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큐슈 후쿠오카에 있는 카오산 유스호스텔 2층침대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인들과 번개 비슷하게 일주일도 채 준비하지 않고 일본에 왔는데..그럭저럭 잘 다니고 있습니다..^^ 어제는 후쿠오카, 내일은 쿠마모토, 그리고 오늘은 나가사키를 하루종일 돌아다녔습니다. 나가사키는 참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운 항구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나가사키는..저도 최근에야 알았지만..히로시마와 함께 원폭 피폭 도시더군요.. 그저 나가사키 짬뽕이나 먹어보자!! 하고 왔는데..괜히 스스로가 무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평화의 공원이라는 곳을 갔습니다. 원폭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공원으로 곳곳엔 물이 흐르도록 설계되어있고 여기저기에서 작은 생수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원폭 피폭자가 생을 다할 땐 굉장한 갈증을 호소한다고 하더군요.. 이를 추모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조금 더 걸어가다보니 원폭 피폭지가 있었고, 거기에선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참..아이러니 했지만 평화로운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커가며 그 사실을 기억하겠죠..그 조금 더 위엔 원폭 관련 박물관이 있습니다. 한방의 원폭으로 21만명의 나가사키 인구중 7만명이 죽었다고 하더군요..그리고 7만명이 부상을 입고요..그때의 사진들을 보니..비록 사진일 뿐이지만 숙연하면서도 가슴이 아프더군요..그런데 사실 가슴 한편으론 인과응보다라는 자기정당화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편적인 인류애의 관점에서 보자면 원폭투하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덕분에 2차대전이 확실히 종료되었으니까요 (사실 2차대전은 히로시마 원폭 만으로도 끝날 수 도 있었죠). 그리고 반사이익으로 우리는 해방이 되었구요..
네...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래에 있는 1800년대~900년대의 한국에 관한 글을 보게되어서 입니다. 습관처럼 오불당에 들어왔는데...오늘 여기에서 본 1800년대~900년대의 나가사키 모습과 그 글이 오버랩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1800년대 일본의 개방 관문 도시였던 나가사키와 쇄국의 한국.. 일제의 발전과 한국의 수탈.. 일본 제국주의의 팽배와 붕괴 그리고 한국의 해방.. 저는 거기에 대해 더함도 덜함도 없이 최소한 바른 눈으로 직관하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에 한국이 대처를 지혜롭게 하지 못해서 독립국가로서의 지휘를 잃어버렸다는 점은 분명 반성해야겠죠. 그리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는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테구요. 그러나 이로 인해 근대화가 앞당겨졌다 라는 견해 역시 지나치게 치우쳤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별 논리적인 연관성이 없는 사진과 글 사이사이에 일제 시대의 발전상,전근대적인 쇄국적 한국 사회를 넣어 놓은 글을 퍼오시고, 나는 객관적이다 하는건 너무하지 않나요?
최소한의 과거사는 청산이 되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역시 과거사 청산엔 소극적이지만, 제가 본 나가사키는 철저히 그 당시의 상황을 재현할 뿐이었지..이를 빌미로 최소한 "원폭 미국 나쁜놈", 또는 "일본제국만세" 라는 뉘앙스는 없었습니다. 이는 받아들이는 이에게 전적으로 맡길 뿐이었죠.. 치우져진 글을 "나는 객관적이다" 라고 올리면 그 글이 객관적인 글이 되나요?
쓰다보니 용두사미의 글이 되었네요.. 제 개인의 게시판도 아닌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인지..걱정이 좀 들긴 하네요.. 타지에 그것도 글의 주제와 민감한 곳에 와있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여튼 다들 여행 건승하시고..이상 나가사키의 새벽에서 쓰는 뻘글이었습니다. 저는 이만 쿠마모토를 위해..^^
첫댓글 퍼온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크게 문제시될만한 내용은 없다고 봅니다. 제가 읽은바로는 결코 일제가 조선을 발전시켰다는 맥락으로 씌여진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근대사를 지나치게 수탈론적 입장에서 약간은 민족감정적으로 교육을 받다보니 그냥 평이하게 쓴 글이 이상하게 보이는 겁니다. 퍼온 까페의 댓글에도 친일시비
는 전혀없었고 옛날 한국모습에 감탄하는 글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종독살 등으로 당시 상황을 균형있게 썼고 일제미화라 주장하는 분도 행간의 의미나 맥락을 무시하고 읽은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이 정도 글마저 문제시하는 현실 자체가 다소 답답하네요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님께서는 문제가 없는 균형적인 글이라고 여기시더라도, 그 글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아니신 분들도 많으셨지만). 저 역시 글의 전체적인 논지에서 식민사관을 느꼈고, 이런 제 생각을 굽힐 생각은 추후도 없습니다. 그리고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겠죠. 님께 답답한 현실인 것처럼, 저에게도 답답한 현실입니다. 글을 퍼오실 때, 전혀 논쟁의 여지가 안될 것인지 조금만 고려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건 본인이 바꾸고 안 바꾸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나이가 들고 다양한 걸 보고 들어가면서 저절로 생각이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나 역시 20대때 재야사학에 관심이 많아 이병도류의 실증사학이나 오늘날 뉴라이트같은 류의 시각을 무조건 배척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고 지식의 폭이 넓어진
다면 사고가 유연해지고 앞에 올린 사진 정도는 가볍게 넘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워진 글에 댓글을 달았지만 고종 시해가 일본의 만행이었다는 것은 떡밥이고, 결론은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주된 것이지요.
