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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
안녕 여시들?
암살 볼까말까 고민하면서 보는걸 미뤄왔었는데 어머니가 올라오신 차에 하정우 좋아하는 울엄마를 위해 같이 보고 왔어.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실망스러웠음.ㅋㅋㅋ
근래 들어 한국영화를 보고 실망하지 않은 적이 드물었음에도 한국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참 좋아했기에 기대를 놓을수가 없었는데, <암살> 관람으로 인해 이제는 그만 그 기대를 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구.
난잡한 연출, 진부한 시나리오, 지지부진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짜게 줄 수 없게 만드는 소재라 더더욱 실망감이 컸고. 시대정신 및 도덕성을 함유한 영화를 만드려면, 적어도 이보다는 많은 고민이 녹아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작품성을 논외로, 이로써 한번 이슈되었음 그것만으로 가치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시대는 이미 훌쩍 지났다는 게 사견. 더군다나 국사/근사를 배운 입장에서 난 이 영화가 더더욱 실망스러웠음. 이건 글 말미에 더 자세히 기술하도록 할게.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는 관계로 내가 평균보다 클리셰를 진하게 느꼈던 걸수도 있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클리셰가 참 진하더라.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또 가볍지도 않게 극을 전개하고픈 감독의 마음이 눈에 어른거리는듯했으나 그저 감독의 욕심인걸로... ㅎㅎ 많은 영화들이 재미면 재미 / 감동이면 감동 / 오락이면 오락 / 드라마면 드라마 한 가지만 집중해도 벅참에도 다 잡으려 들다가 stuck in the middle에 빠지곤 하는데, 암살도 마찬가지였다고 봐.
이 영화의 맹점 하면 또 인물의 평면성 및 여러 모순점들. 상관을 쏴죽이고도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던 옥윤(전지현 역)이 유독 하정우(극중이름이 안나옴ㅠ) 앞에서 여자가 되는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가장 드라마틱한 캐릭터" 하정ㅇ우였어ㅋㅋㅋㅋ 살부계가 실패로 돌아가고 허무주의에 빠져 살인청부업자가 된 유학파 지식인의 비현실적 설정은... 음 감독이 추구한 것이 난투전에서의 마초이즘인지 여심잡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캐릭터의 비현실성 덕분에 시대극이 단숨에 픽션으로 승화했다고 생각해.ㅎㅎ 이정재 캐릭터 또한 이해 안가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바, 이건 거의 캐붕 수준? 궁지에 몰렸다고 피를 나눈 전우에게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가 하면, 김구선생님이 자길 의심한다며 난데없는 멘탈붕괴를 겪고;; 또 아편소굴에 들어가서는 독립운동 실태에 대한 난데없는 비판을 함. 아니 비판이고 멘붕이고 다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일진대 이 캐릭터가 한 행동들은 독립군 측에 애정이 없어야만 가능한 것들 뿐이었던고로...캐붕도 캐붕이지만 이 감독이 이정재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뻔한 기회주의자"인지 "타도해야 할 절대악"인지 나는 결국 극이 끝날때까지 파악이 안 되더라구. 또 아쉬웠던 점이라면 이정재 이경영(강일국 역) 캐릭터를 통해 "악의 평범성"(by 한나 아랜트)을 나타내 주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 한나 아렌트가 나치즘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어떤 특이한 괴물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소시민적 우리라는 것을 지적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평면적 악역을 내세운 친일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인간성에 대한 본원적 고찰이 들어가 있었음 좋았을법 하다는 생각이 드네. 이정재, 이경영 캐릭터가 너무 극적이라 외려 현실과의 극간이 더욱 벌어진 느낌이었기에. 정의의 화신/악의 현신, 이처럼 뚜렷한 선악의 이분법이 영화의 단계를 무거운 추처럼 짓누르고 있다고 여겨졌었어.
