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소머리국밥·닭죽
광주의 곤지암소머리국밥은 1970년대 곤지암에서 포장마차를 하던 한 여인이 병약한 남편에게 소머리를 달여 먹인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만큼 보양 효과가 높다는 얘기. 소의 머릿고기와 볼살·혀를 넣고 푹 끓인 국밥은 진하면서도 담백하다. 곤지암읍 일대에 ‘최미자소머리국밥’ 등 20여곳의 국밥집이 있다.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남한산성 아래에는 닭죽마을이 있다. 30여년 전 닭을 놓아 기르던 민가들이 등산객들에게 닭죽을 팔면서 유명해졌다고. 29곳의 식당에서는 서너시간 푹 고아 깊은 맛이 나는 닭죽을 맛볼 수 있다.
◆강원 삼숙이탕·섭국
못생긴 것도 억울한데 이름까지? 강원도에서 ‘삼숙이’라 불리는 바닷고기 삼세기 얘기다. 모양과 달리 맛과 영양이 뛰어나 보양식 반열에 든다. 단백질·칼슘·인이 풍부한데다 살이 부드러워 매운탕감으로 그만이다. 강릉 중앙시장에 ‘해성횟집’ 등 삼숙이탕을 파는 집들이 있다.
양양에서는 섭국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 섭은 동해안에서 나는 자연산 홍합을 부르는 말로, 양식보다 크고 쫄깃하다. 섭에 부추·미나리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이는 섭국은 감칠맛이 난다.
◆충북 도리뱅뱅이·어탕국수·붕어찜
옥천에는 도리뱅뱅이와 어탕국수가 있다. 피라미·빙어 같은 작은 생선을 프라이팬에 빙 돌려놓고 살짝 튀긴 뒤 양념장을 바른 도리뱅뱅이는 매콤달콤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민물고기를 뼈째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을 풀고 소면을 넣은 생선국수는 얼큰하면서 구수하다. 청산면의 ‘선광집’과 ‘금강식당’이 대표적.
진천군 초평호 주변에는 15곳의 붕어찜 식당이 밀집돼 ‘붕어마을’로 불린다. 1980년대 고속도로 공사 때 일꾼들을 위해 개발된 붕어찜에는 시래기와 들깻가루가 들어 있어 영양도 만점이다.
◆충남 인삼어죽·밀국낙지탕
단백질·칼슘이 풍부한 민물고기에 인삼이 더해진 인삼어죽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보양식.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에는 10여곳의 식당이 모인 인삼어죽마을이 있다. 금강에서 잡은 민물고기에 인삼·쌀·깻잎 등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끓인 인삼어죽은 비리지 않고 칼칼한 맛이 좋다.
‘갯벌 속의 산삼’이라 불리는 낙지로 몸보신을 하려면 서해안으로 가자. 서산·태안에는 밀 수확기인 6~7월경 잡히는 육질이 연한 낙지를 데친 뒤 칼국수(밀국)를 넣어 끓여 먹는 밀국낙지탕이 유명하다. 서산시 지곡면과 태안군 이원면·원북면에 식당들이 있다.
◆전북 장어구이·애저찜
‘스태미나 음식’의 대표주자인 장어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 고창 풍천장어다. 풍천(風川)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을 뜻하는데, 고창 선운사 근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인천강에서 장어가 잡혀 ‘풍천장어’라 불린다. 선운사 가는 길에 식당들이 많다.
진안의 애저찜을 아시는지? ‘애저(哀猪)’는 새끼돼지로, 고기가 귀하던 시절 출산 중에 죽은 새끼돼지를 쪄 먹은 데서 유래했다. 새끼돼지를 한약재와 함께 푹 찐 애저찜은 살이 흐물거릴 정도로 부드러워 노인들의 보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금복회관’과 ‘진안관’이 맛집.
◆전남 민어탕·나주곰탕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해 기력 회복에 좋은 민어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 먹었으며 지금도 고급 보양식으로 통한다. 민어의 주산지는 신안의 임자도로, 8월이면 민어축제가 열린다. 목포시 만호동에도 ‘민어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나주에서는 뜨끈한 곰탕 한그릇으로 이열치열을 즐길 수 있다. 나주 5일장에서 탄생한 나주곰탕은 국물이 뽀얗지 않고 맑은 것이 특징. 소뼈와 함께 양지머리 등을 푹 고아 담백하고 개운하다. 나주객사 금성관 주변에 ‘나주곰탕거리’가 있다.
◆경북 추어탕·잉어찜
경북 내륙에서는 민물고기로 여름철 기운을 돋웠다. 청도의 추어탕이 대표 음식. 자연산 미꾸라지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어 꺽지·메기 등 다양한 민물 잡어를 함께 고아낸다. 고추장 양념을 전혀 안 하는 것이 특징. 청도역 앞 40년 전통의 추어탕거리에는 9곳이 영업 중이다.
구미에서는 잉어찜으로 여름을 난다. 과거 낙동강 나루터를 오가는 보부상들의 원기를 돋운 데서 유래했다. 시래기와 무를 깔고 잉어 뱃속을 감자와 채소로 채워 쪄내는 것이 이 지역만의 방식이다.
◆경남 한방오리백숙·참게가리장국
과거부터 산청에서는 지리산에서 채취한 약재를 넣은 오리백숙을 즐겼다. 이 전통이 이어져 산청의 식당 10여곳에서 한방오리백숙을 내놓고 있다. 약초를 우려낸 물에 오리와 녹용·인삼 등 30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인 백숙은 그윽한 한약재 향이 일품이다.
하동에는 ‘참게가리장국’이라는 보양식이 있다. 섬진강에서 잡은 참게를 갈아 넣고 ‘밀가리’(밀가루의 사투리)를 더해 죽처럼 끓인 참게가리장국은 단백질 보충에 그만이었다. 지금은 참깨·쌀·검은콩 등을 넣어 영양을 더 살렸다.
◆제주 몸국·자리돔물회
제주도 사람들은 여름이면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에 메밀가루와 해초 ‘모자반’을 섞어 기력을 보충했다. 제주 보양식 ‘몸국’이다. 담백한 돼지 육수에 모자반이 신선함을 더하는 딱 제주음식으로, 제주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
자리돔이 흔한 서귀포에서는 물회로 더위를 달랜다. 된장을 푼 차가운 국물에 채소와 자리돔을 뼈째 썰어 넣은 자리돔물회는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별미. 서귀포 ‘보목항’과 ‘모슬포항’에 식당이 많다.
<농민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