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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5 “정년 65세로 늘려야”… 국민연금 공포, 해법엔 일치
한국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1998년 이후 20여년간 유지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작업에 돌입했지만 여야 의견 차이로 진척이 없다시피 하다. 세대를 불문하고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금 공포가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국민일보는 연금 전문가 10인에게 해법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수급개시 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노동을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 대한 뼈를 깎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퇴직연금은 수익률을 개선해 노후 보장 수단으로 키워야 한다는 등의 제언이 덧붙었다. 기초연금은 저소득층 맞춤 연금으로 개편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3월 23일 “국민연금 도입 당시인 88년에는 기대수명이 70세였지만 최근에는 80세가 넘고, 65세 이상 연령층도 건강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며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년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 정년인 60세를 65세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금 보험료를 낼 여력이 있어도 60세로 맞춰진 연령 상한제 탓에 납부할 수 없었다. 정년이 늦춰지면 65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그만큼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정년 연장은 노동 시장 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기업 근로자는 보통 50대 초반에도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손보는 등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도 “정년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더 일할 수 있고 연금소득 공백도 줄지만 오히려 청년 고용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재취업 교육을 늘려 고령층 고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급 개시 연령 상향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올해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이를 향후 66세나 67세까지 더 미루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재정 확충을 위해 수급개시 연령을 더 늦추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다만 고령자의 고용률이나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와 수급개시 연령 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것과 동시에 보험료율 자체를 높이는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처럼 연금 부담 능력이 남아 있는 인구가 존재하는 지금 보험료율을 조금 더 빠르게 많이 올려야 한다”며 “그래야 청년들이 향후 노령인구에 진입했을 때 부담하는 액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도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15%까지 올리고 나중에는 18%까지도 상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소득층이 연금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납입금 월 소득 상한이 550만원에 그쳐 수억원을 버는 고소득자도 저소득자와 똑같은 액수를 내고 있다”며 “건강보험처럼 국민연금도 잘 사는 사람이 좀 더 내고 혜택은 평등하게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정년연장과 수급개시연령 조정, 보험료율 상향만으로는 연금 고갈 시기를 조금 늦출 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연금이 본연의 사회보장 역할을 하려면 연금 체계를 개편하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부과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을 ‘부과+적립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재진 교수는 “생산인구가 줄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대 간 소득 이전 방식인 부과방식으로는 연금이 존립하기 어렵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상관없는 적립형으로 연금 구조를 개편하되 혼용하는 방식도 권장된다”고 말했다. 적립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적연금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대에 그치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적 연금 시장에 해외 금융기관이 들어오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에 대한 추가 개혁을 주문한 전문가도 있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처럼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을 동일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역연금별로 요율 등이 천차만별인 국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직역연금이 아닌 국민연금 역시 요율 상향으로 수령액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명호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올리고, 공무원연금의 혜택을 낮춰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편도 강조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70%에게 지급되는데 대상자를 조금 줄이고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더 몰아주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수명 17년 늘었는데…‘65세 노인’ 43년째 그대로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으면 기분이 썩 좋진 않습니다.” 과천에 사는 A씨(66)는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약자석에 앉지 않고 경로당 출입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산악 자전거를 즐길 정도로 건강하다. 한국의 노인 기준 연령은 1981년 이후 65세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발달 등으로 A 씨처럼 ‘젊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한 배경이다. 고령인구 증가로 노인 관련 복지 예산 지출도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상향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 “65세 노인연령, 점진적 올리고… 복지는 소득-자산따라 차등을”
