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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1072516200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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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MTV가 등장했을 때, 음악을 하는 많은 이들은 깊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음악적 재능이 별로 없는 비디오형 가수들이 성실하고 진지하게 음악 활동을 해 온 이들을 무대에서 몰아낼까 걱정했던 것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록밴드인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는 그런 우려를 표한 이들 중 하나였다. 그들은 MTV를 통해 인기를 얻는 가수들을 비판하는 <Money for Nothing>을 1985년에 발표하였는데, 노래를 통해 MTV 의존형 가수들을 침팬지 등으로 비유하고 비하했다. ....이 곡을 타이틀로 내세운 앨범은 지금까지 판매량이 3천만 장에 이른다. 음악적 완성도와 더불어 MTV형 가수들에 대한 음악 청중들의 반발심과 경계심도 한몫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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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벗어나지 못하는 음악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이 계속되고 있는데, ..립싱커들에게 음악인의 자리를 빼앗겨 왔던 실제 가수들은 나가수 출연에 힘입어 기록적인 음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TV가 대중들의 음악적 기호와 유행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은 매우 오래된 관습이다. 특히나 한국의 주류 대중음악은 TV 브라운관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TV에 출연하기 위한 지저분한 스캔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왔고 음반 기획자들은 마이크보다는 카메라에 더 어울리는 이들을 선발하여 가수로 육성했다. 성대 훈련은 안 해도 성형 수술은 매우 중요했고 음반을 내면 공연 무대 대신 TV예능 무대에 먼저 등장했다. 아니,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 따위는 아예 업무리스트에 존재하지를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직업은 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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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한국 가요계의 정상급 가수 이효리는 2003년에 데뷔하여 각종 시상식에서 최고 가수상을 휩쓸었지만 정작 콘서트는 데뷔 후 5년이 지난 2008년에야 처음 가졌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오랜 활약은 공연 한번 하지 않는 그녀를 최고의 인기 가수로 만들어 냈다. 반면, 연습실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음악인들은 TV에 등장하는 유사음악인들에 의해 늘 세상의 뒷전으로 밀렸고 배가 고팠다. .... 음악은 음악으로 평가받고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TV 출연을 위한 로비 능력에 의해 평가받고 보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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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처음에 이야기했지만 음악 시장이 오로지 TV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모도 성형으로 해결하고 노래도 성형으로 해결하는 TV의 립싱커들이 음악시장을 장악하는 현실, 그래서 콘서트 시장이 없고 그에 따라 다양한 세대와 취향의 청중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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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싱커들은 늘 혹사당하지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존재로 키워지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방송인이나 배우로 전업할 수 있을 뿐 음악 문화의 성장과는 관계가 없는 존재들이다. 약탈적으로 시장을 운용하는 TV 중심의 립싱커 산업은 사실상 음악 산업의 뿌리를 고사시키는 주적(主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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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TV가 음악문화를 망쳤다며 줄곧 비판을 해온 사람들도 기분이 묘하다. TV 예능 프로그램이 잠시나마 라디오스타들을 음악의 주인으로 재림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 때, 이 상황을 응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쏭달쏭하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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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완규는 1994년 결혼한 아내와 올해 초 이혼했다. 박완규는 주부생활과 인터뷰에서 "(아내가)한달에 100만원 가지고 애 둘을 건사해야 했다"며 경제적인 이유가 큰 장애가 돼 이혼했다고 털어놨다.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cateid=1032&newsid=20110723123314445&p=new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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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옥주현이 탈락했다. 겨우 두 달을 달렸고 생존에 성공한 것은 두 차례의 경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굽이치는 구십구곡을 지나며 백만 리플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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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 데뷔한지 어언 13년이 넘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미 닳을 대로 닳고 물 빠질 대로 빠진 노회한 연예인인 그녀에게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는 것도 이제는 왠지 어색하지가 않다. 스스로도 나가수를 통해 가수 옥주현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굉장히 따뜻한 불씨를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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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그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곳곳에서 난무하고 있고 이들의 화력은 옥주현이 화제가 되어 등장하는 곳 어디로든 즉각 출격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나가수는 립싱커가 장악한 왜곡된 가요계에 대해 매우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비판자로 기능했다. 사람들은 나가수에 열광했으며 싸구려 복제품으로 가득한 가요 시장판을 흔들어놓을, 지금까지 보아왔던 가장 멋진 대안으로 나가수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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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노래를 잘하지만 립싱커 출신인, 음악성 말고 가십성으로 10대의 주머니를 노리는 아이돌산업 출신인, 청중에 대한 양해 없이 자의적의 룰과 함께 나타나버린 그녀. 나가수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에게 옥주현의 등장 과정이 적잖이 당혹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김건모 뒤집기 사건, 담당 PD의 아이돌 시즌 구상 사건 등으로 나가수에 대한 대중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았던 바, 기존 룰의 자의적 변경과 함께 등장한 옥주현에게 쏟아진 비난과 공격은 사실 그 타이밍으로 보아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들은 ‘악플러’이기 이전에 우리 대중가요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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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는 이미 검증되었다고 판단되어지는, 일정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하는 가수들조차 경쟁이라는 화두에서 예외적일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가수의 숙명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쟁과 생존을 위한 노력을 당연하다고 합리화하는 것은 또한 위험하다.
