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물은 생김새가 특별하면 금세 눈에 띠게 마련이다. 호랑가시나무는 잎 모양이 제멋대로 생겼다. 흔한 나뭇잎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갸름한 잎은 너무 심심하여 싫다하였다. 긴 오각형에서 육각형으로 모서리마다 튀어나와 정말 괴상하게 생긴 잎을 만들었다. 피카소 그림을 보는 듯도 하고 유치원 아이가 서툰 가위질로 아무렇게나 잘라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가죽 같은 두툼한 두께에 모서리의 튀어나온 구석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발달하여 있다. 얼마나 날카롭던지 호랑이 발톱과 비유되고,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이 나무의 잎에다 문질러 댄다는 뜻에서 호랑가시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그 외 고양이 새끼의 발톱 같다하여 묘아자(猫兒刺), 회백색의 껍질을 두고 중국에서는 개뼈다귀 나무란 뜻으로 구골목(狗骨木)이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괴상하게 생긴 잎은 어릴 때와 새로 나온 가지에서나 달리고 나무가 자라면서 울룩불룩한 잎 가시는 차츰 퇴화되어 잎 끝의 가시 하나만 남는다. 무슨 이유로 이런 가시 달린 잎을 만들었을까?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튼튼한 입과 이빨을 가졌더라도 이 어마어마한 잎 가시를 무시하고 먹어치울 수 있는 불가사리는 없기 때문이다.
호랑가시나무는 넓은 잎을 가진 늘 푸른 작은 나무로, 자연상태로는 제주도와 전남북 서쪽 해안지대에 드물게 자란다. 암수 딴 나무이며 늦봄 잎겨드랑이에 5~6개의 작고 색깔이 하얀 꽃이 핀다. 굵은 콩알 크기의 동그란 열매가 가을이면 빨갛게 익어 다음해 봄까지도 가지에 달려 있는 모양이 아름다워 정원수나 분재로 심는다. 그러나 가시 같지 않은 잎 가시에 몇 번 호되게 당하고 나면 성질 급한 사람들은 홧김에 나무 통째로 잘라내 버린다. 그래서 정원에 큰 나무를 만나기 어렵다.
영어이름은 ‘holly'이며 우리 것보다 잎 모양이 좀 얌전하게 생긴 여러 종류의 서양호랑가시나무가 있다. 우리와는 달리 서양인들의 호랑가시나무 사랑은 각별하다. 십자가를 멘 예수가 가시관을 쓰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갈 때, ’로빈‘이라는 작은 새가 예수의 머리에 박힌 가시를 빼려고 온 힘을 다하여 쪼았다고 전한다. 로빈이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호랑가시나무 열매라고 한다. 또 춥고 음침한 겨울에 새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나무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전적으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카드엔 실버 벨과 함께 어김없이 이 나무의 잎이 그려져 있다. 실제로도 크리스마스 때는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집안장식을 한다.
나라마다 호랑가시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유럽인 들은 악마들이 이 나무를 무서워하여 집 주변이나 마구간에 걸어두면 사람이나 가축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영국에서는 이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행운을 가져와서 위험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독일인들은 면류관을 짜는 데 이 나무를 썼다고 한다.
또 일본에서는 입춘 때를 비롯하여 해가 바뀔 때나 유행병이 심할 때 이 나무의 가지로 장식하여 마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한다. 중국인들은 주술적인 의미가 아니라 약제로 이용하였다. 껍질과 잎이 달린 가지로 즙을 만들어 마시며 강장제로서 특히 콩팥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호랑가시나무 외에 감탕나무, 먼나무, 꽝꽝나무, 대팻집나무, 일본에서 가져온 낙상홍을 비롯하여 미국에서 들어온 호랑가시나무 종류의 여러 원예품종들이 여기 저기 심겨지고 있다. 대부분 아름다운 붉은 열매를 자랑하는 늘 푸른 나무이며 남부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으나, 대팻집나무만은 잎 떨어지는 나무이고 중부지방까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