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담은 부산 한마음산악회가 ‘진안 구봉산’을 간다고 한다.
이미 몇번을 다녀온 나는 접근이 용이한 주위 산군들을 살펴보다 ‘옥녀봉’을 찾게 되었다.
진안 ’옥녀봉(737.8m)’은 ‘운장산’ 줄기로 부귀면 황금리와 정천면 봉학리에 걸쳐있는 산이다.
정상에서의 모습이 마치 운하가 병풍을 둘러친 가운데 옥녀가 목욕하고 비취비녀를 꽂아 쪽진 것 같은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진안에는 ‘8명당(八明堂)’이라 하여 전통적으로 길지를 일컫는 말이 있다.
‘진안 8명당’에서 ‘제1 명당’이 가치마을 뒷산의 이곳 옥녀봉이 있는 곳이다.
운장산에서 뻗어 내린 이곳에 ‘옥녀창가(玉女唱歌)’라는 명당이 있어 무덤이 많이 들어섰다.
마을 이름도 ‘옥녀창가’에서 유래하여 ‘노래재’라 하였으며, 이를 한자화하여 ‘가치(歌峙)’라 하였다.
한편 옥녀봉 건너편 ‘명덕봉’에는 ‘남근석(갓바위)’이 있고, 정천면 지형은 자궁을 닮았다고 한다.
이렇듯 명덕봉이 남성을 상징하고, 옥녀봉이 여성을 상징하여 아들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한다.
‘옥녀봉(玉女峰)’에 관한 전설은 전국 여러곳에서 다양하게 전승된다.
첫째 유형은 <오누이힘내기전설>, <마고전설>과 유사한 내용이다.
사천군 곤양면 연향마을에서는 옥녀산신이 대식가이며 힘이 장사인 거구의 추녀로 등장하여 마을사람을 괴롭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둘째 유형은 지형(지명)을 바탕으로 옥녀가 베를 짠 ‘베틀바위’, 옥녀가 베를 씻은 ‘옥녀샘’, 옥녀가 비파를 켠 ‘옥녀바위’, 옥녀가 춤추는 ‘무도골’과 같이 다양한 이야기로 전승된다.
셋째 유형 중에서 특이한 형태는 사량도 <옥녀봉전설>이다.
아버지와 딸의 근친상간이 모티프로, 옥녀는 그로 인한 천벌을 피해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또 ‘원불교대사전’에는 풍수 지리적 관점에서 ‘옥녀’와 관련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① 옥녀가 거문고를 탄다는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
② 옥녀가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있다는 ‘옥녀산발형(玉女散髮形)’.
③ 옥녀가 비단을 짜는 형국의 ‘옥녀직금형(玉女織錦形)’.
④ 옥녀가 화장대를 마주하고 있는 형국의 ‘옥녀장대형(玉女粧臺形)’.
설화에 등장하는 ‘옥녀’라는 인물은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산신형·풍수형·정절형이 그것이다.
산신형 옥녀는 주민들에게 당산제나 산신제의 실제 대상이 된다는 특징이 있고, 정절형 옥녀는 근친상간이나 상사(相思)의 내용이 따른다는 특징이 있다.
풍수형 옥녀가 가장 많지만 본격적인 서사담이나 풍수 설화다운 면모를 지니지는 못해 지명 유래 설화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옥녀봉’ 하나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산형과 주변의 지형 전반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함께한 산친구는 ‘구구팔팔일만봉’ 권형님.
5시간을 넘게 눈밭을 쎄빠지게 고생만하고, 달랑 ‘1봉’만 할려니 너무 미안해 ‘768.9m봉’에다 임의로 ‘항가봉(項佳峰)’을 일으켰다.
이는 아랫마을 ‘항가동(項佳洞)’이 아름다운 옥녀봉 가경(玉女峯佳境)의 목에 자리잡고 있어 목항(項)자와 아름다울가(佳)자를 붙이게 되었다는 마을의 유래를 참고하였다.
그렇게 스토리텔링을 하고보니 운장산 방향의 ‘’800.2m봉‘이 머리에 해당되어 이목구비가 선명한 어여쁜 ’옥녀‘가 되었다.
날머리에는 높이 50여m의 ‘옥녀폭포’가 있어 여름이면 물맞이를 즐기기도 하고, 겨울이면 빙벽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산악회 버스가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그만 탐방하지 못했다.
