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이후, 한 석달정도 프로축구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선수들도 신명이 나서 플레이를 했고. 덕분에 보는 관중들도 꽤나
즐거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숙한 행정과 유능한 심판의 부재,
성적 지상주의와 선수들의 폭력 시비, 스타 선수들의 해외 이적 등으로
그 열기가 한여름밤의 꿈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사그라져 버린 쓰디쓴 기억이 있다.
사실 프로축구의 활성화 얘기는 하루 이틀 거론 된 것이 아니다.
K2리그가 출범하며 승격, 강등제를 바라볼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었지만
대부분의 프로팀들이 모기업의 마케팅 도구 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니
제대로된 업다운제가 실행될 수 있을지의 여부도 미지수이다.
게다가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프로팀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관중 동원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텅빈 축구장을 볼때마다 2부리그의
경기장도 꽉꽉 차는 일본의 문화 마인드가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K리그가 좀 더 인기를 얻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몇가지 발칙한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1) 용병 선수의 제한
90년대를 풍미했던 샤리체프. 일화 천마의 수문장으로 연속 우승을 이끌어 내고
신의손이라는 이름으로 귀화, 안양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골키퍼를 기억하는가?
그의 기량이 어찌나 출중하였는지, 프로구단들은 국내 선수 보호라는 차원으로
외국인 골키퍼 금지 조항을 만들고야 만다.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2004년 국내 프로축구는
용병선수 천지이다. 득점 1위부터 3위가 용병이고, 그나마 김은중과 우성용이 4,5위에서
토종 골잡이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용병 농사 짓는 것에 한해 성적이 판가름난다"는
소리가 과언이 아닐 만큼 국내 감독들의 용병 의존도는 절대적이며, 그것은 결국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촉망받는 유망주
스트라이커로서 지난 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정조국은 용병에게 자리를 뺏기고 2군을
왔다갔다 하며 성장을 멈추어 버렸고, 더 우스운 것은 정조국의 자리를 빼앗았던
헤나우도라는 용병은 시즌중 결국 퇴출되어 다른 용병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조재진도 소속팀 수원에서 강력한 브라질 용병
두 명에게 밀려 윙포워드를 전전하다가 결국 J리그로 이적하게 되었다.
국가대표팀의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 역시 어느정도 프로리그의 용병천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 골키퍼 용병 금지가 김영광, 염동균 등의 유망주와
원종덕, 조준호 등의 팀내 에이스 골키퍼들로 결실을 맺은 반면, 무분별한 용병 공격수
영입은 유망주 선수들과 스타 플레이어들을 죽이며 K리그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는 이에 현 보유 5명, 출전 3명으로 되어있는 용병 제한 제도를 보유 3명 출전 1명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무한반복적인 용병의 영입과 퇴출을 막기 위해 용병은
다년 계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 또한 제안하고 싶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구단측에선
좀 더 수준 높은 용병들을 영입하는데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이고, 용병제도의 진정한
취지인 "높은 기량의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한 리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역시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 다득점 팀에게 혜택을
축구 경기는 골이 나야 제 맛이다. 아무리 미드필드에서 아기자기하게 전개가 되고
선수들의 발재간이 뛰어나다 한들, 골이 나지 않으면 관중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K리그 13개 구단의 평균 득점은 경기당 1.013골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이기는 축구를 지향하고 한 골만 넣고 걸어 잠그는 재미없는 전술을
선호한다는 반증인 것이다. 감독들이 성적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존재라면,
다득점을 유도하기 위해선 득점을 성적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지금까지 다득점은 승점이 같을 경우에만 효력이 있는 애물단지 같은 것이었다.