중간에 양요도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쇄국정책 강요에 문명과 거리가 먼 조선의 고종을 시해한 것은 이런 근대화의 위력에 비해 별거 아니다.. 이런 결론 아닌가요? 행간의 의미나 맥락을 무시하지 않고 읽은 결과입니다. 제 주변 분들을 보더라도.. 나이가 든다고 사고가 유연하게?.. 그렇게 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이제 갓 20대를 넘겼지만, 사고의 유연성과 개인의 정체성은 별개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즐겨듣진 않지만) 최근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쫄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아무쪼록 게시판에 더 이상의 분쟁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럼 좋은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는 지인들이 오불당??아니면 학교???? 한국오면 연락주세요 ㅋㅋ
아..학교 동기들..ㅎㅎ 내일 귀국 예정이야..조만간 밥이나 한끼 하자..연락할께..:-)
원폭 피해자는 일본인만이 아니지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는 군수공장이 대규모로 들어서 있는 지역이기에 한국인이 약 7만명즈음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식민지 농촌수탈정책으로 인해 토지가 강제축출되어 일자리를 찾아서 군수공장 쪽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많았구요. 특히 마지막.. 2차 전쟁이 활발하던 즈음에 징병제 징용제로 끌려온 한국 청년들이 히로시마(3천명)와 나가사키(7천명) 군수공장으로 연행되었는데.. 그렇게 일을 당한 거죠. 그후로 원폭 피해자는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일본도 미국에게 보상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미국은 역사상 전쟁배상을 한 적이 없고, 일본과 한국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완전히 모든
배상을 처리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당연히 여기에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죠. 한국인 원폭피해가 어떤 관점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 되는지 불분명하다는..
사실 미국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한 건 일본의 의지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은 전쟁배상면제를 조건으로 미국은 냉전체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렇게 좋은 게 좋은 거지 끝내고 맙니다. 덕분에 한국 피폭자들은 배상도 못 받았죠. 게다가 피폭자는 기형아 태아 확률이 높다는 경험치가 있지만 의학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계적으로 피폭 2세들의 피해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미일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인 피폭자 2세들의 모임이 있어요. "환우회"라고.. 1000명 이상입니다. 한국에 평화박물관이라고.. 종로에 아주 쬐그만한 곳 있거든요 그 곳에서 지속적으로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원폭은 결코 한국에게 고마운 존재가 아닙니다. 더불어 원자력 발전소 역시 원폭.. 핵..원자력 발전소와 관련이 깊어요. 원자력 발전소의 폐기물을 재처리, 재활용하는 방법이 바로 핵무기입니다. 그러니.. 세계는 반핵만 외칠 것이 아니라 반원자력도 외쳐야 합니다. 지난 일본 지진 핵발전소의 대재앙만 보더라도.. ㄷㄷㄷㄷㄷ (생각난지라 예전에 기록해놓았던 자료 참고해서 올려봅니다.ㅋ) 그런데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지요
감사합니다. 제가 이곳의 원폭 기념관에 관해 이야기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지 싶습니다...말씀하신 평화박물관은 꼭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부족하긴요. 평화박물관은 상시 전시가 없고, 프로젝트성 전시만 합니다. 거기 계시는 한홍구 교수님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로 이렇게 누구 말씀대로 아는 척을 해봅니다 ㅎㅎ 대단한 역사학자입니다.
집을 이사하고 인터넷을 놓지 못해서 댓글토론에서 부득이 빠졌었는데,, 사무실에 나와보니 문제글은 삭제되고 승진군과 아이랑님의 넓고 균형잡힌 지식에 근거한 얘기들을 볼 수 있어 좋네요. 하시는 일 건승하십시오^^
승진군님이 이야기하신 "원폭 미국 나쁜넘"이라는 인식은 아니다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는일본 나가사키 원폭박물관, 독일 뮤닉의 다하우 수용소를 우연히 비교체험할 수 있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때 느낌은 독일 박물관은 반성의 느낌, 일본 박물관은 피해자임을 알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원폭 미국 나쁜넘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그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두 역사의 인식 차이로 인해 나름 독일은 유럽에서도 인정을 역사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일본은 늘 중국과 한국에 공격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원폭 박물관이다보니 나가사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전시된것은 말씀하신데로 입니다. 제가 거기서 본 전시물 중, 미군이 살포한 "조만간 원폭이 있을것이니 주민들은 대피하길 바란다." 라는 전단지라든가, 태평양 전쟁의 전개 등을 기술한 것 때문에 그러한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온달님의 말씀을 듣고나니 좀 더 균형적으로 기술하려면 아이랑님이 말씀하신 나가사키의 한인에 관한 피해 등도 기술되어야 마땅하겠군요...좋은의견 감사합니다.
어쨌든 나가사키 원폭박물관은 참 감동이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그곳 뿐만 아니라 구라바엔과 구라바엔 밑에 있는 차이나 타운의 짬뽕 등..참 갈곳이 많지요. 그리고 혹시 더 큐슈를 여행한다면 가고시마 사쿠라지마도 한번 보시고, 유후인이나 쿠로카와에 가셔서 온천욕도 즐기고 오시면 훨씬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꺼에요...^^ 강추합니다.
이미 귀국을 해서..ㅜㅜ 나가사키 짬뽕, 유후인, 아소, 구마모토 등도 참 좋았습니다.. 큐슈의 나머지는..다음에 기회가 되면..^^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