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아가 4,11-12】
“나의 신부여, 그대의 입술은 생청을 흘리고 그대의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다오. … 그대는 닫혀진 정원,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그대는 닫혀진 정원, 봉해진 우물”교부들은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를 위해 왜 정원이 닫히고 봉해졌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더럽혀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정원은 교회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닫힌 정원에는 교회의 구성원만 들어갈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생명의 샘물을 마실 수 있다.
닫혀진 정원과 봉해진 우물
그리스도께서는 영혼의 실체를 튼튼하게 해 주는 이 성사들로 당신 교회를 먹이십니다. 당신 왕비가 나날이 진보하는 것을 보시고 그분은 신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그대는 닫혀진 정원,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그대는 닫혀진 정원, 봉해진 우물.”이 말씀으로 그분은 신비는 여러분과 함께 닫혀 있어야 하며 사악한 삶의 행실로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타내십니다. 여러분이 순결을 더럽히는 일이 있어서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자들을 통해 그 신비가 믿지 않는 이들에게 알려져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믿음 수호는 잘 지켜져야 합니다. …(암브로시우스 『신비론』 9,55).그리스도의 신부(바로 교회이지요)가 ‘닫혀진 정원’이라면, 닫혀진 것은 낯선 이나 속된 자에게는 열리지 않습니다. 교회가 ‘봉해진 우물’이라면, 바깥에 속하기에 우물에 접근할 수 없는 이는 그 물을 먹을 수도 그 안에 함께 봉해질 수도 없습니다. 생수가 솟는 우물이 단 하나뿐이라면 - 그리고 닫힌 정원 안에 있다면- 바깥에 있는 이는 생명도 은총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 물은 안에 있는 이만 사용하고 먹을 수 있도록 허락되었기 때문입니다(아가 6,9 참조)(키프리아누스 『서간집』 69,2).그것은 ‘생수가 솟는 우물’(아가 4,15 참조: 요한 4,10-15 7,37-39)이고 ‘봉해진 우물’이기에 이단적인 심연의 어떤 불결함으로도 더럽혀지지 않았음을 우리는 압니다. 또한 그것은 크고 작은 모든 약초, 귀한 것과 흔한 것이 두루 섞인 약초로 가득한 정원이라는 것, 방주에서 살아남은 여덟 영혼(참조: 창세 6,18 7,7.13 1베드 3,20)이라는 사실도 압니다(바르셀로나의 파키아누스 『서간집』 3,21,2).이 정원은 세상에는 닫혀 있고 거룩한 신랑에게만 열려 있습니다. 우리가 세례 후에 기름 부음을 받은 샘도 성령에 의해 봉해졌습니다(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아가 주해』 4,12).
성사를 나타내는 ‘봉해진 우물
’신랑은 신부를 ‘정원’이라고 부릅니다. … “닫혀진” 정원이라고 한 것은 음모 같은 것이 잠입하지 못하도록 봉해져 지켜진다는 뜻입니다. … 신부는 또한 ‘봉해진 우물’입니다. 누구나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격 있는 자들만 마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님께서는 거룩한 복음서에서도 이 샘에 대해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그러니 그분이 신부를 ‘봉해진 우물’이라고 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나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격 있다 여겨진 이들만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거룩한 성사도 비입교자는 배제되고 입교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믿음에 들고 난 뒤 불경에 빠진 자들은 배제되고 바른 삶을 살며 참회로 정화된 이들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키루스의 테오도레투스 『아가 주해』 4).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