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돌로 만들어진 돌담이 아름다운 섬, 원도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정리한다. 시간을 보니 10시 30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에 올라탄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완도군 소속 섬 답사에 들어간다. 여수 삼산면 평도에서 완도군은 상당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거문도 옆에 위치한 초도를 기준으로 하면 바로 앞에 위치한 원도부터 완도군 금일읍에 속한다. 따라서 원도는 완도군의 극동 지점에 해당한다.

‘빙그레 웃을’ 완(莞), ‘섬’ 도(島).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중심에 완도가 있다. 완도군은 201개의 아름다운 섬들이 흩어져 있다. 55개 섬에는 사람이 살고 146개는 무인도다. 위치상 동북쪽으로 고흥군, 여수시에, 북서쪽으로 해남군, 강진군에 인접하고, 남쪽으로는 바다를 경계로 제주도 북제주군과 인접해 있다.
완도의 옥색 바다는 서해와 남해가 교차하는 청정해역으로 전복과 김, 미역과 다시마 양식으로 유명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완도는 전라도 강진 바다 복판에 있으며 육지와는 10리 거리이다. 신라 때 청해진으로서 장보고가 근거지로 삼던 곳이다. 섬 안에 좋은 천석이 많고, 지금은 첨사(僉使, 첨절제사)가 통솔하는 진영이 설치돼 있다’고 했다.
10시 30분 쯤에 평도에서 출발한 배는 상당한 거리를 달린다. 여전히 안개투성이라 주변을 구별할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안개만 아니라면 주변 섬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련만. 평도에서 원도로 이르는 해상은 외항에 속해 상당한 위험이 내포되어있다. 5톤도 채 안되는 배로 가기에는 사실 조금은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등대호는 잘도 간다.
안개 속에 몇 개의 바위섬을 지난 후 1시간 이상 달려 닿은 섬, 바로 ‘원도(圓島)’다.
섬 정상부분은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다. 선착장은 제대로 된 방파제도 없었다. 객선도 다니지 않는 그런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두 개의 방파제가 있는데 오른쪽은 시멘트로, 왼쪽은 돌로 된 방파제다. 그래서 선착장이 부실하여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배가 피항할 곳이 없다.
방파제에 배가 닿자 잽싸게 내린다. 짧은 시멘트방파제에는 나무로 된 가로등만이 세워져 있다. 방파제를 벗어나자 주변은 온통 매끈매끈한 큰 차돌투성이었다. 그리고 돌이 많아서인지 담장도 주변의 돌을 이용한 돌담이었다. 돌담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돌담이 지붕을 가릴 정도로 높아 지나가다가 유인도인지 아닌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아마도 태풍의 영향 탓이리라. 특히 해안가 쪽으로 성벽처럼 둘러싸인 돌담이 인상적이다. 돌담 가운데 위치한 바람개비. 바람이 없어서인지 움직임이 없다. 낭만적으로 보이는 이 바람개비는 실은 풍력발전시설이다.
원도에는 두 개의 발전시설이 있다. 선착장 앞 폐교자리에 위치한 태양광발전시설과 바람개비로 돌리는 풍력발전시설이 바로 그것이다. 두 가지 다 장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후의 변화다. 태양광은 햇빛이 있어야 하고 풍력은 바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햇빛이 없고 바람이 불 때는 풍력발전시설로, 바람이 없고 햇빛이 날 때는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몇 년 전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했지만 일조량이 좋지 않은 날에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어 그동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거주가구가 10가구가 되지 않으면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전기를 공급받을 수 없어 그동안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해왔다. 그것을 대체한 것이 바로 풍력발전시설. 작년(2009년) 9월에 설치되었다. 여기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2.4kW규모로 완도군은 작년에 원도 외 10가구 미만 7개의 섬에 모두 풍력발전기 2.4㎾규모 6기와 400w규모 13기를 설치했다.
이곳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너무나 조용한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바로 집 마당이다. 주변에는 널브러진 어구들과 방치된 각종 생활도구 등. 조그마한 섬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낯익은 풍경들이다.

너무나 많이 봐 와서 그런가, 이제는 감각도 없어진 것 같다. 그리고 여기는 그 흔한 고양이도 없고 인기척도 찾을 수 없다. 집집마다 태양광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문이 활짝 열린 채 방치된 집들. 깨끗하게 단장된, 더러 사람이 사는 느낌을 주는 집들도 있지만 사람은 없다. 분명히 사람이 사는 집이지만 잠금장치도 없고. 도둑맞을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빈 공터에 핀 이름모를 꽃들이 만발해 섬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든다.
바다를 바라보는 하얀 슬라브지붕의 건물. ‘원도경찰관출장소’라는 낯선 용어의 현판만 뚜렷하게 보일 뿐 하얀색은 색이 바랬고 문이 굳게 닫혀 더 이상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여기서 벗어나 안으로 더 들어가면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밧줄에 널려있는 옷들을 보니 그 사이로 아주머니 한 분이 일을 하고 있다.

집에 들어가 인사를 하고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7가구가 산다는데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남자는 네 명이라고 하는데 모두 바다에 낚시하러 갔단다. 그래서 지금은 여자들만 있다고 한다. 마침 이웃 아주머니가 온다. 요즘 이곳에 기자들이 많이 온다고 기자냐 묻는다. 아무리 봐도 취재거리가 될 섬은 아닌데. 다름이 아닌 풍력발전시설 때문에 몇 차례 이 섬에 와서 사진을 찍어갔단다.
원도는 섬의 생김새가 전체적으로 둥굴다 하여 두리섬으로 불려졌으며 행정상 원도라 칭했다고 전해진다. 장도와 함께 장원리를 이루었으나 지금은 별개의 원도리로 분리되었다. 40년 전에는 최고 30호가 살 정도로 해산물이 풍부한 섬이다. 30여 호 정도니 학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폐교가 되고 그 자리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섰다.
행정관할은 완도지만 약 3km 떨어져 있는 여수에 속한 초도 바로 옆에 있는 관계로 여수가 생활권이다. 그러나 황제도 뱃길의 최종 기항지인 원도는 매주 일요일 한 번만 배가 뜬다.

처음 섬에 들어온 시기는 조선시대 영조 때로 김해 김씨가 장흥에서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7가구 11명이 거주하고 있다는데 아마도 육지에 주소지를 두고 가끔씩 이곳에 와서 사는 그런 생활패턴인 것 같다. 한 겨울에는 숨을 죽이고 살거나 완도에 나가서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주민이 가끔씩 섬에 들어가 살 뿐 무인도와 다름없다.
경사가 완만한 지형으로 주민들은 농사와 해초를 채취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주요 수산물은 김과 미역, 톳, 토미, 전복이다. 섬에 있는 일부 바위가 전(前) 이승만 대통령을 닮았다 하여 이승만 바위, 운암바위로 불리고 있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선착장으로 나오니 다시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주변 바다는 전혀 보이지 않고 섬도 산중턱까지는 다시 안개 속이다.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안개가 짙어지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같이 동행한 기독교 사진가들은 이 모든 것이 예수님의 덕이라고 한다. 섬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데는 40여 분 정도 걸렸다. 물론 봤던 것을 다시 보고하면서 시간을 보낸 탓이다. 넓지 않은 관계로 30분도 채 안걸릴 그런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