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줄거리
(01)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14
(02)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22
(03)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25
(04)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32
(05)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46
(06)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50
(07)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60
(08)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70
(09)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75
(10)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80
바나나를 가득 실은 배를 타고 우리는 호놀룰루를 떠났다. 아윽, 공짜니까 탔지 정말 끔찍했다. 바나나는 쳐다보기도 싫다! 그것만 제외하면 특별한 문제 없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대단히 부산스러워 보였다. 모든 곳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온갖 기계가 땅을 깎고 바다를 메우고 있어, 하루가 다르게 모습이 변하는 마을이었다. 신작교 근처를 둘러보러 나간 나는 그곳에서 주정뱅이 네덜란드인(하지만 지금은 아메리카 사람이 된)을 만나 기분이 상할 뻔했지만, 그의 부인을 보아 그냥 넘겼다. 이색적인 모습의 그의 아내는 아메리카 원주민이었는데, 그로부터 강제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아 그에게 미안해진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들과 작별한 나는 이제 포그 씨와 이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일지 또 정해야 하는데…
......
“아메리카 횡단에 있어 자네 의견은 어떤가?”
“북으로 가서 캐나다를 넘든지, 바로 합중국을 가로지르든지. 합중국 남부로 가느냐 북부로 가느냐의 차이는 있겠죠. 아니면 남아메리카로 완전히 길을 트는 방법이 있는 건데요. 저야 주인님의 결정을 따를 뿐입니다만…….”
나는 잠시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자금 문제에 관해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해 드리자면, 엽총은 샌피드로나 위니펙에서 팔기에 좋고, 혹 휴스턴에 간다면 우리가 주웠던 기념품을 팔 수 있지요. 개인적으로 팔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렇지 않으세요? 술드는 솔트레이크에서 비싸고…이것도 팔고 싶지는 않은데요…혹시 아카풀코나 샌피드로로 가시겠다면, 제가 장에서 봐 둔 것이 있으니 그것도 사다 팔도록 하겠습니다.”
“흐음…횡단철도로 솔트레이크시티까지 가세.”
나는 걱정을 떨쳐내지 못한 채, 그의 말을 따랐다.
돈을 탈탈 털어서 또 가 봅시다!
오후 04:29
운 좋게도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제때에 도착했다. 덕분에, 정차역이 몇 개밖에 되지 않아 뉴욕까지 여드레 만에 갈 수 있는 대륙 횡단철도를, 그것도 첫 열차를 잡아 탈 수 있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포그 씨는 자신이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점심 때, 내가 신경 쓰지 못한 사이에 좀 찜찜해 보이는 굴 요리를 먹고 만 것이다. 나는 매우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주인님에게 시원한 옷과 설탕을 약간 탄 차를 갖다드렸고, 그는 기분이 한결 낫다고 말했다.
......
깜박 잊었습니다. 우리 주인님은 이런 사나운 꼴을 보이는 걸 싫어하시는데. 너무 참견했네요. 관계가 약간 서먹해졌습니다.
승객 듀랜트(Durant) 씨를 만났습니다.
......
“솔트레이크 시에 대해 잘 아십니까?”
“솔트레이크는 지금 교통의 중심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소.”
“솔트레이크에서 앨버커키까지 갈 수 있겠지요?”
“물론이지요. 궤도차(railcart)로 갈 수 있다오. 이봐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내 아버지가 누군지 생각나는 게 없으시오?”
“네? 모르겠습니다만. 잃어버리셨습니까?”
“하! 됐소. 그럴 리가 있나. 아버지는 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요.”
“아, 그러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앨버커키 이야기나 해 주시죠.”
갑자기 웬 자랑이야!
“뭐, 앨버커키의 리볼버가 뉴올리언스에서는 잘 팔린다는데.”
“그런 장사를 하려면 댈러스 쪽으로 가야겠군요? 앨버커키에서 댈러스로 가는 길이 있습니까?”
“그렇소. 앨버커키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가 텍사스에 갈 일이 생기면 태평양 철도로 댈러스까지 부리나케 달려가신다오.”
“댈러스에서 휴스턴도 갈 수 있고요?”
“그렇소. 댈러스와 휴스턴을 잇는 텍사스 철도의 건설에 도움을 준 여성을 알고 있소.”
샌피드로-앨버커키-댈러스-뉴올리언스, 댈러스-휴스턴 경로를 파악했습니다. 사실 전에 열차 시각표로 보아 알고 있던 것들이죠. 다시 기록해 두는 것뿐입니다.
솔트레이크-앨버커키 경로,
샤이엔-댈러스-휴스턴 경로도 확인했습니다.
