없이 잘 넘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숙지황 용안육 육종용 백자인 깨 구기자 등).
체격도 체격이지만 우선 얼굴이 핼쑥하고 기운이 허약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으로서, 지구력이 없어 걸핏하면 맥없이 까라지며 틈만 나면 앉을 자리, 누울 자리부터 찾아지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릴 때는 황기를 권한다.
그러나 뚱뚱한 사람이 흘리는 땀은, 원기 부족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몸 조직이 치밀해서 내부 조직체와 피부 사이에 연락이 잘되지 않아 막히면서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황기처럼 무뚝뚝한 약보다는 일년생 가는 가지인 계지나 매우 매운 생강처럼 창문을 활짝 열어 주는 경쾌한 약이 더 해당될 것이다. 황기는 기운은 잘 도우나 잔뿌리도 없고 매운 맛도 없어 발산하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 이럴 때는 불리하다. 고기와 술을 좋아하며 배가 좀 나온 사람이 황기가 기운 나게 한다고 많이 먹었다가는 숨이 더 가빠지고 얼굴이 붓든지 머리가 아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