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사실 전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한반도라는 작은 땅에 그것도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요즘 K문화가 세계에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자원적인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으로 버틴 나라입니다. 그 영향으로 경제력에서 세계 10위에서 14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적 기업도 몇개 보유했습니다. 반도체 등에서 세계적으로 영향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독립한 후 한국전쟁을 겪었고 40여년 독재와 군사독재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항정신을 가진 정의로운 국민들이 있기에 이런 저런 민주화운동에서 피를 흘리는 희생끝에 세계에서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습니다.비록 땅덩어리는 작아도 한국인들은 야무지고 부지런하고 나라의 위기에는 분연히 일어서서 저항한다는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밤 10시반을 기점으로 힘들게 쌓아올린 공든탑이 그냥 무너져 내렸습니다. 권력자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해 한국에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것입니다. 1979년 전두환일당에 의해 내려진 이후 45년만입니다. 전두환일당은 권력을 새로 잡기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면 이번에는 자신들이 장악한 권력에 저항하는 세력을 타도하고 국회를 장악하려는 시도인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것입니다. 더욱 더 강한 권력을 소유하려는 의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비상계엄은 야당국회의원들의 신속한 대응과 민주시민들의 용기로 인해 좌절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지닌 그 민주주의 모범국이란 타이틀을 훼손시키는데 적극 가담세력이 한두군데가 아니라는 것이 이번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한국에 결코 적지않은 반민주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번에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권력자와 주변 인물들은 물론 한국의 고위공무원이라는 부류가 대부분이 겉으로만 민주주의를 표방하지 실제로는 반민주세력을 추종하는 그런 세력인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특히 여당은 더욱 그리합니다. 자신들을 뽑아준 영남지역에서도 상당수가 이번 계엄을 내란이라 칭하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런 유권자들이 뽑아준 여당의원들은 목숨을 걸고 탄핵저지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회가 선출한 헌재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저지에 사활을 건 형국입니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 재판관 임명 거부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냥 시간끌기 내지는 역사적 대사건에 대한 판단은 뒤로한 채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당 대표란 인물은 대놓고 헌재 재판관 임명을 하지 말라고 권한대행들에게 강요내지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계엄사태는 한국속에 존재하는 비민주적 세력의 실체를 분명하게 알게 되는 대단히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과는 아주 거리가 먼 아니 그 대척점에 선 세력이 누구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리당략차원이 아닙니다. 박근혜 탄핵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국정농단이라는 것과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과는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박근혜 탄핵때 국회 법사위 위원장이 지금 여당의 대표입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정신세계속에 사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란의 증거는 계엄당일날 텔레비젼 생방송으로 방영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판단입니다. 온 국민이 지켜본 내란의 현장이라는 것입니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의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난동을 피우는 것이 적나라하게 방송된 것 아닙니까.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국회를 점령하고 국회의원들을 체포구금하려는 것 자체가 내란입니다. 또한 온국민을 겨냥해 무장 총기를 드리댄 것 자체가 바로 내란중의 내란입니다.
하지만 당사자와 그 추종자들은 단 한 번 계엄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오히려 분노하는 국민들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입니다. 나라의 최고 리더라는 사람과 그 추종자들의 모습이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의 반민주세력의 확실하고 적나라한 민낯입니다. 계엄령을 내린 것에 대한 죄값을 받겠다고 선언하면 그나마 그래도 사나이구나하는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변명일색에 야당탓 그리고 일부 비판언론탓 그리고 어디 한국전쟁때 박물관속에 들어간 종북세력탓으로 돌리니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기득권을 놓지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교묘한 방법으로 호가호위(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거만하게 잘난 체하며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하는 모습입니다. 그들은 한국의 최고의 권력자가 바로 국민 그가운데 정의롭고 의식있는 국민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모습입니다. 아니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은 깨닳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그다지 대단한 나라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결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국민들이 조금이라고 방심할 경우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그런 나라임을 이번에 여실히 실감하고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나서서 감시자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자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를 겪고 엄중하고 험한 세태를 이겨내면서 다시금 실감하는 것은 이 나라를 지키고 이 나라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추운 겨울 또 다시 거리로 광장으로 나서고 있는 이 땅의 용기있는 국민들이 있어 이 나라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국민의 대다수가 불행하고 처참한 모습과 장한 모습을 동시에 실시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여당 모 인사는 1년후면 국민들이 다 잊어먹고 또 우리를 찍어줄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극히 없어보입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 기억을 잘 못하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이 나라 국민들 그렇게 건망증이 심하거나 바보가 아닙니다. 역사의 기록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진실을 때마다 하나씩 들춰볼 것입니다. 잊어먹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젊은층 그리고 아직 정신상태가 충만한 계층이 이 나라의 대부분 국민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식있고 깨어있는 국민들은 앞으로 반민주적인 세력들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두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2024년 12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