산행코스: 부귀농협 정천지점-정천면사무소-옥녀봉 북동골짜기-임도끝-지능-옥녀봉-전망-암봉우회-768.9m(우회)-능선 갈림길-북동릉-<산죽>-옥녀폭포 입구(폭포길)-옥녀폭포 안내판-정천면 행정복지센터(7.5km)
궤적.
길 없는 눈산에다 산죽숲을 헤치노라고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고도표. 가칭 항가봉(768.9m)은 우회하였다.
가파른 산죽 설릉을 올라 양지바른 곳에서 요기를 하며 작성한 표지기.
구봉산을 향하는 산악회 버스는 '부귀농협 정천면지점'에서 정차를 한 뒤 우리를 내려 주었다.
농협과 주유소 맞은편 도로를 진입하며 눈덮힌 옥녀봉을 올려다 본다.
점점 다가오는 옥녀봉.
'조림마을회관'을 지나고...
다시 올려다 보는 옥녀봉.
정천중앙교회를 지나며...
다시 올려다 보는 옥녀봉.
한국전쟁이 끝난 뒤 이곳에도 빨치산들이 준동하였단다.
정천면 행정복지센터를 지난다. 나중에 우리 버스가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우리가 접근한 루트는 옥녀봉 앞의 깊은 골짜기. 골짜기를 따르다 좌측 뾰족한 능선으로 올라섰다.
도로 우측에는 바위가 등성듬성 계곡이 이어지고 있어 예전에는 아주 운치 있었을 것.
옥녀봉 앞 골짜기를 눈여겨 본다.
상조림교를 건너지 않고 곧장 지나...
골짜기 입구 'ㅓ'자 갈림길에서...
골짜기로 향하는 임도를 따른다.
임도는 잠시 휘어지더니...
다시 깊숙이 이어져...
아무도 가지않은 눈길을 따른다.
뒤따르는 권형님.
임도는 끝이나고, 이제 우리는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골짜기 우측으로 오르느냐?
좌측 산죽숲을 헤치느냐?
잠시 고민을 하다 좌측 산죽숲으로 앞장 섰다.
좌측 지능을 바라보고 안간힘을 써 보았으나 눈밭과 산죽, 그리고 돌더미에 고사한 잡목까지 진로를 방해하며 막아선다.
"도저히 안되겠어"
옆을 개척하며 오르는 형님을 불렀다.
"형님, 내려가서 골짜기 우측으로 올라 갑시다"
그러나 한고집하는 권형님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않더니 급기야는 "나는 이리로 올라갈 테니 니는 알아서 해라"고 한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이 눈밭에서~"
<앞서가는 권형님> 어쩔 수 없이 권형님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산죽지대를 벗어나자 다소 수월한 지능에 올라서게 되고...
다시 좌측 능선으로 갈아타자...
그나마 한결 수월해졌다.
좌측 지능(뾰족봉)에 올라 양지바른 곳에서 배낭을 벗었다.
올라오는 길은 북향이어서 눈밭이었으나 올라선 곳은 남향으로 양지바른 지대.
양지바른 곳에서 요기를 하며 권형님이 하시는 말씀.
"내 고집 씨제?"
"야, 한고집 하대요.^^"
가치마을에서 올라오는 등로에 매달린 원불교 표지기.
'不生不滅(불생불멸)'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생겨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는 무기·무멸, 불생·불멸의 모습인 것이다<반야심경>.
'불생불멸'은 윤회(輪廻)를 말하는 것으로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듯, 생사 세계를 멈추지 않고 돌고 도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세상만사 어찌 생멸(生滅)이 없을 수 있겠는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
중요한 건 어떻게 끝을 맺느냐이다.
석가도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로 제자들을 위로하였다.
표지기 뒷면엔 '무아봉공(無我奉公)'
원불교의 네 가지 기본강령으로 ‘나를 없애고 공익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한다’는 말이다.
우리보다 앞서간 산짐승. 고라니?
우리가 올라온 마을. 아래에 용담호가 펼쳐진다.
건너편엔 명덕봉 산줄기.
설릉(雪稜)을 타고가며...
다시 맞은편 명덕봉 능선을 살펴본다. 멀리 고개내민 봉우리에서 복두산과 구봉산이 짐작된다.
복두봉과 살짝 고개내민 구봉산.
산길내내 우측으로 트이는 조망.
명덕봉 너머로 복두봉과 우측으로 살짝살짝 고개내미는 구봉산.