동아일보가 노화, 복지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현 시대에 맞는 노인 연령 상향 방안은 두 가지로 귀결됐다. 서울연구원의 윤민석 연구위원은 ‘건강수명’(기대수명에서 유병기간을 뺀 연령)을 노인 연령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제안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6.3세다. 기대여명(현재 나이에서 더 살 수 있는 예상 기간)이 15년이 되는 시점부터 노인으로 보자는 제안도 있다. 미국 경제학자 워런 샌더슨 등이 제안한 방식으로, 앞으로 살 날(15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자는 얘기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여명이 15년이 되는 시점은 73세다. 73세가 노인 기준이 되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주요 노인복지 사업 총 47개 중 24개(51%)가 65세 이상 연령 기준을 적용했다. KDI 이태석 선임연구위원은 “(노인 연령을) 10년에 1세 정도로 천천히 올리고, 취약층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과거의 노인 모습과 사회가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을 하고 각종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노인 전문가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42년간 ‘노인=65세’라는 기준에 묶여 사회적, 정책적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상으로는 노인에 속하지만 학력, 건강 상태,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사회의 중추적인 노동력 및 성장 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령층을 이제는 ‘노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요지부동 노인 기준, 사회는 급변
법적으로 정확하게 노인을 정의하는 특정한 나이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우대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졌다.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각종 복지 제도가 이 기준을 따르면서 노인의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굳어졌다. 노인 연령 기준은 수십 년째 요지부동이지만, 노인의 특성은 급변하고 있다. 일단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의 경우 1981년 62.4년에서 2021년 80.6년으로, 여성은 같은 기간 70.9년에서 86.6년으로 늘었다. 남녀 평균 16.9년 증가한 셈이다.
고학력에 의욕이 넘치고 건강한(Highly educated, Highly motivated, Healthy), 이른바 ‘3H’로 무장한 ‘파워 시니어(power seniors)’가 2040년에는 33%, 2051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2월 발표한 ‘2022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서울시민 3010명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노인의 몸과 마음만 변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초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노인을 부양할 인구가 부족하다. 42년 전 정해진 노인 연령 기준으로 각종 복지 제도를 운영하면 세금과 보험료 등을 내야 하는 청년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 ‘복지 사각지대-연금 공백’ 대안 필요
문제는 한국에 가난한 노인이 많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2019년 기준)의 약 3배다. 노인 연령 기준은 중앙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복지 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노인 기준 연령이 올라가면 기존에 복지 혜택을 받던 이들 중 일부가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건 불가피하다. 경기복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65세인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조정하면 경기도 지역에서만 4353억 원 예산이 절감되지만, 제외되는 연령대(65∼69세)의 노인빈곤율은 33.1%에서 38%로 4.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대한 논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재정 고갈 문제 때문에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춰서 ‘더 늦게 받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노인 빈곤 문제와 충돌한다. 1969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현재 정년은 60세이기 때문에 퇴직 후부터 연금을 타기 시작할 때까지 5년 동안 소득이 줄어드는 일종의 공백기, ‘소득 크레바스(절벽)’가 생길 수 있다. 정년 연장 없이 노인 연령을 상향할 경우 이 크레바스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노인 연령을 점진적으로 천천히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혜택 기준 ‘연령→소득-자산’ 바꿔야”
일각에서는 복지 제도를 운영할 때 연령 기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여러 복지 제도가 연령을 기준으로 시행된 건 행정적으로 개인 소득이나 자산 파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나이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소득, 자산 등을 정확히 파악해 개인의 필요에 따라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졌을 때 나온 제안 중 소득을 기준으로 무임승차 혜택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기노인(65∼69세), 노인(70∼79세), 후기노인(80세 이후) 식으로 연령대를 세분화해 복지 지원을 차별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바꾸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연령 기준을 두고 있는 복지 제도 등의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 경로우대 조항에 대한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의 폭과 시기 등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이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사회가 노인 연령 상향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원 교수는 “노인 연령 상향은 언젠가 한 번은 먹어야 할 쓴 약”이라며 “이 논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국 사회의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미래는 점점 더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800원짜리 초등학교 급식… 이러고도 '꿈의 급식'?