승점이 동률일때만 효용이 있는 다득점에 목숨을 거느니 차라리 한골 넣고 수비축구로
전환해서 승점 3점을 확실하게 따는 것이 성적을 유지하는 지름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예를 들어 매 10득점 마다 승점1과 바꿀 수 있는 득점적립제를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좀 더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계기 정도는 되지 않을까? 무승부로 끝나더라도 몇골만 더 넣으면 20득점이 되어
또 다른 승점 1을 확보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나 감독 입장에서 꽤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지난 몇해동안 성남이 연속 우승을 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긴 했지만 2위권을
형성하고 있던 울산, 전남, 수원 등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득점 적립제를 적용하여 본다면 순위도 분명히 틀려졌을 것이다.
만약 득점적립제를 적용하여 승점과 맞바꿀 수 있게 한다면 선수들도 한골 한골에
좀 더 신경쓰게 되어 골결정력도 향상되고, 감독들도 수비지향적인 축구보다는
공격지향적인 축구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보았다.
마지막으로 프로축구 협회 관계자들, 구단 관계자들, 감독들, 선수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당신들은 프로다. 프로라면 프로답게 팬들에게 어필하라. 이런 아이디어를 내서,
혹은 그라운드에서 멋진 플레이를 해서 팬들을 끌어 모아야 하는 주체는
나 같은 팬이 아니라 바로 프로인 당신들이다."
부디 월드컵 4강, 올림픽 8강 국가에 걸맞는 프로리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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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오............나이스............ㅠ_ㅠ;
일단,, 용병수를 쭐인다면 확실히 리그수준이 떨어질꺼라 봅니다,, 일단 아무리 용병을 줄인다하더라도 근 몇년간은 분명 리그 수준을 떨어질것이고,, 다득점은 힘들어보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공격수수준으로는요,, 그리고 국내스타선수들의 몸값폭등등 때문에 오히려 팀간의 격차가 더 생길수도 잇겟죠,,
일단 이런일보다 팀아래 팀이 전적으로 지원하는 유소년팀과 강등제가 제대로 활성화되어야되면,, 무조껀 그런 적립제가 안생겨도,, 꼴찌에 잇는팀들은 무조껀 살아나야되기에 더 열심히 할듯 싶어보여지고요,, 오히려 우리나라가 기업형팀들이라 강등을 막을라고 투자를 할수도 잇고요,,
진정으로 우리나라 공격수 활기차게 바란다면 일단 케이리그 자체의 규율이 바끼기보단 국내 프로리그 감독들의 자세를 외국용병보단 우리나라선수들도 좋다는걸 알아야된다는거죠,, 무조껀 외국께 조은게 아닌,,
적립제 굿 ㅎㅎ
난 그래도 수준 높은 용병이 좋은데...
근데... 조재진은 원래부터 제2리그 진출을 희망하구 있었구 보스먼룰의 압박으로 인해서 재계약을 거는데두 선수가 거절해서 이적한걸루 아는데...
강등제와 상금제 실시가 좋을 듯.. 프리미어처럼 1등부터 몇등정도까지 상금을 주는거에요..그리고 팀이 늘어나 2부리그가 생기면 됩니다. 상금을위해 상위권 팀들은 열심히 강등을 안하기위해 하위권 팀들은 열심히 공격수는 그냥 골키퍼처럼 영입을 막아버리는게 제일이에요-0-팀당1명만
용병수는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보는데.. 우리나라 리그라고 해서 우리나라 선수들 뛰는것만 보자는건 옛날 양담배 규제랑 다를게 뭐 있나요. 우리나라 선수라고 해서 무턱대고 키워줄 필요는.,. 어디까지나 우린 돈내고 경기보는 소비자지 자선사업가는 아니잖아요.
용병문제보다 지금 선행되어야 할것은 기업들의 구단 지배력을 꾸준히 줄여나가는 것일거 같네요. 팀 이름에서 기업 이름이 먼저 들어가버리는 이런 웃기는 현상이 없어질 때까지.. 모기업이 신경 끊으면 단숨에 망가져 버리는 일이 없도록.. 부천SK의 웃기는 현실이 말해주잖아요..
용병수가 늘어나고 설자리가 없으면 당연히 처음에는 국내선수 씨가 마르겠죠. 그렇지만 그에 맞게 국내 선수들도 발맞춰 따라올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