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굽고 연로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어렵게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버스에 승차를 하신다. 그리고 카드 단말기에서 흘러나온 멘트는 ‘감사합니다.’ 였다.
분명 ‘사랑합니다.’ 라는 멘트가 나올 그거로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물어보았다.
“할머니 왜 무료카드 사용 안 하시고 일반 카드를 사용하세요?”라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대답 없이 자리로 가 앉으셨다.
카드 발급 절차를 몰라 못 받으신 것일까? 아니면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분실했거나. 타지방에서 오셨다면 현금을 사용 했을 텐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꼭 보호받아야 할 약자임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말이다.
요즘 정치가에서도 이슈가 되고있는 노인 무료승차 폐지도 알고 보면 평등한 분배를 원칙으로 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국민 세금으로 대중교통을 무료로 혜택받을 권리가 비단 대도시 거주자들에게만 국한되어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현금으로 지급하고 무료 이용을 폐지하자는 주장인가 보다.
하지만 이 주장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농어촌에서도 무료에 가까운 콜 택시와 같은 복지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떠한 형태이던 국민의 세금으로 지역과는 상관없이 고른 분배가 이루어져야 함은 마땅한 지적일 것이다.
국가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약자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야 함은 국가의 본분이요 선진 복지국가의 필수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적용받아야 할 대상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엉뚱하게 자격 미달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이거야말로 분명 정책의 오류일 것이다.
요즘은 특히 겨울철이라 부정 사용자들은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써고 승차를 하면 나이를 좀처럼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이런 부정행위들은 요금이 오를수록 그리고 적용 나이가 하향될수록 심해질 것이다.
시행 전에 이런 문제들을 분명 예상은 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적자는 날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 알고는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중교통이란
교통약자의 이동 수단으로 국가가 일정 부분 부담을 원칙으로 시행됨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부정 사용에 관한 메뉴얼 정도는 가지고 시작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는 학생과 일반으로 나누어 요금을 적용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고등학생까지만 학생 요금이고 대학생들은 모두 일반 요금을 적용하였다. 그래서 교복을 입었느냐에 따라서 쉽게 구분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소년과 일반 기준이 만 나이로 바뀌면서 대학교 1학년 기준 생일 전까지는 학생이고 그 이후는 일반 요금이다. 그래서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이 현금 승차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학생증이나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메뉴얼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현금 승차를 한다고 하여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어르신 무임승차도 의무적으로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는 메뉴얼을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신분증을 제시한다고 한들 어느 기사가 운행하기 급급한데 신분증 작은 숫자를 보고 승차를 결정할수 있으랴.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겠지만 그래도 부정승차 당사자들에게는 분명 큰마음의 걸림돌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어르신 무임승차를 하시려면 신분증을 꼭 제시해야만 무임승차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는 메뉴얼를 적시해 두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도 같다.
전국에서 버스 승차장 간 거리가 아마도 대구가 가장 짧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만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도 이제는 한 승강장도 타고 가려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운행시간도 늦어지고 사고율도 높아졌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신분증 의무 제시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가보다.
아무튼 힘겹게 탑승하는 할머니 모습에 오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하루였나 봅니다.
내일부터 올겨울 들어 첫 강추위가 찾아온다니 건강 조심하시고 안전운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