시청자들이 겪고 있는 무한경쟁과 생존을 위한 노력이 그와 같은 ‘숙명’이라는 식으로 낭만적으로 합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생각을 바꿔보면 굳이 그것을 여과없이 보여주지 않아도 가수들이나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나 매순간 평가받는 것은 사실 아닌가.
현재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경쟁’을 그렇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도태를 ‘꿈을 잃지 않는 이의 노력’이라는 감동 코드로 봉합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나는 가수다>는 전쟁터같은 일요일 예능 황금시간대에서 프로그램 ‘경쟁’력을 갖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가수들을 ‘경쟁’시키는, 현재 한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정점에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가수다>는 경쟁에는 예외가 없음을, 지금 시청자 자신이 처하고 있는 생존과 경쟁이 그들도 함께 경험하고 있을 정도로 ‘합당’한 것임을 은연중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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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때부터 등수에 집착해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등수에 집착하게 만드는 교육과정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 속 코너에는 차트쇼, 순위 등의 형태가 많다. “그럼 3위부터 볼까요?”라고 말하며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흔하게 목격하게 되는 풍경이다.
너무나도 경쟁에 매몰되어 산 나머지, 대중들은 다른 이들의 등수를 궁금해하며 자신의 ‘등수’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내가 어디쯤 있는지, 나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안도하고 혹은 좌절한다.
제일 무서운 것은 생활 속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경쟁과 생존이라는 화두가 이제 너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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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음악 좀 듣는 친구들 가운데는 옥주현이 어떤 음악적 지향성도 실력도 없으며, 단지 뮤지컬 배우라는 경력을 앞세워 텔레비전에 다시 도전할 속셈이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렇게 대중 앞에서 등수를 매기는 잔인한 프로그램까지 등장해서 ‘나 좀 알아 달라’하는 것으로 봐서는 전혀 엉뚱한 얘기는 아닌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어쨌든 옥주현이 인터뷰대로 계속 노래를 한다면, 김재기, 박완규와 같은 뛰어난 보컬리스트로 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앞 일을 단정 지을수는 없다.
한편, 텔레비전이 음악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기타리스트든 립싱크 가수든 무조건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어야 먹고 살 수 있는 한국의 열악한 상황이 저 가수들을 살벌하기 짝이 없는 등수 매기기 프로그램에 뛰어들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뮤지션들을 국가가 지원해야 할까?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한스 웨빙은 예술가들이 대체로 가난하게 살지만, 지원을 해도 소용없다고 지적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상류 계급임을 드러내는 일종의 과시재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비교하거나 등수를 매길 수 없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원이 이루어지면 지겨운 직장생활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어 ‘나도 예술가요!’ 폼 잡다가 망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기타리스트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기타 고시생들이 줄을 선다는 얘기다. 그 힘든 거리 청소부도 공무원 대접하니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줄을 서는 상황인데, 폼 나는 기타리스트는 오죽할까?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 오디션에 몰린 지원자만 3천명이다.
사실 뮤지션, 화가 중에는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한 일을 하는 예술가라는 귀족적인 계급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청소부나 택시 기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일례로 요즘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소위 ‘록커’들은 ‘음악적 자존심을 팽개치고 예능을 했다’, ‘내가 록커인데’ 이런 얘기를 종종 하는데, 그것도일종의 ‘구분 짓기’라 하겠다.
결국 ‘나가수 신드롬’을 만들어낸 요인은 한 번 낙오되면 처참하게 몰락하는 치열한 경쟁과 경쟁에 익숙한 나머지 남들의 피터지는 경쟁을 즐기는 대중, TV의 막강한 영향력(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TV를 본다.), 텅 빈 공연장, 외모 지상주의 등이 될 것이다.
여하튼 이렇게 음악까지 등수를 매겨야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한국인들은 어릴때부터 '전교 몇등, 반에서 몇등'하는 순위매기기에 시달린 나머지 '등수'가 감정 시스템에 깊숙이 뿌리박힌듯하다.
상황이 간단하지 않다.
첫댓글 시청자 입장에선 옥주현 출연 이전의 가수들에 대한 등수매김은 사실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자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옥녀 출연이후 옥녀와 음악적 레벨이 다른 기존 가수들은 아이돌출신 옥녀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유지해 오던 그들만의 품격을 잃기 시작 죽자사자 등수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된 겁니다.( 이것이 방송권력이 원하는 의도)아이돌출신만 못한 가수가 될 순 없으니 말이죠..덕분에 시청률과 편곡의 질이 상당히 저하 되었는데 무엇보다 음악적 역량이 너무 빈한한 옥녀가 나가수 방송 출연 이후 빚어진 방송조작과 특혜 및 언론의 비호는 많은 무리수를 낳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가수는 본적없지만 핑클 라이브는 본 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3명이야 나레이션 수준이지만, 아이돌 최고의 보컬이라던 옥녀도 듣기에 안스러울정도로 음정이 불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생각에도 옥녀의 출연은 여러모로 무리수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옥주현...가수였나요...? 성형과 요가하는 여자아니었나요...ㅎㅎ
마이크만 대면 입이 닫히는 저로서는 사람들앞에서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사람은 전부 가수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