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주안 장로 교회에 다니시던 안수집사님(지금은 안산광림교회에 다니심)이 기막힌 꿈을 꾸고 ,그 꿈의 내용을 기억하여 글로 남기신 것입니다.
한번 들 읽어 보시면서.. 무언가를 느끼시기를 원해서 우리 공간에 올렸습니다.
꽤 신실하신 분의 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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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1, 4월 평신도인 제가 인천 주안장로교회 교인으로 믿음생활 할 적에 일대일 양육 성경공부에 임하던 기간 중 꿈 속에서 겪은 환상입니다.
사실대로 기록했으며 영적 의미를 주관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려 힘썼습니다. 따라서 읽는 분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성경에 부합하는 지의 여부도 각기 깊이 상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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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환상
어젯밤, 꿈속에서 주님의 재림에서부터 7년 대 환난이 시작되는 시점까지를 나의 고난과 함께 보았다.
이 꿈의 의미를 명확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이번 주가 고난주간이고 현재 진행중인 일대일 양육 열매과정 성경공부 과정에서의 깊은 묵상 때문에 주님께서 환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환상을 충동적, 일시적 감정으로나 주관적, 자의적인 해석을 하여 받아들이지 않고자 한다. 냉정하게 사실대로 가감 없이 기록하여 앞으로 믿음생활하면서 QT 때 순간 순간마다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워낙 생생하고 사실적이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하여 다시 한번 내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주님의 고난을 깊이 상고하고, 또한 그동안 온전히 순종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깊이 회개하고 앞으로 더욱 더 열심을 내고자 다짐하면서 이 꿈을 기록한다.
***
현대건설에서 국토개발을 하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서해안 방조재 건설공사를 시행하여 완공한 후, 드디어 오늘 그 준공식이 거행되는 날이다.
방조재가 축조된 바다 주변과 드넓은 평야 위엔 고속도로와 입체 교차로가 사통팔달 뻗어있고 아스라이 뻗은 방조제 위로는 수많은 인파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운집해 있다.
나즈막한 산자락 한편을 깎아 평지작업을 하여 임시 마련한 단상 주변에도 역시 많은 인파가 운집하여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웅성거리고 있다. 주변 산자락은 황토가 붉게 드러나 있고 조금 질퍽거리는 흙바닥에 볏짚들이 깔려 있고 내빈들이 자리한 곳에는 흰 천과 붉은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황토가 많이 묻어 있다.
단상 양편에는 장관, 경제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내빈들 중에는 현대건설 정주영 명예회장도 있다.
정주영 회장이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옆자리 내빈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마 경제관련 장관들인 듯 하다.
특유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조금 톤을 높여 대화하고 있다.
"나는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쳤소. 내가 죽었을 때 아시다시피 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와 돈 몇 푼이 전부였소. 그런데 내 명예와 그 공로를 인정받기는 커녕 현대건설이 지금 망해가고 있소. 이 나라가 그래도 이 정도 살 수 있게 된 것이 누구 때문이오? 이럴 수 있소?"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정회장의 모습은 뼈만 앙상한 깡마른 체구에 머리는 머리카락 하나 없이 커다랗고 눈의 동공은 휑하여 마치 아프리카 기아 난민 같은 모습이다.
나는 그 인파 속에서 이리저리 분주히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환영객도 아니고 내외빈도 아닌, 식장을 준비하고 식을 진행하는 사람들 중 한사람이었다.
모두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제각기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내가 있는 단상근처로부터 500m가량 떨어진 앞쪽 방조제 위로 하얀 두루마기를 걸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다.
예수님께서 방조제 위를 걸어가고 계셨다.
나는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린 예수님의 뒷모습을 보았다
순식간에 식장이 어수선해지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긴장되고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수님이다!.. 예수님이야!... 예수님이 재림하셨다!...>
나도 예수님께서 재림하셨음을 직감했다.
많은 무리들이 예수님 뒤를 좇으며 함께 걸어 나갔다.
