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2연승을 했죠
6월 중순 롯데전 이후 25일만의 연승
같이 야구 본 한화팬이랑 연승이라며 함께 신나했습니다
연패도 끊고 모처럼 깔끔하게 이겼으니 기분이 좋은 날이었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2연승이 그렇게 신날 일인가?" 하는 생각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맞지, 솔직히 우리가 언제 그렇게 연승했다고" 하는 생각
첫번째 생각은 예전에 야구 잘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들었던 쓸쓸한 마음이고
두번째 생각은 야구 못하던 요즘을 오래 겪으면서 머릿속에 박힌 생각이겠네요
제가 야구를 처음 본 건 1988년이었고
야구를 '매일' 챙겨보기 시작한 건 1992년 부터였습니다
92년에야 지금처럼 전 경기 중계는 아니었고
대부분 라디오로 듣거나 ARS로 점수 차 정도만 확인하던 시절이긴 했는데
뭐 암튼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나는 빙그레팬이야" 하던 걸 넘어서
매일매일 승패를 확인하고 이글스의 승패가 내 감정과 직결되던건 1992년 부터였죠
그래서 빙그레 전성기(88~92)는 제 기억속에 살짝 발만 담긴 정도입니다.
그러면 제가 본격적으로 야구에 빠지고 나서 30년 동안
내 응원팀은 야구를 잘했을까요 못했을까요
색깔로 한번 표현해봤습니다. 파란색은 야구를 잘한 시즌, 빨간색은 야구를 못한 시즌입니다.
1992 : 잘함
1993 : 못함
1994 : 잘함
1995 : 못함
1996 : 잘함
1997 : 못함
1998 : 못함
1999 : 많이 잘함
2000 : 못함
2001 : 잘함
2002 : 못함
2003 : 못함
2004 : 못함
2005 : 잘함
2006 : 잘함
2007 : 잘함
2008 : 못함
2009 : 많이 못함
2010 : 많이 못함
2011 : 못함
2012 : 많이 못함
2013 : 많이 못함
2014 : 많이 못함
2015 : 못함
2016 : 못함
2017 : 못함
2018 : 잘함
2019 : 못함
2020 : 많이 못함
2021 : 많이 못함
30년 동안 (제 기준) 야구를 잘한건 9년, 못한건 21년
카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2000년)이후, 회원들과 같이 야구를 보러 다니고 난 다음부터는
야구를 5번 잘하고 17번 못했네요. 우승은 오래전에 1번 봤고, 꼴찌는 5번 봤고요
2008년 여름 어느 날 베이징올림픽 즈음에 제가 카페에 쓴 글이 기억납니다.
그때 한화가 페넌트레이스 2등이었거든요
올림픽 브레이크가 끝나면 팀이 정신을 차리고(?) 승률을 쭉쭉 높여서 한국시리즈에 직행할거라고 기대했죠
그런데 2008년 후반기에 팀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사실 징조가 그 전부터 있었다고 봐야겠지만)
그 이후부터 따지면 야구를 잘한게 딱 1년, 못한게 나머지 13년 전부네요
야구판에서 '베이징 뉴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올림픽 보고 야구팬이 된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그 당시 (한동안 침체기였던 야구가) 다시 살아나기도 했고요
그런데 베이징 이후에 야구를 본 사람들에게는
한화이글스가 야구를 잘한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 그들에게는 2018년 준플레이오프가 세상 뜬금없는 이벤트였겠지요.
"헐, 한화가 가을야구를?" 했을겁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을테니까.
저 빨간색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릅니다
우리는 내야 주전을 찾았지만 여전히 선수층이 얇고
레귤러 멤버가 강한데 백업만 약한게 아니라 외야는 주전이라 부를만한 선수가 없으니까요
선발과 불펜 중에 코어로 꼽을 선수가 생겼지만 그 선수들 말고는 여전히 1군에서 검증받은 투수도 없고
전성기보다 기량이 떨어진 주전마무리는 내년에 38살
다른팀 주전 포수와 비교하면 상위권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우리 포수도 내년에는 34살이죠.
KBO에서는 사실 (의도적인) '탱킹'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50%가 가을야구 하는 리그고, 외국인의 기량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그렇겠지요
잘하다가 어떤 이유에서 리빌딩을 한번 거치고, 그 기간을 지나 다시 잘하게 된 사례가
9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중후반 삼성에서 일부 관찰되기는 하는데
삼성은 리빌딩 기간 전에 야구를 많이 잘했고, 또 2015년에 좀 특수한 사례를 겪기도 했죠
한화는 '지금 야구를 못하는데, 나중에는 지금보다 좀 잘해야 된다' <---이런 상황이잖아요
이런식의 (자의든 타의든) 리빌딩은 신생팀 사례 빼면 한화가 거의 처음입니다
KBO에 리빌딩 개념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하고요
-외국인 투수가 에이스급이고 외국인 타자가 타선을 이끈다
-팜에서 성장한 올스타급 주전 선수가 여럿 있다
-외부 FA가 팀 전력을 크게 강화시킨다
-주전 선수가 아프거나 다쳐도 백업 멤버들이 그 자리를 어느 정도 메운다
이렇게 4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팀이 강해지고 우승도 합니다.
NC도 삼성도 SK와 KIA도 모두 그랬죠. 심지어 그 돈 안쓴다는 두산도 장원준 80억에 샀고요
앞으로 팀에 오는 외국인들이 모두 중상위권 이상의 기량과 몸 상태를 가졌기를
외야에도 지금 주전 내야수 정도의 팀 공헌도를 가진 선수들이 나오기를
수비만 잘하거나 어쩌다 한번 맞으면 장타가 나오는 선수 말고, 두루두루 다 잘하는 선수들이 벤치를 채우기를
그리고 팀이 필요한 시점에는 20대 후반~30대 초반 국가대표급 FA를 꾸준히 팀에 수혈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게 다 이뤄져야 앞으로는 파란색이 더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첫댓글 빨간색이젠 그만좀....... 올해는 빨간색이라고 치고
내년부턴 파란색이 많이 보이길 바랍니다.
저야 제 한화가 제 운명인데 제아들도 한화팬일 가능성이 농후한데 꼴지팬을 되물림 안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잘했던 시즌보다 못했던 시즌이 훨씬 많은데 제 기억속에는 이글스 야구가 강했다는 기억이,,,
제 아들은 두산팬인데...그래도 아버지를 보고, 세컨팀을 한화로 응원하고 있어요..
매번 게임보곤 실망하지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