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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베트남은 경제적 세계화 추세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로부터 유망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고, 현재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FDI) 총액 중에서 베트남의 비중이 1%를 약간 넘는 수준을 기록 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세계화의 진행은 다른 한편으로 베트남의 FDI 유치 규모가 국제 경제의 부침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사실도 의미한다. 현재 지구촌에 나타나는 코로나19 팬데믹, 디지털 변혁,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각국의 녹색경제 이행 노력, 미-중 무역전쟁, 보호주의 무역 기조 강화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 모두가 베트남으로 유입되는 FDI의 양과 질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베트남의 FDI 유치 현황과 각종 도전요소, 그리고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추세 아래 베트남의 미래 FDI 유치 잠재력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기로 한다.
2. 베트남의 FDI 유치 현황
2.1. 투자 규모
일명 도이머이(Đổi Mới)라 불리는 국가적 경제 쇄신이 시작된 후 베트남은 지난 30년에 걸쳐 글로벌 주요 투자처 지위를 꾸준히 유지해 왔고, 공식 집계된 FDI 사업의 건수와 액수 모두에서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였다(<그림 1> 참조). 이에 따라 오늘날의 베트남은 휴대전화와 태블릿, 각종 전자기기 등 첨단기술 상품을 만들어내는 세계의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이어 2021년에는 투자 등록액수가 전년 대비 9.2%가 반등하기는 했지만, 집행액수는 같은 기간 1.2%의 감소율을 보였다(Vietnam 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 2021).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투자 액수 관련 자료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그림 1> 베트남이 유치한 FDI 등록·집행액수와 신규 투자건수 추이
* 자료: 베트남 통계청(Vietnam General Statistical Office), 2022
<표 1> 2019~2021년간 베트남이 유치한 FDI 규모 변화
* 자료: 베트남 기획·투자부(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 2020/2021) 자료에 기반한 저자 계산
<표 1>에서 볼 수 있듯,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FDI 유치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2020년의 투자 등록액수는 285억 3,000만 달러(한화 약 40조 원), 집행액수는 199억 8,000만 달러(한화 약 28조 원)를 기록해 2019년 대비 각각 75%와 98%의 수준을 보였다.
<표 1>의 자료가 나온 이후인 2022년의 첫 8개월간 베트남이 유치한 FDI 등록액수는 약 168억 달러(한화 약 23조 원)로, 이는 전년 동기의 87.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그림 2> 참조). 하지만 실제 집행액수는 전년 동기보다 늘어났기에, 이 점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2019~2022년도 1~8월간 베트남이 유치한 FDI 등록·집행액수 및 신규 등록액수(단위: 100만 달러)와 신규 투자건수
* 자료: 베트남 기획·투자부(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 2020/2021) 자료에 기반한 저자 계산
베트남은 아세안(ASEAN)으로 유입되는 FDI의 7~10% 정도에 기여하면서 투자 규모에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잇는 역내 3위에 위치해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4>에서도 베트남의 FDI 실적 지표(FDI Performance Index)2) 가 여타 아세안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온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베트남이 다른 여러 나라들에 비해 FDI를 더욱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2021년에 베트남으로 들어온 투자 액수는 글로벌 FDI 총액의 1.58%, 아세안이 유치한 FDI의 8.9%, 그리고 일명 ‘아시아의 새끼 호랑이(Tiger Cub Economies,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으로 구성)’ 경제권으로 유입된 FDI의 22.6%에 해당한다(UNCTAD, 2022).
<그림 3> 아세안 국가 대상 FDI 유입액 추이 단위: 100만 달러
* 자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2022
<그림 4> 아세안 주요국 FDI 실적 지수 추이
* 자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2022
2.2. 산업 및 부문별 투자 유치 실적
베트남에서는 2022년 1~8월간 경제 하부 섹터 21개 중 19개를 대상으로 FDI 사업이 진출했으며(<표 2> 참조), 투자액 비중을 살펴보면 제조산업(59.35%)이 1위, 부동산업(15.22%)이 2위, 전기·가스·물 생산/배분 및 냉·난방업(8.46%)이 3위, 접객 및 식·음료업(2.95%)이 4위에 각각 위치한다.