고개내민 구봉산.
옥녀봉을 오르며...
내려다 보는 용담호.
안전밧줄이 쳐진 오름길을 통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옥녀봉을 올랐다.
삼각점이 있는 백비(白碑)에...
희미하게 '玉女峰'을 적었다.
그리고 매단 표지기.
진행하는 능선길에는 산죽이 있고...
옥녀봉을 등짐진 채 업다운이 진행된다.
전망바위에 올라 권형님을 불렀다.
권형님은 이리저리 카메라를 휘두르며 "니 어데서 이런 코스를 뺏노?"하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고...
나는 멀리 운장산·복두산·구봉산 방향으로 촉각을 곤두 세운다.
50년도 훨씬 넘은 아잇적, 이 산 저 산 헤매고 다니며 불렀던 '산사나이' 노래.
흥에 취해 그만 돼지멱따는 소리로 불렀다.ㅋ
< ♬- - - - - 어떤 바보가 산사나이 보고 미친놈이라 욕을 했소.
그러나 산사나이는요 웃으며 산에 가오. - - - - - ♪>
천혜의 조망처다.
형님께 카메라를 맡겼다.
암봉을 우회하며...
오롯한 능선을 이어가지만...
조심조심.
다시 우회...
암봉 좌측으로 산죽숲을 헤치며...
고개를 들어보지만 체력은 차츰 방전되어 간다.
"에엥~" 목덜미가 아름다워 '항가산'이라 했는데, 지친 체력으로 등정은 포기할 수밖에 없어 우회하는 길목에다 표지기를 걸었다.
이윽고 다달은 능선 갈림길.
능선갈림길에 '전주 한마음산악회' 표지기가 걸려있다.
가파른 능선에...
바위도 듬성듬성.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목사이로 옥녀봉이 고개를 내민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크게 미끄럽지는 않지만 엉덩방아는 어쩔 수 없었다.
산죽밭을 지나며 빨치산 이태의 '남부군'이 떠올랐다.
지칠 줄을 모르는가?
그게 아닐 것이다. 다만 끈기와 인내를 장착했을 뿐이다.
능선이 끝나갈 즈음, 능선을 가로막은 바위.
우측 산죽 숲을 조심스레 헤치며...
데크가 있는 반듯한 산책로에 내려섰다.
우측 위로 이어지는 반듯한 산책로는 '옥녀폭포'로 오르는 길.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산악회 버스가 '정천면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단다.
옥녀폭포로 조금 오르다 뒤돌아 설 수밖에 없어 자료화면을 올린다.
<자료화면>
옥녀봉 산내에 있는 이 폭포는 우기폭포다.
봄과 여름철 강우기에 유수량이 많아 40m 높이의 폭포수가 세찬 소리와 물보라를 일으켜 찾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겨울철에는 폭포가 얼어 기암과 함께 아름다운 빙벽이 된다.
이곳은 암벽등반인들이 빙벽등반을 위한 훈련장소로 자주 찾는 곳이다.<진안군 문화관광>
아쉬움을 뒤로 하고...
데크계단을 내려섰다.
곧 이어 이정표(옥녀폭포 0.8km)와...
옥녀폭포 산책로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180도 돌려 정치(正置)하였다.
바쁜 걸음으로 '진안고원치유숲'을 지나...
상항교를 건너고...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정천면 행정복지센터'에 닿았다.
박나형 작가가 쓴 '에펠탑에 가면 사랑이 있을까요?'란 책이다.
'한비야' 작가가 쓴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그러한 기분으로 이 책을 주문하였다.
작가 '박나형'은 내 바로 아래 누이동생의 딸이다.
이 책을 접하고 아주 기대에 차서 아내와 번갈아 읽고 있다.
누이 동생은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은 수원지법 판사로 ‘서울변회, 우수 법관 102명’에도 선정되었다.
자식농사를 잘 지은 편인데, 복이 적은 매제는 10수 년 전 먼저 떠나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한창 돈이 들어갈 무렵, 실직을 한 매제에게 제빵기술을 배울 것을 권유하였다.
그로부터 3개월 동안 여동생 부부는 우리 가게에 매일 출근해 빵기술을 익히게 된 것.
그렇게 빵을 만들어 남부럽지 않게 자식을 키웠다.
할머니가 된 여동생은 지금도 빵을 굽고 있다.
첫댓글 수고했습니다.
행복한 월요일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