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리웁고 가슴 아픈 것 (32편)
/ 모네타
피곤해서 얼마나 잤는지 모르지만
잠이 깰 때 즈음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정안 휴게소에서 20분간 쉬어
간다고 한다
해순이는 기지개를 켜고 눈을 부비면서
일어나 휴게소 화장실로 향한다
초겨울 날씨이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다
하늘은 온통 흐리기만 한데 아직
첫눈 온다는 소식은 없고 그냥 황량할
뿐이다
화장실에 갔다온 후 휴게소안으로 들어가
커피 한잔을 주문한다
커피 한잔을 쥐고 밖으로 나와
나무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푸른 초목을 자랑하던 산들은 앙상한
나목으로 변해있고
어쩐지 이가 빠진 것처럼
아니 머리털이 듬성듬성 빠진 것처럼
나목들 사이가 넓게 보인다
벌써 한 해가 갈려나................
참 빠르기만 한 것이 세월이다
옛날 중국 고사에 나왔던 글이 생각난다
‘아침에 일어나니 검었던 머리털이
어느새 백발로 변해있고
없던 주름살이 생겨 자신의 모습과는
맞지 않는 모습들로 한숨이 나왔다‘
라는 고사.
인생 살아봤자 고작 70여년
그래도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늘었지만
옛날에는 60을 넘기기가 힘들었다는 말을
나이 많은 사람들한테 많이 듣곤했다
수명이 늘었다 하지만
지금 나이에 접어드니 산 날보다
살 날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해순이를
우울하게 만든다
30고개를 찍고난 다음부터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다
내겐 언제 청춘이 있었지
과거의 기억만 새로워진다
쓸쓸한 중년의 나이
쓸쓸하고 황량한 겨울
주변 모드는 전부 다 우울모드로 변해가고
해순이의 오감을 슬픔으로 인도한다
기분이 마악 나빠질려고 할 때
해순이는 반쯤 먹다 남은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르고 곧 차는 서울로 출발한다
커피는 의자앞 걸이대에 걸어놓고
달리는 차밖의 풍경을 물끄러미 감상하던
해순이는 또다시 잠에 빠진다
아침부터 서둘렀던 피로가 누적된 것이다
차앞쪽 티비에서는 오락 프로그램을
방영하여 볼려고해도 눈꺼풀이 감긴다
서울에 도착할 즈음
해순이는 긴 잠에서 깨어난다
강남 고속터미널에 연결된 통로로 신세계
백화점으로 향한다
5층 아웃도어 매장에서 여기저기 점포를
둘러가며 등산복을 고른다
진열되거나 매점 직원이 권하는 옷들을
입어보지만 영 마음에 안 들고
마음에 든 옷들은 단가가 꽤 비싸다
2시간을 고르다 지치고 배가 고파 지하 음식물
매장으로 내려가 간단한 식사를 주문해
배를 채운 후
다시 올라와 보았던 옷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옷이 있는 매장에서 다시 옷을
입어보며 옷맵시와 돈을 저울질한다
딱 자기 취향에 맞지만 가격이 비싸다
‘사 아니면 말어
눈 딱 감고 사버리자
아니야 70만원이면 우리 애들 2달 용돈이잖아
가정주부가 너무 무리하는거야
그런데 지금 못 사면 언제 다시 살 수
있을까
마음 먹은 김에 그냥 사버려
정말 해순이 너 진짜 쫀쫀하다
맨날 그 모양이니 넌 무엇을 해도
무엇을 갖고 싶어도 주변에서는 너만은
늘 안 되는 줄 알잖아‘
해순이는 매장안에서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서
무수한 생각들이 지나가고 떠오른다
좀 더 싼옷들을 둘러보지만 지금 입은
옷만큼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다
갈등이 증폭되고 마음이 아파온다
자기의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이다
‘아니야
그래도 너무 비싸
다른 싼 옷을 찾아봐야지‘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옷을 벗어 매장
점원에게 다시 준다
“아니 손님
이 옷이 참 잘 어울리는데 마음에 맞지
않는 모양이지요“
“글쎄요
마음에는 맞는데 너무 가격이 비싸서요
약간 싼 가격의 옷을 찾아줘요“
“손님
비싸지만 지금 장만하시면 오랫동안
입으셔서 가격대비 실용성이 돋보일텐데요
이 옷은 많이 팔리는 옷입니다
모든 손님들이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결국은
이 옷을 사곤해요
회사에서 한정되게 생산한 옷이라 같은
옷도 거의 없고요
재가 손님에게 물건을 판다고 생각하지말고
그냥 속았다치고 사 보세요
그럼 절대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매장의 젊은 여직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가며 옷을 권한다
분홍색과 노랑색 줄무늬 검정색이 조화롭게
어울린 추동복 겨울 등산 겉옷이다
점원의 말을 듣자 해순이는 또다시 망설인다
점원에게 주었던 옷을 다시 받아
옷을 가슴에 대보며 망설인다
그러다 다음을 기약하고 다른 옷을 찾을려고
하는데 뒤에서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점원 아가씨
그 옷을 포장해주세요“
해순이는 깜짝 놀라 돌아보니 H이다
‘아니 언제 왔지
왜 온 것도 몰랐지
아니 그럼 내가 한 행동들을 모두 본거야‘