뭐 한국표 사극 블럭버스터(?) 에 자주 출연하시는 오달수, 조진웅씨를 비롯한 조연분들은 극중이름과 대사만 바뀌었을 뿐이지 캐릭터는 그대로셨구요. 더군다나 인물들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걸 보며 헛웃음이 나왔음. 애초에 이 인물들이 다 등장할 필요가 있었나? 일전에 본 <군도>나 <광해>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암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극의 긴장감 및 주제의식 부각을 위해 인물을 학살한다는 느낌을 받음. 애초에 독립운동이랄게 복잡다단한 스토리가 필요치 않는 것이긴 하나 좀더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있었더라면 하는 (결코 작지 않은) 아쉬움이 남아.
연기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은데...이정재나 전지현의 초기 작품들부터 보아왔지만, <암살>에서 그네들의 연기는 전혀 진일보하지 못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야. 이정재의 연기는 신세계/관상/도둑들에서의 그것, 전지현의 연기는 베를린/도둑들에서의 그것, 하정우의 연기는 범죄와의전쟁/군도 등등에서 보여준 것들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졌기에. 심지어 그들의 캐릭터마저도. 전젼-이정재가 나와서 말인데, "시월애"같은 그들의 초기작을 봐도 이정도 연기는 했던 거 같거든? 그냥 누구를 연기해도 "이정재" "전지현" "하정우"가 아니라 완연히 그 인물 자체가 될 수 있어야 진짜 명연기라 생각하는바, 세 배우 모두 그 반열이라 이르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 간단히 몇자만 언급하자면...이정재/하정우의 경우 간간히 보이는 현대극같은 연기. 전지현의 경우 만주출신이었음에도 완벽한 서울말 구사. 극 초반에 잠깐 북쪽억양을 썼던거같은데 어느샌가 서울말씨를 쓰더라구? 이외에도 캐릭터 자체의 입체감을 전연 부여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는데 이게 옥윤이란 캐릭터의 문제인지, 감독이 부러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하라 했는지, 지현언니가 해석한 옥윤이 그런 느낌이어서 그리 표현한건진 모르겠음. 다만 영화의 의도가 정녕 일제에 대항한 청춘들이 얼마나 값지고 아까웠는지 표현하는 것이었더라면 그들을 마냥 영웅적으로 묘사하기보단 좀더 인간적이고 서투르게 묘사하는게 효과적이었을 거 같아. 그래 뭐 상업영화에서 잘 팔리기 위해 존멋존잘존쁨을 표현하는게 어떻게 보면 필수불가결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내가 워낙, "감동이란 현실 속에 있다"고 굳게 믿는 측이라 이런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듯.
영화를 보며 탄식했던 몇 장면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애정씬...ㅎ 그냥... 최동훈 감독님은 이제 애정씬 연출은 안 하시는 걸로.... 사활을 건 결투중에 갑자기 애정전선이 웬말이요ㅠㅠㅠㅠ 무엇보다 대사까지 구려서 충격받음. 이감독님 도둑들에서도 김혜수-김윤석 애정씬 이 비스무리하게 표현하신거같은데..큼큼..그거 아닙니다..
앞서 국사/근사를 배웠기에 더더욱 이 영화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었지. 그 첫째 이유는, 독립운동의 실제와 영화와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야. 쾅쾅 터지는 효과와 일당백 주인공은 무릇 상업영화의 꽃이지만....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그렇게 수류탄이고 기관총이고 권총이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 말로만 "가난한" 독립운동이었지 표현에서 보여준 것은 굉장히 "때깔 났다"고 생각함. 독립투사의 위용은, 불타오르는 화염이나 뛰어난 사격실력에서 나타나기보다는, 디스토피아적 환경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인간의지 그 자체에서 기인한 것 아닐지? 앞서 말한 바와 일맥상통하는 바지만...난 화려한 액션만큼이나 그것을 묘사하는데 주의를 기울였으면 했었음.
