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사모님 천국 가는 길 환송하며
오늘은 청년회 수련회로 분주한 날이다. 여전도회 회장단 기도회가 겹치는 관계로
점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하고,
목사님께서 특별히 당부한 일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므로 모든 준비를 끝내고
핸드폰을 여니 이정선 목사님께서 보낸
이명희 사모님 부고 알림이 문자에 전송되어 있다.
사모님께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명절을 핑계로 찾아뵙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 죄인 된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기도회를 마치고 회장단일원은 교회개척에 젊음을 바친 이신해 권사 병문안을 위해
영종도로 가고, 나는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버스로 가려던 마음을 바꾸어 당산에서 지하철환승을 했다
이대역에 하차하여 장례식장으로 가던 발길 돌려 이화여자대학교로 갔다.
입춘은 지났으나 교정이 쓸쓸하다
삼성교육문화관에서 길을 건널 생각을 하고 언덕을 오르는데 바람이 등을 떠민다.
김활란 초대총장 동상 앞에 이르렀을 때 묵념을 올렸다.
종처럼 살아오던 한국 여성들을 문명의 세계로 이끌어 내는 일에 한 몫을 감당하신 분,
이명희 사모님도 일찍이 신여성의 길 선두에 서서 전도사로 기독교 교육에 앞장서신 분 아니던 가.
자신의 인생 뒤로하고 목회자의 아내 되어 목회를 잘 할 수 있도록 내조하고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낸 것만으로도 존경받을 일이다.
이제 이 땅의 사명을 마치고 주님께로 가는 길
부끄러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떠나는 길 영정 앞에 선다는 것이 죄송하고도 미안해 교정을 거닐며
지난 날을 회고해 본다.
어느 해인가 강화도 나들이 때 은행잎 휘날리던 나무아래서 주고받던 이야기가
기억의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난 말이오. 남편보다 나이가 더 많다오
그래서인지 늘 동생 같고 보호해줘야 할 것은 여린 남자로 보여
말 다툼한번 해보지 않고 살았다오.
이제 황혼의 길을 걷는 인생
이 땅에서의 삶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으나
내가 먼저 떠났으면 하는데 그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어야지요.
회상에 젖어 말끝을 미소로 맺었다. “
따님이 나와 동갑이라며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고 아껴주던 분인데
생전에 다 나누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
기도로 대신한다.
천국에서 안식하소서.
주님 품안에서 평안하소서.
잔디밭 회원들과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장례식장으로 갔다.
생전에 그랬듯이 꽃에 쌓여 미소로 반기는 사모님
무슨 말이 필요할까
천상의 언어인 눈빛만으로도
마음과 마음은 교통이 이루어지는 걸
목사님도 가족들도 고인을 보내드리는 마음이 밝아 보여
미안했던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동화경모공원에 모셔진다니 감사하다
이곳은 이북5도민을 위한 지상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건너편에 헤이리 마을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목사님께서는 장대현 목사님이 소천 하셨을 때도
백승인 권사님이 소천 하셨을 때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취침나팔에 관해서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음의 귓가에는 목사님께서 연주하는 취침나팔소리가 은은하게 울린다.
잠깐의 이별 천국에서 만날 날 기대하며
축복을 빌며 환송하는 연주소리가
2019. 2. 14일 신재미
밀-하늘가는밝은길이.mp3
음악 파일은 고인의 남편 되시는 김연기 목사님께서 아카펠라 4중창으로 부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