나는 군중 속을 헤집으며 주님 계신 곳을 향하여 달려가서는 주님 바로 뒷 편 가까이 까지 다가가 무리와 함께 좇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 흘렀을까, 좇고 있을 때 주님과 똑같은 키와 옷차림을 한 두사람이 언제 나타났는지 함께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뒷모습만으로는 어느 분이 예수님인지 알 수가 없어 앞으로 갔다.
앞에서 바라보니 가운데 계신 분이 예수님이셨다. 그동안 성화, 영화 등을 통해 보고 상상해 왔던 것처럼 긴 머릿결에 한없이 인자하신 그런 모습이셨다.
그러나 오른 편의 한사람은 살이 없이 뼈와 해골로만 이루어진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고, 왼 편의 또 한사람은 한쪽 눈이 기형적으로 크고 핏줄이 밖으로 튀어 나오는 등, 영화 'ET' 나 '토탈리콜'에서 본 듯한 징그러운 외계인 같은 모습이었다.
예수님을 좇아 횃불선교회관 같이 크고 웅장한 성전에 도착했다.
성전 안에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큰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봄 햇살처럼 싱그럽고 화사했다. 부챗살 모양의 햇살이 눈이 부시어 창 밖의 풍경을 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 지역교회 소속 성도들끼리 모여서 각양각색으로 열중이었다.
마루바닥에 앉아 서로 손을 붙잡고 큰 목소리로 기도하는 모습, 동그랗게 둘러앉아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모습, 작은 교회의 목회자인 듯한 분은 한 편 구석에서 성도들을 붙잡고 격려하고 있는 모습, 근엄한 음성으로 '거룩, 거룩'만을 되풀이하여 외치고 있는 모습,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주위를 압도하며 말씀 전하고 있는 모습 등..
한편으로 성전 안의 분위기는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으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다.
이 군중 속에서 예수님이 무리를 둘러보고 계셨다.
나는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기도 드리다가 슬며시 머리를 돌려 주님계신 왼쪽을 바라보았다.
주님은 빛이셨다. 머리와 가슴부분까지 너무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강렬한 빛 속에서 어렴풋이 다리의 형체만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눈이 멀 정도로 부시어 계속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쳐 박고 간절히 기도 드리기 시작하였다.
일생일대에 가장 간절하고 진실한 기도였다. 혼신의 힘을 다한 기도였다. 두려움, 눈물 속에서 지난날을 철저히 회개하는 기도였다.
회개 뿐이었다.
그러면서 <제 이름을 불러 주시옵소서>라고 간구하였다.
많은 사람들도 기도드리고 있었다.
◇
성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리 속을 다니시던 예수님께서 한 목회자와 마주섰다.
그 목회자는 양 손을 뒷짐 지고 몸을 약간 뒤로 젖히고 고개를 쳐 든 당당하고 조금 거만해 보였다.
양 손을 앞으로 내 펼치며 환하게 미소 띈 얼굴로 점잖고 위엄 있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예수님. 접니다.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제가 주님 오시는 이 순간까지 그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이루어 놓았습니다. 하나님, 기쁘시지요? 이제 제가 제일 먼저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 분은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고 교회를 크게 부흥시킨 목사님이었다.
나는 그분의 이름만 알고 얼굴은 모르고 있었기에 주위 성도들이 라고 수군거리는 말 속에서 그 분임을 알았다.
주님께서 그 목사님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누구냐? 나는 너를 모른다. 내가 여기 오니 너를 모르는 사람이 없더구나. 성도들이 대단히 많더구나.
네가 사는 집이 이 세상에서 부자들만 사는 동네에 있다지? 정말 크더구나. 네 방과 응접실이 잘 꾸며져 있더구나.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즐기고 있더구나. 너의 어디에 내가 자리하고 있느냐? 여기에 남아서 계속 즐기도록 해라.
위선자여!"
