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부인 / 김광욱
내가 아는 부인은 오십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은 미혼 부인이다
사람들은 그 여자를 부인이라고
지칭하진 않지만 부이임에 틀림없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자녀도 없고
남편도 물론 없지만
그 여자를 만나면 나는 부인이라고 부른다
그 여자는 우리 동네 바로 우리 집 다음 골목
첫번째 집에 살고 있다
시내에 자그만 옷가게를 하나 가지고
그걸로 먹고 사는 모양이나
나는 그 옷가게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가 본 적도 없다
여성 의류만 판매하니 찾아갈 일이 없어
작고 멋진 가게라고 상상만 할 뿐이다
옷가게를 하기 때문에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을 것 같지만
그 부인은 일하는 가정주부처럼 털털하게 차리고
흔한 자가용 승용차도 없다
어느 날 그 부인과 시내버스에서 만났는데
너무 예쁜데 놀랐다
가까이서 보니 부인은 미인이었고
쌍까풀눈이 아름다웠다
호수를 닮은 눈이었다
처음으로 옆자리에 가까이 앉아 세상 사는 얘길
이십여 분 동안 나눴는데
짧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고독이란 뭘까
내가 시인이란 걸 알고 그걸 묻던 부인
항상 인사성 밝고 명랑해 보여서
그 부인의 모습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그 고독을 왜 물었을까
그래서 나는 그 답을 해 주려고
지금 이 시를 쓰고 있다
그 여지가 감동할 만한 저리저리한
고독의 시를 써서 선사하려고
며칠째 두문불출이다
고독은 슬픔이나 기쁨처럼 답이 없는 단어다
행복과 불행도 마찬가지
질문만 있고 답이 없는 그 의미를 찾아
예술가들은 우주를 방황하고 있지 않는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