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3. 불날. 날씨: 날이 좋은데 미세먼지가 나쁘다 좋다 반복된다.
아침열기-물들이기(1,6학년)-글쓰기-점심-청소-과학-5,6학년 영화 촬영-5,6학년 영어-마침회
[물들이기와 영화 촬영]
날이 좋다. 5학년 자전거 타고 나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미세먼지가 보통이다. 6학년은 아침 신문 배달로 마을 산책을 한다. 마을 곳곳에 신문을 배달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가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옛날 양지수퍼까지 내려갔다 아침 공부 물들이기 수업에 필요한 부탄가스를 사서 들어와 합주를 해본다. 어제 시작한 뜨개질 뭉치가 있으니 어린이들은 교실에 들어서 앉으면 바로 뜨개질을 한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게 되는 뜨개질은 은근 중독성이 있다. 민주는 벌써 거의 다 뜰 정도로 빠르다. 틈만 나면 손을 놀리게 되어 좋다. 10시에 1층 강당에서 1, 6학년이 함께 물들이기를 한다. 가장 높은 학년이 동생들과 정겨운 추억을 만들 수 있지만 우리 6학년은 이미 졸업을 기다리는 때라 크게 반겨하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동생들과 조물락거리며 손을 또 놀리게 된다. 외계인들과 지구인들이 어울리는 조합은 늘 새로움을 준다. 늘 뒤에서 갑자기 안기고, 막 때린다고 1학년을 귀찮아 하는 줄 알지만 본인들 1학년 때 모습과 비슷하다. 물론 씻 웃으면 본인들은 안 그랬다고 한다. 어제 바쁜 6학년들 대신에 1학년이 가랑잎을 모두 주워와서 권진숙 선생이 미리 끓여놓아서 물들이기 채비를 다 해 놓았더랬다. 가장 구하기 쉬운 자연 재료로 물들이기 하는 뜻은 많다. 철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푹 끓여 물을 들이고 매염제로 색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천연염색은 해마다 하는 손끝활동이다. 2007년 이성현 선생이 만들어놓은 천연염색 교본이 지금도 쓰이고 있고, 때마다 선생들이 물들이기를 배워 교육활동으로 이어간다. 둘레에서 쉽게 구하는 밤송이, 초릿대잎, 가랑잎을 쓰기도 하고, 포도껍질, 양파껍질을 구하기도 했다. 쪽이나 치자, 소목 같은 재료를 사서 물들이기를 하기도 했는데 따듯한 물을 써야 하니 주로 날이 차가울 때 많이 하곤 했다. 철마다 하는 뜻도 있지만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물은 아무래도 날씨가 차가울 때 더 할 만하다. 물들이기는 선생들이 할 일이 많다. 부지런한 권진숙 선생이 미리 천을 삶아 빨아놓고 가랑잎을 끓여놓은 덕분에 아침에 함께 가랑잎이 우려낸 물을 따로 담고, 매염제를 풀 대야를 챙기고, 네 모둠이 둘러않아 할 바닥깔개도 놓는다. 권진숙 선생이 아이들에게 차례로 물들이기 방법을 알려주는 동안 나는 부지런히 뒷정리를 시작한다. 아침나절 두 선생은 줄곧 쉬지 않고 몸을 쓰는 셈이다. 두 선생 다 물들이기 경험이 많은지라 다음에 뭘 해야 하고 어린이들이 할 일과 선생들이 뒷정리를 할 것들이 한 눈에 들어오니 몸을 놀리는 게 익숙하다. 함께 학년 통합 수업을 하는 선생들의 호흡은 거의 그렇다. 두 번씩 번갈아 가랑잎 물과 매염제 물 속에 물들일 천을 넣고 조물락 조물락 손을 놀리다 보면 콧등에서 땀이 나곤 한다. 물을 조금 미지근하게 해줬더니 땀이 나는 어린이들은 없는데 한 시간쯤 물들이기에 집중하다보니 알아서 놀다 일하다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하윤, 영아, 정우는 6학년 대신 선생들이 번갈아 도와주는데 세 어린이 바닥깔개는 물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게 손을 놀려서 칭찬을 듬뿍 했다. 대야가 높아서 그렇다는 다른 모둠 어린이들 말이 들려오지만 아무리 봐도 물이 그렇게 없기는 쉽지 않다. 모둠마다 둘러앉아 물들이는 모습은 볼 때마다 예쁘다. 6학년들이 이끔이 노릇을 잘 해주었다. 드디어 매염제로 쓴 명반, 삭산동, 탄산칼륨, 황산철에 따라 가랑잎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색이 곱다. 예전에는 손으로 잘 짜 털어 널었는데 이번에는 세탁기를 써서 더 빨리 마르겠다. 네 가지 색으로 물든 천을 숲 속 놀이터 밧줄에 펼쳐 널었더니 햇볕이 쏟아지는 풍경과 떨어진 나뭇잎과 숲 속 놀이터 나뭇잎 색이 어울려 평화롭고 아늑한 멋을 만들어낸다. 자연이 빚어내는 색과 사람이 물들인 색이 그대로 자연이다. 이제 물들인 천을 잘라 바느질을 하면 작품이 나오겠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색, 우리가 입는 있는 옷 색이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정성과 품이 들어가야 하는지 겪어보고, 글로 물들이기 과정을 쓰며 아침 공부를 마친다.