"주님! 그건 즐긴게 아닙니다. 주님도 이 땅에 계셔 보면 이해할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목화자의 뒤로 그 교회의 평신도들이면서 사회에서 엘리트에 속하는 분들이 검정 계통의 정장차림으로 함께 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당연한 표정으로 모두가 흐뭇한 표정과 엷은 미소 띤 모습이었다가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니 당황한 얼굴로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거야?..이상하네..그렇게 열심히 했었는데..우리 헌금도 엄청 했잖아..교회 건축한게 몇 개야..우리 교회만큼 많이 일한 교회가 있어?...>
예수님께서 다른 목회자에게 다가가셨다..
"큰 외제차를 타고 이 교회 저 교회에 다니면서 바쁘더구나. 그 양들이 너의 고상한 얘길 듣고 정말 감탄하고 눈물 흘리며 회개했었다. 서로 격려하고 다짐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교회에서 나가는 네 차를 보고 밤새도록 근심하였다.
네 양 중엔 하루 세끼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십일조하고, 네가 성전 건축한다고 하여 이번에 전세 살다가 집주인이 올려서 돈이 부족해 할 수 없이 월세로 옮긴 양이 있느니라. 옮기면서 남은 돈을 나를 위해 봉헌하였다.
그 양은 거짓이 없느니라. 그 어린 양을 속이지 말라. 나를 위해 배고픈 적이 있었느냐? 성전 건축하고 나더니 오히려 더 큰 집으로 가고 더 큰 차를 타고 있더구나. 여기에 계속 남아 있거라"
"주님, 그 집과 차는... "
"어리석은 종아. 같으니라. 그렇게 쓸 곳이 없어서 받았더냐? 그것을 팔아 가난한 양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못했느냐?
아버지 나라엔 큰 차를 가지고 들어 올 수가 없느니라"
또 다른 목회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교회엔 앉은뱅이가 없더구나. 구석에 앉아 있던 절름발이를 모두가 외면하더구나. 술 마시고 들어온 거지를 대접하지 않고 모두들 피하며 한쪽으로 데려가는가 싶더니 점잖게 '나가라'고 하더구나. 내 집에 들어온 가엾은 어린 양들을 쫓아내더구나.
나는 너희들처럼 잘 살고 말 잘하고 잘 생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위해 온 것이 아니다. 환자들, 정신병자들을 위해 온 것이다.
내가 네 앞에 서 있으려니 네가 한없이 높아 보이는구나."
내가 보니 그 목사님의 키가 주님보다 컸고, 검정색 정장을 하고 얼굴이 윤이 나는 큰 체격이었는데 내 느낌도 인간적으로 바라볼 때 예수님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번엔 부흥강사 목사님에게 다가 가셨다.
"나보다 위엄있는 모습, 우렁찬 목소리로 어린 양들을 잘못 인도했더구나. 내 말은 전하지 않고 오직 네 말만 했더구나. 내 말을 마음대로 생각했더구나.
너의 말을 내 말로 알고 믿은 이 양들은 목자를 잘못 만나 불쌍하게 되었느니라.
한사람도 나와 함께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잘못은 너에게 있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표정은 단호함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셨다.
'잘 이끌어야지, 왜 마음대로 했느냐?' 라고 말씀하시는 듯 했다.
이번엔 한쪽 구석에서 작은 키에 남루한 옷차림으로 너댓명의 성도들과 쪼그리고 앉아 기도 드리는 목사님에게 다가가 등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나의 제자야, 고생 많이 했구나. 추운 겨울날 양들을 모아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재워줬구나. 내가 해야 할 일을 네가 했구나. 나의 참 제자야."
주님이 흘리신 눈물이 그의 등 위에 떨어졌다. 계속 떨어졌다.
목사님이 떨리는 음성으로 작게 말했다.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그 음식값은 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도와 주었습니다. 음식도 제가 직접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세상에 나가 제 자신만 드러내었습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아니다. 그것은 다 네가 한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그 밥을 먹을 때마다 항상 나를 생각했었느니라. 나에겐 큰 영광이요 기쁨이었다."
주님도 눈물을 더욱 많이 흘리셨다.
이번엔 벽에 기대어 떨고 있는 목사님께 다가가시더니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머리에 손만 한번 얹으시고는 그냥 지나가셨다.
그 목사님 발 앞엔 두 성도가 무릎을 꿇고 목사님의 바지를 붙잡고 기도하고 있었다.