오후 23:50
첫날은 꽤 재미있었다. 아메리카의 열차는 확실히 유럽 열차에 비할 바는 못 되었지만, 그들의 노력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붙어 있는 포스터에서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풀먼 호화 침대차(Pullman's Palace sleeping cars)’
(주: 풀먼 호화객차사라고 할까요. 철도 열풍이 불던 19세기에 이름을 날린 실존 궤도 차량 제작사입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풀먼_회사 https://www.midcontinent.org/rollingstock/builders/pullman1.htm)
조금도 호화롭지 않았다. 그래도, 최소한은, 실용적이었다 하겠다.
높은 산맥의 그림자 아래에서 열차가 길게 뻗은 사막을 가로질러 달리는 동안,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나는 창문 너머로 저 반대편까지 끝없이 펼쳐진 이 생기 없는 광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과연 사람이 이렇게 넓은 빈터에서 살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DAY 43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오랜만에 주인님과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아, 파스파르투.”
“무슈,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면도해 드릴까요?”
“믿어도 되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루 이틀 보셨습니까?”
나는 깔끔하게 면도를 마쳤다.
“기분이 좀 어떠세요?”
“아주 좋군!”
“좋습니다. 타임스 지에서 목적지에 관해 보신 건 없으십니까?”
“있지. 솔트레이크 시가 모르몬 도시인 것은 알고 있겠지? 그곳에서는 복혼(複婚)이 기본이라는군!”
아주 좋군!
오후 04:11
우리와 함께 가는 승객들의 구성은 매우 신기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 온 금은 시굴자와 개척 자영농(주: Homesteader. 일명 홈스테드 법에 의거하여 나라로부터 서부의 미개지를 받아 개척하고 소유권을 획득, 농사를 짓는 사람입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홈스테드_법), 농사꾼들이 있었고, 모르몬(Mormon) 교도, 선교사, 군인에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니는 신사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섞여 있었다.
나는 짙은 붉은빛 보닛(bonnet.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17XX48903127)을 쓰고 다른 이들까지 흐뭇하게 만드는 웃음을 띠고 있는 젊은 흑인 여자를 보았고, 나 역시 활짝 웃어 주었다. 그의 이름은 다이애나(Diana)였다.
“샤이엔에 있는 남편을 보러 가는 길이랍니다.” 그가 말해 주었다.
“그이는 뉴욕에서 건설 공사 일을 했어요. 하지만…뉴욕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거든요. 이제 이사할 만큼 돈은 충분히 모았답니다.”
“왜 안전하지 않지요?” 나는 순진하게 물어보았다. 나는 아메리카의 소식이나 역사에 관해서는 대강 아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에서 징병 거부 폭동(Draft Riot. https://en.wikipedia.org/wiki/New_York_City_draft_riots)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어요?” 그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뉴욕은 항상 연합(Confederate)에 동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연방(Union)에서 뉴욕 사람들을 징집하기 시작하자 폭동을 일으켰지요. 그들은 흑인을 죽이고 집을 태웠어요. 그래서 남편은 그 뒤로 안전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이제는…샤이엔으로 이사하니까요.”
그는 행복감에 가득 차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뉴욕이 아니라면 어디로 갈 수 있습니까?”
나는 우리의 앞길을 생각하며 물었다.
“뉴올리언스요.” 그가 답했다.
“벌링턴에서 외륜선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려가실 수 있어요.” 그는 웃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도 그 나름대로 위험하답니다.”
아하! 벌링턴-뉴올리언스 경로가 있었군요. 갑자기 포그 씨와의 관계가 개선되는데, 왜일까요. 정보를 알아 와서?
우리는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낮도 다 지나 저녁이 될 무렵 우리는 솔트레이크 시 근처 오그던(Ogden)의 역에 도착했다.
솔트레이크 SALT LAKE (CITY)
모르몬의 본사(本寺)에 들어왔습니다. 보이는 것은 아마도 모르몬의 솔트레이크 성전이겠지요?
시장이 파하기 직전에 들렀습니다. 좋은 물건이 많습니다. 밀랍 원통과 하모니카 모두 시카고와 뉴올리언스에서 잘 쳐 준다고 하고, 목화는 워싱턴에서 비싸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살 여력이 없습니다.
술드를 팔아 370 파운드를 벌었습니다. 흑흑, 골란드! 주인님 미워!
......
오후 07:30
호텔 아래층 방에 앉아, 나는 평원을 바라보았고 이 평화로운 마을의 적막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심술궂은 미소를 띤 한 아가씨가 다가왔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그렇고말고요.”
그는 미소를 띤 채 내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여행객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세계일주를 하신다고요.”
“맞습니다.”
“전세계를요? 정말 멋진데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s)에서 두 분의 이력을 기사로 냈답니다. 당신들은 세계적인 화제라고요.”
“국제적인 기사거리가 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내가 털어놓았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모험에 지치신 것처럼 들리는군요.”
“당신이 누구신지 말씀하시죠.” 내가 말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의 모험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확실히 피곤한 일이다.
“저는 마드무아젤 다이앤 영(Diane Young)이라고 해요.” 그가 말했다.