<표 2> 2022년 1~8월 베트남이 유치한 FDI 부문별 실적
* 자료: 베트남 기획·투자부, 2022
2.3. 투자 주체별 FDI 비중
2022년 8월까지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주체는 한국으로, 한국에서 들어오는 투자건수는 9,339개(전체의 26.54%), 투자 등록액수는 거의 800억 달러(한화 약 111조 원)에 달한다. 그 뒤를 잇는 투자 주체는 싱가포르와 일본이며, 이외에 중국과 말레이시아도 10대 투자 주체에 이름을 올렸고, 서방 국가들도 점차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이 유치한 FDI의 절대적 규모는 아직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림 5> 2022년 1~8월 베트남이 유치한 FDI 사업건수·등록액수 투자 주체별 비중
* 자료: 베트남 기획·투자부, 2022
2.4. 지역별 투자 유치 실적
베트남의 FDI 사업은 동남부 지역에 집중되며, 해당 지역은 전체 사업건수의 51%, 투자액수의 41.1%를 차지한다(<그림 6> 참조). 동남부 지역은 경제적 발전도가 가장 높고, 인구의 도시 거주율도 50% 이상을 기록해 도시화율도 상당한 수준이며, 주요 항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여타 지역의 실적을 살펴보면 홍강 삼각주가 투자건수의 3분의 1 이상, 투자액수의 29.8%를 담당해 2위에 올랐고, 북중부 및 중앙해안은 투자건수의 6.3%와 투자액수의 15%, 그리고 메콩강 삼각주는 투자건수의 5.2%와 투자액수의 8%를 차지했다. 반면 여타 지역의 경우 투자 비중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림 6> 2022년 1~8월 베트남 경제 권역별 FDI 사업건수·등록액수 비중
* 자료: 베트남 기획·투자부, 2022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FDI는 베트남의 경제 개발과 세계화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기능하면서 역내 생산 네트워크 참여, 생산물 수출 경로 다변화,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더해 FDI는 신기술 도입, 기업 노하우 전수, 국제 생산 표준 확립, 국내 인력의 신규 직능 개발, 그리고 하부 산업과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 혜택도 함께 가져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FDI는 저렴한 노동력과 천연자원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의 질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자국이 유치하는 FDI의 양과 질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3. 베트남 FDI 유치 전략의 미래 전망과 도전요소
최근 수년간 세계 경제가 다양한 도전요소와 맞닥뜨리면서 자국 대상 FDI의 양과 질 향상을 모두 도모한다는 베트남의 계획도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만 한다.
먼저, 오늘날 세계 경제의 맥락 변화는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FDI의 절대적 양을 늘릴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인지한 다수의 다국적기업이 일명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추진하면서 베트남이 이전까지 중국에 소재했던 생산기지의 이전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디에이치엘 레질리언스360(DHL Resilience360)이 2019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11%가 베트남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그림 7> 참조). 둘째, 각국 간 연결성을 개선하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인 디지털화가 점차 각광받으면서 유관 분야의 글로벌 FDI 규모가 이전보다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본 측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강대국 간 경쟁,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각국이 받는 압력 등 일견 부정적인 요소도 베트남에 있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는 긍정적 요소로 기능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7>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 고려 대상지
* 자료: DHL Resilience360, 2019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경제적 맥락이 베트남의 FDI 유치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먼저 코로나19와 보호주의 무역 기조의 확산이 해외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베트남 등 해외 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변혁의 과정이 다국적기업의 투자 목표를 변화시키면서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투자를 줄이게 만드는 효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국적기업이 디지털화의 맥락 아래 지식과 기술이라는 자원에 부여하는 중요도가 늘어날 경우, 숙련된 노동력이나 기술·재정적 역량, 첨단기술 산업에 필요한 양질의 인프라 등에서 많은 한계를 안고 있는 베트남이 지니는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질 위험성이 존재한다(<그림 8> 참조). 또한, 글로벌 FDI 총액이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내세우는 투자 방식이나 효율성과 관련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 현재 상황에서 역내 국가 간 유치 경쟁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전 지구적 기후변화도 농·림·어업 등 베트남의 전통적 유망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림 8>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하거나 이미 완료한 기업이 지적하는 주요 과제
* 자료: DHL Resilience360, 2019
한편 질적인 측면에서는 베트남이 앞으로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산업 관련 FDI를 추가로 유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오늘날 디지털화가 진척되고 기후변화로 인해 환경적 요소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정보, 바이오 및 나노 기술과 더불어 친환경 산업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고 있기에,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게다가 점차 많은 기업이 탈중국화 행렬에 가세하게 되면 베트남이 자국의 경제 발전 계획 추진에도 도움을 주는 양질의 FDI 유치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 베트남은 자원 측면에서 가지는 한계로 인해 저임금 노동력을 찾는 질 낮은 FDI만의 전유물이 될 위험성도 안고 있다. 현재 해외 기업에 고용된 베트남의 노동력 대부분은 단순한 가공·조립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기술적 수준이나 숙련도가 부족하기에 세계 공급망 차원에서 불리한 입지에 있다. 또한 베트남은 환경 규제가 미약하고 각종 산업의 환경적 악영향을 면밀히 관찰한 역량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야기하는 산업을 유치함에 따른 각종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4. 결론
정리해 보자면, 베트남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해외 기업의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았고, 앞으로도 낙관적인 FDI 유치 전망을 바탕으로 중국에 이은 세계의 두 번째 공장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정세 및 경제 불확실성은 베트남의 신규 투자자 모색 노력에 여러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는 FDI를 비롯한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 2019년 8월 20일에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에서 승인한 결의안 제50호(Resolution 50-NQ/TW)에 따라 투자 유치 규모 확대와 더불어 고부가가치·첨단기술·친환경 산업의 베트남 진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각주
1) maintt@vnu.edu.vn/ thanhmai177vnu@gmail.com
2)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001년에 개발한 FDI 실적 지표는 자국 경제 규모 대비 FDI 유치 액수를 바탕으로 각국의 성과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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