주님이 지나가시면서 잠시 멈칫 하더니 저만큼 있는 한 목회자를 바라보며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 목사님은 약간 작은 키에 근육으로 이뤄진 땅땅한 체격으로 잠바를 입고 옷소매를 걷어올린 모습이었다.
열심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주님께서 원하시는 열심이셨던 것 같았다.
주님께서 가까이 다가가니 목사님이 친구에게 말하듯 자연스럽고 절제된 모습으로 말했다. 그 말 속에서는 정이 듬뿍 배어 나왔으며 경망스럽거나 주님을 무시하는 느낌은 없었다.
"오늘은 밭에서 배추 좀 캐고 천막 고치다가 거기서 예배드렸어요. 인심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우릴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아무 말씀 안하시고 고개만 끄덕였다. 흐뭇해 하시는 것 같았다.
주님은 많은 무리와 계속 대화를 나누고 계셨으며 나는 다른 대화는 명확히 들을 수가 없었다. 칭찬 받은 분은 한 두분 뿐인 듯 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목회자 40여명을 보았으나 어느 분과는 짧게 대화를 나누고 어느 분은 그냥 지나치셨다. 그냥 지나치실 때 그들은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 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어느 분은 당연히 칭찬 받을 줄 생각하고 몸을 주님께 향하기도 하고 어느 분은 일부러 다가오기도 하고 어느 분은 주님께서 지나가실 때 옷자락을 붙잡아 보기도 했지만 주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지나치셨다.
주님이 목회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무리들이 여기저기서 수군수군 귓속말을 나누었다.
<저 분이 누구시지? 저 분이 그랬었구나...>
한편, 하얀 천사들이 날아다니면서 기도하고 있는 성도들을 입으로 물어 올려 성전 내 벽 쪽 창가로 쉴새없이 나르고 있었다.
천사들은 중학교 1학년 학생 정도 되는 키와 얼굴에 큰 날개가 달려 있었다.
하얀 옷, 하얀 날개였다.
옮겨진 성도들에게는 성전 바닥에 남아서 기도하고 있는 성도들과 구별하기 위하여 망토같이 생긴 빨간 옷을 나누어 주고는 입게 했다. 20명에 한명 꼴로 선별되는 것 같았다.
나도 들어 옮겨졌다. 선별된 총 인원 중 1/3 정도가 선별되던 시점에서 옮겨진 것 같았다. 들어 올려질 때 몸의 무게를 느낄 수 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가뿐히 공중에 떴다.
무리와 선별된 자들과의 사이에는 지진이 나 땅이 갈라진 것처럼, 사람이 뛰어 넘을 수 없을 만큼의 간격이 나 있고 천길 낭떠러지가 놓여 있었다.
들어 옮겨진 곳에서 학교 다닐 적 함께 믿음 생활했던 형제를 만났다. 서로 감격의 포옹을 나누었다.
<내가 선택을 받았구나. 그것도 이렇게 빨리..>
나는 속으로 너무 기뻤다. 우리 교회의 아는 형제 자매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고 기쁨을 나누며 그동안의 믿음생활에 대하여 얘기도 나누었다.
계속적으로 선별되어 나오는 분들과 손을 붙잡고 악수를 나누며 기뻐했다.
이번에는 우리 학익교구 여집사님께서 선별되어 눈가를 적시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 아내한테서 얼핏 들었던 집사님이셨다.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셨는데 남편이 그동안 당뇨로 고생하시다가 이번에 돌아 가셨다. 그러자 교구 식구들이 '남편은 돌보지 않고 봉사만 하니까 잘못 된 거야' 라며 수군거렸다. 그래서 지금은 교회 구역장 그만 두고 혼자 드러나지 않게 고아원 양로원 등에 다니신다>
시간이 흐를수록 회당 안은 술렁거리고 혼란스러워져 갔다. 어느 지역교회는 한 명도 들려 나가지 못했다.
선별작업이 끝났다. 열명 중 한명 꼴인 듯 하다.
