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태안 솔향기길, 부산 갈맷길 등등 걷기여행이 대세를 이루면서 구석구석 ‘걷기 좋은 길’이 늘어나고 있다. 모처럼 사유에 젖으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건강도 다져보기 좋은 것이 걷기 여행이다. 대구시에 가면 근대문화를 찾아가는 골목투어를 즐겨보자. 문화관광해설사를 따라 역사의 향기를 맡으며,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 보면 여행의 참 맛을 깨닫게 된다. 대구에는 이곳 말고 팔공산 올레길, 김광석 벽화길도 있다.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골목투어
대구의 도심문화탐방 골목투어는 크게 두 가지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제1코스의 주제는 ‘달구벌, 그때 그 시절’로 달구벌의 기원, 조선시대 때의 면모, 근대 상업발전의 모습 등을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경상감영공원이 투어의 출발점이다. 대구근대역사관, 향촌동, 대구역, 종로초등학교, 달서문, 섬유회관, 오토바이골목, 삼성상회 옛터를 차례로 돌아 달성공원에서 마무리된다.
<선교사 주택>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제2코스는 이보다 더 인기가 높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있는 청라언덕의 선교사주택에서 출발한다. 3.1만세운동길과 90계단,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고택, 성밖골목, 제일교회, 종로를 거쳐 진골목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00년의 역사를 따르는 이 골목길은 ‘100년사 골목’이라고도 불린다. 총 2km 정도를 걷게 되며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하면서 각 장소에 얽힌 사연과 일화들을 들려준다. 한 바퀴 돌고나면 팔공산을 품은 도시, 섬유패션의 도시, 고속도로에 포위된 도시 대구에도 이렇게 속 깊은 데가 있었나 하며 매력에 빠지게 된다.
<3.1운동 90계단>
선교사주택 사이에는 ‘동무생각’이라는 시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앞에서는 누구나 이은상작사 박태준작곡의 가곡 ‘동무생각’을 불러보지 않을 수 없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계성학교 음악교사였던 박태준은 인근의 신명학교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그 고백을 듣고 국어교사였던 이은상이 노랫말을 지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상화고택 입구의 벽화>
정갈하게 단장된 이상화시인의 고택 앞에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그의 대표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골목투어는 미도다방(053-252-9999)에서 약차를 마셔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35년간 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마담 정인숙씨의 정감이 가득 들어간 한 잔의 약차를 마시면 걷기의 피로가 말끔히 가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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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다방 정인숙 마담>
이 봄날에 골목투어를 마치고 벚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싶은 여행객들에게는 이월드(예전의 우방랜드), 앞산공원, 두류공원, 금호강 및 신천 둔치 등을 봄내음길 명소로 추천한다.
8개의 팔공산 올레 코스
팔공산(1,193m)은 대구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 팔공산을 중심으로 8개의 올레 코스가 개발돼 있다. 지도를 펴든 여행객들은 저마다 어느 올레를 걸을까 고민이 커진다. 방짜유기박물관 입구에서 북지장사로 이어지는 길이 팔공산올레 1코스이다. 진입로에 들어서면 ‘시인로’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김수영, 천상병, 이상화, 김지하, 정호승, 김춘수, 윤동주, 고은 등 친근한 시인들의 육필원고가 화강암에 새겨져 있다.
<팔공산>
2코스는 팔공산 산세를 보며 걷는 명품 길이다. 지묘동 신숭겸장군 유적지에서 한실골, 용진마을을 거쳐 노송들이 우거진 파계사에 닿는다. 신숭겸장군유적지에는 신숭겸나무인 배롱나무와 왕건나무인 팽나무, 사당과 표충단이 있다.
3코스는 미곡마을에서 출발, 부인사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용수동 당산, 신무동마애불을 지난다. 봄날의 벚꽃, 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운 길이다.