지난 3월 21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급식이 너무 부실하다는 학부모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아이가 지난해부터 '급식이 너무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럴 때마다 '어떻게 모든 아이들 입맛에 다 맞추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그런데 올 3월 개학을 한 뒤 더 심해졌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사진을 찍어 오라고 했다. 가져온 사진을 보니 그 동안 무심하게 넘겼던 자신이 부끄럽고, 속상했다고 했다. 급식 사진을 보면서 나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건더기 하나 제대로 없는 국이며, 두세 개 밖에 없는 깍두기와 김치, 던져 준 것 같은 멸치볶음, 한 수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밥. 심지어 해당 학교 학교알리미(하이클래스)에 올라온 사진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기사가 나가자 교육청 담당자가 연락해 왔다. 너무 아픈 지적이었다면서 현장지도점검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학교는 '학교급식 개선사항 안내' 가정통신문을 학교 홈페이지와 하이클래스 등에 게시했다. 학생기호도를 고려한 식단 구성, 자율배식대 운영, 학부모 모니터링단 운영, 조리종사원 친절한 태도 및 배식 방법 교육 등의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관련기사: "아이들이 거지도 아니고..." 학교 앱과 너무 다른 급식 실제사진 https://omn.kr/236dw).
◆ 부실한 학교급식의 진짜 이유
문제가 해결됐다. 제보자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후배들이라도 맛있는 밥을 먹게 해 주고 싶다'던 제보자 자녀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니, 나도 기뻐야 할 터. 그런데 내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과연 부실한 학교급식이 거기에서 일하는 영양교사·영양사·조리사·조리원의 문제인가라는 물음 때문이었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학교급식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수많은 논란 끝에 무상급식을 시행했고, 친환경 농산물 사용을 늘렸다. 급식 예산도 해마다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급식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부실급식을 고발하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사·조리사에게 쏟아졌다. 대책 마련도 초점이 그들에게 맞춰졌다. 이번 나의 기사도 다르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실급식의 근본 원인이 그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양 만점의 풍성한 식단과 정성스런 조리, 친절한 배식을 요구하기 이전에 학교급식시스템 속에 숨어있는 많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최근 전국 14개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2만 4065명의 검진 결과, 폐암의심증상을 보인 종사자는 139명이었고, 이 중 31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무거운 대형 조리 기구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종사자는 태반이다. 이들은 학교급식실 적정인력 충원, 환기시설 개선, 폐암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러한 고통에는 애써 눈 감고 귀를 닫은 채 질 좋은 서비스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 대전 급식예산 초등 3800원, 중등 4800원, 고등 5000원
이뿐인가? 올해 대전지역 학교급식 단가는 지난해보다 9.6%가 인상됐다. ▲초등학교 3500원에서 3800원 ▲중학교 4300원에서 4800원 ▲고등학교 46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년 대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8%보다 두 배나 올랐으니 수치상으로는 넉넉해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4.8%가 아니다. 지난 14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풋고추와 청양고추(10kg) 가격이 지난 해 대비 119% 상승했다. 대파는 30% 넘게, 양파는 3배나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무, 오이, 호박 등 할 것 없이 식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아무리 단체급식이라고 해도 초등학생 기준 3800원의 단가로 1끼의 식사를 영양 많고 푸짐하게 제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오늘 내가 먹은 점심 메뉴는 갈비탕이었는데 무려 1만 4000원이었다. 식후 한잔 해야지 하며 마신 아이스아메리카노는 4000원. 그런데 3800원으로 얼마나 풍성한 식탁이 제공되리라 기대하는가? 그 어려운 것을 급식 종사자들에게만 떠맡겨 놓고 '왜 이렇게 부실한가', '다른 학교는 잘 하는데, 왜 너만 못하느냐'고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
요즘 상급학교 진학할 때 아이들의 선택 기준은 '급식'이 우선순위라고 한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급식맛집'이라고 부르며 자랑하기도 한다. 또 이런 말도 들었다. '교육 못하는 것은 아무 말 없는데, 급식 못하면 난리 난다'. 우리 아이들에게, 또 학부모들에게 학교급식은 그만큼 민감한 주제다. 3800원짜리 예산에 각종 직업병에 노출된 급식 종사자들. 그런데도 '꿈의 급식'을 바라는 게 가당키나 한지 입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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