유명한 목회자들과 무리들이 예수님께 몰려와 항의하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아는 유명한 목사님이셨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내가 뭘 잘못했습니까>
성도들도 울부짖으며 소속교회 목사님께 대항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애원하는 목소리로 하소연을 했다.
<목사님 어떻게 된 거예요? 책임지세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시간이 흘렀다. 울음소리, 혼란스러움도 많이 가셨다.
한 목사님이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는 이 세상에 남아서 호의호식하며 잘 살자. 이 세상이 얼마나 좋은데...
실은 그동안 그렇게 고상하게 설교는 했지만 내 자신도 들림 받을거라는 확신은 반신반의 했었어. 지나고 보니 내가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아. 내 정신이 아니었어..이렇게 될 줄은 예상 못했어...이젠 할 수 없잖아.. ..가자. 이 세상으로...친구들이여 잘 가게. 그동안 즐거웠었네>
처음엔 좌절감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나즈막하게 얘기 하더니 끝날 즈음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듯 평소와 다름없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
그들이 모두 떠난 회당 안은 적막처럼 고요가 흘렀다.
들려 옮겨져 적색 망토를 걸쳐 입은 남아있는 성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도 우리교회의 낯익은 성도들과 함께 그동안의 믿음생활등의 얘기를 나누며 감격에 빠져 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눈 지 한시간 쯤 흘렀을까 실내가 조용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돌아보니 군데군데 몇 명의 성도들만 보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다. 열명중 일곱명 가량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 다들 어디 갔지?>
그러고 있으려니 한 여자성도가 아래층 계단에서 힘없이 올라오면서 침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서 뭐하세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우리 가운데 한 명이 말했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모르세요? ..갔어요. 다 갔어요."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예수님이랑 천사랑 우리와 함께 있던 분들 모두 하늘나라로 올라갔어요."
<..휴거구나>.
주위를 다시 유심히 보니 여기저기에 빨간 망토가 널려 있었다.
"선택은 받았지만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 남아 있어야 한대요"
여기 남아서 칠년 대환란을 겪은 다음 주님이 다시 오시면 구원 받는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이제는 하나님 나라에서 왕노릇은 할 수 없고 백성의 신분만 될 수 있다는 거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모두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는 여집사님들께서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뉘우치는 얘기들이었다.
한 여집사님이 말했다
"주일이면 교회에서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그렇게 바쁘게 정신없이 일했었잖아. 이제 와서 생각하니까 그렇게 열심히 일했지만 한번도 기쁜 마음으로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주님보시기에 한심했었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교사다 구역장이다 했지만 나 나타내기에만 바빴었어. 그런 나를 남편이 비웃고 우리 애들도 비웃었지. 그랬으니 다른 식구들이 보았을땐 오죽했을까..."
"나도 구역장이라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들을 넘어뜨리기에 바빴었던 것 같아.
이번에 우리 구역식구 중 새신자가 있었는데 아까 예수님이랑 갔어. 처음엔 몰랐었는데 어디서 한번 본 것 같더라구.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 구역 식구더라. 진짜 가난해 가지구 애들 우유도 못 사 먹이고 단칸방에서 월세 살았었는데...그래서 내가 많이 무시했었어"
"우리.. 모일 때마다 그 집사님 얘기 했었잖아. 그런데 그 집사님은 우리에게 한마디도 안하고 항상 웃어주었잖아. 그때 우리가 가식적이라고 그랬었지. 다 우리 잘못이야. 이제 그 집사님 할 얘기도 없어졌어.. 그 때 우리 중 하나만 그러지 말자고만 했어도..."
"나도 교사다 성가대다 그동안 정신없이 봉사했지만 다 나만 드러내기에 정신없었던 것 같애.
성경을 보고 싶어서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전 번에도 성가대 식구들이 연세 많은 분들 그만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았는데 난 끝까지 남으려 했어. 사실 내가 찬송 잘 하는 것도 아니야. 묻혀 버리니까 입모양만 예쁘게 벌렸어.
지금 생각하니 주님 보시기에 정말 한심했을거야"
이어서 하얀 밍크 코트를 걸친 부잣집 귀부인같은 집사님이 말했다.
