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문과 흰두사두
인도에는 흰두 사두들이 많지
때론 소속도 없고 증명도 없는 이도 많아
어쨋든 걸식과 흙집에서
행자의 책무를 다하려 애쓰지
의상은 낡은 한벌,물병과 부채
혹은 작고 허름한 비닐 백 하나
칩거의 동굴이라 해봐야 한두평 동굴
대명천지 21세기에 남루한 의식주란
다만 오롯이 성자들의 법등을 밝히려는 작은 몸부림
초저녁 잠이 들어 무언가 물어대나 했더니
찟긴 틈새 모기장으로 들어와 맘껏 물어뜯는 가을 모기
삼능침으로 가려운 곳을 쪼아 달랜후
결국 배부른 모기를 파리채로 처 모기장에 피를 튀겼다
인도 사문들은 모기장도,냉난방도 없이
잘들도 지내며 수행하는데
나는 모기망에 에어컨에
방한복도 준비해 동절기에 대비하며
안락을 꿈꾸는데 어찌 번잡하고 바쁘다하며
일상에 힘들다 짜증난다 하는가?
구름인냥 바람인냥
만나고 흩어지며
더러 오가다 산깊은 동굴에서
혹은 거치른 들판 흙집에서
온몸으로 질박하게도 정진하는 불교 사문과 흰두 사두
나는 모기 몇방 물리고 사혈하고 파스 부치는
내 꼴이 한편 배부른 호사가 아니던가 생각은 하지
고행과 안락의 틈새에서
결국은 문명과 현실에 안주해 버리는 꼴이란
물처럼 흐르고 구름처럼 비웠던
수많은 조사와 납자들에게 부끄러운 새벽
가을 바람은 더욱 싱그럽게 속살깊히 스며온다네
불기 2568.11.3 01:06
※ 사문-불교 승려
사두-흰두교 수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