“아버지는 대장공이시고 어머니는 농장에서 작물 수확을 하는 일꾼이세요.”
“평생 솔트레이크 시에서 사셨습니까?”
“맞아요. 이곳에서 태어난 자녀 1세대 중 한 명이죠.”
“그래서, 여행이 하고 싶으세요?”
그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내가 정곡을 찔렀음을 깨달았다.
“진심이에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식구들이 여기서 하는 일, 여기서 만들고 있는 것들 모두가 너무 중요해요. 그 일들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성심성의를 다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상황이 지금과 달랐다면, 제가 왜 당신 코트 끝자락을 붙잡고 이러겠어요. 무슈, 유럽의 모습을 좀 들려주세요.”
“그렇다면 직접 가 보셔야지!” 내가 주장했다.
“아니오, 무슈. 그럴 수는 없어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결국 사람들의 필요를 무시하고 저의 욕망을 우선시할 수는 없어요.”
그는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도 욕망을 좇아 움직인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무슈?”
“나는 자유인이오.”
“그럼 포그 씨 곁을 벗어나세요. 여기 머무르시면서 가족을 꾸리세요.” 그가 답했다. 그의 눈에 도전적인 기세가 어렸다.
“오늘 당장 결단하시죠. 정말 자유이시라면.”
“그러고 싶지는 않군요.” 나는 상냥하게 말했다.
“나는 런던으로 돌아가고 싶소. 80일 내로.”
그는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무슈. 그럴 줄 알았어!”
저녁이 되었다. 아가씨는 일어나서 작별을 고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bon voyage)고 말했다. 나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그는 나를 너무 뚫어질 듯이 바라본다!
DAY 44
오전 06:34
열차는 오그던에 섰기에, 솔트레이크 시로 가려면 샛길을 따라 조금 움직여야 했다.
주변 토지에서는 경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큰 목장들이 있고, 넓은 밀밭과 옥수수밭이 거친 길옆으로 나 있는 덤불과 아카시아(주: 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라고 하는 것(원래 이름은 아까시)과는 다릅니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모르몬 부락에 관하여 말하자면, 나는 교회가 적어 놀랐다. 하지만 그들 공동체에게는 교회 하나면 족한 듯했다. 확실히, 마을의 인구밀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모르몬교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에 관해서는 흥미가 동했고, 그래서 장로 윌리엄 히치(William Hitch)가 마을회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참석했다. 그는 모르몬 교주들이 합중국 정부로부터 겪은 박해를 길고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조제프 스미스(Joseph Smith. 교조(敎祖))의 이야기였다. 그는 버몬트(Vermont)의 농부였으나, 천상의 사자(使者)로부터 ‘주님의 연대기(Annals of the Lord)’를 받은 후 1825년에 영적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 신흥 종교의 존재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유럽에서는, 신앙이 참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최소한 수천 년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또한, 유럽의 거리들도 그만큼의 역사는 가지고 있다. 반면에 아메리카는 더 ‘젊은’ 나라이고, 그래서 내가 만난 아메리카인들도 이런 신앙을 믿는가 싶다.
흐흠, 솔트레이크-샌피드로 경로를 알았습니다. 이상하게도 라스베이거스는 경유하면서도 하차할 수가 없습니다.
오전 10:36
나는 시각표와 요금을 알아보고 착잡한 기분이었다. 포그 씨는 무슨 생각인 걸까? 나는 보고를 위해 포그 씨에게로 돌아갔다.
“주인님. 여기서 조금 더 머물러야 하게 생겼습니다.”
그는 표정의 변화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출발하는 편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자금이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당장 대륙 횡단열차를 탈 수가 없습니다.”
“앨버커키로 궤도 마차를 타고 갈 수는 있다고 합니다. 모레 출발합니다.”
......
궤도 마차가 마차철도인 걸까요. 돈이 없으니 협상은 하나마나입니다.
“그게 아니면 샌피드로 쪽으로 가 볼 수 있고요. 솔트레이크-샌피드로 열차가 있고 내일 발차합니다. 간다면 이번엔 꼭 총을 파십시다. 호신이고 뭐고 당장 나앉게 생겼습니다.”
주인님은 왜 은행을 가지 않는 것일까?
“그렇군.”
포그 씨는 간단하게 답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첫댓글 어차피 돈없으니 어디루가든 똑같을덴데...
이러다 정말 옷까지 팔아 속옷차림으로 가야하나...
밑천이 모이지 않아서 장사도 못 하고 있네요.
@koringenieur 아예 몸까지 내놔야 하나...
@paul1117 몸을 팔 수는 없고, 호텔에서 일이라도 하라면 할 수 있는데. 일도 안 줍니다. ㅠㅠ
돈이 없으니 하인을 팔아야죠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은...안 됩니다!
잘못했다간 맨몸도 성치 못하고 도착할지도 모르겠네
주인님의 선택에 따라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