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개 연륙·연도교 건설 … 주민 삶의 질 높아져
남해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수산물 산지정도로만 인식됐던 남해바다와 섬이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해양문화·관광·산업·과학 전반을 이끌 새로운 도약발판으로 주목받는다. 남해에 면한 3개 지자체는 각각의 산업기반과 관광 자원을 한데 묶어 수도권에 버금가는 새로운 경제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남해바다와 섬이 가진 의미, 천혜의 관광문화자원과 이를 지역과 국가성장 발판으로 삼으려는 지자체의 노력을 살펴본다.
#2005년 12월 전남 완도 주민의 오랜 숙원이던 신지대교(완도~신지 840m)가 마침내 개통했다. 다리 개통으로 신지에 있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개통 전 17만7520명이 1년 뒤 65만789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125만여명을 돌파했다. 다리 하나가 관광객을 6배 이상 늘린 셈이다.
#2006년 6월 전남 강진 마량과 완도 고금을 연결한 고금대교(760m)가 신풍속도를 만들고 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관광버스가 평일 3대에서 주말 10여대까지 눈에 띈다. 토요일마다 마량 바닷가에서 열리는 토요음악회에는 관광객 200여명이 찾는다. 횟집은 신선한 횟감을 찾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상인 박명서(52)씨는 “다리 개통 이후 판매 수익이 30% 이상 늘었다”고 즐거워했다.
낙후지역 상징이던 섬. 교통망마저 부실했던 전남지역 섬은 더욱 그랬다. 신안군이 전국에서 지역낙후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는 이유도 섬이 많아서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개통되면서 섬 주민들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전남 지도도 바뀌고 있다.
◆육지로 변하는 섬 = 전남도가 연륙·연도교 개설에 눈을 돌린 건 지난 2002년. 전국 62%에 달하는 1964개 섬, 6431km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과 생태 보고인 광활한 갯벌 등 즐비한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2000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남은 1995년까지 당일·숙박여행지 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1999년에는 경기와 경북 경남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그러나 관광 목적지는 자연명승지나 사적지 중심이었고 전남도 대표자산인 해변이나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전남도는 이런 상황을 돌파할 카드로 ‘연륙·연도교 개설’을 꺼냈고 지금까지 38개를 완공했다. 또 무안군~신안 압해도(925m) 연륙교 등 25개는 현재 건설 중이다.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다리까지 합치면 모두 103개다.
핵심은 ‘여수와 고흥(57.9km)을 잇는 연륙·연도교와 신안 비금과 도초 자은 압해 안좌 등 ‘다이아몬드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연도교다. 여수 등 3개 반도 10개 섬을 하나로 잇는 11개 교량이 설치되고 여수 화양과 백야도를 잇는 백야대교가 개통됐다. 2개 구간은 공사 중이다.
다이아몬드 클러스터에는 비금~도초 등 다리 4개가 이미 완공됐고, 11개가 추가로 놓여진다. 이곳은 다리가 완공되면 주변 경관과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것은 물론 다리 자체만으로도 세계적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상필 전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서 주민의 교통기본권을 충족하는 한편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서라도 연륙·연도교 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로도 촘촘해지고 있다. 53개 지구에서 국도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장성~야은 등 5개 지구 35km 구간이 개통된다. 순천~여수간 자동차 전용도로 등 39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방도 사업으로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와 도청을 연결하는 나주 동강~무안 일로 등 9개 지구 확장·개설사업이 올해 착공됐다.
◆연륙·연도교, 국가의 관광자원 = 다리와 도로가 뚫리면서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해수욕장 관광객이 500만명을 넘어섰다. 성장 잠재력 또한 풍부하다. 도는 연륙·연도교와 2010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등을 연결, 관광분야에서 일대 도약을 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점에서 연륙·연도교는 전남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인 셈이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남해안발전종합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부산-경남-전남을 연결하는 도로망도 훨씬 좋아진다. 3개 지역이 하나의 관광 축을 형성, 동북아 관광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선호하는 제주를 남해안관광벨트에 연결하면 해양레포츠를 만끽할 세계적 관광명소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관광형태도 남해안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세계관광기구는 21세기 관광형태를 자연밀착형 모험추구형 문화추구형 건강추구형 체험관광 등으로 나눴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해양관광과 해양레포츠 분야다. 따라서 전남도는 연륙·연도교와 도로 개설 등을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고려,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홍석태 전남도 건설방재국장은 “연륙·연도교는 단순 통과기능이 아닌 해양관광산업을 육성하고 해상과 대륙을 연계한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일석삼조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무안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한센인, 92년만에 육지와 ‘소통’
희망의 다리 소록대교
3월 고흥 녹동항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됐다. 한센인이 섬에 강제 수용된 지 92년만에 육지와 연결된 셈이다.
일제강점기 초 한센병 환자는 광주 부산 대구 등 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수용됐다. 하지만 요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다리 밑이나 움막에 사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선총독부는 강제 수용지로 소록도를 정하고 1917년 73명을 수용했다. 1933년에는 더 많은 한센인을 수용하기 위해 강제노역을 시켰고 전쟁 물자 생산에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한센인에 대한 핍박과 탄압은 끊이지 않았다. 이유없는 구타에 정관수술을 강요받기도 했다.
1963년 한센병 환자 격리·수용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고통이 이어졌다. 그 후 주민들은 격리에서 벗어나고자 다리건설을 요구했다. 편견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기 수차례, 주민들이 요구한지 40여년만에 마침내 소록대교가 개통됐다.
다리가 생기면서 평일 300여대, 주말 700여대 차량이 소록도를 방문한다. 외부와의 접촉이 늘면서 주민 생활도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다. 주민들은 가깝게는 녹동항에서 멀게는 고흥까지 나가 생활 필수품을 사 올 정도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김정행(71) 자치회장은 “초기에 비해 주민 생활이 안정되고 있다”며 “이젠 살만하다”고 말했다.
소록대교로 인해 격리의 세월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주민들. 다만 움직임이 불편한 한센인을 고려, 인도폭을 넓혀줄 것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요구하고 있다.
고흥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최신공법과 첨단기술 집약
주변 경관 최대한 살린 연륙·연도교 … 여수·고흥간 국내 최대 규모
다리를 만드는 최신 공법과 첨단기술이 전남 여수와 고흥에서 선보인다. 57.9km 구간에 개설되는 11개 연륙·연도교는 주변 경관을 최대한 살리고 첨단기술을 동원해 만들어진다. 지난 2002년 아름다운 경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다리 모양을 결정했다. 시행청인 국토해양부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확정 단계만 남겨놓고 있다.
첫 단추는 이미 꿰었다. 2005년 여수 화양과 백야도를 잇는 백야대교(345m)가 착공 5년 만에 완공됐다. 최대 경간장이 183m인 백야대교는 닐센아치형 교량으로 최신공법과 첨단기술이 집약된 다리다.
고흥과 고흥 적금도를 잇는 연륙교, 여수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연도교도 착공에 들어갔다. 고흥-적금 연륙교는 가교 지점의 수심조건과 곡선인 도로선형 등을 감안, 국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현수교로 만들어진다.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교량은 주변의 높은 지형과 직선적인 교형미가 조화를 이루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장교로 계획 중이다. 전승현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국제 공모를 실시했다”며 “아름다운 도로와 교량을 만들기 위해 시행청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 방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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