해순이는 창피해 얼굴이 빨개진다
“아니 언제 왔어요
오면 온다고 문자를 보냈어야지요
난 깜짝 놀랐잖아요“
해순이는 민망한 얼굴로 말한다
“하하하하하
연락은 했는데 답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기다리기 싫어 여기로 왔습니다
의심나시면 핸펀 열어보세요“
H는 살짝 윙크를 보내면서 말한다
해순이는 외투 주머니에 있는 핸펀을
꺼내 확인한다
전화가 3번 문자가 2통이나 와 있다
옷을 고르르나 벨소리를 못 들은 것이다
할 말이 없어 궁색해진다
“저 옷을 사주실려고요
사주시지 않아도 돼요
보기는 좋은데 입어보니 저한테는 잘 어울리지
않아서 다른 옷을 살려고요“
해순이는 민망하고 신세를 지고싶지 않아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한다
“하하하하하
제가 보기에는 해순씨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제가 처음으로 해순씨에게 선물하는 것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말고
거절하지말고 받아주세요“
“그래도 너무 비싸잖아요”
해순이는 비싼 가격이 마음에 걸린다
사실은 무척이나 입어보고 싶엇던 옷이다
“제가 전에 지방 맛집 기사를 쓸려고
출장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기사를 써서 잡지에 올리고 난 후
평소보다 손님이 3배로 늘었다고
음식점 주인이 감사의 상품권을 보내와서
받은 것이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 것 어디에 쓰지 하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임자가 여기에 있었네요
저는 옷을 잘 안 사 입어요
있는 옷도 다 못 입을 판인데“
H는 해순이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눈치를
살피며 말은 조심스레 한다
“그래도 미안해서요”
해순이는 많이 누그러진 표정이다
“그럼 제가 일부분 부담할께요”
“하하하하
부담 갖지 마세요
이 오래된 상품권이 임자를 만났는데
무슨 걱정이 그리도 많아요
휴지통에 들어가기 전에 임자를 만났으니
천만다행이지
서울에서 해순씨와의 만남이 2번째이니
이번은 제가 모두 선물할께요“
매장밖 통로에서 얘기를 나누던 H와 해순이는
서로의 의견 조율이 끝나
다시 매장안으로 들어간다
“아가씨
방금 전 입어보던 옷 포장해 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남편분이 오시니 결정도 빠르네요
손님이 많이 망설였는데.......................“
점원 아가씨는 자기가 한 말이 심했는지
말꼬리를 흐리며 감아버린다
그리고 해순이의 눈치를 본다
해순이는 그 말이 마음에 거슬렀지만
괜한 시비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모른 척
그냥 넘어간다
H가 옷값을 계산하고 받은 옷이 든 쇼핑백을
해순이에게 건넨다
그러면서
“이 옷만 있으면 돼요
겨울 등산이어 준비물이 더 필요할건데“
해순이는 말하기 싫었지만
내일이 등산가는 날이고 쇼핑할 시간은
오늘밖에는 없다
할 수 없이 말한다
“등산 가방하고 신발을 사야돼요”
미안해서 자그맣게 말한다
“그래요 그럼 사야지요
아가씨 등산 가방하고 신발 괜찮은 것
있으면 주세요“
매장 직원이 권해주는 배낭과 등산화는
가격이 비싼 것들이다
아마 남편이 왔으니 물건을 팔려는 욕심이
나서 그러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해순이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묵묵히 있다
물건을 모두 산 후 둘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H뒤에서 걷는 해순이는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H가 너무 듬직해 보인다
늦었지만 찾아온 사랑이다
늘 그리운 사랑이었지만 지금은 그리운
사랑이 아니라 보고픈 사랑이다
오늘은 H에게 모든 간직한 마음을 주고싶은
날이다
만날수록 믿음직하고 신뢰가 쌓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해순이의 남은 여생까지
함께할 동반자이다
단지 H와 일구는 사랑이 늘 변치 않도록
기도하고 염원하면서........................
사랑은 정말 해볼만한 가치가 있고
인생은 언제나 좁고 험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경을 지나면 순경이 도래하고
사막을 지나면
아름다운 화원이 있다
언제까지나 자기는 꽃이 되어 향기를
뿜어내고 H는 꽃주위를 맴도는 나비가
되어주길 진심으로 소망해본다
|
첫댓글 잘 ㅡ읽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적은 양의 비가 온 후로 많이 추워집니다
이제애 비로소 겨울로 감의 느낌이
와 닿는 날입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소서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가 오고난 다음
마니 추워집니다
불청객 감기에 조심하시고요
오늘도 행복한 시간되시길요
잘읽고 갑니다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