"나는 모든 걸 돈으로 했었어.
십일조도 많이 했어. 교회헌금, 봉사, 모임 등에 돈만 내고 시작 때 얼굴만 비치고 나오거나 전화나 한 통화하고 그랬지. 그리곤 동창회 등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의 사교모임에 정신이 없었어. 그럴 때면 항상 마음에 걸리긴 했었어.
나는 이 환란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애... 나는 그냥 갈래... 자신이 없어..."
그리고는, 어깨 위에 걸쳐진 망토를 벗어 바닥에 내려 놓고는 일어서서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밖으로 나가는 집사님의 뒷모습은 어깨가 쳐진 힘없는 모습이었다.
집사님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니 나도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다.
특별히 칭찬 받을 만한 일도, 그렇다고 심하게 책망 받을 만한 일도 없는 것 같았다. 봉사를 한 것도 없고 누굴 미워 한 적도 없는 것 같았다.
오직 나와 처자식과 함께 열심히 믿음생활만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 나에게 한 여집사님께서 물었다.
"집사님은 왜 못 갔는지 이상해요"
나는 부끄럽고 나오지 않는 말로 힘없이 겨우 대답했다.
"전, 주님을 위해 한 일이 없어요"
이렇게 대답하고 나니 주님은 아예 내 이름 조차 기억하지 않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었다.
◇
대환란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아까 예수님께 항의하다 불가항력적임을 깨닫고 밖으로 나갔던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쪽으로 떼지어 우르 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황급히 각자 숨을 곳을 찾아 숨기 시작했다. 일부는 체념한 듯 그 자리를 뜨지 않고 그냥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는 지하의 한쪽 구석 어두컴컴한 곳에 쌓여 있는 판자로 짠 사과 괘짝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꼼짝 않고 숨을 죽인 채 있노라니 붙잡혀 가고 있는 듯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잘됐다. 맛 좀 봐라. 너희들은 왜 못 갔냐. 이제 우리 세상이다. 하하하>
이윽고 내가 숨어 있는 곳에도 사람이 다가왔다.
움츠린 채 숨을 멈추고 죽은 듯이 꼼짝 않고 있는데 바깥에서 내 괘짝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는 눈동자가 보였다.
<휴거 되고 옷만 있나?>
그러더니 긴 쇠꼬챙이가 괘짝 틈으로 들어 왔다. 왼쪽 어깨 망토 위를 찌르는 듯 느낌이 전달되어 왔다.
순간 극도의 절망감에 휩싸였다.
<있구만>
상자 채 들려 나가 밧줄로 두 손과 발을 묶고 온 몸을 감아 다시 상자 안으로 쳐 박았다. 손 등과 목이 쓰려왔다.
군용트럭 같은 낡은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가고 있었다.
괘짝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니 도로변에 논이 보였다. 2, 3월 이른 봄, 벼 베고 난 뒤 듬성듬성 한 줄씩 쟁기로 갈아엎은 자리에 물이 고여있는 논이 보였다.
어느 도시를 막 벗어난 곳을 지나는 듯 했다. 거리의 사람들이 뒤로 계속 지나쳐 갔다.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던 우리나라 사람, 우리 이웃이었는데 지금 그들을 보니 옷차림 등 겉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눈동자가 발갛고 제정신이 아닌 듯 흥분해 있는 것 같고 모두가 이상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리도 다른 나라에 온 듯 멀게만 느껴졌다.
얼마쯤 달렸을까 움푹 패인 곳을 지나는지 심하게 덜컹거리는가 싶더니 내가 갇혀 있는 괘짝이 도로에 떨어져 논 속으로 굴러 쳐 박혔다.
논 흙탕물이 입과 코로 들어왔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몰려 오더니 발로 탁탁 차며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떠들며 조롱하다가는 도로 한편으로 들고 나가더니 계속 차며 침을 뱉고 이리저리 굴리고 다니다가 운송책임자가 오니 그들에게 넘겨 주었다.
멈춘 트럭 짐칸에 다시 던져졌다.