낮 공부는 뜨개질로 시작하는데 뜨개질 실을 풀어 장난치다가 모두 선생에게 한 소리 듣고 만다. 놀리고 버릇없는 말투로 한 바탕 큰 소리가 났지만 우리는 금세 웃고 공부하는 말년 병장같은 6학년이다. 과학 활동지를 푸는데 다 맞으면 맛있는 새참을 따로 먹자고 하더니 한 개를 틀려서 아쉬워하는 모습에 특별한 새참을 가져와서 먹어서 서로 기분이 좋다. 2시 30분부터는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5학년과 영화촬영을 했다. 예준이가 감독인데 이것 저것 챙길 게 많다고 괜히 감독했다는 소리를 하지만 한주엽 선생 도움을 받아 잘 해 낸다. 5, 6학년 저마다 시놉시스를 썼는데 그 가운데 예준이 시놉시스를 어린이들이 골랐고, 세 모둠으로 나눠 쓴 시나리오 가운데 민주가 쓴 시나리오로 첫 촬영을 한다. 서로 바빠서 촬영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첫 장면은 탁구 치는 장면이라 탁구대를 꺼내고 점수판을 찾아내느라 바쁘다. 채민이가 촬영을 맡았는데 한주엽 선생 전화기로 찍는다. 연기를 맡은 어린이들은 웃느라 야단이다. 탁구 치는 장면인데 꼭 카메라가 돌아가면 뜻한대로 탁구 치는 게 되지 않아 웃게 된다. 스무 번도 넘게 같은 장면을 다시 찍지만 다들 기분좋게 짜증내지 않고 기다려주며 찍으니 서로 더 신이 난다. 우리 어린이들은 타고 난 배우들이다. 더욱이 서로를 탓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서로를 보며 또 배운다.
영화 수업은 2008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아르떼로부터 촬영장비와 컴퓨터를 지원받고 강사 파견을 받아 시작한 5, 6학년 공부인데 이야기와 영상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두 해째 아르떼 지원을 받고, 지원이 중단된 뒤로는 영화계에서 일하는 김영구님과 영화감독들 지원을 받거나, 드라마 작가인 윤태어머니 도움을 받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도움을 받지 않고 선생들이 맡아서 한지가 제법 된다. 덕분에 어린이들이 쓴 시놉시스를 시나리오로 쓴 경험도 있다. 동화책을 각색해 작가 허락을 맡고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촬영과 편집 솜씨가 뛰어난 조한별 선생이 생각나기도 한다. 올해는 한주엽 선생의 멋진 편집이 기대된다. 어린이들은 주로 공포 영화나 상상과 꿈이 현실을 바꾸는 영화를 좋아한다. 올해도 멋진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어린이들이 날마다 생활하며 겪는 이야기와 상상이 잘 버무려진 영화라 개봉날을 기다리게 된다. 물론 이번 주 줄곧 촬영을 하며 얼마나 웃을까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