둘째 이유는 용두사미식 결말. 총 몇십 발을 맞아도 죽지 않는 하정우에 독립운동 정신을 투영하였고, 백의가 펄럭거리는 넓은 들판에서 이정재가 죽음으로써 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친일의 표상을 처단하는 의미를 부여한 것은 잘 알겠으나.... 내가 개인적으로 예상한 결말은 조금 달랐거든. 김원봉이 사진 찍자고 할 때 이게 결말에 쓰이겠구나, 넘겨짚고, 예상컨대 결말에서 독립 후 김구와 김원봉이 독립투사들을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던 중 그게 줌인되어 사진이 한장한장 촤르르 넘어가면서 그들의 죽기엔 "젊은" 나이 <-> 이정재를 비롯한 친일인사들이 "천수"를 누리고 죽은 나이를 대조시킬 거라 생각했었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정재를 죽임으로써 영화의 소명은 외려 완수되지 못했다 생각함. 관객들은 이미 이정재의 죽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거거든. 영화가 현실에서 힘을 가지려면, 이정재는 극중에 살려두고 그 분노는 관객들이 현실로 가져갔어야 하는게 더 합당하다고 봄.)
김원봉과 김구의 씬도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많은 바,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이게 바로 메세지다!!" 알려주기보다는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게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해. "이들은 모두 잊혀지겠죠." 라고 소리치는 건 영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표현이기에.
무튼 결론은,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평점이 이정도인건 화려한 배우군단과 불가침의 소재 때문인 것일까 하는 의문만이 남았다고 한다.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난 예술과 시장논리가 조응하는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영화의 예술적 이미지는 더 이상 감각적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변용된 이미지로서, 피상적 접근만으론 판독될 수 없는 심층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 요컨대, 훌륭한 예술적 이미지는 육안으로 '보는' 대상에 그치지 않는, 심안으로 '읽어야' 할 일종의 텍스트인 것이다." 라는 일각의 예술사관에, 나는 깊이 동의하는 바이거든. 잘 팔리니까, 상업영화는 어쩔 수 없지, 이러저러한 이유를 용인한다면 결국에 우리가 가지게 될 도덕적/예술적 상위선은 매우 조촐할 것이 분명하기에.
한줄로 평하자면,
- 도덕의 상업화, 영화의 공업화
개인적 평점
-★★★☆☆
완전공감. 똑똑하게 잘써줬다ㅎㅎ감독이 감을 잃은것같아..
오..여시 글 진짜 잘쓴당!!구구절절 공감갔오...!!
오 처음엔 마냥재밋기만 했는데 조곤조곤 말잘한다 어느새 끄덕끄덕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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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여시글멋지당 내가생각못한것도짚을수잇어서좋다 고마웡! 대형연어긴하지만..ㅎㅎ
나 오늘 암살보고 다른여시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찾아봤어 여시후기 고마워!
나는 오늘 암살보고 연어하는 중인데!! 어쩜 하나하나 공감간다ㅠㅠ 한국사 공부하면서 머리식힐겸 봤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나봐ㅠㅠ 남은 거라곤 실망감과 조승우... 조승우존멋... 영화를 보는 내내 모순점들 허점들이 계속 밟혀서 찝찝했어ㅠㅠㅠ 전체적으로 종이같은 영화라고 생각해 종이 위에 화려하게 채색했지만 얇고 허술한 영화같아8ㅅ8 뻔한 스토리와 뻔한 연출... 정말 소재로 인해서 평가가 높게 되는 영화인듯8ㅅ8 진짜 내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애정선?이 제일 별로였어ㅠㅠ
계속 이정재역에 분노를 느끼다가 마지막에 죽는 장면을 보고 허무했는데 그이유를 여시글 읽으니까 알겠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들이 많았어8ㅅ8 독립운동가분들 생활도 그렇구 이정재의 결말도 그렇구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