붙잡혀 온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옮겨져 왔다.
집회장인 듯 크고 넓지만 음침하다. 시멘트 바닥에 벽은 판자로 지어졌고, 길죽한 것으로 보아 큰 공장 창고 같기도 하다.
우두머리인 듯한 사람이 쌀가마 더미 위에 올라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이제는 우리 세상이다. 예수가 메시아라고? 너희는 왜 휴거 못되었느냐? 너희는 왜 안 데려갔지?
너희 같은 녀석들과 그 예수 때문에 우리가 잠깐 두려워 했었잖아.
이제 너희들을 이 땅에서 모두 없애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살 것이다.
예수보고 구원해 달라고 기도나 해!"
그러더니 여기저기서 고문이 시작되었다.
나에겐 검정 작업복 차림에 검은 작업모를 쓴 두 사람이 다가왔다.
한 사람은 돼지처럼 살이 쪘고 한 사람은 큰 키에 깡마른 체구였다.
쇠꼬리 같은 길다란 채찍으로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몸에 휘감기면서 피가 흘렀다. 채찍 끝엔 멍게같은 뾰족한 모양의 쇳덩어리가 달려 있어 살점이 묻어 났다.
등 뒤 어깨가 묵직해 왔다. 이번엔 오른 쪽 얼굴 볼에 정통으로 쇳 덩어리가 박히는가 싶더니 뼈까지 닿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 고통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머릿 속을 수 많은 바늘로 일시에 찌르는 듯했다. 채찍에 맞을 때마다 고통이 온 신경을 타고 일시에 머리로 전달되어 왔다.
머릿 속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져 왔다. 한 번 씩 내려칠 때마다 힘을 주고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면서 흐느끼면서 간절하고 처절하게 회개의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런 고통을 받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이보다 더한 고통이라도 기꺼이 받겠습니다.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고통을 받을 자격이라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고통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빨리 숨이 끊어졌으면 했다.
<하나님, 고통을 이제 그만 멈추게 하시고 제 영혼을 거두어 가 주십시오>
이젠 고통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잠이 오기 시작했다. 의식이 가물가물 해져갔다.
채찍에 달린 쇳덩이가 살 속을 파고들어 뼛 속에 와 닿아 신경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순간만 움찔할 뿐 아픈 것 같지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깡마른 사람이 뭔가가 가득 담긴 하얀 포대자루를 어깨에 들쳐 메고 다가오더니 거의 의식없이 쓰러져 있는 내 몸 위로 그것들을 쏟아 부었다.
그것은 속이 비어있는 철 파이프를 5cm정도의 길이로 자른 커플링 같은 것이었다.
그 커플링을 무거운 쇠망치로 내 몸의 발 복숭아 뼈 위에 놓고 두드려 박기 시작했다. 팔 뒤꿈치, 머리 등에도 박기 시작했다.
쇠망치를 내려 칠 때마다 그 고통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진 내 몸의 뼛 속까지 깊숙히 박히는 듯 온 신경이 머리로 묵직하게 전해져 왔다.
고통을 참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마음 속으로 <하나님 제 영혼을 빨리 거두어 가 주십시오>하고 기도 드렸다.
◇◇◇
꿈 속에서 희미하게 "여보..여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꿈을 꾸면서 신음하며 흐느끼는 나를 아내가 놀라서 깨우는 음성이었다.
잠에서 깼다. 눈물이 흥건했다. 배개도 젖어서 볼이 닿은 부분이 축축했다.
한참 동안을 깬 채 멍하니 누워 있었다.
조금 안정을 찾자 작은방에 와서 날이 샐 때까지 성경을 읽으며 기도드렸다.
2001. 4. 9(수)
* 원래 초고에는 그 날 아침 바로 써서 실명이 들어 있는 등 상당히 거칠고 흥분 된 내용이었습니다 만 믿음이 온전하지 못하고 판단력도 부족하고 한 개인의 꿈이어서 정리했습니다.
첨가된 부분은 없고 삭제만 했습니다. 서로 세움이 있게 하는 격려, 기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송 글 이 - <필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