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궁 10연패 말로 설명될까?
○ 한국인의 활솜씨
활이 등장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은 한국에 있다. 바로 울산광역시 울주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이다.
한민족은 신석기 시대, 늦어도 청동기 시대 초기에,이미 활을 쐈다는 의미이다.
세계적으로 활 잘 쏘는 나라의 원조로 꼽히는 나라가 서기 2~3세기 중동의 지배자였던 파르티아였다.
말 타고 달리며 후방을 향해 활을 쏘는 게 ‘파르티아 사법’이다. 이런 고난도 궁술은 동쪽으로 전해졌는데 우리도 이를 썼다는 사실이 5세기 고구려 고분 무용총에 그려진 수렵도로 밝혀졌다.
고구려 건국 설화인 동명왕 이야기에 ‘주몽이 7세부터 손수 활을 만들었고 살을 날리면 백발백중이었다’고 쓰여 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신궁(神弓)으로 불렸다. 고려 말 황산대첩에서 왜구 대장의 투구 깃털을 활로 쏘아 맞혔다는 기록이 있다.
그가 위화도 회군 당시 군사를 돌리는 명분으로 내세웠던 ‘4불가론’에도 활이 등장한다.
‘지금은 장마철이어서 활을 붙이는 접착제인 아교가 풀릴 수 있다’고 했다.,활은 서양인들도 사랑하는 무기였다.
아폴론, 헤라클레스, 아르테미스 등 고대 신화의 주인공은 명궁이기도 했다.
서양은 방아쇠를 당겨 쏘는 기계식 활인 석궁이 대세를 이뤄갔다. 스위스 설화에 등장하는 명궁 빌헬름 텔의 무기도 석궁이었다.
살상력이 커서 12세기 교황 이노센트 2세는 “기독교도 간 전쟁에 석궁을 쓰지 말라”고 했다. 오늘날로 치면 대량 살상 무기로 취급한 것이다.
우리의 활은 나무로 만든 목궁이나 나무를 여러 겹 덧댄 뒤 무소 뿔로 연결해 장력을 강화한 각궁(角弓)을 썼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 등장하는 편전은 짧은 특수 화살을 쓴다. 오늘날의 총열에 해당하는 ‘통아’에 넣어 쏘면 살상력이 더 커졌다.
근거리에선 철 갑옷을 뚫을 정도였다는 조선의 신무기였다.
대한민국이 내세울 것 없던 시절, 활은 국민적 자긍심이 되어 주었다.
1979년 양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소녀 궁사 김진호가 금메달 다섯 개를 목에 걸고 돌아오자 온 나라가 들썩였고, 그것은 단지 시작이었다.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 경기 한 종목에서 한 나라가 한 스포츠를 40년 지배한다는 것은 ‘위업’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초인적”이라고 했다.,이번에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은 최종적으로 단 1점을 앞섰으나 그 1점에 우리 민족과 활의 수천년 인연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는데 이어진 남자 단체전도 우승했으니 정말 한국인의 활솜씨는 대단하다.