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응달에서 떨어본 사람만이 양지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코리아홈쇼핑 박인규 사장(43)은 자수성가한 젊은 기업가이지만 일찌감치
인생의 큰 풍파를 겪고 일어선 인물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삼성물산에 입사, 엘리트 사원으로 촉망받았다. 의욕이 넘치는 시절이었
다. 남보다 빨리 과장대리를 달았을 때 일찌감치 독립을 결심하고 사표를 던졌
다. 더 넓은 무대에서 뛰고 싶었고, 자신만만했다.
작은 섬유회사를 창업한 것이 32세 때. 경영은 순탄했다. 유명 의류업체 '논
노'에 원단을 납품하면서 사업은 번창했다. 장밋빛 꿈에 부푼 나날이었다. 그러
나 먹구름은 갑자기 몰려왔다. 1992년 '논노'가 부도를 맞으면서 연쇄부도의 격
랑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의 나이 34세, 수억원의 빚더미에 깔렸다.
빚잔치로 사업과 가정이 한순간에 풍비박산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남은 거라
고는 강릉시 철산동의 2,300만원짜리 전셋집이 전부였다. 난생 처음 맛본 참담
한 실패로 거의 1년여를 만신창이로 보냈다. 암담한 시절이었다. 부도 후에도
아무 내색 없이 그를 위로해 주던 아내가 어느날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생활
비가 바닥나 쌀값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아직 앞날이 창창한 나이
인데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그는 전세금을
빼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3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으로 옮겼다. 나머지 1,800
만원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선릉역 부근에 허름한 사무실을 마련했다. 배수
진을 친 재기의 출발이었다. "아내가 시집올 때 혼수로 가져온 장롱이 작은
단칸방에 들어가지 않아 망치로 일부를 깨버려야 했습니다. 몰래 눈물 훔치는
아내를 애써 외면하며 망치질을 할 때 가슴속에서 피눈물이 흐르더군요. 그때
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그나마 단칸방은 곰팡이가 심해 머
지않아 기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내와 딸은 친정집으로 보내고, 그는 사
무실에서 숙식을 했다. 수없이 팩스를 보내고, 발이 부르트도록 사람들을 만나
러 다녔다. 그러나 한번 무너졌던 실패의 낙인 때문에 그에게 흔쾌히 일을 맡기
는 사람은 없었다. 6개월이 넘도록 일을 잡을 수 없었고, 자금도 서서히 바닥
을 보였다.
그때 삼성물산에서 해외원단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그에게 푸대접을 받
고 돌아갔던 브라질 바이어가 떠올랐다. 망망대해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
로 그에게 진심을 담은 문서 3장을 팩스로 무작정 전송했다. 초초하게 기다렸
으나 역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생한 아내와 천진한 딸아이 얼
굴만 자꾸 떠오르더군요."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실의에 빠져 있는데 1주일여
만에 브라질 바이어에게 연락이 왔다.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에 쏟아진 단비
같은 낭보였다. 바이어는 박사장에게 원단을 소개할 때 보여주는 샘플(일명 자
투리 원단)을 모아달라며 1만5,000달러(약 1,200만원)를 보내왔다.
"돈을 받는 순간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뜨거운 기운이 솟구쳐 목이 메더군
요. 감사한 마음에 죽기살기로 뛰겠다는 소리만 중얼중얼 반복했습니다."섬유
센터에 등록된 섬유회사들에 자투리 원단을 수거해 준다는 전화를 목이 쉬도
록 했다. 당시 자투리 원단은 돈을 내고 폐기처분해야 하는 만큼 업체들은 공짜
로 자투리 원단을 수거해 준다는 그를 반겼다. 시장에서 구한 수레를 몰고 자투
리 원단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담아온 원단을 10t 트럭에
싣고 나르기를 반복했다. "영락없는 '넝마주이'였죠. 그렇지만 수레를 끌면서
도 콧노래가 나오더군요. 힘든 줄도, 창피한 줄도 몰랐습니다."박사장은 "차곡
차곡 쌓이는 돈보다 이제야말로 꿈꾸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솟았다"고 말했다. 자금이 어느 정도 확보되자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원단
을 팔겠다는 포부로 1994년 섬유회사 '우영패밀리'를 차렸다. 그리고 1년 만에
섬유 수출액 600만달러 달성의 기염을 토했다.
사업이 일찍 궤도에 오르자 그는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모색했다. 자투리 원단
을 구하러 다니던 경험을 십분 활용해 가장 저렴한 의류를 만들어 내자는 것.
바지 3벌에 3만9,800원. 그렇게 홈쇼핑 최고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홈쇼핑 전문
남성 골프웨어 '잭필드'가 탄생했다. 이 제품은 일취월장해 올해에는 1,200만장
이 이미 팔려나갔다. 이제는 꾸준히 잘 팔리는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잭필드의 성공으로 기반을 굳힌 그는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판로를 모색하던 중 유통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홈쇼핑을
생각하게 됐고, 2000년 1월 ㈜코리아홈쇼핑을 설립했다. 이 회사도 순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올 한해 매출은 1,600억원을 넘어섰다.
'요령을 피우는 천재보다 최선을 다하는 바보가 낫다.' 박사장이 사원을 뽑을
때 인물을 보는 기준이다.좌절의 시간을 넘어 재기를 이룬 그가 터득한 기업경
영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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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세트에 이런 한많은 사연이 있었다니요.. ㅠ_ㅠ
카페 게시글
★- 자유놀이터 -★
잭필드-_- 사장의 인생역정 이야기..
t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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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8
03.12.14 01:2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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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