4코스는 평광동에 있는 왕건길이다. 사과밭, 첨백당, 광복소나무, 재바우농원의 우리나라 최고령 홍옥사과나무, 신숭겸장군을 추모하는 모영재 등이 이 길을 빛내준다.
5코스는 비교적 완만해서 온가족이 걷기에 적당하다. 농촌체험마을인 구암마을이 출발점. 내동마을, 추원재, 성재서당을 경유한 뒤 미대동에서 마무리 짓는다.
6코스는 삼국시대에 조성된 수백 기의 고분이 몰려있는 불로동 고분군을 출발, 단산지가 있는 봉무공원과 만보산책로를 지나 봉무동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동화사>
동화사집단시설지구에서 시작되는 7코스는 깔딱고개를 넘어야 한다.
수태지에서 첫걸음을 떼는 8코스는 부인사 답사 후 팔공산순환도로 가로수 길을 따라 동화사 종점 정류장으로 돌아온다.
작고한 가수 김광석의 모습이 그려진 방천시장 골목
중구 대봉동의 방천시장은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3대 시장이었다. 여행객들은 반찬가게, 떡집, 식육점, 통닭집, 김밥집 등 어느 시장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가게들을 기웃거리다 1996년 작고한 가수 김광석을 그린 벽화골목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 길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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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한 가수 김광석은 이 시장 근처의 번개전파사집 아들로 1964년에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서울로 올라갔고 1996년 이 세상을 뜰 때까지 가수로 활동했다. 그같은 인연이 있어 방천시장 골목에 김광석이 그려진 것이다. 환하게 웃는 김광석, 기타 치는 김광석, 이등병 모자를 쓴 김광석…. 그 골목을 걸으면 ‘거리에서’, ‘변해가네’,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등 살아 생전 그가 남기고 난 노래들을 흥얼거리게 된다.
방천시장에는 공방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캐리커처, 커피교실, 나도 사진작가, 규방공예, 도자기 핸드페인팅 체험, 만화캐릭터 소품만들기, 솟대만들기 등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경제인 김우중씨가 신문팔이를 했고 가방장사를 했던 아버지를 둔 전 야구선수 양준혁씨가 뛰어다닌 방천시장. 이제는 쇼핑하는 재미에 공방 체험도 하고 벽화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대구의 맛
대구 사람들은 ‘대구 10미’라고 해서 열 가지 맛을 자랑한다. 따로국밥, 복어불고기, 뭉티기, 동인동찜갈비, 누른국수, 납작만두, 소막창구이, 야끼우동, 무침회, 논메기매운탕이 대구를 대표하는 10가지 음식이다.
그 중에서 중앙로역 근처의 원조국일따로국밥(053-253-7623)이 65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1946년 고 서동술씨가 국밥을 선보인 이후 지금은 손자가 맛을 이어간다. 서울의 음식으로 비교하자면 육개장에 가까우나 고기를 잘게 찢지 않는 것이 다른 점이고 반찬이라야 김치와 깍두기뿐이다. 기호에 따라서 싱싱한 생부추를 넣어 먹어도 좋다. 밥도 한참 전에 지은 밥이 아니라 손님의 드나듦에 따라 그때그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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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 인근에 동인동 찜갈비골목이 형성돼있다. 벙글벙글식당(053-424-6881)의 경우 46년 전부터 찜갈비장사를 시작했다. 서민적 음식이 대부분 그렇듯이 찜갈비 역시 식당 인근에서 전기공사를 하던 사람들을 상대로 양은그릇에 매운 고춧가루 양념을 한 갈비를 담아 연탄불로 구웠다. 그것이 경상북도를 비롯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최근 들어서 벙글벙글식당은 찌그러진 양은 냄비 대신 하얀 스테인리스 냄비에 갈비를 담아낸다. 양은 냄비보다 보기에도 좋고 식는 속도도 느려서 손님들이 좋아한다.
<여행정보>
◎ 대구광역시청 관광문화재과 053-803-6512
◎ 대구광역시 중구청 골목문화 담당 053-661-2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